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축구인헌장 이야기] 축구 그만두고 영국에서 새로운 도전- 송덕균(현대중, 장훈고에서 선수생활, 현재 영국 리버풀에서 대학입학 준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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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인헌장 이야기] 축구 그만두고 영국에서 새로운 도전

[ 2012-04-26 ]

축구를 그만두고 영국 리버풀에서 유학 중인 필자 송덕균(중앙)

축구를 그만둔 지 몇 달이 흘렀다. 지금 나는 축구의 종가 영국 리버풀에 있다. 내가 축구를 그만두었다는 것과 축구의 종가에 있다는 것은 뭔가 어울리지 않으면서 또 어울리는 것 같다.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생각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대학 진학을 위해 어학 연수 과정에 있다. 연수 후 진로는 축구 관련 분야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예상할 수가 없는 여기 리버풀의 날씨처럼. 날씨가 좋다가 갑자기 비가 오고 우박이 떨어지고 또 금방 그친다. 그래서 항상 우산을 가방에 챙기고 다닌다.

요즘 관심사는 오로지 어떻게 영어를 더 잘할 수 있을까이다. 영국 친구를 사귀려고 밖에 나가서 일부러 사람들한테 말을 걸면서 노력 중이다. 축구 선수였을 때 힘들거나 너무 귀찮은 날도 쉬지 않고 훈련해오던 습관 덕분에 공부하면서 귀찮고 힘들더라도 그냥 넘기는 날은 없다. 축구 선수 경험으로부터 제일 큰 도움이다.

토-일요일은 학원 친구들과 만나거나 클럽에서 시간을 보낸다. 리버풀은 비틀즈가 탄생한 곳으로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클럽이 있다. 일주일에 한 번은 학원의 외국인 친구들과 풋살구장에서 축구를 한다. 축구선수였다고 소개를 한 적은 없다. 나를 그냥 축구 잘하는 친구로 생각하는 것 같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국가대표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축구를 시작했다. 내 번호를 가지고 내 유니폼을 입고 내 포지션에서 첫 경기를 뛰었을 때, 11명 중에 내가 속한다는 것에 대해서 기분이 너무 좋았고, 정식 축구부를 상대로 경기하고 있다는 게 짜릿했다. 그리고 미래에 국가대표로 경기를 뛸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리고 현대중(울산 현대 U-15팀)으로 진학했다. 스카웃이 되기 전까지 현대중에 대해서 잘 몰랐다. 부모님과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내가 현대중에 가는 것에 대해서 자부심이 생겼다. 더욱 승부욕이 생겼고, 주위 선생님들과 부모님과 친척들이 나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선수로 뛰던 장훈고 시절

그러던 어느 날 축구도 재미있지만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 이후로 가끔 부모님께 공부를 다시 시작하면 어떨까 말씀드렸다. 부모님은 지금까지 축구를 잘 해왔는데, 계속 축구의 길로 가는 것이 공부로 성공하는 것보다 유리하다고 하셨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축구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공부는 거의 손을 놓았다고 염려하셨다.

물론 부모님이 하시는 말씀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부모님께 공부하게 해달라는 말을 하는 횟수가 점점 많아졌고, 결국 고교 3학년이 되서야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지난 12월, 인천공항에서 영국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난 결심했다. 이제 하고 싶은 공부를 하게 되었으니까 죽기 살기로 공부를 열심히 할 것이다. 그리고 영국에서 있을 모든 일을 잘 해내고, 한국에 돌아가서 부모님께 효도하고 동생한테 멋진 형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영어는 많이 서툴다. 하지만 재미있다. 한국에서 영국 게스트하우스로 택배를 보냈는데, 내가 집에 없어서 택배를 받지 못했다. 그래서 택배회사로 찾아가서 내 택배를 찾아와야했다. 그 때 어떻게 설명을 해야될 지 몰라서 많이 당황했다. 처음 축구를 배울 때처럼 온몸으로 부딪쳐 가며 배우고 있다.

축구하면서 공부도 같이 하지 않았던 것이 가장 후회된다. 그러나 그 시간이 공부에 대한 절실함을 일깨워 준 시간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장래가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지만, 경험과 나만의 움직임을 통해 창조적 공간을 만들고 싶다. 그라운드에서 가장 자유로웠던 순간처럼.


글=송덕균(현대중, 장훈고에서 선수생활, 현재 영국 리버풀에서 대학입학 준비 중)

* 대한축구협회 기술정책 보고서인 'KFA 리포트' 2012년 4월호 '감동이 있는 축구 이야기' 코너에 실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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