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 황악산 1,111m 충북, 경북
새벽 5시 언제나처럼 기상했다.
우리 카페에 잠깐 아침인사를 건네고 배낭을 챙겼다.
“어느 산악회에 갈 건데 예?” 아내의 물음에 “아무데나..... 탑마트 앞에 가면 많이 있을거다”하고는 도시락을 챙겨 넣고 나섰다. 내심 제일 먼저 보이는 곳에 승차하리라 생각하면서....
113번 버스로 이용 동삼주택 정유소 앞에 하차하니 코리아 관광버스가 보인다.;청록산악회란 명찰을 달고.....
운영위원인 듯 두 분이 계시기에 허락을 받고 승차했다. 차안엔 몇 분만 승차해있어 빈자리가 많았다. 역시 겨울 산행이라 .......생각했다.
7시 30분에 출발해 부산대교 입구에서 정차하여 회원님들을 태웠는데 순식간에 인산인해다. ‘이거 자리가 부족하면 어떻게 하지? 이빨에 고춧가루 되는 것 아닌가?’불안 했는데 다행이 정원 46명에 46명......만원이다.
8시 정각에 출발했다. 차내에서 사회 보는 운영위원장님 멋진 멘토로 장내를 압도 해버린다. 전 회원님들은 자기소개를 해야 하니 각자 소개말을 생각 해두라던 위원장님이 내 차례에 사전 소개를 한다. 정회원도 일일회원도 아닌 30분전 회원이라고....ㅠㅠ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달리던 버스는 10시40분에 쾌방령에 도착했다.
A팀과 B팀으로 나누었다. 정상으로 행하는 A팀은 10명은 간단한 몸 풀기하고 10시 50분경에 등산을 시작했다. 하차 할 때부터 심상치 않았던 날씨가 첫발을 내 놓기 무섭게 심술을 부린다. “살을 에는 듯하다”는 말이 이를 때를 두고 하는 것 같다.
이런 상항에서도 선두는 잘도 달린다. 헉헉거리는 숨결에 애꾸진 썬그라서가 하얀 안대가 된다. 자꾸 멀어지는 선두에 지례 겁을 먹는다. ‘누가 되면 어떻게 하지?’ 다행히 길을 양보하며 뒷 따라 오시는 분이 있어 한숨 돌린다..
작은 능선에 도착하니 고맙게도 산행대장님이 기다려 준다. 바람이 지친 능선엔 햇살이 다정스러운 모습으로 포응한다.
11시 30분 여시골산에 도착했다.
정말 알 수 없다. 이 곳은 열대와 온대가 공유하는 곳이다. 두발 앞을 예측 할 수 없다. 변덕 심한 뱅덕이 같다. 이랬다저랬다 검은 고양이다.
감기란 녀석도 친구 하자며 윙크를 한다. 어림없는 소리....ㅠㅠ
10여분을 내리막길을 걸어가니 안부에 여시굴이 있다. 깊이를 알 수 없다는 말처럼 어둠속에 묻혀있다.
12시 경 운수봉에 도착했다. 처음계획은 B팀도 여기까지 오기로 했는데 행로를 변경 한 것이 잘되었다고 생각했다. A팀도 여성분들은 여기서 하산한다며. 이별을 했다. 이제 4명이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 그 님(저혈당)이 온다. 긴급용 사탕을 꺼내 한 알씩 나누 주고는 나도 한 알을 먹었다. 이제 남은 건 북쪽 아바이 여성 동무들이 좋아하는 초코파이 하나.......
옛말에 “X는 옆에 두고 음식을 먹어도 사람은 옆에 두고 혼자 못 먹는다” 했는데....딸랑 하나......야속하지만 보내 놓고 먹는 수밖에.......임들 미안하오. 혼자 먹었슈~
이제는 눈길이다. 아니 얼음길이다.. 아이젠을 하고 따라 나섰다. 벌써 임들은 눈에서 살아진지 오래다. 터벅터벅 가는 발길이 불쌍하다. 아무리 약이라지만 혼자 먹고 걷는 길이.......
배도 고프다. 설원위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식사하는 일행들이 풍기는 아~ 라면 냄새.....
