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Title) : 사도신경 해설(Apostles Creed Commentary)
부제(Sub-Title) : 십자가에서 못 박혀 죽으신 후에 예수님의 영은 지옥으로 내려가셨는가?(Did the spirit of Jesus descend into hell after being nailed to the cross?)
성경 본문(Bible Text) : 누가복음 23장 43절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
“today you will be with me in paradise.”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후에 “다 이루었다.”고 하시고 고개를 숙이시고 죽음을 맞이하셨습니다.(“‘다 이루었다.’하시고 머리를 숙이니 영혼이 떠나가시니라.”-요 19:30) 우리는 이 구절에서 예수님의 영혼이 떠나가셨다는 표현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육체를 떠난 예수님의 영혼은 어디로 가셨는가? 이 구절의 내용에 대해 사도신경의 라틴어 본문과 영어 본문에서는 표현되어 있으나 한글 사도신경에는 표현되어 있지 않습니다.
사도신경의 라틴어 본문과 영어 본문의 어떤 버전(version)에서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 후에 “지옥으로 내려 가셨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그 본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라틴어 본문 - descendit ad inferos,(그는 지옥에 떨어졌다.)
영어 번역문 - descended into hell (그는 지옥으로 내려가셨다.)
이 두 본문은 모두 예수님께서 “지옥으로 내려가셨다.”는 표현입니다.
그런데 영어 본문 가운데에서는 비슷하지만 표현이 다른 것이 있습니다.
다른 영어 번역문 - He descended to the dead.(그는 죽은 자들에게 내려가셨다.)
이와 같이 라틴어 원문 사도신경이나 영어판 번역문들에서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신 후에 예수님의 영이 어디에 가셨는가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글로 번역된 사도신경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한국 개신교가 원래부터 전체 교회와 교단들이 함께 사용했던 사도신경과 대한 예수교 장로회 통합 교단이 독자적으로 만들어서 사용하는 사도신경이 있습니다.
이 두 번역된 사도신경에는 동일하게 예수님께서 “지옥으로 내려가셨다.”든가 혹은 “죽은 자들에게 내려가셨다.”는 표현이 생략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리고 영문 사도신경에서 “지옥으로 내려가셨다.(descended into hell)는 표현과 ”죽은 자들에게 내려가셨다.(descended to the dead.)“는 표현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이 두 가지에는 로마 카톨릭 교회와 개신교 사이에 신학적 차이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로마 카톨릭 교회는 연옥(煉獄.purgatory)의 존재를 믿고 있어서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신 후에 연옥으로 가셨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사도신경에서 ”지옥에 떨어지셨다. descendit ad inferos, descended into hell.)고 고백합니다. 영문 사도신경의 다른 버전에서는 “지옥으로 떨어지셨다.”는 표현 대신 “그가 죽은 자들에게 내려가셨다.(He descended to the dead.)”는 표현도 로마 카톨릭 교회의 연옥설을 인정하는 표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종교개혁의 신학과 신앙을 따르는 한국 개신교에서는 연옥의 존재를 믿지 않기 때문에 사도신경에서 “지옥에 떨어지셨다.”는 부분을 생략하여 신앙 고백문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 개신교가 사용하는 사도신경에서는 이 문구가 탈락되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점이 생깁니다. 사도신경의 라틴어 원문과 영문 번역본에 발견되는 “지옥으로 떨어지셨다.” 혹은 “죽은 자들에게 내려가셨다.”는 표현을 사도신경에서 생략하여 사용할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그러나 이 질문에 대해 우리는 ‘Yes“라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사도신경은 성경 본문이 아니기 때문이며 교회가 신앙을 극히 짧은 문장으로 표현하여 고백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은 원문에서 번역자 마음대로 더하거나 뺄 수 없습니다.(계 22:18~19) 그러나 사도신경은 성경 원문이 아니기 때문에 개신교단의 종교개혁의 신학과 정신에 따라 얼마든지 편집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더우기 사도신경의 라틴어 원문이 있기 전에 먼저 있었던 것은 사도신경의 근간이 되는 니케아 신경(Symbolum Nicaenum)입니다. 이 니케아 신경에서는 ”지옥으로 떨어지셨다.“든가 혹은 ”죽은 자들에게 내려가셨다.“는 표현은 없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한국 개신교회에서는 니케아 신경의 근본적인 내용을 사도신경에서 집어넣고 라틴어 원문에 있는 로마 카톨릭에서 연옥으로 주장할 수 있는 부분을 생략하여 사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종교개혁의 정신, 특히 ”오직 믿음(Sola Fide)“만을 따르는 개신교는 로마 카톨릭에서 주장하는 연옥설을 따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연옥설은 성경의 가장 근본적인 진리인 ”오직 믿음“을 부인하며 인간의 행위 구원과 다른 사람의 선행이 자신의 구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비성경적이고 이단적인 주장을 따르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죽으신 후에 어디에 계신지에 대해서는 우리는 어떤 의견도 달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음을 맞이하시고 영혼이 떠나신 후에 연옥에 가셨다는 것을 입증할 수 없습니다. 다만 예수님은 자신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던 오른편 강도에게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눅 23:43)고 하심으로 예수님의 영이 강도와 함께 낙원에 이르셨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영이 있지도 않은 연옥에 내려가셨다든가 지옥으로 가셨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우리는 사도신경에서 로마 카톨릭이 주장하는 연옥설을 표현하는 문장을 생략하여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사도신경을 고백해야만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