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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
인트로
어둠속에서의 화면이 밝아지면, 개기월식의 모습이 보여지고,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 보이지 않던 달이 서서히 둥근 원이 되어지고,
원에서 투영되어지는 시계탑속의 시계.
둥근 원을 따라 카메라 이동하면 신라대학의 전경이 (미니어쳐)로 보여진다.
서서히 포근하고 따뜻하게 소복소복 쌓여가는 하얀 눈.
내리는 눈을따라 카메라 이동하면 시계탑 옆으로 수위실이 보이고,
(플래쉬 빽-FIash BacK)
난로위에 놓여져 있는 주전자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오고 있고,
지난 시절의 회상에 잠긴 듯 .
호~입김을 불어 서린 창가를 옷소매로 조심스럽게 닦으며, 창문밖 교정을 바라보는 수위.
멀리 시계탑이 보이고 온세상을 뒤덮듯이 펑펑 내리는 눈.
이러한 그림들과 어울리는 소리위로 오프닝 크레딧 오르고 화면 화이트.
하얀 화면이 서서히 사라지면
푸른 수면위로 서서히 춤을 추듯 떠오르는
메인 타이틀 <동감(同感)>
일몰과 함께 사라지는 타이틀.
암전 위에 자막 <1979년 가을>
씬 1 신라 대학
경쾌한 음악과 함께, 대학켐퍼스의 젊고 밝은 모습들이 역동적으로 펼쳐진다.
학교 입구에 걸려있는 여러개의 현수막.
우거진 나무 숲길 사이로 멀리 시계탑이 보이고, 많은 학생들....
학생 시위에 관련된 전단을 나눠주는 학생들의 모습도 보이고,
교실...복도... 이곳저곳.... 그 사이로 허둥지둥 이 교실 저 교실을 둘러보며 다니는
소은이가 사람들 틈으로 보인다.
소은 가방에 달랑 달랑 매달려, 반짝거리는 "수정 열쇠고리"
씬 2 과 사무실
소은, 과 사무실로 들어온다.
사람들이 붐비는 사무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와 벽에 걸려 있는 학생들의 사진 명단을 본다.
그 중에 제일 끝에 복학생란에서 동희의 얼굴을 본다.
소은 얼굴에 도는 흥분감과 미소.
조교 : 윤소은,
소은 : (놀라며) 네?
조교 : 선미 병원에 입원했다며?
소은 : 네... 아까 갔다 왔거든요.
조교 : 그래? 얼마나 다쳤대?
소은 : 다리가 부러졌나봐요? 깁스를 하고 있거든요. 한...일 이주일은 병원에 있어야 한다던데...
조교 : 후... 자식, 자전거를 타고 아예 곡예를 했구만...
근데 넌 언제 알고 간 거야... 조금 전에 다쳤다던데?
소은 : 그게... (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제가 뒤에 타고 있었거든요.
조교 : (할말이 없다는 듯) ....후......... 둘의 우정 부디 오래 가라...
소은, 멀쓱히 웃고 나가려다
소은 : 근데 조교님... 동희 선배님은 복학하신 건가요?
조교 : 그 친구가 뭐, 영문과로 복학했니? 투쟁하러 복귀했지.... 뭐 그리 세상에 불만이 많은지
그러면서도 군대는 어떻게 버텼는지... 지금도 동아리방 어디선가 회의하고 있을거야.
소은 나간다.
씬 3 교정....건물....복도....계단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과 함께....
해맑은 미소의 소은, 뛰는 걸음으로 종종 거리며 돌아다닌다.
가끔씩 반짝거리는 핸드백에 매달린 "수정 열쇠고리"
그녀 모습 사이사이로 학교 교정의 모습과 1979년 가을 풍경이 한폭의 수채화 처럼 펼쳐진다.
씬 4 무선 통신 동아리 방
방안에는 동아리 학생들이 무엇인가를 보려고 둘러 앉아 있다.
가운데에서는 여학생과 남학생 두명이 무선기를 조립하고 있다.
시간을 재며 서로 시합을 하고 있고 주위의 학생들...편을 갈라 응원하고 있다.
복도 창문으로 소은이가 지나가다가 힐끔 그 안을 쳐다본다.
씬 5 복도
소은, 무선 동아리 방을 보다간 이내 거기가 아닌 듯 옆방으로 시선을 가져 간다.
그리고 그 방 - 학생회 - 안에서 사람들과 얘기를 하는 동희를 발견 하곤 재빨리 고개를 감춘다.
다시, 고개를 살짝 들어 그를 본다. 아, 동희!
소은이 짝사랑하는 선배다. 이번에 복학한다는 얘길 들었다.
그를 훔쳐 보는 소은.
흥분된 미소가 감돈다.
씬 6 무선 동아리 방.
사람들의 응원 속에 둘의 무선기 조립 시합은 계속되고,
여학생이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조립을 거의 완성하고,
남학생은 어디쯤에선가 헤매고 있다.
드디어 여학생이 조립을 완성한다.
시계를 들고 있던 어떤 학생, 스톱워치를 누른다.
학생1 : 4분58초!
모두 : 우와!!!!!!!!
학생1 : 마의 5분대를 깨는 감격적인 순간. 여자의 정교한 손끝이 남자의 우월함을 누르는 순간입니다.
학생2 : (억울하다는 듯) 잠깐 이거 뭔가 좀 이상해... 이쪽 트랜지스터 하나가 빠졌어.
이런 걸로 어떻게 조립을 하란 거야. 이거 누가 준거야.
여학생 : 선배, 패배도 맑고 깨끗한 패배라는 게 있어.
그런 식으로 둘러대는 비굴한 핑계는 자학이다. 응.
학생1 : 넌 어떻게 말발로도 지냐?..... 됐어 . 게임은 끝났고, 오늘 막걸리는 15기들이 낸다.
모두 : 우와!!!!!!
학생2, 주머니에서 동전 몇개를 꺼내어 책상 위에 올려 놓으며...
학생2 : 이게 전부니까 알아서들해! 나 간다.
가방을 챙겨 도망가는 학생2.
학생들, 어이가 없는 듯. 학생2를 쫓아가고,
모두들 나가고 아무도 없는 텅빈 동아리방에는 무선기만 덩그러니 남아있고,
십원짜리 동전한개가 굴러와 무선기 안으로 들어간다.
영화, 그 무선기를 힘 주어 담아낸다.
씬 7 복도
소은, 학생회 방을 보다가,
옆방에서 사람들 우르르 나오는것에 놀라 딴청을 부린다.
무선기 동아리 학생들 소은 앞을 스쳐 지나가고...
소은, 그들이 다 지나갈때까지 벽에 달라붙어 움직이지 못한다.
그들이 다 지나가고 몸을 펴려는 순간,
학생회 방에서도 사람들 우르르 나온다.
순간, 황급히 몸을 옆방으로 숨기는 소은.
소은, 바로 앞 테이블에 놓여 있는 덮개가 열려있는 그 무선기.
소은 등 뒤 창가 복도로 학생회 방 사람들 지나간다.
소은, 등돌린 채 자신 앞의 무선기만 멍하게 보고 있다간....
모두가 지나간 것을 느끼고 뒤돈다.
그때, 조금은 늦게 나온 동희와 얼굴이 마주친다.
교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마주친 둘....
둘의 미묘한 감정 흐르며....
동희 순간 멈칫 하다가....
동희 : (밖에서 하는 말이라 들리진 않고 입모양만) 혹시... 소은이?
소은 : (복도에서 보이는 모습. 역시 입모양만....) 혹시 ....
소은, 동희를 보고서 너무나 기쁘지만, 애써 겨우 생각해 낸 척 하며....
둘.... 문으로 간다.
동희 : 너 소은이 맞지?
소은 : (홍조띤 모습으로) 네 선배님.... 잠깐 저기 선배님 이름이....
동희 : 녀석, 벌써.... 이름도 까먹었니?
소은 : 아, 맞다... 동희 선배.. 아니, 군대 간줄 알았는데. 복학 하셨어요.
동희 : 응...이번에 ...
둘 말없이 어색한 미소....잠깐.
동희 : 여기는....써클?
소은 : 네?... 아네. (엉겁결에 옆의 무선기를 집어든다) 그냥... 취미 삼아....
동희 : "햄" 을 하다니... 뜻밖인데...
소은 : (둘러대며) 네... 그냥....좋아해서...
동희 : ......아하.....
약간 사이.
동희 : 그래... 그럼 나중에 또 보자.
동희, 돌아간다.
소은 : 저기...
동희 멈춘다. 뒤돌아 소은을 본다.
소은 : (음....할말이 없는데) 어.....이름 기억 못한 거 죄송해요. 원체 기억력이 좀...
동희 : 괜찮아. 아 참, (웃으며) 부대로 보내준 편지들 고마웠다.
그렇게 꼬박꼬박 보내준 사람은 너밖에 없거든......
동희 간다.
어색한 연기가 들통 난 소은...하지만 그의 미소에 기분이 좋아지며....
웃으며 반대편 복도로 가는 소은, 자신도 모르게 무선기를 들고 있다.
복도를 돌아 계단을 내려와 현관 대형 거울 앞에 선다.
자신의 모습을 웃으며 바라본다.
그러다간 시선이 들고 있는 무선기에게로 간다.
표정 확 변한다. '어머나....내 정신 좀 봐' 하며, 다시 뛰어 올라간다.
허나 문이 잠겨 있고,
복도 저 앞으로 수위 아저씨가 열쇠 꾸러미를 들고 가고 있다.
소은 ' 어쩌지 ' 하며 ... 한숨.
씬 8 밤.... 소은 집 전경
도심 외곽지역, 가로수 양옆으로 길게 뻗어있는 널찍한 도로.
간간히 시내 버스가 지나가고.... 멀리 기찻길이 보인다.
한적한 동네골목.
이파리 넓은 나무들 사이로 드러나는 오래돼 보이는 낡은 이층집.
불켜진 소은의 방으로 연한 스탠드 불빛이 새어 나온다.
씬 9 방 안
소은의 아담한 이층방.
창밖으로 별이 총총히 떠있는 밤.
창문가에는 아이보리빛 커텐이 앙증맞게 묶여져 있고
방안에는 미니옷장, 촌스러운 나무색 테두리의 거울,
낡은듯한 침대지만 테디베어와 함께 예쁘게 꾸며져 있고
벽에는 제임스 딘과 오드리 햅번 포스터가 붙여져 있다.
방 한구석 하다만듯한 퀼트 재료와 접다만 종이학 꾸러미도 보인다.
책상위 어항속에 청거북이가 눈에 띈다. .
소은, 이불을 뒤집어 쓰고 동희를 생각한다.
창밖에서 간간히 들려오는 찹쌀떡~ 메밀묵~ 하는 소리.
일기를 쓰듯 메모를 하고....
펼쳐 놓은 사진첩에서 동희와 찍은 단체 사진도 본다.
그녀 저 뒤편 책상 위의 무선기.
창문의 커텐을 젖히며 밤하늘을 바라보는 소은.
총총히 떠있는 별들과 둥글게 떠있는 예쁜달!
영화는 다시 그 무선기를 강조하고.... 그위로 부드럽게 해가뜬다.
씬 10 무선 동아리 방
남학생과 그 앞의 소은.
소은 : 미안합니다. 피치 못하게..... 그냥 구경만 하려던 건데...
남학생 : 후....제 입에서 술 냄새 납니까?
소은 : (인상이 구겨지다 애써 웃으며) 쬐금요...
남학생 : 그 무선기 때문에 마신 술입니다. 물론 술값도 제가 냈죠.
어차피 고장나고 옛날거라 부품도 없는 거에요. 가지세요.
그게 옆에 있으면 술 먹을 일이 많아질 거 같아요.
그때, 동희 복도로 지나간다.
소은 : 네...그럼 고맙습니다.
자리를 떠서 동희 뒤로....
소은 : 선배님.....!
동희, 멈춘다.
뒤돌아 소은을 본다
동희 : (들고 있는 무선기를 보고) 열심이네. 그건 소은이꺼니?
소은 : 아...네.
소은 옆으로 남학생이 다가서서 동희를 본다.
소은 그 남학생을 힐끔 보다간... 다시 무선기를 번갈아 어색하게 보며....
소은 : (남학생에게) 이거 제꺼 맞죠?
남학생 : 네?...네. 그렇죠.
소은 : (어색한 웃음) 제꺼.... 호호.... 재밌어요. 은근히.. (꾸벅 인사하곤) 안녕히 계세요.
남학생...멍한 얼굴이고....
동희, 가는 소은을 귀엽게 바라본다.
씬 11 운동장
오후의 뜨거운 햇살아래,
캠퍼스 운동장 한켠엔 먼지를 날리며 럭비를 하고있는 한무리의 학생들 ...
주변에 그들의 웃옷들과 음료수 박스 .
멀리서 동희의 럭비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소은.
그녀의 손에 들린 무선기.
동희, 경기 중에 무의식적으로 소은쪽을 본다.
소은...놀란 듯 ...
동희 웃으며 손을 흔든다.
소은, 어색하게 미소 지으며 부끄러운 듯 손을 흔들어 준다.
그때, 자기 옆으로 손을 흔들며 지나가는 한 무리의 남자들...
남자들 : (동희에게 손을 흔들어 주며) 너무 힘 빼지마... 쓰러진다.
소은, 멀쓱 해지며 흔들던 손을 내린다.
씬 12 소은의 몽따쥬.
교정에 불어오는 한줄기 바람으로 인해 낙엽들이 떨어지고
떨어지는 낙엽 사이를 거니는 소은.
시계탑 앞에서서 두팔을 벌리고 하늘을 바라보는 행복한 소은의 부감.
수업을 받고 있는 강의실.
영문과 수업이 한창이다.
여학생 한명이 영문시 "애너벨 리"를 오리지널 발음으로 감정을 넣어 읊고있고 ...
교수와 학생들은 모두 귀기울여 듣고 있다.
소은, 강의는 뒤로한채 ...
창밖을 바라보며 혼자 멍하니 웃고 있다.
그 옆 친구 그녀를 묘하게 보고...
씬 13 병원
나른한 오후.
