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종은 세조의 맏아들이자 자신의 형인 의경세자가 20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하자 세자의 자리에 올랐다. 이후 왕위에 오른 예종 또한 겨우 1년 2개월 만에 역시 20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뜨게 된다. 이는 사약을 받고 강제로 죽은 단종을 제외하고는 가장 젊은 나이에 죽음을 맞이한 경우다.
‘왕조실록’에는 이러한 예종의 사망 원인이 확실히 나와 있지 않다. 병이 있다고 기록된 지 2일 만에 바로 예종은 사망했는데, 왕이 너무 갑작스레 사망했다는 기록만 여기저기에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예종의 죽음을 두고 단종의 생모인 현덕왕후 권씨의 저주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을 것 같다.
그런데 ‘왕조실록’을 보면, 예종은 오랫동안 소위 ‘족질(足疾)’을 앓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 정도도 매우 심했던 모양인데, 족질 때문에 오랫동안 정사를 보지 못했다고도 하고, 또한 이 족질 때문에 예종이 사람을 마주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도 언급돼 있다.
원래 족질이란 발에 있는 질병이란 뜻인데, 아마도 예종이 앓았던 족질은 단순히 발에 상처가 있거나 발목을 삔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왕조실록’을 보면, 그 증상이 어릴 때부터 죽 있었는데 추워지면 통증이 심해진다고 하니, 이는 간신(肝腎)의 기능이 약해져서 양기(陽氣)가 부족해 생긴 각기병의 일종으로 추측해 볼 수 있겠다.
실제 임상에서도 다리나 뼈에 바람이 드는 것 같다며 아프고 저린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일반적으로 산후조리를 잘못했거나 유산을 자주 한 어머니들에게 많이 발생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산후풍’이라고 말하는 증상인데, 하초가 허약해서 차가운 기운을 막아내지 못한 결과라고 하겠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 젊은 남자들에게서는 이러한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이는 아직 양기가 충만하기 때문에, 하초에 추위를 느끼지 않는 것이다.
예종의 경우에는 어릴 때부터 이 질병을 앓았다고 기록돼 있기 때문에, 선천적으로 양기가 부족했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야사에 의하면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술과 여색을 탐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만약 선천적으로 양기가 부족한데, 계속해서 몸을 돌보지 않고 주색(酒色)을 탐닉했다면 증세가 더욱더 악화됐을 것이다. 나아가 갑작스레 사망을 하게 된 원인도 짐작해 볼 수 있겠다.
옛날에는 나이 드신 분들만 이렇게 시리고 아픈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새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편이다. 물론 이럴 때는 양기를 북돋워 주는 것이 다리 질환을 치료하는 근본적인 치료법이라고 하겠다. 동의보감에서는 피로가 누적이 되고 생식기능이 약해져 근육과 뼈가 여리고 아프며 늘어지거나 차갑게 시리거나 마비되는 증상을 치료하는 처방들이 많이 나온다. 이러한 처방들을 체질과 증상에 맞춰 복용하면, 아주 좋은 효과를 거두게 된다.
물론 경우에 따라 침 치료나 뜸 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뜸 치료는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만약 양기 부족으로 추위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급성 열성 질환으로 인해 다리가 아프다면 뜸 치료는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침이 되었든 뜸이 되었든 약이 되었든 간에, 치료행위에 앞서 가장 먼저 선행돼야 할 것은 정확한 진단이다. 예종처럼 다리가 아플 때도 반드시 한의원에 가서 전문가의 진단부터 받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