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잭 스페로우 선장과 그 일당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거대문어 ‘크라켄’. 이 괴물이 영화 속 가상현실에만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지난 2월 남극 로스 해에서 길이 10m의 초대형 콜로살 오징어가 잡혔다. 마치 ‘크라켄’을 연상시키는 거대 오징어는 무게가 450kg으로 종전 150kg급 오징어의 기록을 훌쩍 뛰어넘으며 단숨에 역전시켰다. 이 거대 오징어는 수온 급상승으로 인해 파생된 희귀어류에 속한다.
유럽, 아시아, 중남미를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가 기록적인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는 사이 지구촌 곳곳에서 지금껏 보지 못했던 희귀 재앙이 속출하고 있다. 심해어와 메가톤급 덩치를 지닌 어류의 출현, 90년 만에 아르헨티나에 내린 폭설, 칠레의 호수가 순식간에 증발한 현상, 러시아에 노란색과 핑크색 눈이 내리는 광경, 중국의 강이 녹색으로 변해버린 현상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가십거리로 여기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감이 있다. ‘지구가 병들어가고 있다는 증거’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다양하게 출몰하는 희귀재앙을 종류별로 엮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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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질랜드 수산부에서 발표한 지난 2월 초에 잡힌 것으로 추정되는 거대 오징어. 뉴질랜드의 로스해에서 한 어부가 잡은 450kg에 달하는 이 오징어는 세상에서 가장 큰 오징어로 예상된다. ⓒYonhap
심해어와 메가톤급 어종 출현
최근 들어 평소 바다에서 구경조차 힘든 메가톤급 크기의 어종과 심해어의 출현이 잦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국을 통틀어 1년에 1~2마리밖에 못 본다는 ‘꼬리 투라치’, ‘홍투라치’ 같은 심해어가 자주 잡히고 있다. 강원도와 부산 앞바다에서 잇따라 포획된 투라치과 어종은 2000년에 한 번, 2002년 한 번으로 2년 주기로 잡혀왔다. 하지만 2005년 들어 한 번, 2006년 한 번, 2007년에는 두 번 잡혀 지난 3년간 어획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와 함께 동해 앞바다에서 길이 5m에 무게 300kg을 초과하는 초대형 가오리가 잡혔다. 대형 가오리는 아열대성 어류에 속하는 어종이지만 수년전부터 동해에 출몰했다. 최근에는 100마리 이상의 가오리가 떼를 지어 다니는 광경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대형 가오리가 나타나는 이유는 1985년부터 연평균 0.06도 가량 상승한 동해 해수면 온도가 결정적 원인이 되고 있다. 해외 바다의 상황도 별반 다를 게 없다. 가까운 나라 일본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수심 300m에 서식하는 ‘사케가시라’, ‘코와붕가’같은 심해어들이 일본 인근해역에서 조업 중인 어부들을 통해 쉽게 포획되고 있다.
이를 두고 일본의 지진 전문가들은 “대지진의 전조 현상이다” “6개월 안에 대지진이 온다”고 언급해 매스컴에 크게 보도된 적도 있다. 미국 오리건 주 해변에서는 인디언들 사이에 ‘연어의 왕’으로 불리는 해저 490m에 서식하는 심해어가 포획됐고 호주 퍼스시 해변에서는 10m를 넘는 초대형 심해어 ‘산갈치’가 잡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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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다안치 호수 녹색강 변모 ⓒeastday.com
기이한 자연현상
기이한 자연현상도 속출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1918년 이후 처음으로 눈이 내렸다. 이는 남극에서 불어온 차가운 공기가 습기가 많은 저기압과 만나 발생한 것으로 볼리비아 지역을 비롯한 인근 남미지역에 큰 추위를 동반했다. 아르헨티나에 강습한 추위로 8명의 동사자가 발생했다.
지난 6월 20일 칠레의 산티아고 베르나르도 오이긴스 국립공원 호수가 갑자기 사라졌다. 일명 ‘칠레호수 실종사건’이 발생했다. 축구장 10개를 합쳐놓은 크기인 호수의 물이 3~5월 사이 순식간에 종적을 감춘 것이다. 그러나 수일 후 결빙된 얼음이 생기는 현상이 나타났고 또 수일 뒤 다시 물이 스며든 예전 모습으로 변모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기현상을 두고 현지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린랜드에서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새로운 섬이 생겨나 지도를 다시 그려야할 판국이다. 지난 4월 그린랜드 동부 해안에 위치한 반도 위쪽 영토가 빙하에 녹으면서 독립적인 섬이 되었다. 워밍 아일랜드(온난화 섬)라고 명명된 이 섬은 2002년 당시 얼음으로 본토와 연결돼 있었지만 얼음이 녹자 2005년 여름부터 완벽히 떨어져 나왔다. 과학자들은 이를 남극에 이어 두 번째 큰 규모로 이뤄진 해빙현상으로 보고 있다.
