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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상상력의 놀이터 원문보기 글쓴이: 다림
다림 세계 문학 011 네덜란드 문학 북 풍 마 녀 다안 렘머르츠 더 프리스 글 클레멘티너 오머스 그림
208쪽|8,500원|2007년 1월 24일 출간 신국판 변형|초등 고학년 이상 |
《북풍마녀》는 표지가 두 개인 아주 독특한 책이다. 하나의 이야기를 읽고 나서, 책을 뒤집어 다시 다른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두 개의 이야기는 각각 커튼을 사이에 두고 같은 병실에 입원하게 된 소년 모리와 소녀 리프카의 이야기이다. 동화를 좋아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리프카와 모든 일이 서투르고 수줍기만 한 소년 모리. 리프카는 심각한 피부병으로 아프고, 모리는 주변에 검은 그림자가 자신을 위협하는 환상을 보고 두통에 시달린다.
서로의 얼굴을 본 적도 없지만, 둘은 아주 오래된 친구처럼 아주 깊이 감춰 둔 자신의 비밀들을 서로에게 털어 놓게 된다. 유체이탈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리프카와 아무 물건이나 보기만 해도 깨뜨릴 수 있다고 말하는 모리.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터무니없어 보이는 이야기 같지만 둘은 서로를 이해하며 깊이 위로받고 행복해한다.
둘이 함께 하는 상상의 세계를 위협하는 유일한 존재는 북풍마녀다. 북풍마녀는 차가운 숨을 내쉬어 아이들을 아프게 하는 마녀로 모리와 리프카는 자신들도 북풍마녀의 차가운 바람 때문에 아픈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함께 북풍마녀를 이겨 내고 건강해져서, 북풍마녀가 올 수 없는 아프리카로 가자고 약속한다. 둘의 약속은 지켜질 수 있을까…….
두 개의 이야기 중 어느 것을 먼저 읽어도 좋다. 모리의 눈으로, 리프카의 눈으로 그려 낸 이야기는 서로 교차하면서 진행된다. 하나의 이야기를 읽고 책을 뒤집어 다른 이야기를 읽어 나가면 먼저 읽었던 이야기가 더욱 깊이 있게 다가온다.
네덜란드의 촉망받는 신예 일러스트레이터 클레멘티너 오머스는 두 아이의 세계를 각각 다른 색감으로 표현해 아이들의 내면을 더욱 분위기 있게 그려 내었다. 그리고 두 이야기 사이에는 커튼을 그려 넣는 등 작품 곳곳에 재미있는 장치들을 넣어 독자들이 작품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북풍마녀는 농담을 싫어해. 우리가 웃으면 마녀가 도망갈 거야.”
아프고 약하지만, 서로의 존재를 통해 희망을 배우는 아이들의 성장기
이 책의 제목인 ‘북풍마녀’는 우리에게 낯선 이름이지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눈의 여왕’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여름에도 눈을 쉽게 볼 수 있는 북유럽에서는 눈의 여왕과 관련된 신화가 많이 있고, 덴마크의 작가 안데르센이 《눈의 여왕》이라는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다.
잘 알려진 대로 눈의 여왕은 온 세상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키스를 해 자신의 차가운 숨결을 느끼게 하는데, 이 때 눈의 여왕과 키스를 한 사람은 얼거나 병에 걸리거나 심하면 죽게 된다. 특히 눈의 여왕은 절망에 빠진 아이들을 좋아하는데, 만약 아이들이 다시 희망을 가지고 용기를 얻게 되면 다시 아이들을 떠나보낸다고 한다.
《북풍마녀》에서도 모리와 리프카는 자신들이 북풍마녀 때문에 아픈 것이라고 생각하고 힘을 합쳐 북풍마녀를 이겨 내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눈의 여왕과 다르게 이 책 속의 북풍마녀는 주인공들의 마음 속에 존재한다. 모리와 리프카의 대화에서도 나오듯, 우리가 확실히 알지 못하고 두려워하는 그 어떤 것이든 다 북풍마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모리에게 북풍마녀는 자신을 쫓아다니는 그림자가 될 수도 있지만, 엄마의 사랑을 의심하고 그래서 자신을 괴롭히는 모리의 마음이기도 하다. 리프카에게는 자신을 괴롭히는 지독한 병, 그리고 자신을 놀리는 사람들 그리고 결정적으로 친한 친구의 우정까지 받아들이지 못하는 리프카의 그 나약한 마음이다.
두 아이가 가진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모리와 리프카는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 방법을 찾아 간다. 자신이 평범하지 않다고, 말썽꾸러기에 사고뭉치고 때로는 유령 같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서로의 존재를 통해 이제까지 느껴 보지 못한 강한 용기를 느끼고, 몸 속에서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마음으로 웃을 수 있는 두 아이에게 이제 더 이상 북풍마녀는 무서운 존재가 아니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아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 글쓴이 다안 렘머르츠 더 프리스
재능 많은 작가인 다안 렘머르츠 더 프리스는 글을 쓸 뿐만 아니라 그림도 그리며 사진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그림에 재능을 보였고, 열두 살 때에는 음악 밴드에서 노래도 불렀다고 한다. 다안 렘머르츠 더 프리스의 작품 속에는 항상 남들이 가지지 못한 재능을 가진 특별한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작가는 슬프지도 어렵지도 않은 책을 쓰겠다고 말하는데, 《북풍마녀》 역시 병을 앓는 아이들이 등장하지만 행복하게 결말을 맺는 이야기라고 작가는 말한다.《북풍마녀》는 작가의 스물여섯 번째 책으로 네덜란드 어린이 문학상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질버런 흐리펄스 상을 받았다. 그 외 주요 작품으로는《작은 신》《윌리스》등이 있다.
■ 그린이 클레멘티너 오머스
네덜란드 힐베르쉼에서 태어났다. 지금은 암스테르담에서 살며 개인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1998년에 헤이그에 있는 Royal Academy of Fine Arts를 졸업했다. 잡지와 신문, 영화 포스터 작업까지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여러 전시회에도 참가했다. 클레멘티너 오머스가 그림을 그리는 방법은 아주 독특한데, 그림을 그리기 전에는 항상 여행을 하면서 자신의 그림 세계를 완성시킨다고 한다. 사회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주제로 그림을 많이 그려 왔는데, 그들의 눈에 담긴 슬픔이 그림을 그리는 데 많은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 옮긴이 유동익
한국외국어대학교 네덜란드어 과를 졸업하고 네덜란드로 건너가 레이던 대학교에서 법학과 언어학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강의하며, 네덜란드 작품을 우리 나라에 소개하는 일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하멜 보고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