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시(시장 이완섭)의 종교편향 행위가 제기됐다.
서산 천장사(주지 허정 스님)는 “서산시가 아라메길 사업에서 천장사 코스 대신 가톨릭 순례코스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서산시가 성당 근처에는 ‘성지로’ ‘성지길’ 도로명을 허가해 주고는 ‘천장사로’는 사용을 막았다. 내포 문화숲길에서는 ‘원효 깨달음 길’을 없애버렸다”고도 했다.
천장사는 한국 간화선 중흥조인 경허 선사(1846~1912)가 주석하던 곳이다. 천장사가 자리한 내포 가야산은 백제의 미소 마애삼존불을 비롯해 보원사, 수덕사, 원효암 등 고대 불교문화의 중심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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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산시가 조성한 아라메길 2구간. 당초 천장사가 포함된 코스였던 것이 가톨릭 성지 코스로 변경됐다. (사진=허정 스님 제공) |
가톨릭 넣고 불교 뺀 아라메길 사업
서산시는 지난 2010년부터 아라메길을 추진·조성하고 있다. 아라메길은 바다의 고유어인 ‘아라’와 산의 우리말인 ‘메’를 합친 말이다. 서산시는 2010년 공모를 통해 사업을 진행했다.
당초 계획 가운데 2구간은 해미읍성-황락저수지-숭덕사-한티고개-천장사-신송저수지-촛대바위-고북면 간척지를 잇는 22.2km 구간이었다.
스님은 “돌연 2구간의 천장사 코스가 취소되고 11km의 천주교순례길 2구간이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스님은 “천주교순례길 2구간 가운데 한티고개에서 대치2리 입구 6km 구간은 서산시 밖 예산군 지역이다. 시 경계를 넘어 가며 천주교 순례길을 만든 것은 명백한 종교편향”이라고 했다.
서산시 문화관광과는 “예산이 한정돼 착공이 늦어졌을 뿐”이라며 “천장사 코스는 내년에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스님은 “조성 순서에 따른 중요도가 있다. 2구간에 예정됐던 것을 강하게 항의해서야 사업 말미인 6구간에 넣어줬다. 최근에서야 내년에 조성한다고 하지만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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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산시 관내 성지길과 성지로 표지판. 서산시는 천장사로와 천장사길이 시행령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변경을 허락하지 않았다. (사진=허정 스님 제공) |
성당 옆 ‘성지로’ ‘성지길’은 되고
허정 스님은 최근 주민 130명의 서명을 받아 서산시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고수관로’인 천장사 진입로 이름을 경허 스님 주석처 답게 ‘경허로’ 혹은 ‘천장사로’ ‘성우로’로 바꾸기 위해서였다.
주민 130명 서명을 받는 데는 어려움이 컸다. 스님이 서명을 받기 시작하자 도로명 주소 관련 설문조사가 진행됐다.
스님은 “도로명주소가 바뀌면 주민 각자가 읍·면사무소를 찾아 번거롭게 된다고 알려져 서명을 받는데 애를 먹었다”고 했다.
스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도로명은 바뀌지 않았다. 시행령을 근거로 기존에 ‘천장사길’이 있어 ‘천장사로’ 명칭을 줄 수 없다는 이유였다. 시청 직원의 말에 스님은 ‘만공로’로 고쳐 적었다. 이번에는 특정인물 명칭이라는 이유로 기각 당했다.
시청 직원은 ‘천장사길’이 있어 ‘천장사로’가 안된다고 했는데 해미읍성 안 천주교성지에는 ‘성지로’와 ‘성지길’이 있었다.
스님은 “천장사는 중복이 된다고 해 ‘천장사로’를 신청하지 못하게 하고 천주교성지는 ‘성지로’와 ‘성지길’을 사용하게 하는 것은 명백한 종교편향”이라고 주장했다.
서산시 토지정보과는 시행령을 들어 스님에게 했던 해명을 되풀이했다. 도로명 개정 방법을 묻는 질문에는 “관련 규정에 따를 뿐 별도의 안내는 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허정 스님은 “힘들게 주민 서명을 받았다. 도로명 개정 관련 회의 전 심사위원에게 설명할 기회를 달라고 해도 주지 않았다. 명단도 공개하지 않았다. 회의록 공개도 요청했지만 서산시가 묵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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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효깨달음의 길이라고 쓰인 표지판(오른쪽)이 왼쪽 표지판으로 교체됐다. (사진=허정 스님 제공) |
원효길만 쏙 빠진 내포문화숲길
내포문화숲길은 서산·당진시, 예산·홍성군 등 4개 지자체가 내포문화권의 역사와 문화적 전통, 자연과 생태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조성한 320km의 체험형 문화숲길이다.
길은 ‘원효 깨달음의 길’ ‘내포 천주교 순례길’ ‘백제부흥운동길’ ‘내포 역사인물길’ 등 4개 테마로 구성됐다.
허정 스님은 “4가지 테마 가운데 하나인 ‘원효깨달음의 길’이 서산 구간에서 타이틀이 삭제됐다”고 말했다. 서산시 산림공원과는 “4개 지자체가 함께 조성한 사업 취지에 맞춰 통일성을 갖추기 위해 ‘원효깨달음의 길’을 뺀 것이다. 표지판 QR코드를 통해서는 ‘원효깨달음의 길’ 내용을 그대로 만날 수 있다. 의도적인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스님은 “홍성군 등 다른 지자체는 테마를 부각시키는 것이 좋다고 한다. 서산시만 독단적으로 ‘원효깨달음의 길’을 뺐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2010년 산티아고 길에 버금가는 순례길을 만들겠다며 ‘원효로드’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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