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진하고 달짝지근한 커피믹스와 자판기커피가 제일 맛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대형커피체인점 들이 생활 속으로 들어오면서 깔끔한 아메리카노와 달콤한 캐러멜라떼의 맛에 눈을 뜨게 됐다. 점심 밥값보다 비싼 커피이지만, 그 맛에 중독되어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다. 최근에는 원산지마다 다른 맛의 커피를 접하며 오묘한 커피의 세계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됐는데, 그런데…… 당최 생소한 이름들로 가득한 메뉴판이 마치 어려운 시험지 같다. 세계의 모든 원두를 맛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커피를 찾기가 힘드니 제일 익숙한 이름의 커피를 고르게 된다. 그래서 준비했다. 세계 유명한 원두의 특징! 이름도 어렵고 종류도 많은 원두, 뭐가 뭔지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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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고향 에티오피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지만, 커피 재배는 19세기말 영국 선교사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케냐인들은 영국인들로부터 농장을 물려받아 오늘과 같은 커피산업으로 일구었는데, 남미의 콜롬비아보다 더 근대적이고 효율적인 인프라를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요산지는 수도 나이로비에서 남부의 케냐 마운틴에 이르는 해발 1,500~2,100m의 고산지대에 흩어져 있는 작은 농장들이다. 이 일대의 경치가 아름다워 아프리카의 알프스라고 부른다. 정부에 의해 엄격하게 품질이 관리되는 케냐산 커피는 나이로비의 경매시장을 통해 수출되는데 원두의 크기에 따라 AA++, AA+, AA, AB로 나뉜다. 대부분 커피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와인 같은 풍미가 나는 에스테이트 케냐(Estate Kenya)는 레귤러 케냐 AA보다 두 배 높은 가격으로 팔리는 세계적 명품이다. |
유럽인들에게 커피의 신사로 알려진 탄자니아 커피는 해발 5,895m의 킬리만자로 산허리에서 주로 생산된다. 특히 남쪽의 경사면에 위치한 모시, 아르샤 지방은 품질 좋은 커피산지. 바나나를 함께 키워 커피나무에 그늘을 제공하는 재배법으로 유명하다. 우리가 흔히 커피 하우스의 메뉴판이나 커피상점에서 찾을 수 있는 킬리만자로 커피는 바로 탄자니아 커피를 일컫는다. 커피 맛은 깔끔하면서도 입안 가득 차오르는 풍미와 와인 같은 느낌을 준다. 커피 애호가들은 탄자니아 커피에서 흙 냄새의 여운을 찾아내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가장 아프리카다운 커피로 알려지고 있다. 커피 애호가들이 가장 높이 평가하는 명품은 킬리만자로 산행의 등반 안내인으로 외부세계에 널리 알려진 챠가족이 재배하는 키보 챠가(Kibo Chagga)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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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초로 커피를 발견한 나라 에티오피아에서는 하라, 시다모, 리무 등의 지방에서 주로 커피를 생산한다. 그 중 하라 지역에서는 세계의 커피 애호가들이 칭송하는 명품이 생산되는데, 에티오피안 하라, 에티오피안 모카, 아비시니안 모카, 하라 모카, 롱베리 하라 등의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신맛과 어우러진 부드러운 와인맛, 과일 맛, 흙 냄새까지 갖춘 하라는 예멘의 모카커피에 비해 약간 거칠다. 남부의 시다모 지방에서 나오는 수세 건조식 커피로는 이르가세페가 가장 유명한 제품이다. 에티오피아인들은 오랜 내전으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가 되었지만 커피 종주국이라는 자부심만은 대단하다. |
아라비아 반도의 남쪽 끝,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커피라는 타이틀을 지닌 예멘산 커피는 비교적 높은 가격에 팔린다. 특히 예멘의 커피는 모카라고 불리는데 한때 유럽의 모든 커피가 예멘의 모카항에서 수출되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지금은 주로 아덴이라는 항구에서 외국으로 수출된다. 예멘 모카는 유기농의 전통적인 방법으로 생산한다. 이렇게 생산된 원두의 외양은 굵기가 제각각인데다 작고 둥글어 못생겼지만 커피의 원조답게 가장 전통적인 맛을 잘 간직하고 있다. 맛은 톡 쏘면서도 초콜릿과 같은 풍미가 있어 다른 개성을 지닌 커피와 블렌딩해 마시는 것도 좋다.