따사로운 햇살이 하얀 커튼 사이로 병실을 비추고 있고,
약간의 바람으로 인해....나풀거리는 하얀 커튼이 눈이 부실정도로 아름답다.
세명 정도의 환자가 생활할수 있을 만큼의 공간.
꽃병에 장미꽃이 한아름 꽂혀 있고 음료수 박스도 보인다.
창가 부근 침대에 선미가 누워서 깁스를 한 다리를 올려놓고 있다.
그 옆에는 소은이도 누워 있다.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있는 둘.
웃긴다.
선미 : 그래서? ... 이틀 연속 얘길 나눈거에 지금 그렇게 감동하고 있는 거야?
소은 : 이상해...정말 이상 한 거야. (가슴에 손을 갖다대며)
숨이 턱 막혀 오면서 피가 머리로 다 쏠리는 거 같아.
그 사람이 내 이름 부를 때... '소은아...소은아...' 하!...내 이름은 왜 이렇게 이쁘니?
소은아....소은아...
선미 : (이상한 목소리로) 소은아... 침대 하나 비워 둘게 오늘부터 누워 있어라.
너 오늘 보니까 아주 중증이다 !
소은 : 넌 정말 몰라. 있잖아 .... 그 사람 날 볼 때 내 눈동자를 번갈아 본다.
왼쪽 오른쪽, 번갈아 보면서 얘길 해.
코나 입이나 바닥이나... 다른 곳을 보며 얘길 할 수도 있는데 항상 똑같애.
내 눈... 왼쪽...오른쪽...
선미 : 그럼 넌 어딜 보면서 얘길 하는데?
소은 : ....나?...아, 기억이 안나. 내가 어딜 보고 얘길 했지?
몰라...아무튼 심장이 터질거 같고...몸 어느 한 근육이 움찔거리면서
신경이 다 죽은 거 같은 기분이 들어. 이런 게 사랑이니?
선미 : 나 그 기분 알아..... 근데 그거 사랑은 아닌 거 같아.
소은 : 너도 그런 기분 느껴본 적 있어?
선미 : (고개 끄덕) 응... 다리 부러질 때 딱 그런 기분이었어.
심장이 터지고 몸 어느 한 근육이 움찔거리는 거....
소은 : 뭐?
선미 : 엎어진 나한테 니가 와서 그랬지. '어머 선미야 괜찮아'
그때 너 내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을 번갈아 가며 말했어....
그럼?....어머 어떡해? 나 너 사랑 하나봐...
선미 불편한 몸을 돌려 소은을 껴안으며 장난친다.
둘...침대에서 엎치락뒤치락 껴안으며 웃는다.
맞은편의 어떤 아줌마 환자.....
세상의 종말이 왔다는 듯 혐오스러운 눈으로 그 두 여자를 바라본다.
씬 14 집에 가는 버스 안.
버스 안 라디오에선 잔잔한 선율이 흐르고,
소은, 한손에는 책을 들고 있지만 책은 보지않고,
창 밖의 청아한 풍경 혹은 햇살에 넋이 나가 있다.
소은, 앞의 좌석에 앉은 누군가 일어나 내리고 자리가 비었는데도 멍한 소은...
창 밖만 보고....옆의 어떤 아줌마, 소은의 눈치를 보다간 슬쩍 들어와 앉는다.
(라디오 멘트) : 수 톰슨의 "새드 무비" 들으셨습니다.
오늘밤 개기월식이 있다고 하는데요.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 보이지 않는 현상이죠.
월식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달이 지구의 본 그림자와 1도 이내의
적경 및 적위차를 가져야 한다는군요.
날씨가 좋은날엔 어디서든지 볼수가 있다고 하니까....
요즘처럼 화창한 날씨면 고개만 들어도 볼수 있을 것 같군요!
오늘 밤,그 멋진 광경 놓치지 마시기 바라구요,
이번에 들으실 곡은.... " ONE SUMMER NIGHT "
씬 15 소은의 집
거실.
텔레비젼으로 나오는 1979 년도의 화면....뉴스가 보여지고,
소은의 식구 - 아빠, 엄마 - 텔레비젼을 보며 다과를 하는데...
소은 멍하게 딴 생각에 빠진 얼굴.
소은의 아빠, 그런 소은의 얼굴을 힐끔 보더니 슬쩍 소은에게
아빠 : 오늘, 개기월식이 있다는데.... 옥상 올라가서 우리 그거나 볼까?
소은 : ...............
아빠 : 선미가 병원에 있다구?
소은 : .........(멍하니 대답 없이)
엄마, 소은을 보더니 다시 아빠를 보곤 고개를 갸우뚱....
씬 16 소은의 방
무선기가 책상 위에 놓여 있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음악.
소은 침대에 앉아 손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본다.
그리고 입술을 움직이며 뭔가 흥얼거린다.
그때, 라디오의 잡음이 커지며 99년의 음악인 테크노댄스가 79년의 음악과 간간히 섞여 들려 오고,
창문 밖 바람소리가 커지며,
갑자기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소은.
어느덧 온 동네 개들이 한꺼번에 짖어대기 시작하고
그제서야 생각난 듯 부랴부랴 창가로 가는 소은.
경이로운 표정으로 개기월식(C.G)을 지켜본다.
신비감이 도는 푸르스름한 달 !
씬 17 시계탑(CG)
달이 가리워 지면 시계탑의 초침이 멈춘다.
세상모든게 멈춰지고, 바람만이 낙엽들을 흩날리는 고요함.
날리던 바람과 낙엽들도 멈추고, 지나던 학생들도 모두멈춘 상태다.
서서히 달빛이 보이고, 달빛에 닿는 모든 사물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다시 움직이는 시계초침.
아무일 없었다는 듯 갈길을 가는 사람들.
씬 18 소은의 방
개기월식에 흠뻑 취해있는 소은.
순간, 지지직- 노이즈와 함께 소은의 무선기에 교신이 온다.
인(무선음) : CALLING CQ CQ CQ 여기는 DS1AVO .
텔타 시에러 원 알파 빅토르 오스카 CALL 응답 바랍니다.
CALLING CQ CQ CQ 여기는 DS1AVO .
델타 시에러 원 알파 빅토르 오스카 CALL 응답 바랍니다.
당황한 소은, 소리나는 쪽을 보면
창가옆 책상에 놓여있는 무선기에서는 계속해서 인의 무선음이 들려오고....
소은, 망설이다가 무선기로 다가가 앉는다.
무선 사용법을 몰라 해매다가 겨우 응답한다.
소은 : (무선기에 어정쩡하게) 네, 여.. 여보세요?
인(무선음) : (당황한 목소리) 여보세요.... 라뇨?
그때, 울리는 전화벨 소리
소은 놀라서 무선기를 확 끊어 버린다.
울리는 전화벨, 황급히 받는 소은.
전화, 선미다.
선미와의 통화.
소은 : 어, 선미야? ...깜짝 놀랬어.... 아니...그냥.. 뭘 좀 하다가..
근데, 어디니? ...아, 그렇지.. 병원이지.
뭐? .... 미쳤어? 나오면 어떻게 해? ...얘는 개기월식이 뭐 그리 대단하니?
....내일? 그래 들를게... 여보세요?....
전화가 끊겼다.
다시 몸을 돌려 무선기를 본다.
이리저리.....
송신기에 입을 대고 입술만 움직여 본다.
씬 19 소은의 학교
맑게 내려 쬐는 햇살.
미류나무 가로수가 곧게 뻗어 있는 교정.
학생들의 모습에서 활기가 넘처 보이고....
스산한 가을 바람을 등지고 서서 음료수를 마시거나, 책을 보는 학생들의 모습.
시계탑 앞 벤치에 앉아 떠드는 여학생들의 모습에서 평온한 아름다움이 보인다.
그 와중에 느껴지는 1979년의 대학 캠퍼스..
씬 20 강의실
수업을 받고 있는 소은.
교실 뒤쪽으로 동희도 보인다.
소은 신경이 계속 동희쪽으로 간다.
손에 든 작은 손거울.
그 거울의 반사로 들어온 동희의 얼굴.
소은 계속 거울을 통해 동희를 본다.
허나, 햇빛이 거울에 반사되고 다시 뒤쪽 큰 거울에 반사되어
교수의 얼굴에 하얀 반사가 비춰지는 것을 알지 못한 채....
교수 강의 중에 눈부셔 하며 살짝 피하자 칠판에 떨어지는 빛.
교수, 어디서 빛이 오는지 둘러보다 소은을 발견한다.
교수....조용히 옆에 놓인 양철 컵 받침대를(아니면 자신의 손목 시계를) 들어
그 빛을 다시 소은의 얼굴에 되 반사시킨다.
소은 갑자기 눈부시며 정신 차린다.
학생들 킥킥대며 웃는다.
동희 살짝 소은을 바라본다.
(시간 경과)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 각자 정리하며 일어나는데...
동희 소은에게 다가온다.
동희 : 윤소은...
소은 : (놀라...) 네?
동희 : 오늘 바쁘니?
소은 : 네?.... 아뇨...그냥
동희 : 지금 어디 가나? 괜찮으면 나랑 연극 볼까?
소은 : 연극이요?
동희 : 응.... 인문대 극회 공연인데....고등학교 동창놈이 연출했거든...
하도 성화래서 얼굴 도장이나 찍고 와야 되는데... 난 그런데 익숙치가 않아.
너 연극 좋아하면 같이 가자구.
소은 : (웃으며 단번에) 네... 저 좋아해요.
(그러다간...다시...선뜻 대답을 했다는 생각에) 근데... 작품이 어떤거죠?
동희 : 어....글쎄....제목이 뭐더라...꽤 긴데... 가서 보면 알겠지.
아무튼 이따가 7시 공연인데 괜찮겠어.
소은 : 그래요...그러면....
아차! 선미랑 약속!
소은 얼굴 굳어지고 난처한 표정으로 변하며,
소은 : 어머...근데.... 저기...선배님...제가 깜박 했는데 어쩌죠? 오늘 제가 약속이 있었네요.
동희 : 아...그래? ...그래, 할 수 없지... 갑자기 얘기한 게 잘못이지....
후, 아무튼 여자랑 데이트 한번 하는것도 작전 잘 짜고 해야지....
갑자기 이러는 건 확률이 없구나. 하긴 순발력은 럭비할때나 필요한 거지...안 통하네.
소은, 겸연쩍은 미소.
씬 21 선미의 병원
선미, 환자복을 벗고 소은이가 가져온 옷을 갈아입고 있다.
소은이는 동희와의 약속을 거절해서인지...속상한 얼굴.
선미 : 얼굴이 왜 그래? 뭐 안 좋은 일이라도 있어?
소은 : 아니야...... 근데...어딜 가겠다고 이래? 나중에 내가 혼나는 거 아냐?
선미 : 아마...그럴 꺼야. 우리 부모님한테 들키면 니가 꼬셨다고 그럴 거 거든...
소은 : (피식) 기집애... 정말로 어딜가려구?...그 다리로?
선미 : 나랑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미윤이 있잖아. 국문과. 걔네, 극회에서 무슨 연극을 공연하는데
자기가 주연이래. 꼭 가준다고 했는데....어쩔 수 없잖아.
소은, 깜짝 놀란다....혹시....
소은 : 그래? ...그 공연 제목이 뭔데?
선미 : 제목?... 글쎄 ...뭐더라...아무튼 무진장 긴 거였는데...
소은, 얼굴에 살짝 미소.
씬 22 공연장 입구
입구에 정말로 긴 제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제목- 우리의 인생은 굴곡이 많으니 언제나 그렇듯 박수칠 때 떠나자.
씬 23 공연장 안
소은,한손에 목발을 들고 다른 한손으로는 선미를 부축하며 들어온다.
뻥튀기 봉지와 사이다를 들고 있는 선미.
소은, 자리를 둘러보며 동희를 찾아본다.
아, 저기... 동희가 있다.
선미를 부축해 그의 옆으로 가서 앉는다.
동희 놀라서 소은을 보고...
소은 씨익 웃고....슬쩍 옆의 선미도 손으로 인사시켜 준다.
동희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선미, 동희와 소은에게 뻥튀기를 건네준다.
공연보다도 뻥튀기 먹는거에 더 열중하는 선미의 모습.
동희, 귀여운 듯 바라보고,
소은, 조금은 민망해 하고,
시간은 흐르고 연극은 공연되어지고 있고
소은 연극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옆자리 동희만 보고.... 동희가 웃으면 따라 웃고....
동희가 심각해지면 같이 심각해진다.
씬 24 병원 입구
병원 입구쪽으로 환자들의 모습 보이고,
분주히 움직이는 의사와 간호사들의 모습.
선미가 들어가려 하고....
그 앞에 소은... 동희도 있다.
소은 : 괜찮겠어? 병실까지 가줄게...
선미 : 됐어, 살살 움직이는 것도 괜찮고... 가세요. 오늘 만나서 반가웠어요.
동희 : 네. 정말로 괜찮겠어요? 계단도 올라가야 한다며?
선미 : 괜찮아요.
뒤뚱 거리며 조금은 우스꽝스럽게 병원 안으로 들어가는 선미.
선미를 바라보는 동희와 소은.
씬 25 소은의 집. 부근 다리
한옥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고,
마을과 마을 사이로 조그마한 개천이 보이고,
유유히 흐르는 물줄기, 오래된듯한 다리.
다리 중간에 있는 가로등 불빛이 블루톤을 띄우며 빛을 발하고 있고,
딸랑거리며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메밀묵 아저씨.
다리위를 걷고있는 소은과 동희.
동희 : 들어가면 곧장 자?
소은 : 아니 곧장은 아니고 뭐 이것저것 씻고 책도 보고
동희 : 무선도 하고?
소은 : 네?...아...네...가끔...
동희 : 언제 시간 되면 나도 가르쳐 주렴.
소은 : 네?...아...그러죠....시간 되면...
씬 26 소은 방
소은 동희를 생각하다가.... 들려오는 무선기의 신호음.
보여지는 그림
C.G / 달 뒤로 보여지는 지구, 서서히 움직이며 포개지고
그 그림자 자연스레 소은의 방 무선기의 불빛과 디졸브 된다.
