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784부대
‘침투로의 개척자’ 공군 공정통제사
무더운 한여름의 태양이 뿜어내는 열기에 산천초목조차 숨죽이는 가운데 위장 크림을 짙게 바르고 무거운 군장을 짊어진 일단의 군인들이 소리 없이 풀숲을 헤치며 나타났다.
예상 낙하 지점(Drop Zone)을 확보한 이들은 곧바로 장비를 설치하고 적의 레이더망을 피해 지형 추적비행을 펼치며 저공침투한 아군 수송기와 긴박한 교신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능선을 넘어 순식간에 모습을 드러낸 아군 수송기는 이들의 정확한 유도에 따라 예정된 낙하 지점에 정확히 보급품을 공수하고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지난달 남부 지역 일대에서 2주간에 걸쳐 숨가쁘게 펼쳐진 공군 공정통제팀(Combat Control Team)의 하계 야전종합훈련의 한 단면이다.
비록 직접적인 전투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은밀히 전장을 넘나들며 아군 특수부대의 작전이 성공할 수 있도록 모든 항공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 공정통제사의 주된 임무다.
공정통제 개념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이탈리아 시칠리아(Sicilia) 공정작전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공수작전을 지상에서 통제할 수 있는 특수부대 창설의 필요성을 느낀 미 공군에 의해 처음 제시됐다.
1953년 드디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공정통제 임무를 전담하는 정규 임무 부대가 미 공군에 최초로 창설됐고 공정통제사(CCT)라는 명칭도 이때 부여받아 지금에 이르고 있다.
‘침투로의 개척자’로 불리는 공정통제팀은 작지만 강한 전투력을 갖추고 있는 대한민국 공군에서 ‘하늘의 119’로 불리는 항공구조대(Pararescue)와 함께 대표적인 특수부대로 손꼽힌다.
하지만 그 존재가 워낙 베일에 가려져 있다 보니 한때 공군 공정통제팀이라는 공식 명칭보다 1978년 4월 창설됐다는 뜻을 담은 784부대라는 애칭으로 더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고난도의 임무 수행 능력과 전문성으로 인해 특수부대 속의 특수부대로 불리며 유사시 활주로와 관제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적진에 먼저 침투, 장애물을 제거하고 아군의 공중 강습·보급시 안전을 보장한다.
때문에 단독작전을 기본으로 하는 해군 UDT/SEAL과 달리 후방 교란, 사보타주 등의 공세적 임무를 수행하는 육군 특전사에 공군 공정통제사의 존재와 도움은 절대적이다.
특전사 요원들과 연합작전을 펼치는 경우가 많으므로 항공관제 능력을 기본으로 공중·수중 침투 능력, 장애물 제거를 위한 폭발물 운용 능력 등 다양한 특수작전 임무 수행 능력을 겸비하고 있어야 한다.
특히 복잡한 산악 지형에서 이뤄지는 공수·공중 보급·공중 강습에는 골바람과 측풍 등 시시각각 변화하는 바람의 영향 아래에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류를 정확히 읽는 능력도 요구된다.
이렇듯 고난도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항공관제 능력을 갖춘 부사관 중에서 후보를 선발, 육군 특전사와 해군 특수전여단 등에 위탁교육을 실시하고 2년 이상 단련해야만 겨우 기본자격을 얻을 수 있다.
또 최상의 기량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는 자기 계발과 노력이 요구되며 연간 2회에 나눠 실시되는 야전종합훈련은 지옥훈련이 따로 없을 정도로 혹독하게 진행된다.
이것이 바로 가장 먼저 적진에 침투해 가장 최후에 철수한다는 공군 공정통제사들이 특수부대 중의 특수부대, 프로 중의 프로로 손꼽히는 진정한 이유다. / 2004.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