‘알프스의 눈동자’로 불리는
블레드 - 슬로베니아
시인의 여행 journey
월간 시2021년 1월
p151 ~ 156
누구나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나라 슬로베니아!
나라 이름에 사랑의 단어인 ‘LOVE’가 들어가 있는 슬로베니아(Slovenia).
줄리앙 알프스의 진주!
슬로베니아는 유럽 동남부 발칸 반도 북서부에 있는 작은 나라이다. 동쪽으로 헝가리와, 서쪽으로 이탈리아, 남쪽으로는 크로아티아와, 북쪽으로 오스트리아와 경계를 이루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패한 뒤 1918년 다민족국가인 세르비아-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 왕국의 일원이 됐고, 1929년에는 유고슬라비아 왕국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1941년 유고슬라비아 왕국이 망한 후 잠시 이탈리아, 독일에 병합되었다가, 제2차 세계대전 후 유고슬라비아를 구성하는 공화국이었으나 1991년 유고슬라비아 연방의 해체와 함께 내전을 거쳐 독립을 선포했고 1992년 국제적 인정을 받았다. 정식명칭은 슬로베니아공화국(Republic of Slovenia)이다. 알프스산지의 동쪽에 자리 잡고 있으며 국토의 대부분이 산지인 고산국가이다. 모차르트와 세계적인 지휘자 카랴안의 고향인 슬로베니아는 동유럽 국가 중 에서 가장 작은 나라이면서 아름다운 경관을 가진 나라이다.
블레드는 1924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고 보호해 왔을 정도로 이 나라에서는 성스러운 곳이며, 슬로베니아의 제일가는 명소이자 더 나아가 전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힌다.
블레드 여행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호수는 줄리앙 알프스의 만년설과 빙하가 녹아서 해발 501m나 되는 분지에 아름다운 호수를 만들었다. 그곳이 엽서에 자주 등장하는 아름다운 풍경이 블레드 섬이다. 호수는 빙하 호수로 길이 2,120미터 폭은 1,380미터의 거대한 크기를 가지고 있으며 최고 깊이는 30.6미터를 기록하고 있다. 호주 주변으로는 줄리앙 알프스의 설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어 호수의 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 호수 주변에는 몇 개의 작은 샘이 있으며, 호수의 북쪽에는 온천수가 솟아나 주변 호텔의 온천 풀로 쓰이고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역사적인 흥미를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도시인 블레드 섬으로 들어가는 길은 오직 전통 나룻배를 타고 들어가는 방법 외에는 없다. 환경을 우선적으로 생각하여 뱃사공이 노를 저어 나아가는 전통 ‘나룻배’ 플레트나에 몸을 싣고 섬으로 가는 길에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나룻배를 타고 가면서 호수 주변의 아름다운 건물 중에 유고 독재자 티토의 별장이 있는데 김일성, 영국 찰스왕세자, 요르단 후세인 국왕 등이 다녀간 곳이라고 했다.
잔잔한 호수를 가르며 앞으로 나가는 나룻배 위에서 바라보는 주변 호수 풍광이 절경이다.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에 있는 블레드 성과 호수 한 가운데 있는 블레드 섬으로 인해 그 아름다움이 배가 된다. 오른쪽으로 만년설이 내려앉은 설산 봉우리가 병풍처럼 펼쳐있고 그 앞으로는 깎아지른 수직 절벽위에 앉아있는 블레드 성과 호숫가의 건물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블레드 섬에 도착하여 배에서 내리면 99개의 계단이 손을 펼치고 있는 것이 마치 천국의 계단처럼 보인다.
그 위에는 16세기에 지어진 ‘성모마리아 승천교회’자리 잡고 있다. 교회가 세워지기 전에는 슬라브 토속신앙에 등장하는 자바 여신을 모시는 제단이 있었으나, 745년 성모 마리아를 위한 성당으로 개종했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은 1465년 고딕양식으로 개축했고 이때 52미터의 종탑도 생겼다. 1509년 대지진 이후부터 지금까지는 바로크 양식을 띠고 있다. 성당 내부에 있는‘행복의 종’이 유명해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행복의 종에는 가슴 절절한 사랑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가난하고 어려운 생활 속에서 끔찍이도 아내를 사랑했던 남편이 돈벌이를 위해 길을 나섰고 고생을 하여 얼마의 돈을 벌어 사랑하는 아내에게 돌아오는 길에 그만 산속의 도적을 만나 재물을 빼앗기고 그것도 부족해 목숨마저 잃게 되었다고 한다.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수소문하던 중, 비통한 사연을 접하게 되고, 헤어날 수 없는 슬픔 속에서 살아가다가 사랑하는 남편을 기리기 위해 어렵게 이 성당에 종을 만들어 달기로 하여 배에 종을 싣고 가다 폭풍우가 몰아쳐 종은 블래드 호수에 깊이 빠지게 되었다고 한다. 사랑하는 남편을 기리기 위해 그토록 종을 달기 원했지만 그나마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슬픈 사연을 들은 로마 교황청이 그녀를 위해 종을 기증하면서 그녀의 소원이 이뤄졌다고 한다. 이로부터 밧줄을 당겨 종을 울리면 사랑과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생겼다는 것이다. 계단을 내려와서 섬 주위를 돌아보다가 뒤쪽에서 두 마리의 백조를 만났다. 어쩌면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의 배경이 이곳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잔잔한 호수와 백조 두 마리 뒤로 알프스와 어울리는 블레드 성의 정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아름다운 호수 뒤로 만년설이 내려앉은 알프스 봉우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매혹적인 풍광이 그곳에 있었다.