세계의 모든 커피가 모카로부터 분화되었기 때문에 대부분 초콜릿 맛이 나지만 진하게 우려낸 예멘 모카는 초보자도 그 맛을 확연히 구별해 낼 수 있을 정도다. 모카의 종류는 커피산지의 이름을 따서 마타리(Mattari)와 사나니(Sanani)로 구분된다. 예멘에서 마시는 커피는 원두의 과육을 벗기지 않고 그대로 말린 것을 사용하며, 말린 열매를 구운 다음 그대로 빻아서 끓는 물에 넣고 끓여 마신다. 우리 나라 한약 같은 색깔이 특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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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커피 생산량의 30~35%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토의 1/3이 커피 재배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브라질의 커피 작황은 전세계 커피 원두시장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생산량의 대부분이 아라비카 품종 이지만 이웃의 콜롬비아나 자메이카 정도의 최고급 품질로는 평가되지 않는다. 사람 손을 빌리기보다는 기계를 이용해 대량생산하기 때문이다. 브라질산 커피 중에서 가장 고급으로 평가되는 것은 상파울로 지역에서 나오는 산토스(Santos)이며, 그 중 아라비카 품종 3~4년산에서 수확하는 산토스 버본(Santos Bourbon)이 최고급이다. 커피나무의 나이가 많아지면 수확량은 증가하지만 그에 반비례해서 품질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
프랑스 예수회 선교사들이 씨앗을 뿌린 콜롬비아는 전세계 커피 생산량의 12%를 차지하며,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브라질에 이어 2위를 차지한다. 하지만 브라질과 다른 점은 생산량 대부분이 최고급품으로 수출된다는 점이다. 아라비카의 변종인 콜롬비아 마일드를 카페테로라 불리는 숙련된 농부들이 매우 높은 고도에서 재배하고 수세 건조식으로 가공하기 때문이다. 콜롬비아 커피는 크기에 따라 등급을 나누는데 원두의 크기가 큰 최상품을 슈프리모(Supremo), 조금 작은 최상품을 엑셀소(Excelso)라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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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애호가들의 찬사와 비난이 함께 교차하는 그 유명한 블루마운틴의 고향이다. 마치 블렌딩해 놓은 것처럼 커피로서의 모든 매력을 완벽히 갖추었다고 평가되고 있으며 가장 비싼 값에 거래된다. 국토의 4분의 3이 산악지형으로 고지대에서 재배하는 커피를 블루마운틴이라 부르고, 상대적으로 낮은 지대에서 재배하는 커피를 하이마운틴이라 구분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블루마운틴의 명성이 예전 같지 않다. 커피 애호가들로부터 원조에 비해 품질이 많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듣고 있기 때문 이다. 그 이유는 많은 농장들이 커피의 품질보다 블루마운틴이라는 고급상표를 내거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메이카 에서 생산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품질이 매우 떨어지는 커피를 블루마운틴이라는 상표를 붙이거나, 극소량의 블루마운틴에 다른 원두를 블렌딩한 제품, 또는 맛과 스타일을 흉내 낸 것들이 많다. 요즘 원두커피 상점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제품이 이러한 것들이다. |
인구의 25%가 커피산업에 종사하고, 수출의 70%를 커피가 차지한다. 과테말라의 커피도 고품질로 평가되는데, 대표적인 명품은 생산지명을 딴 안티과(Antiqua) 커피인데 연기가 타는 듯한 향을 지닌 스모크 커피로 유명하다. 이것은 30년마다 일어나는 화산폭발로 인해 풍부해진 질소를 커피나무가 흡수하면서 생긴 특성이다. 과테말라의 커피는 재배지의 고도에 따라 등급이 나누어지는데 재배지 고도가 4,500피트 이상이 최상급 4,000~4,500피트면 그 다음 등급이다. 고산지대에서 생산된 최상급 커피인 과테말라 코반(Coban)도 안티구아 다음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성공을 거둔 우이우이테낭고(Huehuetenango)도 세 번째로 좋은 품질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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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의 유럽이라 불리는 코스타리카라는 나라는 작지만, 세계 9위의 커피 재배국이다. 커피 재배의 최적조건인 화산암이 잘 발달되어 있는 고산지대 경사면에서 자란 커피를 대부분 습식법으로 생산하는데 신맛, 감칠맛, 향기가 풍부한 와인 맛이 난다. 특히 인스턴트 커피의 원료가 되는 로부스타 품종의 재배는 법적으로 금지할 정도로 정부 주도의 품질관리에 철저하다. 대부분 고급품질로 평가 받고 있는 코스타리카 커피는 주요 생산지가 수도인 산호세를 중심으로 한 주변지역인데, 역시 재배지역의 고도에 따라 품질이 구분되는 것은 과테말라와 비슷하다. 그 중에서도 고급으로 평가되는 원두는 산마르코스 드 타라수(San Marcos de Tarrazul)이다. |
인도네시아는 국토가 섬으로 이루어져 커피나무가 뿌리내린 섬마다 훨씬 다른 느낌의 원두가 생산된다. 자바섬을 기준으로 왼쪽의 수마트라, 오른 쪽의 술라베시, 이 3개 지역에서 커피를 재배한다. 18세기 중반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에 의해 커피 재배가 시작된 자바섬에서 생산된 아라비카 원두는 약간의 훈연된 맛과 스파이스의 자극적인 맛이 신맛과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좋은 품질로 인정을 받고 있다. 자바 원두 중에서 좋은 열매를 골라 창고에서 2~3년 정도 보관해 신맛은 느슨하게 하고 단맛을 배가시킨 올드 자바(Old Java)는 최고의 명품으로 손꼽힌다. 수마트라섬의 서쪽 고산지대에서 재배되는 만데링(Mandheling)은 산도가 낮고, 쓴맛과 단맛이 잘 조화되어 있어, 세계 최고 원두 중의 하나로 평가 받는다. 풍부한 일조량과 강우량으로 커피 재배의 이상적인 조건을 갖춘 술라베시섬에서는 수마트라보다 산도가 약간 강한 셀레베스 토라야(Celebes Toraja)가 나온다. 술라베시의 원두를 세계 최고급으로 극찬하는 애호가들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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