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음 소희(Next Sohee)』를 보고 (2)
3. ‘다음 소희’보호법(현장실습생 보호법) 의결
마침내 이 영화를 계기로 직업계고 현장실습생을, 직장 내 괴롭힘과 노동착취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현장실습생 보호법’이 얼마 전(2023.02.27) 가까스로 국회교육위원회를 통과했다는 소식이다. 발의 후 1년 이상 계류되어 왔던 법안이 통과된 건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사망사건을 다룬 이 작품이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킨 결과일 것이다. 이는 영화 ‘다음 소희’가 갖는 여파로 인한 법안이기에 영화의 작품성에 따른 파장은 적지 않다는 결론이다.
이 영화를 두고 ‘올해 가장 큰 울림을 선사한 영화’라 하는 것도, 이 영화가 법을 통과시킬 만큼의 파급력을 지녔기 때문일 것이다. “일은 할 만해? 또 욱하면 누구한테라도 말해. 말해도 돼”라는 형사의 따스한 대사는 여전히 위험하고 힘든 노동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돌보지 않으며, 현장 실습이라는 이유로 학생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사회와 어른들에 대한 비판의 소리이다. 이렇듯 형사 유진은 소희가 경험했던 장소와 사람들을 마주하며 부당함에 대해 소리치고 분노하는 과정에서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중요한 포인트가 되고 있다.
또한 이 영화는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꼬집고 있기에 더욱 훌륭한 작품이다. 형사 유진은 소희가 죽기 전까지의 흔적을 찾아 나서는 과정에서도 같은 형사들조차 “적당히 하십시다. 그래서요? 다음은 교육부 가시렵니까? 그 다음은요?”라는 말들로 수사는 난항을 겪는다. 아이의 죽음에 어른으로써 누구하나 책임지려 하지 않는 사회. 영화는 “내 얼굴 봐서 참아” 라고 말하는 학교 선생님, “오히려 우리가 피해자“라며 따지는 기업체, “적당히 합시다. 그 다음은요?”라며 훈계하는 교육청, “개인의 성격 탓”으로 수사를 종결하려는 경찰이 있을 뿐이다. 덕성여대 김관욱 교수는 영화가 주는 제목처럼 “주인공 소희가 끝이 아님을, 그 어디엔가 소희의 ‘다음’이 될 누군가에 주목해주길 요청”하고 있다. 이는 그 어디엔가 소희의 ‘다음’이 될 제 2의 3의 소희가 있을 수 있다는 한국 사회의 불합리한 구조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어린 청소년들이지만 부당함에 대한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어른들이 이 사회에는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다운 자유와 존엄이 사라지고 경쟁을 위해 숫자와 점수로만 표시되는 사회. 이러한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의 무력한 삶이 사라지기 위해서는, 분노를 넘어선 사회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끊임없는 어른들의 자성의 목소리를 지적하고 있다. 팀장이 죽고, 다음의 소희, 소희 다음에 올 친구들을 걱정하는 형사 유진의 마음은 우리 모두의 마음이다.
끝으로, ‘현장실습생 보호법’은 실화를 소재로 한 ‘다음 소희’가 지닌 영화의 힘이란 점에서 작품의 무게를 실감하며, 이것이 어른들이 모든 소희에게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