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 난다! 복음(반복되는 음_역주)의 돌림 세마치로 가슴을 온통 휘젓는다."
"참 매력적이고, 눈을 못 떼겠다."
"우리 것의 재해석~ 멋진 공연이다."
"악단광칠은 굿을 노래하는 거라 특유의 광기 어림이 진짜 카타르시스 오지다('오지다'는 '오달지다'와 같은 말로, '마음에 흡족하게 흐뭇하다/허술한 데가 없이 야무지고 알차다'를 의미_표준 국어 대사전) 내달리는 절정 직전이 진짜 너무 좋아!!!"
[악단광칠 단원들이 북미투어를 위해 출국 전 공항에서 '악단광칠'의 이니셜인 'ADG7'을 표현했다. 사진: 악단광칠 페이스북]
위의 인용문들은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악단광칠'이 어떤 음악 단체인지를 가늠하기 위해 단체의 공연 영상 아래에 엮인 관객들의 댓글 중에서 몇을 뽑아 본 것이다.
악단광칠은 [2018 KBS 국악 대상] 단체상을 받았다. '옛 황해도 소리를 뿌리로 전통과 현대를 유쾌하게 잇는 단체'라고 소개한다. '악단광칠'이라는 다소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름은 2015년도 대한민국 '광복 70주년'을 단체 이름에 차용하였다고 한다. 호기심과 설렘을 안고 악단광칠의 밴쿠버 공연이 열릴 리오 극장(Rio Theatre)으로 향했다.
주캐나다 한국문화원(원장 이성은)과 해외문화홍보원(KOCIS, 원장 박명순), '카라밴 월드 뮤직(Caravan World Music)'과 공연기획사 '소리(SORI)' 등 여러 기관이 공동 주최하여 한국의 대표 퓨전 국악 그룹인 악단광칠(ADG7)을 북미에 초청하였다.
[악단광칠 그룹 9인의 연주자들, "음악을 해서 '악단', 광복 70주년에 태어나 '광칠’이라고 한다." 사진: 악단광칠 페이스북]
북미 순회공연은 6월 9일 미국 일리노이주 놀스필드(Northfield, IL - Christian Heritage Academy), 10일 미국 디씨주 워싱턴(Washington, DC - National Museum of Asian Arts), 12일 미국 미시건주 안 아보(Ann Arbor, MI - Ann Arbor Summer Festival), 15일 미국 뉴욕주 뉴욕시티(New York, NY - Lincoln Center), 17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Seattle, WA - Town Hall Seattle), 그리고 캐나다에서는 18일 비씨주 빅토리아(Victoria, BC - Capital Ballroom)와 19일 비씨주 밴쿠버(Vancouver, BC - Rio Theatre)에서 진행됐다. 밴쿠버 공연은 2주간 숨 가쁘게 이어 달리는 공연 일정 중에서 일곱 번째 도시였고, 순회공연 일정의 마지막 공연이었다.
[공연 전 주캐나다 한국문화원이 극장 앞에 설치한 악단광칠의 이니셜인 ADG7 글자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캐나다인들과 한국 교민들, 사진: 통신원]
[공연 전 지역 신문사와 인터뷰 중에 손가락으로 숫자 '7'로 포즈 중인 악단 광칠 보컬 명월(본명: 안민영), 유월(이유진), 홍옥(방초롱), 사진:통신원]
[공연 소개 중인 ‘카라밴 월드 뮤직(Caravan World Music)사장 로버트 베나로야(Robert Benaroya), 사진: 통신원]
[공연 및 한국문화원 프로그램 설명 중인 이성은 주캐나다 한국문화원장, 사진: 통신원]
[악단광칠의 밴쿠버 리오 극장 공연, 사진: 통신원]
이성은 주캐나다 한국문화원장은 "한국의 대중 음악(K-Pop)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데 한국에는 매우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있고, 전통음악과 현대음악의 퓨전음악이 유행하는 추세다. 악단광칠은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재능있는 연주 그룹 중의 하나이며, 한국이 일제 식민지를 벗어난 1945년, 광복의 70주년 해인 2015년 시작되었고, 광복과 대한민국의 진정한 통일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은 이름을 단체의 이름으로 지었다. 여러분은 오늘 밤 한국인들의 매우 특별한 정신인 '흥'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라고 소개했다.
[연주 중인 악단광칠 보컬 명월(본명: 안민영), 홍옥(방초롱), 유월(이유진), 사진: 통신원]
이날 악단광칠의 연주는 그들의 인기 레퍼토리 곡인 '영정거리', '히히'를 비롯하여 '어차', '대감거리', '난봉가' 그리고 북청사자놀이의 리듬을 기반으로 한 '북청' 등을 선보였다. 첫 노래였던 '와대버(Whatever)'는 경기민요 '는실타령'의 "는실는실 느니가 난노 지화자 좋을시고"라는 후렴구 가사에서 영감을 받은 노래로 온갖 시련의 고생스러운 인생이지만 상관없이 'Whatever!'라고 외치며 헤쳐 나가자는 메시지를 담은 가사로 팬데믹으로 지친 관객에게 응원과 긍정 메시지를 안겨주었다.
