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버거는 지구에 대한 전쟁행위?
가축, 인간활동으로 인한 온난화 가스의 반을 차지
우리가 즐겨먹는 치즈버거(햄버거)가 지구를 망치고 있다면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공장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각종 화학가스, 그리고 자동차의 열기, 그리고 배기가스 등이 온난화를 가속시켜 망치고 있는 것이지 왜 치즈버거가 지구를 망치고 있느냐고 말이다.
맞는 말일 수도 있다. 절대적인 비교치를 염두에 둔다면 그렇다. 지난 1월 과학잡지 네이처 클라이미트 체인지(Nature Climate Change)에 실린 연구결과는 인간은 소, 양, 염소, 들소 등에서 생산되는 육류소비를 대폭 줄여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육류생산을 위한 가축, 메탄가스의 최대 출처
왜냐하면 그 육류생산이 이산화탄소와 더불어 온난화를 일으키는 대기의 메탄가스 증가에 상당한 기여를 하기 때문이다. 미국 환경보호청(EPA)도 “세계적으로 가축이 인간과 관련된 활동에서 비롯되는 메탄가스의 최대 출처”라고 꼬집었다.
햄버거에 들어 있는 영양성분 가운데 특히 비율이 높은 지방으로 인해 각종 성인병 원인으로 지적을 받는다. 그리고 패스트푸드점에서 세트 메뉴에 딸려오는 감자튀김과 탄산음료도 여기에 일조한다. ⓒ위키피디아
일부 환경론자들은 상당량의 쇠고기가 우리가 즐겨 먹는 치즈버거에 이용된다는 점을 두고 치즈버거를 먹는 것이 지구에 대한 전쟁행위로까지 규정할 정도다. 따지자면 그럴 수도 있다. 물론 지구에서 살아가는 많은 생명체의 미묘하고 복잡한 관계를 충분히 이해할 때 그렇다.
이번 연구결과를 요약한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보도는 이렇다. “반추동물 육류생산에서 비롯되는 온실가스 배출이 상당량에 이른다. 전 세계 반추동물 수를 줄이면 기후변화를 완화시키는 목표에 상당한 도움이 되고 중요한 사회적, 환경적 혜택도 따른다”. 그러한 목표를 가로 막는 것이 엄청난 양의 쇠고기가 사용되는 치즈버거라는 것이다.
화석연료는 거론하지만 가축의 메탄가스는 무시해 와
물론 과학자들은 이미 가축이 대기를 더럽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2009년 발표된 월드 워치(World Watch) 보고서는 사람들이 기후변화의 원인을 논할 때 화석연료는 자주 거론하지만 가축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석유, 천연가스, 특히 석탄이 이산화탄소 등 인간이 유발하는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출처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가 식용으로 사용하는 가축으로 인한 온실가스의 출처에 대한 생각은 과소평가 됐다. 실제로 그 양은 인간의 활동에서 비롯되는 온실가스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다”
뉴스위크는 가축이 발생시키는 메탄가스의 양도 오랫동안 크게 과소평가 됐다고 보도했다. 2013년 11월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가축이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과학자들이 이전에 생각했던 양의 두 배에 가까울 정도로 엄청나다.
가축 사료용 경작지 위해 숲과 밀림이 파괴돼
또 문제는 비단 메탄가스 배출에만 국한 되는 것이 아니다. 지구상의 땅 가운데 약 4분의 1이 가축방목에 사용된다. 세계 전체의 가축 수는 수억 마리에 이르며 경작지 전체의 거의 33%가 가축 사료용 작물재배에 사용된다.
다시 말해서 가축 방목을 위한 땅과 경작지로 인해 엄청난 양의 숲이나 밀림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한다. 즉 온난화를 가속화 시키고 있다는 내용이다. 설상가상으로 전 세계의 육류 소비량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소와 양의 육류 생산은 콩이나 콩 제품 같은 고단백 식물 식품의 생산보다. 온실가스를 19~48배 정도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당연히 화석연료 소비를 줄여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문제의 일부분일 뿐이다. 이산화탄소 외 다른 온실가스도 줄여야 한다.
온실가스, 경작지 증가로 인한 숲의 폐해만이 아니다. 엄청난 에너지와 물이 필요하다. 미국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의 19%는 식료품 생산과 운송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육류를 비롯해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식품과 같은 정크푸드 생산에 훨씬 많은 자원과 연료가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지질조사국의 발표에 따르면 햄버거 한 개를 만드는 데 약 4천920리터의 엄청난 양의 물이 소비된다는 통계가 있다. 집에서 쓰는 목욕탕의 물은 아주 미미한 편이다. “미래의 전쟁은 물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말을 무색하게 만든다.
“인간은 먹이사슬에서 정점에 있지 않다”
이야기를 조금 바꿔보자. 먹이사슬(food chain)에서 인간의 위치가 무엇일까? 먹이사슬이란 “살아 있는 유기체 간의 포식과 의존관계의 질서”를 말한다. 어떤 사전에는 “제각기 다음 먹이 공급을 의존하는 유기체의 위계구조 연쇄”라고 정의하고 있다.
