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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피앗사랑 원문보기 글쓴이: rigel
"술에 취하지 마십시오. 거기에서 방탕이 나옵니다. 오히려 성령으로 충만해지십시오."(에페 5,18)
사도 바오로는 '술취하는 것'과 '성령 충만 받는 것' 사이를 강하게 대조하고 있다. 이것은 당시 사회의 종교적 배경과 관련이 있다. 당시 그리스 세계 이방인들은 감정적 기쁨을 얻기 위해서 그리고 근심해서 해방되기 위해서 분만 아니라 神들과 깊은 교제를 나누고 신비한 지식을 얻기 위해서 술에 취하였다고 한다.
당시 그리스 세계에서는 술의 神인 디오니시오스(Dionysios), 즉 로마 신화에서는 Bacchus神 에게 제사를 드리는 의식이 행해졌는데, 현란한 춤과 노래와 음주와 환락이 동반되었고, 그 제의가 절정을 이루면서 사람들은 황홀경에 빠져 들어가곤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종교 사회적 배경에 매우 익숙해져 있는 에페소 교인들에게 바오로 사도는 진정으로 하느님과 친교하고, 또 영혼의 평화와 기쁨을 얻는 길은 술취함이 아니라 성령 충만함이라고 가르쳤다.
본문에 나오는 '충만해 지십시오'(충만을 받으라)에 해당하는 '플레루스테'(plerusthe)는 현재 수동태 명령형이고, '성령으로'에서 '으로'에 해당하는 전치사는 '~안에서','~에 의해'라는 뜻의 '엔'(en)이다. 말하자면, "너희는 성령에 의해 가득 채워져라."는 뜻이다. 그리스어에서 명령형의 현재 시제는 행위의 계속성을 강조한다. 즉 성령 충만은 일시적이거나 일회적인 해위로 그쳐서는 안되고, 항상 지속되어야 함을 나타내기 위해서 현재 시제를 사용하였다.
이 수동형의 문장을 능동형으로 바꾸어 보면, "성령께서 가득차서 너를 주관하시도록 하라"이다. "Let the Holy Spirit fill and control you" 이것은 그리스도인의 마음과 삶을 온전히 이끌어 가시도록 삶의 주권을 성령님께 내어드리는 것이 성령 충만함의 본질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본문이 명령문이라는 사실은, 성령 충만이 선택 사항이 아님을 보여준다. 성령 충만은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이루어져야 하는 필연적 사항이므로, 그리스도인은 매일 매일 성령에 사로잡혀 그분의 인도를 따라 살아야 한다. 성령 충만을 받는 방법은 회개와 간구이다. 성령은 회개하고 죄사함 받은 자에게 주어지며, 성령 충만은 어느 날 우연히 임의적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성령 충만을 간절히 구하는 자에게 주어진다. (루카 11,13 ; 사도 1,14; 2장)
주님의 말씀에 순종함으로써, 하느님께 쓰임받아 구원사의 큰 일을 감당한 사람들은 모두 성령에 충만한 자, 즉 성령에 사로잡혀 하느님의 능력과 지혜로 일한 사람들이었다.
현대의 우리들도 성령 충만한 삶을 살아야 한다. 성령 충만을 통해 하느님과 늘 동행하며, 그분의 지혜와 능력을 의지하며 살 때, 큰 기쁨과 만족이 있게 되고 근심에서 해방되며, 성령께서 주시는 존재론적 안정과 평화를 얻을 것이다. 더불어 하느님을 아는 지식이 성장해 갈 것이며 그런 자만이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