특히 'Hey Hey Rise Up'은 우크라이나 민요였다. 이 노래의 배경을 소개하자면 이렇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여 전쟁을 일으켰고 며칠 후, 우크라이나 Boom Box 밴드 가수 안드리 킬빈욕(Andriy Khlyvnyuk)이 인스타 계정에 우크라이나 민요 'The Red Viburnum In The Meadow'를 불러 포스팅했다. 이를 본 영국 록밴드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가 안드리 킬빈욕의 노래 위에 핑크 플로이드의 연주를 녹음한 곡이 'Hey Hey Rise Up'이다. 이 노래를 영국 록밴드 핑크 플로이드는 삼백십육만 구독자가 있는 Pink Floyd 유튜브 계정에 포스팅해서 안드리 킬빈욕을 후원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 구호 기금 마련을 도모했다. 악단광칠은 핑크 플로이드와 킬빈욕의 'Hey Hey Rise Up'을 악단광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해서 이번 공연에서 소개하였고, 종전과 평화를 기원하며 연주했다. 좌중은 잠시 숙연해졌다.
[악단광칠의 무대, 캐나다 시민과 한인 교민 관객으로 가득 찬 객석, 사진 출처: 통신원]
[https://vancouversun.com/entertainment/music/ak-dan-gwang-chil-play-vancouver-june-1]
통신원이 자리 잡은 좌석 뒷줄에 매우 절친으로 보이는 두 명의 관객이 눈길을 끌었다. 어떻게 이 공연에 오게 되었는지를 물었다. 조앤(Joanne)이라는 여성은 Vancouver Sun 신문의 기사에서 언급한 악단광칠을 소개하는 New York Times 인용 내용이 흥미로워서 단체에 호기심이 생겼고, 친한 친구와 함께 관람하러 왔다고 대답했다. 이들은 공연 내내 즐겁게 관람한 것은 물론이고, 때론 좌석에서 일어나 춤도 추었다.
[악단광칠의 연주에 뜨겁게 반응하며 즐기는 관객들, 공연 후에는 많은 관객이 자리를 떠나지 않고 기립박수를 보냈고, 무대 앞으로 다가가 연주자와 함께 사진 촬영도 했다. 사진: 통신원]
한국 전통 공연팀의 방문에 반가운 마음으로 공연장을 찾았다는 한 교민에게 관람 소감을 물었다.
"한국의 밴드, 그것도 전통음악 연주단체의 공연에 이렇게 많은 캐나다인이 열광하는 모습을 어떻게 느끼시나요?"
"예상외로 객석을 가득 메운 많은 현지 캐나다인들을 보고 놀랐습니다. 그리고 물론 반갑고 자랑스러웠고요. 이 공연을 기획한 Caravan 그룹이 홍보를 잘하는구나 싶었어요. 중간에 우리의 전통 장단에 맞춰 어깨춤을 추는 그들을 보면서 정말 저도 흥겨워졌고요. 저도 자리에 앉아 이리저리 우리 전래의 어깨춤을 추면서 뭐랄까, 너무 되바라지지 않고 점잖으면서도 몸과 리듬이 한데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었어요. 언젠가는 우리 전통춤을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였어요."라고 흥분어린 표정으로 대답해주었다.
객석에는 주밴쿠버 총영사관 문화 담당 박지영 영사가 관객으로 방문해 있었다. 관람 소감을 물었다.
"악단광칠의 공연장에서 뜨겁게 환호하는 캐나다인들의 반응을 보시면서 느끼신 점은 무엇인가요?"
박지영 영사는 "지난 2년간 각종 비대면 문화행사가 추진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대면 행사에 대한 눌려있던 열망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번 공연은 한국 문화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신호탄이 된 것 같습니다. 한류에서 시작한 관심이 한국 문화 전반으로 확대되기를 바랍니다. 한국 캐나다 양국의 문화, 역사적 배경을 고려할 때 양국 국민 간 객관적 상호이해를 증진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한 다양한 공공 외교 문화행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밴쿠버 총영사관은 다음 달 신노이 국악 공연, 독도 세미나 등 다양한 행사 마련을 통해 한국 문화 및 한국 알리기를 해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관중과 소통하는 공연이 더 많이 개최되도록 총영사관에서도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답변해주었다.
악단광칠의 무대는 한국 전통 공연단에 대한 기대를 넘어서는 무엇이 있었다. 오랜 시간 고국 땅을 밟지 못한 교민을 달래는 위로의 노랫소리 뿐만 아니라, 파란 눈의 캐나다인들도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드는 기운이 가득했다.
통신원의 어린 시절에 어렴풋하게 굿에 대한 기억이 있다. 동네에 굿이 벌어지면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몰려가서 발 디딜 틈 없이 집을 가득 채웠다. 장구, 징을 연주하는 음악가들과 알록달록 푸른 쾌자와 붉은 치마를 입은 무당이 있었다. 쾡쾡 요란한 악기들의 쇳소리와 대화인지 혼잣말인지 헷갈리는 박수무당의 넋두리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 굿의 음악을 대중 음악으로 만든 악단광칠의 능력은 기발하다. 무대의 마지막에는 메인 보컬인 홍옥(방초롱) 씨가 집으로 돌아가는 관객들의 무사 귀환과 무병장수를 기원하고 빌어주었다. 음악을 해서 '악단', 광복 70주년에 태어나 '광칠'이라는 이름을 명명한 악단광칠은 이름만큼 신명나게 캐나다 관객에게 해방감을 선사했다.
2022년 6월 재외동포재단 스터디코리안 해외통신원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