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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 뉴스정보 스크랩 자연의 아픔을 깨닫지 못하면 그 고통은 오롯이 우리에게
박두춘 추천 0 조회 22 12.12.06 08:49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자연의 아픔을 깨닫지 못하면 그 고통은 오롯이 우리에게

 

남녘으로 기운 햇살이 산 능선(稜線) 낙락(落落)하게 버틴 소나무 노을에 걸린 12월의 오후 여풍(麗風)에 여설수(女舌樹)가 스산함을 더한다. 마지막 꽃등에가 송악 꿀맛에 솜털이 파르르 떨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는 송악 꽃을 마지막으로 야생화 사진은 마무리를 한다.

10월에 꽃피운 보리장나무는 제법 열매 모양을 갖추었다.

5월에 피는 덜꿩나무, 6월에 피는 가막살나무 그리고 밤나무, 가을에 접어들면서 9월의 보리밥나무가 피고 보름쯤이면 보리장나무가 한해의 사랑향기를 끝맺는다.

아름답게 꽃을 돋보이게 하던 나비도 벌도 볼 수 없다.

이들 꽃 향기는 특이 하게도 인간이 지구상에 태어날 때부터 부락단위의 집단생활을 하기 전까지 인간관계의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페로몬( pheromone )향과 같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오뉴월 밤꽃이 피는 농번기 에는 아들이 장시간 집을 비운 며느리를 밭에 내 보내지 않고 대신 아끼든 딸을 봄볕에도 내보냈다고 한다.

가을걷이 때 피는 보리밥나무와 보리장나무 득(得)에 시어머니의 황당한 배려(配慮)가 있었을까?

 

두런두런 거리며 콩밭을 매는 두 아낙 늙은 아낙은 시어머니, 시집온 아낙은 새댁, 그 새를 못 참아 엉금엉금 기어나가는 것은 샛 푸른 샛 푸른 새댁,

내친김에 밭둑 너머 그 짓 큰일 한 번 보고

'어머니, 나 거기 콩잎 몇 장만 따 줄래요?"

『오살 할 년, 콩 꽃은 안 일어 죽겠는데 콩잎은 무슨 콩잎?』

옜다, 받아라. 거슬러난 갈고리가시가 성글게 있는 밑씻개 콩잎

멋모르고 닦다보니 항문에서 불가시가 이는데 호박잎같이 까끌까끌한 게 영 아니라 '이것이 무슨 밑씻개?"

맞받아치는 앙칼진 목소리,

잔말 말고 어서 씻고 콩밭 매라,

너 서방 가진 공도 그 밑씻개 덕이지 네년도 서방 같은 아들 낳고 싶으면 그걸로 밑씻개 해야 한다,는 며느리 밑씻개.

밑씻개와 꼭 닮은 것이『 검붉은 혹이 주렁주렁 달린 흉측한 배꼽』

얼마나 보기 싫었으면 그 배꼽이 며느리 배꼽,

동지섣달 시아버지 제삿날 메 지을 쌀 씻다가 쌀 두 톨 떨어져 급한 김에 입에 넣다 시어미니 에게 들켜 쫓겨나 『얼어 죽은 자리에 핀 꽃』이 꽃며느리밥풀이란 이름을 받았다.

 

고부간 갈등의 수식어로 포장된 꽃을 볼 때마다. 옛날 시어머니가 그렇게 내 집 제사(祭祀)모실 후손을 낳은 식구로 받아들인 며느리에게 악행을 행하였을까?

딸만 낳은 딸 부잣집 어머니들의 비아냥거림이 아닌지!

 

산행 중 여자들에게 짓궂은 질문을 던져보고 그 꽃들의 향기에 대한 반응을 들어 봤다 .

밤꽃향기에 대다수는 향기가 특이하게 좋다는 답변이었다.

반면에 남자들은 향기의 평가보다 시큰둥하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 꽃들의 향기가 비릿한 땀 냄새 같았다.

페로몬 향이 있는 오뉴월 꽃이 집중적으로 피는 시기와 늦가을 에 홀로 피는 꽃들이 수정하기 위하여 벌 나비를 모을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다른 꽃보다 강렬한 향으로 유인 하지 않았을까?

인간도 산속 구석구석에 몸을 숨기고 가족만모여 지낼 때는 인간이 두렵고 반가울 때가 있었을 것이다 .

사춘기 남녀의 만남은 동물의 교미기와 같은 페로몬에 의해 남자를 만나

짝을 이루고 자식을 기르는 고통과 즐거움을 느꼈을 것이다. 또한 만남은 호기심과 두려움도 동반 하였을 것이다.

미지의 세상을 창조하여 페로몬이 필요 없는 동등한 인격의 인간으로 변하여 오늘의 커뮤니케이션 이 확립 되었을 것입니다.

코끝을 스치는 젊은 여인의 풋풋한 냄새가 좋은 것은 잠재한 본능 때문에 울컥 치 밀어 오르는 것은 아닐까?

 

봄부터, 노란단풍이 드는 가을까지 길섶에 자라는 관목 중에 생강나무와 비목나무가 있다.

