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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이 낳은 신풍속도 |
울고 웃는 사연 속출…세입자가 또 세 놓기도 |
9년만에 최악의 전세난이라는 요즘, 전셋집 때문에 울고 웃는 사연이 속출하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경우는 세입자가 또 세를 놓는 이른바 ‘이중계약’이다. 집 소유주와 월세계약을 한 뒤, 다시 세입자를 구해 전세나 월세 계약을 체결하는 식이다. 이중계약은 공인중개사가 중개를 할 경우 이같은 수법이 들통나기 쉽기 때문에 주로 온라인 커뮤니티나 생활정보지를 활용한 직거래를 이용한다. 이 경우 집주인이나 공인중개사의 신분증, 자격증을 복사 또는 위조해 아무런 의심을 받지 않고 계약을 체결한다. 서울의 대학가 원룸 밀집 지역에서 특히 이같은 방식이 성행하고 있다. 집주인에게는 보증금 3000만원, 월세 35만원에 원룸 계약을 한 뒤, 새로운 세입자에게는 보증금은 100만~200만원 정도 낮추고 월세를 10만~20만원 정도 올려서 내놓는다. 보증금 액수가 큰 아파트의 경우, 월세로 빌린 집을 전세로 내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천안에서는 이 방법으로 40억원대 사기행각을 벌인 일당이 검거된데 이어 15억원 상당의 전세 보증금을 챙긴 사례도 적발됐다. 지방 뿐만 아니라 서울 강서구 등 수도권에서도 이같은 이중계약 사기가 횡행하고 있다. 전세난이 극심해 지면서 대학가 하숙집 풍경도 급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지방에서 상경한 학생들이 먹고 쉬며 자기 집처럼 지내던 곳이 하숙집이었다. 이러한 정 많던 하숙집은 향수가 됐다. 가장 기본적인 식사를 내세워 전월세 보증금 협상을 요구하는 하숙집이 생겨난 것.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에서 하숙을 하는 대학생 김유진(22)씨는 이번 학기에 머물 하숙집을 알아보다가 어이없는 요구에 기가 찼다. 월세 보증금은 1000만원, 월세는 20만원이나 올랐는데 작년까지 월세에 포함된 식사(아침, 저녁)를 올해부터는 별도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계약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원룸이 아닌 하숙집을 택하는 주된 이유는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인데, 식사요금 20만원을 별도로 내게 되면 오른 월세를 포함해 매 달 40만원씩 더 내게 되는 셈이다. 더 황당한 것은 일대 하숙집 십여곳을 돌아보니 모두 계약 조건이 같다는 점이다. 하숙집 주인간에 담합을 해 보증금과 월세를 똑같이 올리고 식사 불포함 조건까지 일괄 적용한 것. 김 씨는 식사를 하지 않을테니 식비를 제외하고 계약할 수 있는지 알아봤지만 모든 하숙집이 식사를 안 할 경우 계약을 못한다는 답변만 내놓았다. 대학가 하숙집 불만사례를 수집하고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김 씨와 같은 사례가 수백여건 올라와 있다. 전세난 덕분에 결혼 풍속도도 달라졌다. 혼수와 예단을 최소화하고 결혼식에 드는 비용도 간소화하는 분위기다. 결혼준비 관련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신혼여행 패키지 대신 자유 배낭여행 상품 공동구매를 진행했다. 80만원대 금액으로 동남아 2인 여행이 가능한 이 상품은 모집 1시간만에 100여개가 마감됐다. 전세 가격 상승으로 결혼 비용이 상대적으로 간소해지자 웨딩 컨설팅 업체들도 거품 빼기에 나섰다. M웨딩컨설팅 업체는 이번달부터 웨딩 패키지 상품별로 포인트를 적립해 최대 100만원까지 돌려주는 상품을 출시했다. 이와 동시에 예비 신혼부부들이 가장 구입을 망설이는 한복을 무료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B웨딩 업체는 폐백시식회를 개최, 10년전 가격으로 이바지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문수아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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