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박경리 작가의 자취를 따라가며, 박경리 토지 문학기행
5월 18일 토요일, 알람소리에 눈을 떴다. 오늘은 내가 신청한 문학기행을 떠나는 날이었다. 나는 오늘이 기대한 만큼 재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부자리를 정리했다. 나갈 준비를 하며 드는 생각은 '시간이 천천히 갔으면!'하는 허황된 생각이었다. 준비를 끝마치고 가벼운 발걸음을 떼어 집결지로 향했다.
이 문학기행은 박경리 작가의 『토지』의 배경이 된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로 떠나는 기행이다. 미리 내용을 좀 찾아보니 1969년에 집필를 시작해 1994년에 완성된 등장인물만 무려 600명 가량인 엄청나게 긴 소설이였다. 최참판일가와 이용일가의 가족사를 중심으로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광복까지의 내용을 다룬 내용으로 무려 '소설로 쓴 한국의 근현대사'라는 별명이 불려지고 있다.가벼운 사전조사를 끝내고 고개를 들자 집결지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모두 나와 같이 문학기행을 떠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사람들이 다 모이자 지도 선생님이 가볍게 출석을 확인했고 모두가 왔음을 확인했다. 그렇게 각자 지정된 차에 타 출발한다. 부는 바람이 시원했다.
약 1시간 가량을 달리자 굽이굽이 하얀 모래톱이 매력적인 섬진강이 보였다. 그렇게 섬진강을 따라 올라가다보니 드디어 도착지에 도달했다. 『토지』의 배경, 최참판댁이였다. 차를 주차하고 양쪽에 상점들이 즐비한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자 최참판댁이 보였다. 커다란 기와집에 놀라기도 잠시, 해설가 선생님과 함께 그 안에 들어가 최참판댁을 둘러보았다. 최참판댁은 안채를 중심으로 좌우 앞뒤로 별당과 사랑채, 행랑채, 초당, 사당이 자리하고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사랑채에서 바라보는 전경이었다. 끝을 모르고 흘러가는 섬진강과 넓은 땅들과 장엄한 산을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압도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그 안을 둘러보며 『토지』의 등장인물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 알아보았다. 해설이 끝나고 주인공 '서희'가 한평생 살아온 그 집을 떠나자 어딘가 허한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그 다음은 앞 쪽에 있는 '박경리 문학관'이였다. 박경리 작가의 동상과 비석이 반겨주는 이 문학관은 박경리 작가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문학관이다. 자동문이 열리고 들어가자 눈에 띈 것은 좌우로 길게 늘어져 있는 장식장 안에 들어있는 토지 전질이였다. 놀라움도 잠시, 벽을 보자 더 놀랄수 밖에 없었다. 벽에는 주요 등장인물의 초상화와 등장인물의 관계도가 정리되어 그려져 있었다. 그렇게 천천히 길을 따라가자 박경리 작가의 초상화와 원고지 4만여장, 그리고 박경리 작가가 생전에 자주 쓰신 41여종의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렇게 이 박경리 문학관의 관람을 끝내자 단순히 유명한 소설 작가뿐만 아니라 박경리 작가의 삶 자체를 존경하게 되었다. 분명 문학관의 크기는 작았지만, 그 안에 담겨져있는 의미와 내용은 그 건물의 크기보다 한참이나 컸다.
이렇게 문학기행을 끝내고 돌아오자 알 수 없는 충족감이 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 박경리 작가의 삶의 일대기를 보자 나또한 삶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고, 단순히 『토지』의 지리적 배경뿐만 아니라 섬진강보다 넓고 깊은 박경리 작가의 영혼들 잠시나마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행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