무선기 앞의 소은.
소은 : 여...여보세요?
인(무선음) : CALL에 응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국 소개말씀 드리겠습니다.
QTH는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에 있습니다. QTA는 DS1AVO입니다.
마이크 잡고있는 본OP(국장)는 신라대에 다니고 있습니다.
저의 이름은....지우개할 때 지, 인간성할 때 인. 지인입니다.
RST는 59로 깨끗하게 들립니다. 마이크 넘깁니다. 여기는 DS1AVO.
소은, 계속 어쩔줄 몰라하며....
소은 : 여...여보세요?
인(무선음) : 컨텍(CANTACT)되었습니다. 혹시 '햄' 초보자 이십니까?
아.. 아니.... 그러니까 제말은 교신 처음 하시냐구요?
소은 : 네....
인(무선음) : 그렇군요. 처음에는 다 그렇죠 뭐. 근데 자꾸하다보면 PC통신보다 더 쉬워요.
소은, 손톱을 물어 뜯으며 ... PC가 뭐지? 하는 표정.
인(무선음) : 전 지,인, 이라고 합니다. 서로 인사부터 하죠.
소은 : 전지인씨... 제 이름은 윤소은이예요.
인(무선음) : (웃음소리) 전지인이 아니고 지인입니다. 인, 외자거든요.
소은 : 어머, 미안해요. 근데, 인씨는 이거 하신지 꽤 오래 되셨나 봐요.
인(무선음) : (으시대며) 몇 년밖에 안됐어요. 소은씨도 금방 익숙해 질겁니다.
이게 생각보다 재밌거든요.
소은 : 안 그래도 배워야 되는데... 가르쳐주실 수 있으세요?
인(무선음) : (반가워하며) 물론이죠. 처음 햄 시작할때 보던 ' 아마추어 무선 ' 책이 있는데...
책을 먼저 드릴께요. 전 신라대 다니는데 그쪽도 학생이세요?
소은 : (놀라며) 어머머.... 저도 신라대 영문과에 다니는데...
인(무선음) : 와하..... 같은 학교 사람을 만나다니 반갑습니다. 그런데 왜 동아리에 안 들어 오셨죠?
소은 : 네?...아네...그게 사정이 있어서....
인(무선음) : 혼자서 무선을 하시겠다?... 그것도 영문과 여학생이?...재미있군요.
소은 : ....
인(무선음) : 잘 됐네요. 그럼 내일 학교에서 만나서 드리면 되겠네요.
소은 : (무선기에 약간 꺼리는 목소리로) 내일이요?
인(무선음) : 너무 급했나요 . 제가?
소은 : (망설이다가) 아니요...그런게 아니고.....너무 고마워서...그래요...그럼...
인(무선음) : 그럼, 어디서 볼까요? 학교 시계탑에서 어때요? 본관 앞에 있는 시계탑
소은 : 아... 새로 만드는...
인(무선음) : 네?
소은 : 좋아요. 그럼 시계탑에서 2시에 만나요.
신기한 듯 무선기를 들었다 놓았다 해보는 소은.
꽂혀있지 않는 플러그는 무선기에 메달려 달랑거린다.
씬 27 학교 시계탑
공사중인 포장이 덮어 씌워진 시계탑
그 앞에서 소은, 기다린다...그녀의 시계 두 시를 다가가다간...이내 넘어간다.
시간은 흘러가고 시계탑 앞을 학생회 간부들이 전단을 뿌리며 지나간다.
소은의 기다림.
조금씩 일그러지는 소은의 표정.
갑자기 들려오는 학생들의 구호소리(독재타도/호헌철폐)와 최루탄 소리가 뒤섞여 들린다.
그 소리 점점 가까워 오고....점점 초조해지는 소은은 주변을 두리번 거린다.
시계탑 주변으로 학생들이 손수건으로 얼굴을 막으며 이리저리 뛰어 다니고....
카메라 그녀를 담고 공사중인 시계탑을 천천히 돈다.
최루탄 가스에 소은도 눈물을 흘린다.
얼굴을 타고 내려와 바닥에 떨어지는 소은의 눈물 방울.
메마른 바닥에 떨어지는 소은의 눈물방울이 어느덧 두방울 새방울이 되어지다가....
어느 새인가....공사커버가 벗겨져 나가 있고......주위의 소음이 바뀌고........장대비가 내린다.......
다시 소은이 있던 자리로 돌아오면 그 자리엔 1999년의 인이 서있다.
우산도 없이 비를 쫄딱 맞으며 ....
그의 머리 위로는 20년 전에 세워진 시계탑이 서있고 그 시계 4시를 가리킨다.
흠뻑 젖어있는 인의 머리위로 하얀 우산한개가 씌워진다.
드러나는 얼굴 ... 현지의 모습. 우산을 씌워주며
현지 : 수업도 안 들어오고 여기서 뭐하냐?
인 : (지칠 대로 지쳐 맥없이) 저 뒤의 건물이 본관 맞냐?
현지 :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인 : 지금 저 뒤의 건물이 본관 맞냐고?
현지 : 당연하지.
인 : 그리고 이게 시계탑 맞지?
현지 : 너 어디 아프니? 이게 시계탑이 아니면?
인 : (체념한 듯) 알았다 가라.
현지...헛웃음.
자리를 옮기려 할 때...
인 : 하나만 더 묻자 ....우리학교가 신라대학 맞지?
우산을 쓰고 정문쪽을 향해 걸어가는 뒷모습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는 수위.
씬 28 이클립스 ( eclipse )
빠알간 우체통이 보이는 " 이클립스" 앞.
창밖으로 쓸쓸히 내리는 가을비.
우산속 다정한 연인들.
카페안으로 들어서면, 젖은 인과 현지, 뜨거운 차를 마시고 있다.
현지 : (한심한 듯 인을 보며) 너 솔직히 말해봐. 나 기다린 거지?
이런 몰골로 나 기다리면서 나한테 뭔가 동정을 얻으며 뭔가 드라마틱하게 되고 싶은 수작이지?
인 :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그래... 사실 너를 기다린 거야. 널 만날려고 이 학교에 들어 온 거구...
너랑 어떻게 해볼려고 태어난 거야. 우리 집 가훈이 널 꼬시자고...
내 등짝에 니 이름을 문신으로 새겨 놨다. 됐냐?
현지 : ....그렇잖아....니가 무슨 본적도 없는 여자를 오는 비 다 맞으며 두 시간을 넘게 기다린다는 게...
인 : 본적이 없잖아.... 그러니까...기다린다. 내가 본적이 있는 너라면 난 기다리지 않아. 알았어?
현지 : ......
인 : .......
현지 : 미친놈.
인 : 뭐?
현지, 핸드폰이 울린다.
현지 : 네... (현지...수화기 소리를 듣더니...살짝 자리를 뜬다...)
인....춥다.
현지 : (다시 돌아와선) 덜덜 떨지 말고 들어가서 약 먹고 주무슈. 먼저 갈게.
인 : 집에?
현지 : ........너무 많은 거 알려고 하지마.
인 : 왜 다쳐?
현지 : 후후... 응, 많이 다쳐 !
현지, 휙 나간다.
씬 29 인의 방
불꺼진 인의 오피스텔.
어둠속에서 들리는 문여는소리.
불이켜지고, 거실에 있는 턴테이블의 보턴을 누르는 인의손.
잔잔한 락음악이 방안을 감싸고....드러나는 인의 원룸은 전체적으로 블루톤 이다.
깔끔하고 심플하게 꾸며진 공간.
한켠에 런닝머신, 무채색의 오디오, 대형 TV, 작은 수족관, 매킨토시, 책상위 수북히 쌓인 디스켓들.
벽면에 붙여져 있는 광고 포스터들.
응접실 테이블 위에는 크리스탈 유리컵과 몇알의 아스피린.
화이트 버디컬을 활짝 젖히는 여는 인.
비 내리는 창밖으로 보여지는 그림
-올림픽대로를 질주하는 여러대의 자동차 불빛과, 도심의 불빛에 흐물거리는 한강이 보인다.
아! 아름답다.
그런데.....인, 춥다.
빠르게 문을 닫고, 침대로 뛰어 드는 인.
인, 방에서 이불을 감싸고 떨고 있다.
그래도 눈만은 무선기를 노려보고 있다.
급기야...이불을 박차고 나와 무선기 앞으로 가서.....
허나 순간 눈을 지긋이 감는다...아, 너무 춥다.
다시 응접실로 가서 커피메이커에 전원을 키고는
수족관의 물고기에게 핑퐁을 알알이 떨어뜨린다.
씬 30 소은의 방
무선기 앞에서 인과 교신하는 소은.
소은, 기분 나쁜걸 애써 참는 듯 한 얼굴로........
소은 : (무선기에) 오늘 왜 안나오셨어요?
씬 31 인의 방
인, 다시 이불을 둘러 싸매고 있다.
한손에 핸드퍼펫을 끼고 움직이는 인.
인 : (한숨...화를 억누르며)........저기 전 이해 할 수 있어요. 혹 대학생이 아니라도 어...뭐
우리 학교 정도야 그냥 운 좋으면 들어오니까... 콤플렉스 같은 거 안가지셔도 되구요... ....
아니면 외모에 자신이 없어서 그러셨더라도 이해할 수 있어요. 먼발치에서 저를 지켜 보셨겠죠.
물론 저의 외모가 좀 된다는 건 알아요....그래서 자신이 없으셨다면 그것도 이해 할 수 있어요...
그치만...
소은(무선음) : 무슨 말이에요? 먼지 날리는 공사현장 앞에서 두 시간을 넘게 기다렸는데...
인 : (화를 누르며) 후.... 먼지요?.... 그러니까 비오는 날 먼지 나게 기다리셨다?
소은(무선음) : 비라뇨? 비가 왔단 말예요? 무슨 말씀이세요? 화창하게 맑은데....
인 : (도저히 못 참겠다) 그래요?
혹시 신라 대학이 아니고 고구려 대학이나 당나라 대학에서 기다린 거 아니에요?
(무선기를 가지고 창가로 가서 창문을 열어 젖힌다) 자 들리죠? 이 장마비 소리요...
아니 일주일이 넘게 비가 오고 있는데 내가 지금 돌았단 말예요?
씬 32 1979년 소은의 방
무선기에서 들리는 물소리
소은.... 멍한 얼굴....그러다간....
소은 : (화를내며) 이봐요. 장난 그만하고 수도꼭지 잠그세요.
소은 무선기를 끊어버린다.
씬 33 인의 방
인, 끊어진 무선기를 멍하니 바라보며 기가 막혀한다.
그러다가 이내 표정 변한다. 플러그가 빠진걸 확인하고.... 밧데리를 확인하는데....아! 비어있다.
황당한 표정의 인 ...
책상위에 있던 아스피린 한알을 삼키는 인.
씬 34 밤. 인의 집....전경.......작은 불이 켜진 인의 방....창문
시간은 경과되고
인...스탠드 불빛에 무선기를 보고 있다.
뚫어져라...보고 있다....
그러다간....천천히 플러그를 뺀다.
밧데리가 없는 것도 확인하고.....
손을 천천히 움직여 신호를 보낸다.
씬 35 소은의 방
무선음 소리에, 자던 소은 눈을 뜬다.
무선기를 본다.
받을까 말까 망설이다,
이불로 무선기를 휙 덮어 버린다.
씬 36 강의실 복도
비가 그친... 장마가 끝난 1999년 인의 강의실 복도
인과 친구가 걸어간다.
친구 : 야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마... 군인도 밥 안주면 전쟁 안해.
근데 전기도 없는 무선기로 뭘 했다구??
인 : 그치? 말 안되는 얘기지?.... 그럼 기계가 이상한 걸까?
친구 : 아니...니가 이상 한 거야. 임마 !
현지 나타난다.
현지 : 뭐야?
친구 : 이 자식 좀 이상해졌어. 머리에 벼락이라도 맞은 거 같아.
현지 : 그럼 제정신으로 돌아 왔게? 얘 원래 좀 이상하잖아.
인 : 후.... 그래 차라리 벼락이라도 좀 맞고 싶다.
씬 37 작업실 (밤)
벽면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광고 카피와 포스터들이 보이고,
촉수가 낮은 형광등 불빛 아래의 인... 무선기를 이리저리 분해하고 있다.
현지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
그때 후레쉬 불빛이 보이고, 열쇠 꾸러미를 들고, 수위가 들어온다.
수위 : 뭐해?
인 : 그냥 작업 좀....
수위... 그 무선기를 본다.
수위 : 이거 하나 고치는데... 왜 남녀가 같이 야심한 밤에 있어?
인 : 얘 좀 데려 가세요. 귀찮게 자꾸 추근덕거려요.
현지 : 미친놈.... 아니에요. 아저씨. 그냥 저는 학우가 어려움을 겪고 있길래 함께...
수위 : 여자가 왜 남자한테 추근덕거려. 아가씬 어여 가. 보아하니 여자가 있을 때가 아냐.
현지 : 어머 아저씨 여기가 무슨 남자 기숙사에요?
인 : 현지 학우... 가라. 솔직히 정신 산란해서 나사 구멍 하나도 제대로 못 맞추겠다.
현지 수위와 나간다.
수위 : (나가며) 그 기계는 그냥 통화만 되면 되는 거 아냐? 소리만 듣고 할 말만 하는 거...
간다.
인..... 그렇지.
씬 38 소은의 방
울리는 무선음. 빈방이다.
씬 39 수위실 앞
현지... 핸드폰 통화중이다.
현지 : 여보세요... 어, 언니.... 나 오늘 좀 안 좋아... 몸이 좀.... 그래, 난 한 달에 두 번 한다.
사이
현지 : 아냐, 미안해. 그래.
전화, 끊는다.
수위 현지를 살짝 본다.
수위와 현지.
둘의 대화.
현지 : 아저씨... 잡아야 하는 것이 안 잡히면 그건 없는 것일까요? 아니면 잡는 방법이 따로 있을까요?
수위 : 후후후.... 대학에선 왜 그런걸 안 가르치지?
현지 : 아하! 그러게 말예요.
씬 40 작업실
인... 열심히 무선을 시도하고 있다.
