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짝꿍활동을 하는 날입니다.
백연이가 제안한 구문소트레킹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백연이는 지난 여름방학때 6기 신혜교 선생님과 구문소 트레킹을 해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한번 더 해보고 싶어해서 의욕적이었습니다.
백연이와 1시반쯤에 만나고 2시에 오기로 한 희민이를 기다렸습니다.
2시가 되도록 오지 않아 백연이와 준비물을 챙기고 희민이네를 찾아갔지요.
희민이네를 찾아가면 어머니도 뵐 수 있고 희민이도 챙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이지요.
오늘은 희민이가 약속을 깜빡했습니다.
다시 3시쯤에 집근처에서 만나기로 하고 백연이네를 찾아갔습니다.
잠깐 쉬기도 하고 어머니도 찾아뵈려고 찾아갔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비상금 3000원을 꺼내어 주시며 맛있는 과자라도 사먹으로가 주십니다.
비상금이라는 귀중한 것을 이렇게 내어주신 것 입니다.
3시가 되어 백연이네를 나와 희민이네로 향했습니다.
집 앞에 희민이와 형인 희준이가 서 있었습니다.
전화로 연락와서 같이 가자는 전지원 선생님과 민우가 합세하여
구문소 겨울트레킹 원정대는 6명이 되었습니다.
여름방학때 한번 가보았던 백연이가 앞장을 섰고
우리는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구문소까지 발길을 내딛었습니다.
가면서도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여름이여서 많이 더워서 돌구지 아래에 있는 마을에서 쉬면서 트레킹 했다던 백연이의 이야기도 듣고
처마에 있는 고드름을 먹고 그것으로 검놀이를 하면서 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평벙한 보도로 가지않고 강가에 있는 험난한 돌을 밟으며 트레킹을 했습니다.
그 와중에 공사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알파벳이 찍힌 '행운의 돌'도 가지고 갔습니다.
백연이와 희민이에게는 배려라는 말의 의미를 한사람 한사람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너 '배려'라는 말이 무슨말인지 아니?"
"아니요. 그게 뭔데요?"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힘이 되어주고, 약한 사람이라도 놀리지 않고 괴롭히지 않는 것이야."
나와 짝꿍인 아이들이 배려를 할 수 있는 아이이기를 바랬기 때문에 이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4시가 넘으니 날씨가 싸늘해졌습니다.
민우는 다리가 아프다며 힘든 표정을 지었습니다.
"다리가 아프면서도 목적지까지 가는 것이 트레킹이란다."
하며 설명을 해주니 누구보다도 열심히 걸었습니다.
짝꿍인 백연이와 희민이는 선생님이 들고 있는 짐을 나누어 들면서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마침내 최종 목적지인 구문소에 도착을 했습니다.
사진기를 안가져왔는지라 전지원 선생님의 폰카로 기념사진을 찍었구요.
오른쪽 두번째 아이가 백연인데, 백연이 위로 보이는 '사람 형상 같이 생긴 구멍'이 여기가 구문소임을 알려줍니다.
기념사진을 찍고 나서 백연이의 안내를 받아 정자로 향했습니다.
백연이가 여름방학때 여기서 라면을 먹었던 자리라는 것도 알 수 있었지요.
라면을 끓여서 먹기 위해 물을 끓이고 준비를 하는데 챙기지 못한 것이 생각났습니다.
그것은 나무 젓가락입니다.
같이 가는 사람이 많아 진다는 이야기를 들으시고
백연이 어머니께서 냄비를 큰 것으로 바꾸어 주셨는데,
바뀐 냄비안에 젓가락이 있다는 것을 깜빡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 정도의 문제는 우리의 적수가 될 수 없었습니다.
"얘들아, 우리 나무 젓가락이 없으니 나무가지로 젓가락 쓰자"
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이들은 작은 탐험을 시작합니다.
멀리까지 가서 구해오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백연이처럼 옆에 있는 나무가지를 꺽어서 구해온 아이도 있었습니다.
백연이는 여유있게 챙겨와서 구하지 못한 동생들과 함께 사용했습니다.
짜짠~~
이것이 우리가 사용한 진정한 '나무' 젓가락입니다.
라면 주위를 빙둘러서 참 맛있게 먹었습니다.
광활 동료들이 좋아하는 희민이는 먹는 것도 평범함을 거부합니다.
백연이는 누가 많이 빨리 먹는지를 경계하는 듯이 주위를 살피며 먹고 있네요.
라면을 다 먹어 갈 때쯤 희민이가 남은 국물을 받아 갔습니다.
그러더니 양팔의 소매를 걷고 꽁꽁언 두 손을 그것에 넣는 것입니다.
다시 씻고 닦아야 하는 불편함을 무릅쓰고 과감히 그렇게 행한 것입니다.
희민이의 행동으로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고 모두들 함께 잘 치울 수 있었습니다.
감각이 조금 무뎌있는 내 손을 보니 희민이의 따뜻한 손이 조금 부럽기도 했습니다.
5시가 넘자 날이 저물면서 날씨가 점점 추워졌습니다.
어떻게 해서 집에 갈지에 대해서 이야기 했지요.
민우가 버스를 타고 가자고 했고, 희민이는 걸어가다가 버스를 타고 가자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결국 버스를 타고 가자는 말에 의견이 모아졌고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차비가 있어야 했습니다.
"백연이와 선생님은 백연이 어머니께서 주신 돈으로 차비하면 되는데, 다른 사람은 차비가 있나요?"
아이들 주에서 차비가 있는 아이와 없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의견을 주고 받은 결과, 차비가 있는 사람은 조금 내고 없는 사람은 될 수 있는 만큼 내기로 했지요
민우는 가지고 있는 돈 250원 다 냈고, 희민이와 희준이는 각각 1000원 중에 500원을, 전지원 선생님은 1000원을 내셨습니다.
백연이 어머니께서 주신 돈과 합쳐서 차비를 한꺼번에 내기로 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철암역으로 가는 길에 우리가 걸었던 길을 다시 보며 왔습니다.
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의 빛이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트레킹 중간에 두고 온 '행운의 돌', 오면서 중간중간에 쉬었던 정류장,
평범한 길을 두고 험난하게 왔던 돌길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철암~호산까지 50Km를 걸었던 길을
시외버스타고 되돌아올 때 보면서 느꼈던 큰 감동을 느꼈는데,
철암~구문소까지 열정거장 걸었던 길을
시내버스타고 되돌아올 때 보면서 비슷하게 느꼈을까요?
아니라도 괜찮지만, 조금이라도 느꼈다면 저는 아주 기쁩니다.
짝꿍활동하는데 맛있는거 사먹으라고 비상금을 주신 백연이 어머니
공동의 짐을 함께 들어주며 힘이 되어진 희민이와 백연이
함께 끝까지 트레킹을 해준 민우와 희준이
아이들을 잘 챙겨주고 사진을 찍어준 전지원선생님
이들 모두에게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