‘아~ 냄새 좋다’ 한 마디 했는데도 대답이 없다.....빼앗아 먹을까봐....치사하게....
이제는 정상이 엎어지면 코 닺을 곳... 꺼꾸러 기어가도 되겠다...
1시10분 정상에 도착하니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다. 죄송할 따름이다.
정상엔 바람 불어도 마음은 상쾌하다. 모두들 이 맛에 등산하지 않을까?
그런데 문제는 후미 대장님이 연락이 안 된다는 것이다. 추위에 무전기마저 기죽어 대장님이 발만 동동 굴린다. 여러 추축만 난무 할 뿐......대책이 없다.
타 산행인에게 사진을 부탁하고는 넷이서 인증샷을 하고 식도락을 즐길 장소를 물색 양지바른 곳에 식보를 깔았다. 넷 사람이 앉아도 뷔페 음식 부럽지 않다. 향기 좋던 라면냄새도...
나랏님도 부럽지 않게 배불리고 출발하려고 하는데 후미대장님 내외분이 모습을 들어낸다..
허기져서 식사하고 온다고 늦었단다.
두 분을 뒤로 한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형제봉을 지나 삼거리에 도착했을 땐 산대장님은 보이지 않는다. 개념도를 꺼내보곤 신선봉으로 향했다.
2시 55분경 신선봉에 도착했다. 벌써 두 분은 아이젠과 이별하고 있었다. 아직 하면 안 될 텐데... 1월에 모 산악회에서 삼신봉에 갔다가 엉덩방아를 몇 번 찍은 적이 있다. 아이젠을 미리 친정 보낸 탓으로...
여기도 마찬가지다. 신선봉에서 직지사로 향하는 길은 급경사다. 운동신경이 둔한 나는 스틱을 집고도 쩔쩔맨다. 아랫도리가 후들후들.....
그런데 얄밉게도 어느 젊은이는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여유롭게 내려간다.. 부러워.....
나는 눈길이 무서워 마른 길을 택해 가다가 주루룩 엉덩방아... 아이구 무슨 챙피....ㅠㅠ
가파른 내리막을 기다보니 온 몸에 땀이 흠뻑...다리는 퉁퉁 부었다.
망봉밑 안부에서 갈등했다. 좌측 하향 길을 택할 것인지? 직선 길을 택해 망봉으로 갈 것인지? 결과는 원칙대로 망봉으로 택했다. 직지사까지 400m 되어 있다. 그런데 가도 가도 사찰은 보이지 않는다. 지나쳤나? 했는데 알고 보니 1400m 가 앞1자가 지워 진 걸 늦게 알았다.
곧 임도에 도착했다. 이젠 아이젠을 토사구팽했다.
4시 8분 사리탑을 선두로 직지사와 마주 했다.
설법전에는 들어갔다가 출입금지 구역이라 되돌아오고. 만덕전에는 들어갔다가 뒷문이 있는데도 문이 없다며 나오라는 대구 모 산악회회원의 말에 되돌아 왔다.
대웅전을 돌아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입구만 촬영하곤 무궁화공원으로 향했다.
깔끔하게 느껴지며 정겨움이 가는 공원이다. 두루두루 보고 싶지만 이 역시 시간이.....
오늘은 카메라에 의존 할 수밖에 없다.
주차장으로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잰 걸음을 놓으니 주차장에 가기 전에 산행대장님이 식당 2층으로 가란다. 2층엔 구수한 만둣국 냄새가 코를 즐겁게 한다. 그 보다 더 기쁜 것은맑은 미소로 반겨 주는 회원님들이 너무 정겹다. 대충 배낭 정리를 하고 들어가니 박수가 터진다. 이~ 무슨 횡제?
그냥 따라만 갔다 왔는데 영웅 대접이다. 거기다 건배사까지 제의를 받으니.....
오늘은 정말 복 터진 날이다. 꿈자리가 좋더니...........ㅠㅠ
운영위원장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회장님, 회원님들 너무 고마웠습니다. 산행을 같이 한 대장님외 두 분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영원히 기억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