그 때, 받는 소리. 소은이다.
인 : 한참을 보냈어요...
소은(무선음) : 방금 들어왔어요.
인 : 아... 네. 늦게 들어오셨군요.
소은(무선음) : 근데 어쩐 일이죠... 우린 별로 할 말이 없을 것 같은데...
인 : 아뇨... 그냥 어제 일도 사과 드리고... 제가 너무 ...무례 했습니다.
소은(무선음) : ......... 지금은 비가 안 오나 보죠? 왜 장마가 끝났나요?
인 : 네... 오늘로...
씬 41 수위실
현지와 수위, 소주에 오징어를 놓고 얘기 나눈다.
현지의 시선 작업실 불빛으로 가있다.
현지, 오징어를 입에 물고...
현지 : 질겨요... 오징어가...
수위 : 오래 씹으니까 좋잖아...
현지 : (수위 한번보고 한숨 한번) 저도 한잔 주실래요.
술 한잔 받고....
현지 : 근데 근무 시간에 이렇게 술을 마셔도 되는 거에요?
수위 : 왜 짤릴 짓이라고?
현지 : 하긴.... 안 걸리면 되죠...뭐.
수위 : 그래... 아마 안 걸릴 꺼야. 술 아니라 뭔 짓을 하더라도...
(혼잣말로) 이십년이나 이 짓꺼릴 하고 그것도 모자라 여기서 죽는 인생이라면 ....
그래... 이놈의 오징어보다 도 더 질겨...
현지 :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듯) 아니에요... 이 오징어가 더 질겨요.
후...(씹던 다리를 보고) 아직도 그대로야. 정말 질겨!
오징어를 씹으면서도 현지의 시선은 인이있는 작업실쪽을 향해있다.
씬 42 작업실
달빛창가에 보여지는 인의 모습.
인 : 그럼 소은 씨는 몇학년이죠?
소은(무선음) : 3학년 이에요.
인 : 와!... 그럼 선배님이시네요. 전 2학년이거든요. 가만... 그럼 제가 누나라고 불러야 되나요?
소은(무선음) : 어머 그럴 필요 있나요? 어차피 같은 과도 아니고 솔직히 댁 같은 동생은 싫어요.
그리고 전 학교를 일찍 들어가서 아마 동갑일 꺼에요. 학번만 77학번이구요.
인 : 아 그래요?... (순간) 잠깐 몇 학번요?
소은(무선음) : 네... 왜요?
인 : 아니요. 그냥 제가 잘못 들었나 해서요....?
소은(무선음) : 77학번요.... 이번엔 제대로 잘 들으셨죠?
인 : 아니요. 이번에도 잘못 들었습니다. 잠깐만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77학번이라면 1977년에 입학한걸 말하나요?
소은(무선음) : 우리 나라에선 원래 1977년에 입학한 사람들을 77학번이라고 해요.
인 : 만약 농담이시라면 매우 독한 농담을 즐겨 하시는군요?
소은(무선음) : 무슨 말이죠?
인 : 어....무슨 말이냐 하면....음...소은씨의 목소리가 너무 태연하다는 거죠.....
장난기 하나 없이 그런 말을 하시니까.... 어..왜냐면 우린 동갑이고 같은 대학을 다니고 있고....
그런데 전 98학번이거든요. 그러니까 1998년에 입학한.... 98학번이요.
씬 43 소은의 방
소은 멍하다.
소은 : (기가 막힌 듯) 그러니까.... 1998년에 학교를 입학해서 ... 지금 1999년 학교를 다닌다구요?
인(무선음) : 아마...그럴걸요.
소은 : (할말을 잃은 듯....사이) 누군가의 예언대로라면 멸망한 지구 위에서 무선을 하시는군요.
소은 끊는다.
씬 44 수위실 앞
수위와 현지가 앉아 있고...인이 멍하게 걸어온다. 한손에는 무선기가 들려있다.
현지 일어난다.
현지 : 다 고쳤어?
인 : (멍하게) 너 몇 학번이지?
현지 : (인을 이상하게 보며) 뭐?.... 야 너, 왜 그래?
인 : (말을 잃었다는 듯) 난 갈 건데....너도 갈거니?
현지 : 뭐?
인 , 멍하게 걸어간다.
현지 쫓아간다.
둘의 가는 모습을 수위 엷은 미소로 바라본다.
씬 45 버스정류장
둘...서있다. 막차를 기다리는 듯...
도시는 어둡고 조용...
현지 : 그러니까... 77학번 선배하고 무선을 한 거야? 너 좀 변태다. 아니, 그 여자가 좀 이상한 건가?
인 : 아니 77학번이라는데 77학번이 아니라니까...지금 학교를 다니고 있고 영문과3학년이래.
그런데 미친 여자 같지는 않거든.... 장난치는 거 같지도 않고...
현지 : 그럼 간단하네...
그 여자는 1977년에 우리 학교에 입학한 77학번 선배고, 지금 3학년에 재학중인 거야...
어...근데...단지, 그래. 휴학을 좀 자주 했네...한 스무 번...
가만 혹시 군대 갔다 온건 아닐까...좀 오래...
아니면...결혼하고 애 낳고 키우느라 복학을 좀 늦게...
인 : (짜증난다) 야, 너 왜 여깄니? 니 네 집 가는 버스 여기 없다.
현지 : 야, 막차 끊겼어. 어차피 너나 나나 택시 타야돼. 가는 길에 내려 줄게.
순간...버스가 휙 오더니 카메라와 둘, 사이를 막는다.
그리곤 다시 출발.... 현지만 혼자 남는다.
현지...썰렁....
씬 46 버스 안
버스 창문에 기댄 인...아직도 생각이 잘 정리가 되지 않는다.
씬 47 소은의 방
소은, 책상에 앉아 일기장을 편다.
[이상한 사람 출현.... 미친 사람....불량배?....사기꾼? ...아니면........ 미래에 사는 사람?]
어항속에서 청거북이를 꺼내놓고 장난치듯 청거북이를 뒤집는다.
버둥대는 청거북이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소은.
씬 48 소은의 학교 식당
소은 친구들 몇 명과 밥을 먹고 있다.
그때, 동희 식판을 들고 그 자리로 온다.
소은 놀라면서도 기분 좋다.
식사중...
소은 뭔가 얘길 꺼낼게 없나?
소은 : 선배님은 졸업하면 뭐 하실 거예요?
동희 : 밥 먹으면서 하는 얘기치고는 참 암담한 얘기구나... 글세 ....그냥 평범한 직장인.... 아니면.....
소은 : 정치?
동희 : ????
소은 : 재야 정치가나....청년 국회의원?
동희 : 후후.... 학생운동 한다고....다 그렇게 되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나에 대한 고민 정도지....
이게 뭐 별건가.... 글세 또 모르지? ....세기말에 세상이 망하기 전까지 흥청망청 놀지도 모르고...
소은 : 안 망한대요.
동희 : 뭐?
소은 : 1999년에 세상이 망한다고들 그러잖아요.... 근데 안 망한대요....
동희 : 넌 그걸 어떻게 아니?
소은 : ...어...그게..... 좋잖아요. 망하지 않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게....
동희 : (썰렁하다. 소은의 반찬을 가르키며) 그거 안 좋아하니? 내가 먹을까?
동희, 소은의 반찬 중 하나를 덜어 먹는다.
씬 49 인의 학교 도서실
인, 1979년도 연감을 펴고 무엇인가를 복사하고 있다.
오늘 날짜를 확인하고 그 날짜 주변의 기록들을 복사하는 인.
그러다간...이내, 복사 가지고는 안되겠다고 생각. 책을 열람한다.
그때, 현지...들어온다.
현지 : 야, 여기 있었냐?... 이러니 못 찾지... 세상에 니가 여기 있으리라고 누군들 생각을 했겠냐?
인 : 뭐야?... 왜?
현지 : 편지야... 미국에서 온거다. 부모님한테서...
인 : 내 편지를 왜 니가 가지고 와.
현지 : 야... 내가 안 가지고 오면 니가 언제 생전 사서함 열어 보기나 해? ...고맙다는 소린 못하고...
인 : 알았다. 근데, 책 빌릴려면 어떻게 해야되니? 한번도 빌려본 적이 없어놔서....
현지 : (한숨) 니가 그렇지...여기 있어봐.
현지 책을 들고 창구로 간다.
도서실 사서에게
현지 : 저기 말씀 좀 묻겠는데요... 책을 좀 빌릴려고 하는데요...어떤 절차를 밟아야 할까요?
사서 : (희한한 듯) 열람표 쓰시구요...학생증 주시구요...
현지 : 학생증요?....호호호...요즘 촌시럽게 누가 학생증 가지고 다니나....
저기...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은 안될까요?
사서의 얼굴?
씬 50 인의 학교 캠퍼스
인, 벤치에 앉아서 연감을 뒤적여 보고 있다.
현지, 옆에서 자판기 커피를 홀짝대며.... 인을 보고 있다.
인, 현지가 신경 쓰인다.
인 : 야, 넌 수업 없냐?
현지 : 내 시간표랑 니 시간표랑 똑같애. 니가 없으면 나도 없는거야. 새삼스레...새끼...
인 : 그렇다고 왜 여기서 자꾸 찝적대냐?
현지 : 미친 자식... 찝적? ..... 내가 무슨 인권 운동가냐? 너 같은 놈한테 찝적대 주게? ....
편지 안봐...엄마한테 온거?
인 : 미치겠네...우리 엄마한테 온 편지를 니가 왜 신경 써?
인, 연감을 계속 보려다가 편지를 현지에게 툭 던진다.
인 : 봐라...네가. 별 내용 있겠냐?
현지 : 진짜 내가 먼저 읽어봐?
현지, 편지를 뜯어서 읽어보려 한다.
현지 : (보자마자) 어머...
인 : (놀라서) 왜 그래?
현지 : 어머님 글씨 죽여주신다... 왜 이렇게 이쁘게 쓰셔?
요즘 젊은애들 글씨 같애... 이쁘고 세련되고...
인 : 그냥 읽어라. 어려운 단어나 한문 나오면 물어보고....
현지와 인...각 놓인 글들을 읽어본다.
둘의 스케치...
인 : (연감을 덮으며) 복잡하군... 1979년 10월엔 왠 복잡하고 어지러운 일들이 많나...
현지 : (편지를 접어 넣으며) 복잡하다. 집 얘기... 날씨 얘기 아버님 얘기...
아무튼 연락 좀 자주 하라셔... 추신. 엄마 생일 잊진 않았겠지?
인 : (놀라며) 뭐? 잠깐... 오늘 몇 일이니?
현지 : 오늘...(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보고) 5일 ..왜?
인 : 이런....선물 사놓고 못 부쳤네...
인...허둥지둥 뛰어 간다.
현지...어이없이 가는 인을 본다.
씬 51 1979. 선미의 병실
선미, 침대 위에서 선물 상자를 뜯어본다.
옆엔...소은.
상자를 열어보니 예쁜 나팔 바지다.
선미 : (보고 좋아하다간) 나 놀리는 거지?
소은 : 깁스 풀고 입으라고 ....그날 꽈당할 때...바지 튿어졌잖아.
그 바지를 보면 안달 나서라도 다리뼈가 빨리 붙을 거야.
선미 : 고맙다 친구야...
소은 : 치마를 사줄걸 그랬나... 짧은 걸로... 자전거 못타고 다니게...
둘...웃는다.
소은 가방을 챙긴다.
선미 : 진짜 가게?
소은 : 미안해... 선물만 주고 휙 사라져서.... 생일주는 깁스 풀고 마시자...
선미 : 휴.... 눈에 콩깍지가 씌운 애를 보고 뭐라 할 말도 없고...
그래 가세요.... 사랑 찾아 훨훨 떠나세요...
소은 : 훨훨 갈게.....
소은 나간다.
씬 52 병실 복도
소은 병실 문을 열고 나온다.
그 앞에는 동희가 서있다.
소은 : 미안해요. 오래 기다리셨죠?
동희 : 아니...괜히 나 때문에 금방 나온 거 아냐?
소은 : 아니에요. 가요.
씬 53 선미 병실
선미....그 불편한 와중에도... 선물로 받은 나팔 바지를 걸쳐 보려고 노력 중이고,
맞은편의 아줌마...요상한 몰골로 바라보고 있다.
씬 54 1979. 어느 극장 앞
동희가 보이고...
표를 사기위해 매표소로 가는 소은.
소은 : 4회...두장이요.
내밀어지는 소은의 손.
씬 55 인의 방
비디오 테입을 밀어넣는 인의손.
현지는 한쪽구석에 앉아 그런 인을 보고있고...
씬 56 1979. 극장 안
'로미오와 쥴리옛' 영화를 보고 있다.
소은 영화가 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동희 영화를 보다가.... 슬쩍 자기를 보고 있는 소은에게 시선이 가고.
소은 뭔가 들킨 듯 시선을 스크린으로 재빨리 가져간다.
그런....둘.
스크린 속의 영화-둘의 손바닥 마주치는 장면.
씬 57 인의 방
현지의 시선 여전히 인에게 가있고,
어항을 사이에두고 서로 바라보는 뉴 버전의"로미오와 쥴리옛"이 화면에 보여진다.
비디오를 보던 인.
현지의 시선이 느껴지자 현지한번 보고, 비디오한번 보고를 되풀이 하다가 한...숨
다시 비디오를 본다.
씬 58 1979. 극장 안
"로미오와 쥴리옛" 키스하는 장면이 나오고,
키스하는 장면에서 깜짝 놀라는 소은.
소은을 바라보는 동희.
얼굴이 붉어지는 소은.
씬 59 소은의 집 전경
소은의 방....불, 꺼져 있다.
소은, 집 대문 앞에 앉아 있고 그 옆에는 동희가 앉아 있다.
동희 : 아까 했던 얘기... 1999년에 우리... 그때도 이렇게 밤중에 얘기 나누는 사람이 있을까..
소은 : 밤이 없어지지 않는다면... 함께 얘기 나눌 사람도 분명히 있을꺼에요.
소은 시계를 보고,
소은 : 늦었네요. 들어가 봐야될 것 같아요.