우리는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먹이사슬의 제일 꼭대기에 있다고 자부하고 폼을 잡는데 익숙해 있다. 왜냐하면 그게 과학기술이든, 어떤 방어수단을 통해서든 간에 다른 동물에게 사냥을 당해 먹이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모든 무리의 제왕 가운데 제왕, 생명체들 가운데 넘버 원이라고 뽐내고 싶어한다. 그러한 이유를 들어 우리는 먹이사슬 제일 꼭대기에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먹이사슬은 원시시대의 자연적인 생태계를 전제로 만들어 낸 말이다.
뉴스위크가 작년 12월 학술지 국립과학협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발표된 연구결과를 인용, 보도한 바에 따르면 기존의 생각과는 전혀 다르다. 전혀 먹이사슬 꼭대기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돼지나 멸치와 비슷한 단계에 있어
연구내용을 보면 호모사피엔스는 돼지나 멸치와 대략 비슷한 단계에 있다. 그러나 위안을 삼을 만한 있다면 먹이사슬에서 인간의 서열이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위안이 지구에는 대단히 나쁜 소식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생물학자들은 먹이사슬이라는 말을 별로 잘 사용하지 않는다. 자연은 다양하고 다차원적이다. 그러나 사슬의 개념은 획일적인 일차원적이다. 대신 생물학자들은 먹이 그물망(food webs)이라는 용어를 즐겨 사용한다.
유기체는 종종 아주 다양한 영양단계(trophic level)를 공유한다. 먹이사슬의 제일 밑바닥을 차지하던 생명체는 조류와 다세포 식물이다. 지금은 ‘제1 영양단계라는 말로 묘사된다. 이들은 광합성을 통해 스스로 먹이를 생산하는 독립영양생물(autotropes)이다. 제2 영양단계는 토끼를 비롯한 기본적인 초식동물로 이루어진다. 식물을 섭취해 영양을 얻는 동물들이다.
지금까지는 먹이사슬에 의한 영양단계를 이해하기가 쉽고 간단하다. 그러나 한 단계가 높아지면 아주 복잡해진다. 왜냐하면 많은 종이 동물과 식물 단백질을 모두 섭취하는 잡식성이기 때문이다. 거기에서는 일관성 있는 먹이사슬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여우를 예를 들어 보자. 여우가 오로지 토끼만을 잡아 먹는다면 제3 영양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솝 우화에 나오는 신포도 이야기처럼 과일도 먹는다. 그렇게 보면 여우의 영양단계는 3에 못 미칠 수도 있다.
뿐만이 아니다. 여우는 과일과 토끼와 같은 초식동물을 먹기도 하지만 때로는 두더지를 비롯해 곤충을 잡아먹는 식충동물과 같은 제3단계 동물도 먹이로 삼는다. 그렇다면 여우의 영양단계를 어떻게 산정할 수 있을까?
과학계는 인간의 영양단계를 아직까지 결정하지 못했다. 모든 생물 가운데 인간은 가장 다양하게 널리 분산돼 있으며 잡다하게 먹는 식습관을 갖고 있는 종이다. 따라서 영양단계를 정량화 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초식에서 육식으로의 진화는 불길한 미래를 예고
그러나 이에 대해 변화를 시도하는 연구가 이루어졌다. 프랑스 국립해양개발연구소의 연구팀은 유엔농업식량기구(FAO)의 최신 데이터를 이용해 인류의 평균 영양단계 중간 값은 대략 2.21정도로라고 추정했다.
“인간은 육식동물이라기 보다 초식동물에 더 가깝다. 그리고 원시 인류의 조상은 초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간이 먹이사슬에서 가장 정점에 있는 포식자라는 고정관념은 결코 맞는 주장이 아니다. 다만 초식에서 육식으로 진화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진화는 불길한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인간의 육류시장은 1961년 이후 4배 이상 커졌다. FAO자료에 따르면 당시 7000만 톤에서 2011년에는 3억 톤으로 확대됐다. 이러한 증가에 상당부분 기여한 나라는 중국과 인도다. 두 나라는 세계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한 때 두 나라는 쌀과 채소가 주식이었다. 그리고 힌두교, 불교, 유교, 도교 등 종교문화적인 요인도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경제가 발전하면서 비싼 고기를 먹을 수 있을 만큼 돈이 많아졌다. ‘세계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우림이 깎여나가고 있다. 늘고 있는 동물사료용 옥수수와 콩의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다.
뉴스위크, “미국은 결코 남을 욕할 자격이 없다!”
뉴스위크는 “미국인들은 결코 남을 손가락질할 입장이 전혀 못 된다”고 비난했다. 요즘 TV와 같은 언론에서는 미국인들이 (육류소비를 점차 줄이고 채식을 택하는) 건강식을 실천한다는 주장이 끊임 없이 흘러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지구상에서 육식을 가장 많이 하는 국민에 속한다.
먹이사슬의 개념이라면 인간은 아무런 죄의식이 없이 우리 모두 육식습관을 계속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속에는 질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 먹이 그물망에 속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물망에서는 뿌린 대로 거두는 엄연한 인과응보의 원칙이 존재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형편은 어떨까? 육류 소비, 치즈버그 같은 거 말이다. 돼지고기를 포함해 일인당 육류소비량이 서양 선진국 수준과 결코 뒤지지 않는다. 장사가 안 돼 문닫는 햄버거 가게는 결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