섬에서 나와 130미터 절벽위에 세워진 “블레드 성”으로 이동하였다. 블레드 호수 한쪽에는 깎아지른 듯한 바위 절벽 위에 우뚝 솟은 성이 하나 있는데, 아름다운 마을 전경을 조망할 수 있는 성이다. 8백 년 넘게 유고슬라브 왕가의 여름 별장으로 사 용되었다는 블레드 성은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웅장한 규모의 성이라기보다는 조그만 요새 같았다. 성에서 호수를 볼 수 있는 성벽 전망대에서 호수의 전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호수의 한 가운에서 그려진 듯 한 섬의 모습은 엽서의 한 장면 같았다. 그곳에서 모두의 카메라는 분주했다.
블레드 성은 슬로베니아세서 가장 오래된 성으로 1004년 독일 황제 헨리 2세가 브릭센 대주교에게 선물로 준 지역 위에 지은 것으로 당시에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탑만이 있던 자리에 성이 추가로 건설되었고 험난한 산세로 자연방어가 되는 형상이었다고 한다.
성 안에는 블레드 지역과 성에 관한 박물관으로 꾸며져 있었으며 역사적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그 외에도 여러 가게가 있는데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이 대장간이었다. 대장간에서 만든 용이 빨간 산타모자를 쓰고 있었으며 젊고 귀여운 대장장이는 여러 가지 물건들을 만들어 전시하고 있었으며 제품들에 대한 안내도 열성이었다.
환한 태양의 그림자가 빨간 지붕의 성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었고 성벽의 커다란 구멍으로 보인 마을은 평화로워 보였다.
태양빛에 얼굴이 붉어진 듯 한 붉은 지붕의 블레드 성과 눈이 시리도록 푸르고 아름다운 산호빛의 낭만적인 호수와, 호수 위에 있는 성당은 그리고 그 뒤에 펼쳐진 눈 쌓인 알프스의 조화는 자연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돌담집을 금란궁으로 불러주어 돌담으로 둘러싸인 것이 성 같다는 생각을 할 때, 지난 새해의 첫 여행지였던 슬로베니아의 블레드 성을 떠올랐다.
슬로베니아의 북서부, 알프스 산맥에 위치하고 있는 호반도시 블레드는 슬로베니아 최고의 휴양도시로 손꼽히는 곳으로 빙하호인 아름다운 호수와 호수 한가운데 오롯이 떠있는 섬 그리고 호숫가 아찔한 수직절벽 위에 자리한 성이 한데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 곳이다.
돌담집에서
여서완
기다린 듯 준비된 남양주 집 한 채
단숨에 빠져버려 임시주인 되고 보니
코로나가 삼킨 날들을 오롯이 보듬었네
지구한 켠 돌들이 서로를 동무하고
별의 씨 뿌려두고 흰 눈을 기다리다
돌들이 알알이 박혀 돌담집 이라 하네
줄리앙 알프스의 병풍치고 흰 눈 덮인
산호 빛의 호수와 빨간 지붕 블레드 성
추억 속 슬로베니아 여행기에 꺼낸다
동글동글 돌들이 둥글둥글 살라며
둥그런 보름달과 두런두런 피운 얘기
은하수 이야기되어 세상에 흐르겠네
코로나 여파로 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지금에 돌담집에서 여행의 흔적을 오롯이 기억하며 적는다는 것도 다시 여행을 하는 듯 설레고 감사한 일이다.
여서완
시인이며 소설가이다. 사진작가이며 여행작가이기도 하다.
시집으로는 [태양의 알], [영혼의 속살], [하늘 두레박], [사랑이 되라] 외 다수가 있으며
현재 ‘여행문화’ 기획위원이며 조인컴 대표 컨설턴트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