동희 : 부모님이 엄하신 모양이지?
소은 : 그런건 아닌데... 너무 늦게 들어가면 담넘어 가야되요.
동희와 소은 서로 본다.
마주보는 두 사람의 눈.
동희 : 하찮은 돌담이 어떻게 사랑을 막을수 있겠소?
소은 : (감동....일보직전)
동희 : 아까... 영화에서 남자주인공이 사랑하는 여자한테 했던 말이야....
소은 : (!!!!!!) 아.... 네...
동희 : 가야겠다. 통행금지에 걸리면 또 뛰어야 되거든...
둘...일어난다.
동희, 소은을 바라보더니 슬쩍 손바닥을 들어 소은의 얼굴에 조금은 예의 없이 갖다댄다.
소은 무방비로 그의 손에 얼굴을 대었다.
동희 : 참...작구나...얼굴...
동희 뒤돌아 간다.
소은... 멍한 얼굴. 그의 손 기운이 남아 있다.
씬 60 소은 집
소은 들어온다.
소은 엄마 나온다.
소은... 여전히 넋나간 얼굴....멍...
소은모 : (작은 소리로 아빠가 깨지 않게) 뭐하다 이렇게 늦게 들어와. 아빠 깨면 너 혼나...
소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손바닥을 들어 엄마의 얼굴에 대곤, 자기 방으로 올라간다.
소은 엄마... 황당하다. 내 딸이 미쳤나?
씬 61 소은 방
방문을 열고 들어선 소은... 동희와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며 환상에 빠져있다.
그때... 울리는 무선기 소리.
정신이 번쩍 든다.
씬 62 달(C.G)
달..... 보름에서 조금은 작아진 달.
씬 63 1999. 인의 방
인...무선기 앞에 진지한 얼굴.
노트북 모니터에 떠있는 연감들 ...
그옆에 몇몇 자료들 .
인 : 그래요. 소은씨는 1979년에 있습니다. 저는... 물론 1999년이죠.
그리고 현재까지 우린 서로 중... 누구 하나가 너무도 태연하게 장난을 치고 있다고 생각하고...
아니면 둘 중 누구 하나는 너무도 곱게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만 묻겠습니다. 어제 신문에 난 기사 중에 기억 나는 게 있나요?
씬 64 1979. 소은 방
소은, 여전히 의심의 말투로...
소은 : (한숨...) 도대체 우리가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요.... 좋아요.
어제....신문.... (생각 중...) 그래요... 어제, 오늘 연신 김영삼 총재가 국회에서 제명 당한 기사가
머릿기사였고요.... 그밖에 학생들 시위 기사 역시 끊이지 않고 나오고요....
씬 65 인의 방
인...표정 굳어 있다.
자신 앞에 있는 노트북 모니터 속의 연감도 정확한 내용이 쓰여 있다.
인 : 혹시...소은씨 앞에 79년 연감 같은게 있나요?
소은(무선음) : 뭐요?
인 : 아니요....아닙니다. 그 기사엔 제명 당한 그 의원이 14년후에 대통령이 된다는...
예견 같은 건 안나왔겠죠?
소은(무선음) : 지금 무슨 소리 하시는 거예요?
인 : 이봐요. 소은씨... 우리가 사는 세상엔 말이죠 과학으론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아주 많이 일어나죠.
그리고 그런 일들은 ...이상하게 꼭 텔레비젼에 나오고 ...
뭐랄까, 그래서 더 허풍처럼 느껴질 때가 많아요...
소은(무선음) : 이봐요...계속 그렇게 횡설수설하실 거면 얘기 그만하죠?
인 : 잠깐...그래요. 소은씨. 어쩔 수 없이 제가 무슨 말을 하던지간에 횡설수설이 될 수밖에 없을 거에요.
그래서 지금으로서는 얘길 더 할 수도 없을 거예요.
허나 마지막으로 제가 드리는 말씀 똑바로 들으세요.
소은씨는 신라 대학 영문과 3학년이고 지금은 1979년입니다. 저는 신라 대학 광고 창작과 2학년
그리고 제방 달력엔 분명히1999년이라고 씌여 있고요.... 자, 내일 신문 기사는 학생 시위로 부산에
비상계엄이 선포됐다는 기사가 나올 거구요.. 학교에선 (학교 신문을 보며) 우리가 약속한 시계탑이
완공식을 가질 거에요. 허나 완공식은 미뤄질 거에요.
왜냐면 이사장께서 내일 아침 심장마비로 쓰러지시거든요.
소은(무선음) : (놀라서) 뭐라구요?
인 : 아~ 이사장님을 존경하시나요? 너무 걱정 안하셔도 되요.
생명엔 지장이 없어서 일주일 후에 완공식은 하게 됩니다.
소은(무선음) : (어이가 없다못해 화가나려 한다) 그래요... 혹시, 다른 정보는 없나요?
한강에 인어공주가 나온다던지 서울에 지진이 난다던지 하는거요....
아니면 대통령이 죽는다는 뉴스 따위는 왜 없나요?
인 : 대통령은 이번달 26일에 죽을거고 인어공주나 지진은 없습니다.
그래요 믿어 달라고 강요 하진 않을께요. 내일 밤에 다시 얘기하죠.
소은(무선음) : (밖에서 들리는 싸이렌 소리) 그래요.... 그만하죠. 벌써 통행금지에요. 늦었네요.
끊는다.
인...허무....
인 : 통행금지? ...후...미치겠구만....
인, 창밖을 내다본다.
통행금지?..... 1999년의 심야는 너무도 밝고 휘황찬란하다.
씬 66 1979, 둥근해가 떴다./어느 거리 버스 안
소은, 어제 일은 잊은듯...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고 있다.
그때, 옆자리에서 신문을 보는 누군가.
소은 무심코 신문을 본다.
아, 어제 그 미친 남자가 횡설수설 대던 기사...
[ 부산 비상계엄령 선포 ]
씬 67 학교 시계탑
소은, 막...뛰어 온다.
시계탑...공사커버가 여전히 그대로다.
소은 다가와 본다.
그 앞에는 안내 공고가 붙어 있다.
[이사장님의 갑작스런 건강 악화로 완공식이 연기 되었습니다. -학장 백-]
소은...얼굴이 전형적으로 변한다.
씬 68 소은의 혼란스러운 몽따쥬
강의실을 향해 헛발을 내딛으며 달려가는 소은.
캠퍼스. 이곳 저곳의 모습들.
오가는 버스...
씬 69 인의 동아리실
인...여러 무선기들과 아이들 속에 있고...
인...다른 무선기를 들고.... 소은을 호출해 보지만 신호도 먹질 않고...
자신의 그 무선기를 또렷이 보고...
씬 70 소은의 방
소은, 무선기 앞에 있다.
기다린다 신호음을...
소리는 안울리고...
창밖의 무심한 달.....
그러다가...신호음...
울리자 마자 받는 소은
인(무선음) : 신호가 가자 마자 받으시는군요. 급하셨나 보죠?
소은 : 도대체 누구에요?... 어떻게 된거냐구요?
인(무선음) : 간단합니다. 저는 1999년에 살고 있는 사람이고 제가 살고 있는 1999년에선
소은씨가 살고 있는 1979년에 대한 자료들을 금방이라도 찾아서 꺼내볼수 있거든요.
둘 사이에 묘한 침묵이 흐른다.
소은 : ...(혼란) 1999년에 사는 당신은 제가 1979년에 살고 있는걸 믿는단 말인가요?
인(무선음) : 네....어쩔 수 없이...
소은 : 그럼 이젠 제가 믿어야 될 차례인가요?
인(무선음) : 아마....어쩔 수 없을 거에요.
소은의 얼굴...아...
씬 71 달
달에서 바라본 지구속의 소은 얼굴이 고뇌를 느끼게 한다.
아... 무심한 달....
씬 72 소은의 교정
소은 어느 건물 입구에 서있다.
사람들의 오고 감.
동희를 기다리고 있다.
소은의 머리속엔 아직도 인과의 만남이 있는지 표정이 들떠 있다.
동희가 온다.
동희의 표정 불안해 보인다.
소은 : 선배!
동희 : 어, 어쩐 일?
소은 : 음...선배 기다렸죠. 오후수업 없죠?
동희 : 어...그런데.... 어쩌지 지금 일이 좀 있어서...
소은 : 아... 네. 선배, 늦게 끝나겠죠?....그럼?
동희 : 왜 무슨 급한 일이니?
소은 : 아니요... 그냥...
동희 : 이거 뜻밖의 데이트 신청을 이렇게 멍청하게 거절을 하네.
소은 : ...후후... 아니에요.
동희 : 갈꺼니?
소은 : 네...그때 그 친구 병실에나 들렀다가....
동희 : 그 괴짜 친구? ... 재미있는 애더군.
소은 : 이쁘고 착해요.
사이....
소은 : 그럼....
소은 간다.
씬 73 선미의 병실
병실의 둘...
선미 : 그래서... 그 1999년의 남자가 너한테 자꾸 추근덕거리는 거야?
소은 : 아냐... 그런거. 목소리나 억양...말투...나쁜 사람 같지는 않아.
선미 : 거 봐. 넌 벌써 그 사람에게 어느 정도 당하고 있는거야.
소은 : 뭘 당해
선미 : 너...윤소은이야. 윤소은이 지금 생전 본적도 없고 통화만 몇번 한 남자에게 호감을 느끼며
싸고 돈다니까....그 사람 사기나 뭐 그런걸로 고소할 수는 없나... 자기가 1999년에 산다는 건
거짓말이고 그런 거짓말로 너에게 뭔가를 은근히 요구한다고... 경찰서에 한번 가볼까...
소은 한숨.
소은 : (진지하게) 선미야... 그남자......... 1999년에 사는 거 맞아.
선미 : 그래....네심정 안다, 알아. 사랑하는 남자가 있으니까....한눈 팔기 싫겠지...
아예 체념하기엔 그것도 나쁘진 않다만....글쎄....나도 모르겠다.
(자기 다릴 보며) 뼈는 왜이리 늦게 붙니...
소은 한숨.
씬 74 소은의 방과 인의 방. 교차
둘의 무선
인 : 규칙을 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무선이 어떻게 이루어 질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전 소은씨한테 엄청난 행운과 신기함을 줄 수 있어요.
하지만 도덕적으로 우리 그런 건 피합시다.
소은 : 행복과 신기함이요?
인 : 그러니까....철저히 개인적인 값어치와 연결되는 거.... 예를 들어 어디 땅을 사두면 몇 년 후에
떼돈을 번다든지.... 아니면 내년에 히트할 노래를 미리 가르쳐 드려서 돈을 번다든지 하는거요....
소은 : 그러네요.... 이런 기회를 이용해 그러면 안되죠.
하지만 난 과거 사람이고 인이씨는 미래 사람이니까....제가 훨씬 더 궁금한게 많을텐데....
인 : 호기심....?
소은 : 소박한 호기심.
(시간 경과)
소은 : 거기는 어때요?
인 : 글쎄요. 79년에 비하면 엄청나게 편해진 세상이겠죠.
지하철이 서울 바닥 바닥을 죄다 뚫어 놓고 다녀요.
소은 : 통일은요?
인 : 김일성은 죽었구요.... 통일은 아직....
소은 : (깜짝 놀라며) 네......아...김일성도 죽긴 죽는구나...
인 : 배 타고 금강산 여행도 가고 그래요.
소은 : 와.... 재밌네요.
(시간 경과)
소은 : 그 세상은 예뻐요..? 살맛 나는 세상이냐구요?
인 : 늘 그렇듯이... 세상은 살맛 나는 곳이에요. 물론 갑갑해진 부분도 있겠죠.
공기도 오염됐고 사람도 바글바글.. 그래서인지 옛날이 좋았어라고
그 시절을 추억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소은 : 그래요? 이 시절을 추억하는 사람들은 이 시절의 무엇을 추억할까... 99년이 보고 싶어요.
인 : 정말로 보여 드리고 싶네요. 여기 세상은...음... 소은씨가 상상만 하던거....혹은 상상하지도 못했던
수많은 일들이 현실로 이루어져요.
소은 : 거기 세상에선 누군가를 열심히 사랑하면 이루어지는 방법이 있나요?
인 : 후후....그런건 아마 이 세상이 끝날 때까지 발명되지 못할꺼에요. ...아, 소은씨 누군가를 사랑해요?
소은 : (놀라며... 챙피해진다) 아...아니.. 그런 게 아니고...
인 : 괜찮아요... 전 어차피 다른 세상의 사람인걸요...
소은 : (약간 갈등) 그래요... 사랑 같은 거 뭐라 정의 내려진 적도 없지만....
아마 이런거랑 엇비슷한가봐요... 그 남자.... 내 오른쪽 눈과 왼쪽 눈을 항상 번갈아 보면서 말을
하는 그 남자요... 그 남자를 사랑해요...
후후후...정말 웃긴다. 이런 얘길 이렇게 누군가에게 할 수 있다니...
내 일기장에다만 써놓은 건데...그 일기를 쓰면서도 혼자 무진장 챙피해 하면서 쓴 건데...
인 : 저와의 무선이 당분간 소은씨 일기가 되겠군요... 말로 하는 일기...
소은 : 사랑하는 사람 있어요?
인 : 저요? ....네. 저도 있어요.
인의 얼굴.
씬 75 인의 교정 (광고창작과 사진 스튜디오)
인...현지를 보고 있다.
현지의 눈을 보고 있다.
현지도 인의 눈을 보며 말없이 둘은 서로의 눈만을 보고 있다.
카메라 멀어지면
둘 가까이에서 서로의 눈을 보고 있고 그것을 찍는 어느 남학생.
남학생 : 야, 야 조금만 더 붙어봐.
인과 현지...학생광고의 사진 모델이 되어주는 중이다.
둘 얼굴 더 가까이 간다.
인 : (약간 인상쓰며) 야... 술을 얼마나 마셨으면 어제 마신 술이 아직까지 냄새가 나냐?
현지 : 어제 마신 거 아냐... 오늘 아침에 마신 거야. 해장 술.
인 : 장하다.
