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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밑그림은 이렇습니다. 각 집은 마을로 수렴되어 하나의 공원처럼 가꾸는 컨셉.
그림쟁이 아니랄까봐 제가 대강 땅의 밑그림을 그려 토목공사를 이끌어 줄 친구에게 주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도담마을 주민들에게도 이 그림을 멜에 보태어 제 의견과 속마음을 전했답니다. 다른 그림도 있는데 그것은 등고선을 그려 전체와 각체 간의 고저차를 몇 단계 더 흐르게 나누어 본 것이죠. (하지만 이것은 현장에서 받아들이기엔 너무 복잡하여 슬쩍 거두어 들였어요.)
기왕의 흙량으로 전체를 공원처럼 자연스럽게 꾸미려는 것인바, 좌상귀가 가장 높고 그 다음이 우상귀, 그리고 좌하귀에서 우 하귀로도 조금씩 낮아지는 층차가 있죠. 맨 아래에서 가운데로 오르는 길은 사도 인데, 폭이 5m~ 4m이니 꽤 많이 주차할 수 있죠.
기본은 전체를 빙 둘러 휀스를 치겠지만 각 집 간의 구별은 역시 '돌쌓기'였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구상해 보았던 마사토길, 보도블럭길, U 자형 수로, 낮은 울타리, 낮은 돌담 등을 제치고 '발파석 전석쌓기'로 돌아왔답니다. 이는 각 터 간의 높낮이의 층차로 생긴 높이를 견고히 하고 화단 이용 시 외관을 바르게 하려는 것. 친구와 함께 근동(춘양)의 발파현장에 가서 살피고 김장임샘 네에 쓰일 돌도 그것으로 결정하였죠. 돌 질이 강하고 미끈한 편석형으로 떨려나 피부가 여간 깔끔하지 않아 구미가 당겼어요.
현재는 아래 도로 입구에서 밑둥을 돌아 위쪽까지 1단계는 얼추 진행 되었습니다. 참고로 윗단 좌는 김진수, 우는 김승민, 아랫단 좌는 우순일, 중앙은 서재준, 우는 장기웅의 터입니다. 모두들 아직은 건축에 대한 계획은 조심스러운 채 저만 생각을 앞세우고 있는 편인데, 저로선 엔간하면 비슷한 시기, 즉 오는 봄 말고 저내년 봄쯤에 일제히 서두르면 어쩌냐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경비가 줄고 여러 잇점이 많다 손치더라도 각자의 여건이 더 중요한 바 차라리 각각의 집에 '후문'을 두어 조경을 먼저 하더라도 건축은 나중에 그 후문을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좋지 않나 구상하여 위의 그림을 그려보았던 것입니다. 머리 좋죠?^^!
저 일에 우린 흔한 '또뽑기' 과정 하나 없이 각각의 자리가 잡아졌어요. 우하귀 땅을 장기웅 아우가 선점?해줌으로써 궁리 중이었던 제 부담을 일소해주었고, 그 곁의 서재준, 우순일 자리도 서로 고개 끄덕이는 눈빛으로 싱거웠으며, 윗단의 위치는 제가 승민네 사모님께 먼저 권하여 모두 원하는 대로 현재의 틀이 잡힌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이것만으로도 우리는 서로가 귀하고 충분히 예뻐진 것 아니겠습니까?
엊그제, 저 그림과 함께 '우리 마을'에 보낸 멜을 지금 일을 맡고 있는 제 친구에게도 읽혔습니다. '가운데' 입장이기도 한 제 뜻이 우리 도담아우들과 건설친구 양쪽으로 잘 미치어 작은 오해라도 불러들이지 않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아들이 술 마신 아빠의 대리기사로 앉아 있는 호프집에서 그 친구는 주인장의 돋보기 안경을 빌려 그 멜글을 아주 찬찬히 열심히 읽어주었지요. 그리고 한 마디 합니다.
'자신이 나와 친구라고 하여 나를 여러분과 차이를 두는 무슨 결과가 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스스로 잘 수행할 자임을 동민 여러분이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의 구절에 대해선 가사 돌쌓기는 무슨 '쟁가게임'처럼 돌들이 각자의 집에서 이웃의 집으로 서로가 서로를 맞물고 버티고 있으므로 차이가 무의미하겠지만, 그러나 토목의 '기본 일이 대충 끝나면 평당 16만원은 웃돌거라'는 말에서는 왜 그러냐 묻더군요. 역시. 내 아전인수격 계산법에 그땐 '경계쌓기'를 고려하지 않았을 때이니까요. 물론 이 문제 이상의 여러 변수들이 앞으로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서 최대한 적게 들여 완성하고픈 나와 기본은 가야한다는 친구의 의견은 늘 싱싱하고 그래서 또한 늘 팽팽할 수밖에는 없다는 것입니다.
매입 계약에서부터 골치덩어리 구거문제 해결에 이르도록 현재까지 만족할만한 성과를 낸 내 친구 이백씨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합니다. 이 일에 나와 내 친구를 믿고 잘 도와준 도담마을 아우들께도 세밑에 합장 감사 드립니다. 막판에 각종 세금에 납입금 문제를 처리하느라 골치 아팠을 재준 아우께 고맙네. 겨울 일이라 잠시잠시 쉬기도 하겠지만 우리 목표는 봄으로 가는 어느 길목에서 어느덧 달성될 수 있도록 꾸준히 진행하겠습니다. 방학 중에 더러 가보고 싶으면 새참이나 뜨끈히 준비해 우리 일을 대신하고 있는 저 언 손들을 다잡아주세요.
오늘은 여기서 이만... 도담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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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함께 어울려 산다는 것은 상대방을 배려하고 한 걸음씩 양보해야 한다는 것은 다 아는 것인데 실천하기가 쉽지는 않는 일이죠.잘 어울려 낙원을 만들어 가시기 바랍니다.
닥치지 않은 일을 미리 상상하고 그것으로 걱정하고 사는 것은 썩 좋은 삶의 습관은 아닌 것 같데. 모자라지만 난 궁극에 나를 믿는 편이네. 내가 되면 분명 너도 되는 것 아닌감! '배려와 양보' 같은 착한 미덕은 우리 일상에 주어진 선생님의 숙제 같은 것이니 '樂園'은 몰라도 '樂月'은 썩 안 되겠는감^^ 아, 이곳저곳 태양광 가로등을 달려다 생각하니 달이 안 되겠어서 동산에 달 뜨면 방안에 앉아 아우들에 대한 '배려와 양보와 허락'도 없이 마을의 모든 가로등불을 싹 꺼버릴거라네...
도담도담 이야기소리 ㅎㅎㅎㅎㅎ 둘러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