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띠 해 말 이야기
뱀띠 해 癸巳(계사)년이 서서히 저물어 가고 말의 해
甲午(갑오)년이 다가 오고 있다. 벌써 행인들의 손에는
내년도 달력이 자랑스레 들려 있는 모습이 거리
여기저기에서 눈에 띈다.
현대에 와서는 그 기능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옛날에는
말의 용도가 다양했다. 그 가운데서도 전투용이 으뜸이었다.
그래서 수래(전차)의 대수를 가지고 국력이나 나라 등급의
척도로 삼기도 했다.
萬乘之國(만승지국)은 천자의 나라로, 전차 만 대를
보유한 나라를 말하고 千乘之國(천승지국)은 諸侯의 나라로,
전차 천 대를 동원할 수 있는 나라를 일컫는다. 여기서
전차 한 대, 곧 一乘(일승)은 말 네 마리가 끄는 전차를
말하는데 무사 3명과 보병 72명, 그리고 소 12 마리가
편입되는 전차군단의 기본단위를 말한다.
이렇게 전차 한 대를 꾸리기 위해서는 최소한 말
네 마리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국력을 배양하고 전투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많은 우수한 말이 무엇보다 필요했다.
그래서 임금이나 장수들은 하루에도 천리를 달린다는
駿馬(준마)나 명마를 구하기 위해 千金(천금)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수도 없이 많은 말들이 明滅(명멸)해
갔지만 이름을 남긴 명마는 몇 되지 아니한다.
周(주)나라 천자인 穆王(목왕)은 준마를 8마리나 보유한
행복한 군주였으며 그의 騄駬霜蹄(녹이상제)라는 말은
후세에 膾炙(회자)되기도 했다. 項羽(항우)의 烏騅馬(오추마),
漢武帝(한무제)의 龍子(용자), 關羽(관우)의 赤兎馬(적토마)
정도가 그나마 겨우 이름을 남기고 있을 뿐이다.
항우가 劉邦(유방)과 천하를 다툴 때 그와 한 몸이
되어 8년간 전쟁터를 누볐던 오추마도 垓下(해하)에서
그 주인의 운명이 다하자 한 발짝도 전진하지 않았다고
한다. 항우가 최후를 맞아 비분강개해 읊은 시에도 그의
愛姬(애희) 虞美人(우미인)과 오추마만이 등장한다.
力拔山兮 氣蓋世(역발산혜 기개세 : 힘은 산을 뽑고
기개는 세상을 덮지만)
時不利兮 騅不逝(시불리혜 추불서 : 때가 불리하니
오추마도 나아가지 않누나)
騅不逝兮 可奈何(추불서혜 가내하 : 오추마가 나아가지
않으니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虞兮虞兮 奈若何(우혜우혜 내약하 : 우미인이여 우미인이여
너를 어찌할거나)
관우의 적토마도 그 주인이 죽자 바로 따라 굶어 죽었다는
일화는 사람인 우리들을 숙연케 하고 있다. 관우가 적토마와
혼연일체가 되어 종횡무진 적진을 무찌르던 광경이 눈에 선하다.
赤面秉赤心 騎赤兎追風(적면병적심 기적토추심 : 붉은
얼굴에 붉은 마음으로 붉은 적토마 타고 바람을 가르네)
주나라의 천자가 타던 녹이상제에 올라타 爲國忠節
(위국충절)을 세워보려던 崔瑩(최영)도 고려를 지켜내지
못하고, 아끼고 키워준 아들같은 李成桂(이성계)에게
죽임을 당하고 만다.
녹이상제 살찌게 먹여 시냇물에 씻어타고
龍泉雪鍔(용천설악 : 중국의 보검)을 들게 갈아 둘러메고
장부의 위국충절을 세워볼까 하노라.
조선조 태종 李芳遠(이방원)의 외손자 이기도 한
南怡(남이) 장군도 적토마를 노래하고 있다.
적토마 살찌게 먹여 두만강에 씻겨타고
龍泉劍(용천검 : 중국의 보검) 드는 칼을 선듯빼어 둘러메고
장부의 입신양명을 시험할까 하노라.
그런가 하면 그는 여진족을 무찌르고 개선하면서 두만강
물을 말을 먹여 다 없애버리겠다고 호기를 부리고 있다.
白頭山石磨刀盡(백두산석마도진 : 백두산의 돌은
칼을 가는데 다 없애버리고)
頭滿江水飮馬無(두만강수음마무 : 두만강 물은 말을
먹여 다 말려버리겠노라)
시대를 달리하는 고려와 조선의 두 장수를 통해
천리마에, 보검을 둘러메고, 말 먹이는데 두만강 물을
말려버리겠다는 그 기개에서 사나이들의 豪快함을
엿볼 수 있어 좋다.
伯樂一顧(백락일고)라는 말이 있다. 명마라도 백락을
만나야 세상에 알려진다는 뜻이다. 아무리 천리마라도
그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비로소 인정을 받게 되고,
재능이 있는 사람도 그 재주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야
빛을 발한다는 말이다.
王良登車不罷駑(왕량등거불피노 : 왕량이 수레에 오르면
말이 지치거나 둔해지지 않는다)
라는 말도 있다. 훌륭한 수레몰이는 말이 지치고 힘들게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춘추시대 왕량과 백락은 말을 잘 감식하고,
또 잘 부리는 말의 名人(명인)이었다. 그들이 말을
한 번 보기만 해도 값이 수 십 배로 뛰고, 그들이 말을
몰면 지치지도 않고 사냥도 잘 했다고 한다.
왕량은 欲知其君 先視其臣(욕지기군 선시기신 ; 그 임금을
알아 볼려면 먼저 그 신하를 보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 신하를 보면 그 임금을 알 수 있다는 말일 게다. 이처럼
왕량은 말뿐만 아니라 사람도 잘 알아 보았다.
朴槿惠 대통령이나 청와대 인사위원장이 백락과 왕량의
지혜를 발휘해 더 이상 이 정부에서 인사불통, 인사실패라는
얘기를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단기 4346년 11월 12일 대구에서 抱民 徐昌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