남학생 : 자...조용히 하고...얼굴 표정 짖지 말고 무표정하게...
현지 : 모델을 잘못 골랐어. 난 얘 얼굴 보면 무표정 해질 수가 없거든...
인 : 입 벌리지마. 술냄새 나.
카메라 앵글 속의 둘.
서로의 코와 눈 하나만이 들어와 있다.
씬 76 인의 교정. 도서관 옆 동산
인과 현지 걷고 있다.
현지 : 그래서 그 79년도 여자하고 매일밤 무선 해?
인 : 신경 쓰지마. 어차피 믿지도 않으면서..
현지 : 아냐...믿어 넌 지금 1979년도에 사는 어떤 여인과 매일밤 무선을 주고 받아.
그리고 넌 그 여자한테 관심이 있고 솔직히 찝적대고 싶지만 시대가 다르니
어떻게 해보지도 못하고 답답해 한다는 거...믿어. 충분히.
인 : 야...누가 찝적대? 그리고 단어 사용 좀 품위있게 해라...
기집애가 잘나가다가 질투만 나면 과격해지냐?
현지, 멈춘다.
인을 잡고 휙 돌린다.
현지 : 뭐?... 너 지금 질투라고 했냐? ....그러니까 내가 너의 그 요상한 짓꺼리에...
그리고 그 사기꾼 같은 여자와의 드라마에 질투를 느낀다 이거냐?
인 : 내가 보기엔....
현지 : (실없는 웃음...) 후후... 너...너무 잘살아... 너, 고민 없이... 배부르게... 너무나 잘 살아서
좀 독특한 재미를 찾나본데 ... 거기엔 내가 안끼였으면 좋겠다.
현지 꽤, 심각한 어투로 휙 사라진다.
현지의 반응에 인....???
씬 77 1979년의 시대 인서트
(스크린 프로세서)
어느 공간에서의 소은의 얼굴.
그녀의 표정과 느낌안에서 그녀의 생각들이 펼쳐진다.
부마사태의 여파가 서울까지 일어나고....유신반대로 인한 학생들의 시위 모습.
씬 78 소은의 학교 교정
최루탄 공기의 기운...
여러 데모대 학생들의 모습.
흰색 블라우스와 베이지색 스커트 차림의 소은, 손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고 강의실로 향한다.
씬 79 소은의 강의실
하나둘 닫혀지고 잠겨 지는 창문...
학생들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수업중.
교수도 힘든 몰골로 수업중이며
소은 콧물....눈물...
그 와중에도 동희의 자리를 본다.
비어있다. 왜 없을까?
씬 80 학생회실
소은 문을 빼꼼히 연다.
몇몇 학생들...동희는 없다.
남학생 하나...소은을 발견하고....
남학생 : 동희?
소은 : 네?...아뇨...그냥.
남학생 : 동희... 데모 도중에 다쳤어....후문 건너편에 성심병원 있지. 그곳에 입원해있어.
소은 : (억!!! 허나) 아...그래요...
멍하게 뒤도는 소은....서서히....뛴다....뛰고....뛰고.....
씬81 교정
대학 본부 앞길을 뛰어가는 소은.
여기저기에서 격렬했던 시위 현장의 분위기가 느껴지고,
하얀 최루탄 연기속을 헤쳐나가는 소은의 모습.
고속으로 보여지는 동료들의 모습사이로 불타는 현수막등이 보여진다.
씬 82 병원 부근의 외곽
소은 거친 걸음....
씬 83 병원 (선미가 입원한 그 병원)
복도와 계단을 거칠게 돌아 다니는 소은
병실 몇몇에 고개를 들이밀며 헤맨다. 그러다가...
씬 84 어느 병실
몇몇 학생들이 있는 병실 ....
멈춰선 걸음.
침대엔 화상을 입었는지 온몸을 붕대로 감은 환자가 누워있다.
소은 경악스러운 얼굴로 눈에서 눈물이 주루룩....
그때...소은 어깨를 짚는 어떤 손.
동희다.
소은 깜짝 놀라 동희를 본다.
한팔에 깁스를 한 채 얼굴에 작은 상처...
소은, 안도와 놀람으로 멍하게 잠시....그러다가 엉하며 울더니 동희에게 안긴다.
동희 어정쩡한 얼굴.
씬 85 병원 복도....창가....베란다
동희 : 내 몰골이 그렇게 감동스러웠니?
소은 : .....(울다가 멈춘 붉어진 얼굴)
동희 : 후....운이 나쁜건지 운동신경이 없는건지....왜 나만 자빠졌나 몰라.
소은 : ......쿡쿡....(엷은 웃음 줄기)
동희 : (펜을 꺼내며) 싸인 해라. 부적처럼. 뼈가 빨리 붙으라고
소은, 펜으로 자신의 이름을 깁스에 새겨 놓는다.
소은 : 갈께요. 온 김에 선미 병실 들렀다가.
동희 : 아 참...여기지.
소은 : 아래층요. (가려다가) ...오빠가 이러지 않아도 대통령은 이번달에 바뀔꺼에요.
동희 : (격려의 말로 들으며) 그래, 고맙다. 꼭 그렇게 되야지.
소은.....후, 말해 뭘해.
씬 86 소은과 인의 무선. 교차
소은은 오늘의 일에 기분 좋아 하고 있고
인은 외국에서 온 부모님의 편지들을 만지작거리며 정리하고 있다.
소은 : 오늘 그 사람 몸에 제 이름을 새겨 넣었어요.
인 : 재밌네요. 문신 같은거요?
소은 : ....후후....비슷해요. 근데 참 이상해요. 내 이름이 그 사람 몸 어딘가에 쓰여 있단 것이...
마치 그 사람이 제것이 된 거 같은 기분이 드는 게...
인 : 내 이름이 새겨진 그의 팔이 흔들린다. 나를 흔들며 그가 걸어간다.
소은 : 네?
인 : 저희 부모님의 로맨스하고 엇비슷하군요. 우리 엄마가 아버지를 만나고 써놓은 메모래요.
소은 : 어머니께서요?
인, 편지들을 만지작거리다간.
인 : 아, 참.... 그러고 보니... 저희 부모님도 우리 학교 출신이에요. 학생 커플이었죠.... 가만 있어봐...
영문과 77학번이니까...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소은씨하고 함께 학교를 다니고 있겠군요.
소은 : 어머...세상에 ..... 누구에요? 나 당장이라도 알 수 있어요.
인 : 허자, 선자, 미자를 쓰세요. 아버진 선배였고....지자, 동자, 희자를 쓰시죠.
소은, 아!!!!!!!
인 : 아세요.... 허선미란 이름....
소은 : 알아요...그럼요... 같은과인데....
인 : 그래요....친한가요?
소은 : ....아...아니요....그렇게 친하진 않아요..... 그냥.... 근데 아버님 성함이 지동희씨라구요?
인 : 네... 국문과이시구요. 아세요...학교에서 유명한 커플이었다고 하던데...
소은 : (숨쉴 수가 없다) 아....네... 그럼요.... 정말....보기 좋은 유명한 커플이죠...
인 : 와우....정말 재밌네요...
뚜뚜뚜....끊어진 신호음.
인??????
소은, 무선기를 끊어 버린다.
주체할 수 없는 그녀의 감정....숨조차 쉬기 어렵다.
눈물도 흐르지 않고.
그저 멍하게 힘겹게...숨을 고르고 있을 뿐이다.
씬 87 병원 복도
밤.... 동희와 선미....복도에서 스치다가 만난 듯 서서 서로를 보고 있다.
선미의 다리 깁스.
동희의 팔 깁스....
서로의 모습을 보다간
선미 : (깁스를 가리키며) 이거...유행인가요?
실없이 둘, 웃어 버린다.
씬 88 인의 방
문을 두드리는 소리.
열어준다.
문 앞에 현지가 있다.
샤넬라인의 고급스러운 원피스와 핸드백, 그리고 깔끔하게 올린 머리와 진한 화장,
세련되고,섹시한 모습으로 ...
인 : 뭐야?
현지 : 놀러 왔어. 친구네 집에 놀러 왔어...왜?
인 : 술 마셨냐?
현지 : 나쁜놈 ! 그래 마셨다 ... 왜 ? 너 그거아니? 곁에 있어도 가질수 없는 사람이 있다는거.
내것이 될 수없는 사랑이 있다는거 ...
이 말을 마지막으로 쓰러지는 현지.
그녀의 핸드백에서 쏟아지는 화장품들 ....
(시간경과)
현지를 작은 소파에 접어 눕히고 자신은 침대에 누운 인...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현지를 본다.
화장이 진하다.
인...일어나...수건에 물...(혹은 휴지로) 현지의 눈과 입술을 지운다.
그리고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준다.
시간은 흐르고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 물수건을 갈아주는 인.
그의 스케치.
씬 89 소은의 방
소은 아직도 정신을 못차린 모습...호흡도 거칠고 불안하다.
소은 : 그래...아닐꺼야...다 거짓말이야....세상에 1999년도에 사는 사람이라구?...그게 말이 되....
사기꾼... 내일 당장 경찰에 신고할꺼야....나쁜놈 사기꾼....
소은...그렇게 되뇌이면서도 얼굴은 점점 울상이 되어간다.
잠시 멈춘 사이.
문을 박차고 나간다.
씬 90 (밤) 어느 거리
(스크린 프로세서)
멜방바지 차림의 소은, 자전거를 타고,
소은 미친 듯이 어디론가 간다.
바람에 날리는 그녀의 긴 머리.
통행금지... 심야....
그녀가 가는 뒤로 호루라기 소리
방범 몇몇이 뛰어 쫓아간다.
골목골목을 도는 소은.
가로수 길을 자전거를 타고 날아가듯 달리는 소은 ...
빠르게 지나가는 나무들과 밤하늘 ...
씬 91 병원 앞
소은 어느새 그병원까지 왔다.
그 병원을 바라본다.
불꺼진 병실.
소은, 자전거에 기댄체 ...
멍하니 그 병원 건물을 바라본다.
저 안에 그 남자가 있다.
그리고 그 안에 선미도 있다.
움직일 수가 없다.
서있는 그녀의 얼굴.
그제서야 눈물 한줄기가 흘러내린다.
(컴퓨터 그레픽스 시퀸스)
눈물 속에 보이는 도심의 야경.
그 눈물이 흘러 내리는 사이에 날이 밝아온다.
밝아 온 새벽....
그제서야 발을 땐다.
천천히 걸어들어 간다.
차근차근 그 건물로.
입구를 지나....
복도를...그리고 계단을
그리고 선미가 있는 병실에 다가간다.
눈에선 왜이리 눈물이 날까.....
지나가던 새벽 담당 간호사들이 이상한 눈으로 스친다.
문을 연다.
선미가 자고 있다.
곱게....아주 편안히 선미가 잔다.
눈물 흘리는 얼굴에 미소가 돈다.....
그리고 곧 몸을 틀어 동희의 병실로 간다.
문을 연다. 동희가 누워 있다.
자고 있는 동희.
그의 깁스되어 있는 팔을 본다.
자신의 이름.....
그리고 그옆에 조그맣게 새겨진 ...아,.....선미의 이름.....
얼굴 아이의 울음처럼 변한다. 소리내지 말자.
입술을 깨물며.... 뛰쳐 나간다.
씬 92 인의 방
침대에 누워있는 현지.
쇼파에 누워있는 인.
아침 햇살....
현지 눈을 뜬다.
그녀 눈앞에 인의 얼굴이 가득있다.
꿈인가.... 이 얼굴은 뭐지?
인의 눈도 떠졌다.
코 앞에서 서로 눈만 바라보는 둘.
현지 : (눈썹으로만.....'너 나랑 했니' ? )
인 : (역시 눈썹으로만 '응... 좋았어' )
그리고 둘...살 웃는다.
창밖으로 들어오는 아침햇살이 눈부시다.
씬 93 인의 교정 1999
작업실로 들어가는 인.
안에서 애들의 쑥덕쑥덕하는 모습...
한 남학생이 입담을 늘어 놓고 있다.
주위의 애들 몇명.
인....다른 쪽에서 그의 소리를 듣는다.
(O.S) : 돌아버리는 줄 알았어. 그 집... 그쪽에선 꽤 잘나간다고 하는 집이걸랑.
(O.S) : 현지인거 확실해?
(O.S) : 아니....자세히 보진 못했는데..... 하여간... 옷차림이며 화장이며 많이 닮았어.
마담이 그러는데... 가게에선 제일로 잘 팔린데...
(O.S) : 현지네가 집이 좀 별론가....
(O.S) : 요즘 애들이 집이 가난해서 술집 나가냐?
인.... 무리들로 다가 온다.
인 : 현지, 술집 나가는 거 얘기하냐?
남학생 : 너도 알았냐?
인 : 니들 몰랐냐? ....현지, 술을 좋아해. 술마시러 가는거야.
인, 휙 나간다.
나머지 인을 이상한 듯 본다.
씬 94 학교 복도
인, 복도를 지난다.
기분...묘한게 더럽다.
그때....눈에 들어온 사진.
인과 현지의 옆모습만 크게 찍은 마주보는 사진.
저번에 친구가 찍은 사진이 복도에 걸려 있고 카피가 한줄 있다.
[우린 지금... 같은 곳을 본다.]
인... 그 사진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
씬 95 공원
혼자 쓸쓸히 벤치에 앉아있는 현지.
그 앞을 지나가는 행복한 가족을 바라본다.
촉촉하게 젖어있는 그녀의 두눈.
씬 96 (밤) 거리
인, 그 사진의 액자를 들고 간다.
흔들리는 액자속(컴퓨터 그레픽스 시퀸스)에 투영되어 보여지는
현지의 도심속에서 휘청거리는 모습이, 액자의 거울속에서 몸부림 친다.
씬 97 소은과 인의 무선. 교차
말 없이 둘 그저 멍하니 앉아 있다.
오랜 침묵....
소은의 머리속엔 동희가......
인의 눈 앞엔 사진 액자가......
소은 : 오늘... 대단히 조용하시네요.
인 : 그냥.... 그런 날이 있으니까.... 저희 부모님은 만나보셨나요?