중국 원난성 쿤밍 지역의 디안치 호수는 죽음의 강으로 변모했다. 더운 날씨와 오염물질로 뒤덮인 환경재앙으로 강물이 페인트를 섞어놓은 듯 진한 녹색으로 바뀐 것. 이곳은 얼마 전까지 ‘고원의 진주’라 불릴 만큼 깨끗함을 간직한 관광 명소였다. 그러나 6월 들어 갑자기 강물색깔이 강렬한 녹색을 유지하고 있어 충격을 던져주었다.
지난해 러시아 연해주 일대에서는 상식을 뒤엎는 분홍색 눈이 내렸다. 이 눈은 2005년 내린 노란색 눈에 이어 발생한 기현상이다. 눈에서는 코를 자극하는 악취까지 풍겼다. 조사결과 인근지역에 있는 석유회사와 천연가스회사에서 오염물질을 내뿜은 것이 원인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러시아 현지 언론을 통해서 비춰진 것은 아이들이 해맑게 웃으며 분홍색 눈에서 즐겁게 뛰노는 모습이어서 실소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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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연해주 일대를 뒤덮은 분홍색 눈 ⓒwww.mosnews.com
살인적인 폭염 재앙 잇따라
요즘 기상뉴스를 시청하면 폭염을 지칭하는 표현에서 역대 최고라는 말을 자주 접한다. ‘역대 최고의 무더위’ ‘100년 만에 최고 더위’ 라는 등 더위를 나타내는 수식어가 ‘최고’ 일색이다. 그만큼 더위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파키스탄과 인도 북부지역은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파키스탄 발루치스탄 주는 지난 6월 10일 낮 기온이 섭씨 52도까지 치솟았다. 인도 라자스탄 주는 6월 9일 낮 온도가 섭씨 48.9도의 기록적인 수치를 나타냈다. 이에 양국에서는 7월초까지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300명을 넘어섰다.
유럽도 폭염재앙에 신음하는 것은 마찬가지. AFP통신에 따르면 그리스의 6월25일 낮 기온이 110년 만에 최고치인 섭씨 46도까지 올라갔다.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 주와 칼라브리아 주 또한 같은 날에 40도 안팎의 불볕더위가 발생했다. 지중해 동부 키프로스에서는 43도까지 올라가면서 남부주민 1명이 열사병으로 숨졌다.
초강대국인 미국도 폭염재앙은 피해갈수 없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남부와 라스베이거스, 피닉스시 등 미 서부지역에는 섭씨 45도가 넘는 불볕더위가 엄습했다. 캘리포니아 남부 사막지대인 니들스 카운티는 섭씨 47도, 애리조나 주 피닉스시 43도, 네바다 주 라스베가스시 45도, 그리고 그랜드캐년은 38도를 기록했다. 애리조나 주와 네바다 주는 가장 더웠던 지난 1985년과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워싱턴 주의 스포케인과 아이다오주의 쿠에르 드알렌 지역은 최고기온이 섭씨 38도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975년 이래 최고치를 경신한 기록이다. 이에 아놀드 슈왈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미국 남부 13개 카운티에 있는 냉방센터를 모두 개방할 것과 정전을 피하기 위해 철저히 절전해줄 것을 명령했다. 유엔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는 금세기 안에 지구 기온이 1.8~4.0도가량 높아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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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 20일 칠레 산림청 직원들이 산티아고 남쪽 마가야네스 지방에 있는 한 호수 바닥을 살펴보고 있다. 베르나르도 오이긴스 국립공원 안의 이 호수에 가득했던 물이 사라진 것은 지난 3~5월 사이 지진으로 호수 바닥이 갈라지면서 물이 빠졌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Yonhap
동·식물 멸종현상 속출
양서류가 없어지고 고산식물이 없어지는 등 동식물 멸종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최근 코스타리카 밀림에서 17종의 양서류가 사라진 주요원인을 지구온난화로 보고 있다. 이에 5,743종의 개구리, 두꺼비, 기타 양서류 가운데 약 3분의 1은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 양서류 연구단체인 ‘글로벌 앰피비언 어세스먼트(Global Amphibian Assessment)’는 원숭이와 파충류까지 급감하는 추세라고 경고했다.
‘바다의 사막화 현상’이라 불리는 산호초의 백화현상 또한 심각한 문제다. 백화현상으로 인해 산호초의 반투명한 조직 속에 기생하는 동물 크산텔레라가 급감하면서 미세한 조류의 성장이 억제되고 있는 것. 이는 동물 크산텔레라와 산호초가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생태 고리의 특성에 따라 산호초의 번식을 억제시키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한라산 생태계가 급격히 변모하면서 고산식물 멸종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한라산연구소는 지구 온난화 같은 환경변화로 인해 한라산의 해발 1천 400m이상에 자라는 고산식물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 측에서는 이를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좀갈매나무, 댕댕이나무, 산매자나무, 들쭉나무, 털진달래 등 30종의 고산식물나무 3만여 그루를 증식하거나 생산할 계획이다. 고산식물 대부분은 한라산 특산이거나 멸종위기 식물이기 때문에 관리가 소홀할 경우에는 완전 멸종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