생강나무는 수피(樹皮)나 잎 그리고 열매에서 생강 냄새가 진하게 풍긴다.

같은 녹나뭇과 생강나무속의 비목나무는 같은 속이지만 공동묘지의 향냄새가 베인 은은한 냄새가 난다 .

가곡에 나오는 비목(碑木)은 죽은 이의 묘비를 나무로 사용한 것인데 처량하고 애처로움을 느끼게 한다. 천수를 누리고 죽으면 후손들이 비석을 거창하게 세워주는 반면에, 젊은 나이에 억울하게 죽으면 달랑 나무토막 하나에 이름 석 자가 새겨지면 그만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비목나무(白木)는 비목(碑木)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한국전쟁 때 이름 없이 죽어간 젊은이들을 두고 한 명희씨가 그린 '비목'은 휴전중인 조국의 아픈 상처를 가슴 찡하게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된다.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양 지역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비목이여

먼 고향 초동 친구 두고 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 되어 맺혔네.

궁노루 산울림 달빛 타고 흐르는 밤

홀로선 적막감에 울어 지친 비목이여

그 옛날 천진스런 추억은 애달퍼

서러움 알알이 돌이 되어 쌓였네.

돌이 되어 쌓였네.

이 가곡의 속 냄새가 비목나무의 향기와 닮아 애달픈 마음이 눈시울에 내려온다.

 

우리고장 갈맷길 에는 소문난 꽃들은 손 탄 지 오래 됐다.

계절마다 자취감춘 꽃을 생각하면 상통(傷痛)하여 보물을 잊은 듯하다.

그래도 남은 꽃들이라도 보존하기 위해 듣기 싫은 소리를 자주 하는 편이다.

수년간 장자산 일원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 중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장자산 지킴이라고 내 앞에서 일행에게 소개도 시킨다. 부끄러운 마음 때문에 얼굴이 뜨거울 때가 많다.

그간 지켜본 나무 중에 우묵사스레피 나무가 있다.

11월에 단성화(單性花)로 자웅이주(雌雄異株)또는 자웅이가(異家)로 꽃이 피는 유일한 종이다. 11월부터 피는 양성화 자웅동숙나무는 송악이 있다.

사스레피나무 암나무는 작년에 꽃이 피어 성숙한 검은 열매가 달려 있는 가지와 잎겨드랑이를 피해 올해의 암꽃이 핀다. 수나무의 꽃은 수정시기를 맞추어 피는 단성 웅예선숙(雄?先熟)형 나무이다.

대다수의 양성화 자웅이숙(자웅일가)에서는 근친 수정을 막기 위해 웅예선숙으로 수꽃이 먼저피고 암꽃이 그 후에 피어 다른 나무의 꽃가루받이를 한다.

우묵사스레피 나무는 유년기에 모두 수나무가 되어 젊은 꽃가루만 제공하여 성실한 종자를 생산하도록 도움을 자청 한다.

그러나 유년기를 지나고 청년기가 되면 주위의 나무 중 나이가 많은 나무가 암나무로 전환하여 암꽃을 피워 2~3년간 열매를 맺는다. 대부분 2년 주기로 암 수 자웅이 바뀌었다.

그러나 꽃가루받이 거리를 벗어나 한그루만 단독으로 생육하고 있을 때는 특이한 현상으로 큰 가지별 자웅동주 동숙이 되어 종자를 생산한다.

쉽게 풀이하면 큰 가지별로 암꽃가지 수꽃가지로 뚜렷하게 구분지어 수정(受精)하여 종자생산을 한다.

식물도 자연 환경에 적응하여 종자를 보존하기 위해 멸종의 위험을 무릅쓰고 자가 수정하는 최후의 방법까지 선택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그루의 쉬나무와 두 그루의 말채나무는 일편단심 단성화 자웅이가 화를 고집하며 인간으로부터 짝을 여의는 아픔을 감내(堪耐)하며 한해 한해를 먼 바다를 벗 삼아 천명을 다할 때 까지 지조를 지키는 선비처럼 살아갈 결심 을 한 듯하다. 이와 같은 환경은 인간만이 자연의 생태를 바꿀 수 있는 집단이다. 과학이 베풀어 준 다양하고 편리한 기계 공구를 만들고 응용하여 나무를 훼손한 결과 때문에, 식물뿐만이 아니라 동물까지도 유전자 변형 및 인공 교배로 다른 종의 생산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식물의 표현을 소통하지 못한, 인간의 책임을 깨닫고 반성하여 하찮게 훼손하는 짓은 하루빨리 멈추도록 관심과 교육이 절실한 기회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우리들과 같이한 수많은 초목이 깊은 잠을 잘 수 있도록 기다려 주고 싶다.

동남풍이 불어오는 봄까지 기다리기 힘들다며, 산 저 너머에서 불고 있을 북동풍은 시샘하여 갈맷빛 이기대 바다를 하얗게 부수며 재촉하고 있다.

자연을 이해 할 때까지 서로 사랑하며 행복을 나누고 환경을 지키는 것이 인간의 숙명(宿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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