소은 : ..........예쁘세요..... 두분..... 참 잘 어울리는 커플이죠.
인 : (가벼운 미소) 세상엔 어울리는 것들만 있으면 참 좋을텐데.... 애인하곤 잘 지내세요?
소은 : 그 사람...어쩌면 제 인연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 : 세상엔 인연들만이 만나는 건 아니에요. 인연이란 말은 시작할 때 하는 말이 아니라....
모든게 끝날 때 하는 말이에요....
다시 둘의 침묵....
무선음 소리 ... 노이즈 ...
끊어졌다.
인....왜 끊어졌지?
씬 98 소은의 방
소은 고개를 파묻고 있다.
씬 99 소은의 교정
소은 강의실로 들어간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찰라, 문 앞에서 누군가. 왁!!! 하며 놀래킨다.
소은 순간 놀란다.
장난스러운 표정의 선미다.
선미 : .... 호호....언니 드디어 퇴원이다.
소은 : (잠시 그녀를 보다간) 놀랐잖아. 장난치지마.
소은 휙, 자기 자리로 가버린다.
선미 썰렁하다.
선미 절룩거리며 소은에게 간다.
선미 : 야, 윤소은, 왜그래? 내가 아픈 몸을 이끌고 무리하게 학교에 나온게 기분 나쁘니?
나 아무렇지도 않아.
소은 : 농담할 기분 아니야.
소은, 가방을 들고 휙 가버린다.
선미.... 장난이 아니다.
왜그럴까?
한참을 고민하던 선미.
하늘을 올려다 보다가 한숨 한번 쉬고, 지긋이 눈을 감는다.
씬 100 엇갈림의 몽따쥬.
<연극 공연장 앞>
소은은 보이지 않고,
동희와 선미는 뻥튀기 먹는걸 흉내 내며 좋아 하고 있고,
이때 화장실 쪽에서 나타나는 소은.
<병원>
병원 복도에서 마주치는 선미와 동희.
<병실 안>
동희의 깁스에 싸인을 하는 선미.
<소은집 거실>
다이얼을 돌리는 소은.
<동희의 병실>
짐을 꾸려 퇴원을 하는 동희.
병실앞에서 선미가 기다리고 있다.
비어있는 병실에서 울리는 전화벨.
<소은집 거실>
힘없이 수화기를 내려놓는 소은.
<시계탑 앞>
소은, 시계탑 앞을 지나간다.
들고있던 책한권이 우연히 떨어진다.
책을 주으려고 몸을 숙이는 소은.
이때 맞은 편에서 다가오는 동희.
두 사람은 서로 어긋나며 스쳐 지나간다.
서서히 암전.
씬 101 소은의 방
소은, 가만히 어항속의 청거북이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상념에 젖는다..
그러다가 자신의 눈에 들어온 무선기.
천천히 손을 갖다 대어본다.
씬 102 인의 방
들려오는 무선기...신호음.
아무도 없다.
씬 103 소은 방
"CQ CQ CQ DS1AVO . 델타 시에러 원 알파 빅토르 오스카. 지 인님을 찾습니다. CALL 응답 바랍니다."
소은, 컨텍되지 않는 무선기만을 멍하게 바라본다.
씬 104 고속버스 안. 1999년
인, 버스 안 창에 머릴 기대고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다.
울리는 핸드폰. 핸드폰에 대롱대롱 달려있는," 수정 열쇠고리 " .
인 : 네. ...어, 아니야...어디 좀 가. 집에 못 들어가. 시골집에 가는 거야. 아니야...아무일도.
뭣 좀 가지러... 술마셨니?
씬 105 도심속
현지, 앉아서 수화기를 들고 있다.
현지 : 아냐...안마셨어.
그녀 울었는지 화장이 눈물에 지워져 있다.
현지 : 아니라니까...미친놈...내가 알콜 중독자니?.......언제와? ....... 조심히 갔다 와.
씬 106 버스 안(황혼)
인, 전화를 끊는다.
다시 창가로. 눈을 돌리면,
해맑은 미소를 짓는 인.
강물속에서 일렬로 서서 줄낚시를 하고있는 수녀들과 어린아이들 ...
그 모습이 정겹다.
씬 107 인의 시골 집(황혼)
마을입구에 들어서면 커다란 고목나무가 보이고,
그 밑으로 장기를 두고있는 노인들과,
천진스럽게 뛰어 놀고있는 꼬마들.
옆으로 넓은 평야.
사과 나무들이 즐비하게 보이고,
그 뒤로 작은 전원 주택.
인과 노인...그 집으로 향한다.
굳게 잠겨져 있던 문을 열쇠로 열어 주는 노인.
인사하고 안으로 들어가는 인.
씬 108 집 안
인...닫혀 있던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 간다.
묵은 먼지들이 쌓여 있는 가구들...
책장에는 수석들로 가득하고, 거실 구석 구석에
오래된듯한 계목들도 보인다.
그 사이사이로 부모님의 사진....동희와 선미다.
인, 그 사진들과 가구들을 느끼며 천천히 걷는다.
결혼식 때부터.... 학창시절.... 인의 어린 시절 사진까지....
그러다간... 소은과 함께 찍은 사진에서 갑자기 발길을 멈춘다.
뚫어져라 보더니.... 그냥 스쳐 지난다.
씬 109 소은의 집 앞
소은, 나온다.
그 앞에 동희가 있다.
소은 : 어떻게...오셨어요?
동희 : 왜...보고 싶어서 온 건데 안되나? 그냥 ....... 학교에서 널 찾았는데 갔다고 그러더군....
무슨일 있나 해서...
소은 : 아니요... 아무일도.... 몸이 좀 않좋아서...
동희 : 걸을 순 있지?
씨익 웃는 동희
씬 110 집근처 공원
둘 걷는다.
동희 : 팔짱 낄 줄 아니?
소은 : (그저 빤히 본다) .......
동희 : 한번 껴 볼래?
소은 시무룩해 있다간.....잠시후...팔을 슬며시 다가가 그의 깁스한 팔에 자신의 팔을 끼운다.
소은 표정은 아직도 어느 정도 경직되어 있다.
동희 : 너.... 애인있니?
소은, 갑자기 피식 웃는다.
동희 : 지금 어떤 사람들이 우릴 본다면 분명 우리가 애인 사이인줄 알거야?
소은....슬쩍...팔을 뺀다.
동희, 소은을 본다.
소은 : 그 말을 하려고 오셨어요?
동희 : ....비슷해.
소은 : 정말로 애인 사이는 그냥 걸어도 그렇게 보일꺼에요....
소은 그냥 먼저 걸어 간다.
동희 뒤에서 그녀를 쫓아간다.
점점...다가가는 동희
소은을 휙 잡고 돌리더니 입을 맞춘다.
경악스러운 얼굴의 소은....
생전 처음 해보는 키스....
그녀의 몸은 힘을 잃고 모든걸 동희에게 맡긴다....
아...운명이고 뭐고...그래...이 남자를 사랑하고 싶다.
소은 감은 눈을 살살 뜬다.
동희의 얼굴....허나, 동희 얼굴 바로 뒤에서 선미가 고개를 내민다.
슬픈 표정의 선미.
그의 붉게 충혈된 눈가에는 눈물 방울이 맺혀 있다.
바닥에 큰소리로 떨어 지는 눈물방울.
소은 순간
소은 : 아...악!!!!!!!
씬 111 소은의 방
소은...눈을 뜬다.
온몸은 땀에 젖은 채 ....꿈을 꾸었다.
울고 싶은데 울음도 안나온다.
방 불이 켜진다.
그녀의 옆에 놓인 무선기.
씬 112 인의방
어둡고....아무도 없는 인의 방.
무선음이 울린다.
어두운 공간에서 무선기의 신호 램프만이 깜박인다.
씬 113 소은의 방
무선기를 끊는다.
허전한 맘....
그녀, 다시 일기장을 꺼낸다.
펜을 든다.
오랜만에 그 일기장을 펼쳐든다.
무어라 쓸까?
[ 언제 부터인가 인을 찾게된다. 왜일까?]
씬 114 소은의 스켓치
복도에서 선미와 마주쳐도 그냥 스쳐지나간다.
선미....마음이 무겁다.
스쳐 지나간 소은의 얼굴 역시 무겁다.
씬 115 캠퍼스
떨어지는 낙엽들 ....
낙엽들이 바람에 흩날리고 .....
이런 풍경속에 쓸쓸하게 학교 담벼락에 기대고 있는 소은의 모습....
그 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럽다.
소은의 발밑으로 나뒹구는 낙엽들 ...
살며시 날리우는 그녀의 머리칼 ...
시간이 조금 흐른다.
씬 116 인의 시골 집. 서재와 같은 방
잠에서 깨어나는 인.
눈을 비비며 책장 위에서 어젯밤 챙겨 두었던
동희의 묵은 물건들을 놓은 상자를 꺼낸다.
그 상자 안에는 옛날에 받은 편지들..... 오래된 소지품들이 있다.
하나하나 호기심에 보는 인.
거기엔.... 소은과 보았던 연극제목이 써있는 티켓도 있고....
그리고 깁스한 팔의 모형을 발견한다.
흥미롭게 그 깁스를 본다.
아, 거기엔 허선미라는 엄마의 이름 말고 작은 글씨로 다른 이름이 씌여 있다.
'이건 부적이에요. 소은 '
씬 117 동희가 가는 병원
(플래쉬 빽-FIash BacK)
동희가 깁스를 뜯어내고 있다.
동희 팔을 움직여 본다.
씨익 웃는다.
동희 : (깁스를 들고) 이건 제가 가져도 됩니까? .....기념이 될 거 같아서
의사 씨익 웃는다.
씬 118 인. 시골 집
인...매우 흥분된 얼굴로 무엇인가를 찾는다.
이곳저곳을 뒤진다.
그러다간 졸업앨범을 꺼낸다.
펴서 무엇인가를 찾는다.
아, 소은의 얼굴.
그리곤 곧장....다른 곳에 있는 부모님 사진과 그 곁에 있는 소은을 본다.
뭔가가 상당히 잘못 되었다.
씬 119 소은의 집
소은 자기방에서 나와 학교에 가려고
허나, 거실을 통과할 무렵....텔레비젼에서 나오는 뉴스멘트...
박정희 서거 소식....
아, 오늘이구나.....
그의 모든 예견...역시 그렇구나.
눈물이 주루루룩....
쇼파에 앉아있던 아버지....
우는 소은을 본다.
아버지 : (사연도 모르고) 괜찮아....소은아...겁내지마. 전쟁 같은 건 안나. 아무일 없을꺼야....
아버지, 소은의 어깨를 감싸 안는다.
씬 120 고속버스 터미널
인 , 허둥지둥 달려온다.
10월 26일 이라고 쓰여진 날짜....
서울행 창구...
허나...휴일이라 표가 모두 매진이다.
다시 뛰쳐 나간다.
씬 121 택시 안
택시를 무작정 잡고 가고 있다.
기사, 상기된 얼굴의 인을 백미러를 통해 본다.
인....어디론가 전화를 하려고 하고 있다.
핸드폰에 매달려 있는 반짝이는 " 수정 열쇠고리 "
그러나 밧데리가 없는지 걸리지 않는다.
기사 : 뭔 급한 일이 있는가 부제? 서울까지면 왕복 매다요금 따져서 십만원은 내야되는디....
인 : 저기.... 아저씨 핸드폰을 좀 쓸 수 있을까요? (헨드폰을 들어보이며) 제게 밧데리가 다 돼서....
기사 : ...거시기...한통화에 천원씩 받는디.... 그라문 십만 천원이구....
인....전화기를 잡아 돌린다.
씬 122 학교
인의 친구.
전화를 받는다.
친구 : 뭐?....몇년도? .... 야, 그건 거의 사설 탐정 수준이네.... 아니야...오래 걸리지야 않는다만....
그건 그렇고 언제까지 안오고 있을꺼냐? 그래, 빨리와라....
너 없으니까 현지가 수녀가 된거 같애.
씬 123 소은의 교정.... 야외
학생들의 움직임.... 10.26의 분위기. 혼잡스럽다.
동희 몇몇 학생들 얘길 나누고 있다.
그때, 저만치에서 자기를 보고 있는 소은을 동희가 본다.
동희, 그녀에게 온다.
동희 : 소은아....
소은 : 안녕하셨어요...
동희 : 저번에 네가 한 말.... 참 신기하지... 그대로 이루어졌어....이제 독재는 끝날거야....
소은 말없이 그를 바라만 본다.
동희 : 미래를 알고 한 말은 아닐텐데...네가 생각하는건 다 이루어지나 보다....후후후...
소은, 이 답답한 말을 들으며 아무 말도 없이 천천히 손을 올린다.
그리고 예전에 그가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손으로 동희의 얼굴에 갖다댄다.
동희, 어이가 없지만 뭐라 얘기할 수도 어찌 움직일 수도 없다.
그리고 손으로 그의 얼굴을 느낀 소은, 엷은 미소를 짓는다.
이제 그만 다 지워야겠다 ...
씬 124 소은의 교정 강의실
수업 중이다.
소은, 멍하게 생각에 잠겨 있다.
그녀, 앞쪽 줄에는 선미가 앉아 있다.
소은의 눈에 선미의 뒷모습이 들어와 있다.
그리고 조금씩 그녀의 얼굴 편해진다.
수업중.... 소은 갑자기 일어난다.
천천히 선미에게 걸어간다.
다른 학생들....황당하게 소은을 본다.
선미 뭔가 느끼고 고개를 돌린다.
선미 앞에 서있는 소은.
눈에선 무표정한 눈물이 흐른다.
선미 더욱더 미안해 진다.
씬 125 인의 방
인, 자신의 방으로 들어와 무선기를 켜서 신호를 보낸다.
신호가 가는데 받지 않는다.
인 : 안돼....다 나 때문이야...안돼....
인, 뛰쳐 나간다.
씬 126 인의 교정
인, 강의실 앞에서 서성인다.
그 옆으로 수위 아저씨 지나간다.
그의 묘한 얼굴이 인을 한번 훑고 간다.
수업이 끝났다.
학생들이 나온다.
현지가 나온다.
현지 인을 발견한다.
아, 날 기다리는구나
현지 : (기쁘게 달려와) 인아....
인 : (밋밋하게) 어...그래 ....
그때, 전화한 친구가 나온다.
인 : 잠깐만.... (친구에게) 알아봤니?
친구 : 자식 뭐가 그렇게 급하니?.....
인 : 알아봤냐구?
친구 : 그 분.... 이제 여기에 없다.
말의 뉘앙스가 묘하다.
인의 얼굴 묘해진다.
인 : 그.... 그럼....? ..죽었니?
친구 : 죽어?..... 아니, 어디 아프데? ..... 재작년에 명성대학으로 가셨대....
인 : 뭐?
친구 : 유학 갔다와서 주욱 우리학교 영문과에 계시다가 재작년에 명성대학으로 가셨대....
근데 그 양반 어디가 아프셨니? 사진 보니까 미인이시던데.... 결혼도 안하셨구....
인 : ....아니야....(한숨)
옆에는 현지가 와 있다.
현지 인을 아리송하게 본다.
씬 127 인의 집
현지 : 난 반대야. 네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그건 나쁜 짓이야....아니...말이 안되는 짓이야.
그건 어차피 운명이야. 그 여자 운명이라구.... 그 운명 고스란히 흘러서 지금의 네가 있는거야.
인 : 나 때문에 그 사람은 다 포기한거야. 나만 없었으면 ....
현지 : 너만 없었다는 말은 말이 안돼....야, 넌 지금 여기 이렇게 있어. 게임 끝났어....
인 : 만약 그녀가 아버지를 선택한다면 그리고 그 사랑을 이룬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현지 : 그렇게 되면....(생각...어지럽다) 그건 말이 안돼....세상은 하나고 우리 사는 공간의 차원은
동일한 거야....다른 차원에서 똑같은 형질과 구성들이 또다른 세상을 이루며 산다면 그건....
그래....아직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는 실존에 관한 ....뭐랄까...
아이, 내가 왜 나도 모르는 말을 지껄이고 있니? 아무튼 사실....난 아무 것도 믿지 않아.
너의 고민...매우 재미난 에스에프 멜로소설 쯤인데.... 그런걸 들려주고 싶다면 이걸로 족해...
그래 충분해, 솔직히 이 무선기....이것도 난 안믿어 코드 뽑힌 무선기에서 신호가 울리고
이십년 전 여자와 통화를 한다는 거....너 혹시, 소은이라는 그여자 사랑하니?
현지, 무선기의 코드를 뽑고 들고서 얘기한다.
그때, 무선기에서 울리는 신호음,
현지 두손으로 들고 있는채 굳는다.
현지 : (의심쩍게) 뭐니? ...이거 알람도 되니?
인....긴장된 모습으로 받는다.
현지, 계속 두손으로 들고 있다.
인 : 네...
소은(무선음) : 소은이에요. 며칠 동안 계속 무선을 보냈는데... 컨텍되지 못했어요.
인 : 저기....
현지...인...서로 눈이 마주친다.
현지, 어이없는 얼굴로....인에게 고개를 젓는다.
'안돼, 아무 얘기도 해선'
인....고통스럽다.
인 : 여행을 좀 갔었어요. 며칠동안...미안해요.
소은(무선음) : 그 사람과 헤어졌어요....역시 제 인연이 아니었나봐요.
인, 얼굴...굳는다.
현지도 얼굴이 슬퍼진다.
씬 128 소은의 방
소은, 무선기 앞에서 얘길하고 있다.
오히려 편해진 모습
허나, 언제 눈물이 주루룩 흐를지 모를 얼굴.
소은 : 인이씨 말대로 인연인지 아닌지 한번 가볼까도 생각했는데.... 그러면 안될거 같아서요....
그래서 오늘 제 맘속에서 그 사람을 지웠어요. 그리고 편한 맘으로 오랫동안 걸었어요.
학교 구석구석 .... 아주 많이 걸었어요.
씬 129 둘의 걸음 ....동감(同感) 스케치
소은의 소리가 흐르고,
소은의 스케치와 인의 스케치가 교차로 이루어진다.
동감이다.
소은 : (소리) 사람은 향기를 지니고 산대요... 그리고 그 향기를 피우면서 살고요....
그 향기가 다 날아가면 그때 사람은 죽는가 봐요.
소은 학교 담벼락을 걷는다.
손으로 담벼락의 나무들을 대어보고 쓸어주며 걷는다.
그손....
어느새, 인의 손이 되어 소은과 똑같은 감정으로 걷는다.
그런 인을 현지 뒤에서 방해하지 않고 함께 해준다.
소은 : (소리) 그런데 어떤 사람은 죽어도 그 향기가 나는 사람이 있대요.
그리고 그 향기를 다른 이에게 옮기는 사람도 있구요. 그럼 그 좋은 향기가 영원히 퍼질 수 있겠죠.
나. 그 사람의 향기를 알아요.... 언제 어디서고 눈을 감으면 맡을 수 있어요.
소은 학교 시계탑을 지난다.
그 옆으로 사람들 여럿이 모여 오늘에야 완공식을 갖고 있다.
인도 시계탑 옆을 걷는다.
1979년의 소은과 1999년의 인.
시계탑 앞에서 교차되는 둘의 모습이 투영된다.
소은 : (소리) 그 사람과 나, 우린 분명, 같은 감정으로 살아요.
같은 슬픔 같은 기쁨.... 같은 향기를 지니면서....그렇게 살수 있어요. 1979년의 이 기분이요...
1999년에서도 알 수 있을 거에요.
화면 어두워진다.
다시 환해진 화면.
명성 대학이다.
씬 130 명성대...어느 건물 앞
인과 현지...가 있다.
인...말끔히 옷을 차려 입었다.
선보러 가는 남자처럼.
현지는 무선기를 넣은 가방을 들고 있다.
둘...약간의 갈등 혹은, 망설임으로 있다.
현지 : 잘 하는 걸까? 지금와서....
인 : 그냥....미안하다라는 말을 하고 싶어....아니면 그냥 얼굴이라도 보고 싶어....잘 사는지...
그 여자, 웃는 얼굴이었으면 좋겠어. 만약... 얼굴에 슬픔이나 우울함이 있으면 어떻게 하지?...
내가 못견딜 거 같아.
인, 뒤돌아 가려고 한다.
현지 : 인아.
인 : (다시....돌아) 현지야, 그래 나 소은씨 사랑한다. 순수하게 말야. 내맘 이해할수 있겠니?
현지, 그의 옷매무새를 다듬어 준다.
인, 씨익 웃는다.
그 웃음은 진정으로 현지에게 보내는 사랑스러운 미소다.
인 : 고마워.
인, 간다.
현지...가는 인을 담담하게 바라본다.
씬 131 어느 건물
인...긴장된 얼굴로 건물 복도를 지난다.
강의실 팻말을 보며....
그러다가 윤소은 교수님이라고 씌여진 방에 다달았다.
손잡이에 손을 갖다대어 본다.
문이 잠겨 있다.
인...한숨.... 다시 복도를 거닌다.
그때, 수업이 끝났는지 강의실 이곳저곳에서 학생들이 나온다.
학생들의 숲....그때,
인 고개를 돌리려는데.....
문이 열리며 살짝 보이는 신발.
중년의 여교수...소은이다.
카메라 그녀의 어깨에서 목덜미 ... 빰만 살짝 잡는다.
인....한눈에 사진속의 그녀임을 알았다.
소은 인의 눈과 마주쳤다.
파르르 떨리는 그녀의 턱선.
생전처음보는 저 남자....허나....신기하게도 소은은 그가 인임을 안다는 듯....그를 보고 있다.
둘....아무 말도 없이 그렇게 마주보고 서있다.
둘의 주위로 많은 학생들...아무 느낌 없이 스쳐 지나간다.
둘...동상처럼.... 서로를 보며 그렇게 서 있다.
인의 눈에 어느새 눈물이 고여 있고....
소은의 눈가에도 흐르진 않지만 맑은 투명체가 서려 있다.
그러다간....
소은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번진다.
지나온 세월을 씻어주듯.... 그렇게 입술이 미소를 짓는다.
인.... 그 미소를 보며....숨을 내쉰다.
소은 그렇게 웃는 얼굴로 움직인다.
인도 이제야 발을 뛴다.
소은과 인
그냥 천천히.....서로의 옆을 스치며 아무말 없이 그냥.....지나친다.
인과 소은의 행복한 모습에서....
(컴퓨터 그레픽스 시퀸스)
무지개빛 구름의 모습이 보이고,
구름이 사라질쯤 희미하게 보이는 투명한 수정 열쇠고리.
씬 132 아기 인의 방
화면이 밝아지면 반짝거리며 대롱대는 수정열쇠고리 ....
카메라 빠지면 선미가 수정 열쇠고리를 흔들며 앉아있고
아기 인이 " 수정 열쇠고리 "를 신기한 듯 쳐다보며 있다.
이러한 그림들과 함께 나레이션 .
인 : (소리) ....오늘...당신을 봤어요.... 소은씨....정말 예쁘고 밝았어요.... 아주 잘 살고 있구요.
소은씨 옆을 스치는데....소은씨가 얘기해 주던 향기가 났어요.
그 향기가 어떤건지 맡을수 있었어요. ......
(컴퓨터 그레픽스 시퀸스)
카메라 빠지면서 보이는 기계선들.
자세히 보면 무선기 안의 선들이다.
선들 사이로 가운데 보이는 10원짜리 동전 테두리.
기계로서의 수명이 다해가는듯, 지지직 거리고,
이러한 그림들과 함께 소은의 나레이션.
소은(소리) : 지 인씨, 살다보면... 가슴 아픈 인연으로 끝이 날지라도,
만나야만 되는 그런 사람이 있나봐요. 꼭 그래야만 하는 운명이 있나봐요.
또다시 세상을 돌고 돌다보면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사랑할수 있을까요?
순간, 심한 노이즈 ....
선들속에 있던 동전이 서서히 움직이다가 바닥에 힘없이 떨어진다.
인(소리) : 소은씨 ... 소은씨 ?
CQ CQ CQ 여기는 DS1AVO. 델타 시에러 원 알파 빅토르 오스카
RST 59 주파수로 윤소은 님을 찾습니다. CALL 응답 바랍니다.
CQ CQ CQ 여기는 DS1AVO. 델타 시에러 원 알파 빅토르 오스카
RST 59 주파수로 윤소은 님을 찾습니다. CALL 응답 바랍니다.
바닥에 힘없이 떨어져 있던 동전이 지지직 거리다가 멈춘다.
소리 : 컨텍 되어지지 않습니다. 호출 주파수를 찾을수가 없습니다/ 라저.
컨텍 되어지지 않는 주파수 콜싸인입니다.
씬 133 캠퍼스
옆의 현지.....
현지 : 이제 무선이 안되나봐....
인 : (흐려진 두눈으로 무선기를 노려보며) 이 무선기....나쁜거야....모든게 다 이거 때문이야....
인....거칠게 일어나 그 무선기를 내팽게치려 한다.
그때...뒤에서 들려오는 수위 아저씨의 소리....
수위 : 어허.....뭐야?
인, 멈춘다.
수위 : 이 야심한 밤에...어이구...또 너희들이니?
현지 : 아니에요... 아저씨 그냥 이 기계 좀 고치려구....
수위 : 고치려는 폼이 아닌걸....왜?....던져서 부숴버릴려구?
인 : ....
현지 : ....
수위 : 쉽게 안 없어질꺼야.....
인 : ....
현지 : ....
수위 : 어여들 가라.... 세상은 그렇게 흘러가드라구....
수위 아저씨 나간다....
인과 현지 그 무선기를 본다.
인, 무선기를 테이블 위에 올려 놓는다.
카메라, 그 무선기를 집중한다.
씬 134 시계탑 앞
인과 현지. 걸어 온다.
현지 : 네가 겪은 몇주일....정말 웃긴다. 사람들한테 말하면 아무도 안믿을꺼야...그치?
인 : ........(아무말 없다)
현지 : 후.....그래... 세상은 그렇게 흘러 가겠지.... 우리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뭐가 어떻게 달라지겠니?
인 : 팔장 낄 줄 아니?
현지 : 뭐?.....미친놈....팔장 못끼는 사람이 어딨냐?
인 : 한번 껴봐라?
현지 : 어라..... 닭살 돋게 왜그래...갑자기......
피식.....웃다간 새침 떨면서 인의 팔장을 낀다.....
걷는 둘.
누가 봐도 애인 사이다.
둘의 ...연한....미소....
씬 135 어느 성당
(스틸 몽따쥬)
동희와 선미의 결혼식.
하객으로 와 있는 소은의 모습.
꽃술이 날리고,그들을 축복해 주는 사람들.
승용차가 성당앞에 도착하고,
동희와 선미가 차에 타려는 순간.
예쁘게 포장 되어진 작은상자 하나를 선미에게 선물하는 소은.
기뻐하는 선미의 두볼에 흐르는 눈물.
소은도 슬퍼하고,
미안해 하는 동희.
떠나는 승용차를 뒤로한채 화면 어두어진다.
씬 136 인의 시골집 안
(플래쉬 빽-FIash BacK)
화면 밝아지면.....
저녁식사 준비로 분주한 선미의 모습이보이고,
식탁 밑으로 아장아장 기어 나오는 어린 인이 보인다.
거실 한구석 인의 장남감속에 파묻혀 있는 무선기가 보이고,
무선기를 만지작 거리며 천진 난만하게 좋아 하는 인의 모습.
그 옆으로 작은상자가 보이고 상자안에 놓여있는," 수정 열쇠고리 ".
씬 137 인의 시골집
(미니어쳐)
굴뚝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나오고 있고,
인의 집을 둘러싼 고목에는 하얀눈이 쌓여가고,
한폭의 수채화같은 그림을 카메라 서서히 부감으로 이동하면,
인의 집이 점점 작아 지면서 마을의 불빛들 만이 아롱 거리고,
카메라 한없이 멀어지면,
그와 동시에 달에서 바라본 이쁜 지구의 모습이 보여지다가
엔딩 크레딧 올라온다.
감사합니다.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
첫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