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편 도전! 올림픽 3연속 메달 획득 - 진종오 편
올림픽 사격 역사상 보기 드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그것은 진종오 선수의 3회 연속 올림픽 메달 획득 도전기이다. 2004 아테네 올림픽 은메달을 시작으로,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진종오 선수는 이번 2012 런던 올림픽에서도 대한민국 선수단 중 가장 유력한 메달 후보로 꼽히고 있다. 타 종목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올림픽 경기에서 다관왕을 한다든가, 비슷한 시기에 다른 메이저 경기에서 우승을 하여 세상을 놀라게 하는 경우는 우리를 매우 기쁘게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도 사격은 나이가 들수록 경험과 연륜에 의해 잘하게 되는 종목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결코 그렇지만은 않다. 오랜 숙련이 사격 경기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인할 수는 없으나, 결과만 놓고 판단하는 엘리트 스포츠 세계의 올림픽에서는 2000년대를 기점으로 20대의 젊은 세대들이 메달 상위권으로 진출하였다. 사격 또한 그랬으며,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사격 은메달리스트 강초현(당시 19세) 선수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또한 2012년 현재 국제사격연맹(ISSF)에서 산출한 세계랭킹 종목별 1위~3위권을 보면 20대 선수의 사격 선수들이 50%를 육박하는 높은 진출률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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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진종오 선수가 아버지께 메달을 걸어드리고 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마르코폴로사격장, 50M권총 결승 경기
진종오 선수는 25세의 나이로 본선경기 1위로 결선에 올랐다. 사격 뿐 아니라 다른 종목에서도 메달에 목이 말라있을 때였다. 2위는 러시아의 니스트루예브, 3위에 북한의 김정수였다. 점수 차이는 2위와 2점, 3위와 3점. 경기는 순조로운 출발로 1위를 지켜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10발 중 7번째 발에 “6.9점”으로 역전을 당했
다. 표적의 흑점 밖으로 나간 것이다. 치명적이었다. 2위였던 러시아 선수도 8.9점으로 잘 쏜 점수가 아니었
지만, 6.9점은 너무 큰 손실이라 순위가 밀려 버렸다. 그 후 경기는 결국 그렇게 끝났다. 너무나도 안타까웠
지만,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초의 50M 권총 은메달 획득은 분명 쾌거였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베이징사격장, 50M권총 결승 경기
진종오 선수는 이미 10M 공기권총에서 은메달을 획득하고, 6위로 50M 권총 결선에 진출한 상태였다. 메달권에도 가깝지 않았고 금메달은 더욱 더 멀었다. 당시 방송 3사도 중계방송을 경기시작부터 하지 않았고, 그나마 SBS에서 경기 초반 3번째 발부터 중계 방송을 하였다. 결선 진출 점수는 중국의 탄종리앙이 565점으로 1위였고, 북한의 김정수, 러시아의 이사코브, 우크라이나 오멜척, 슬로바키아 코프와 진종오 선수가 모두 563점 동점으로 그 뒤를 이었다. 결선 진출 6위였지만(국제사격연맹 규정상 본선 점수의 동점 분류로 가장 하위인 6위에 위치) 충분한 가능성은 있었다. 물론 다른 나라 선수들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더구나 세계랭킹 2위인 중국의 탄종리앙과 세계랭킹 1위인 러시아의 이사코브가 버티고 있었다. 나이도 진종오 선수(당시 29세)보다. 9살이 많은 백전노장들이었다.
10발의 결승 경기. 한 발 당 75초 내에 사격하며 본선 경기 점수를 누적하여 총점으로 메달을 가리는 경기이다. 1번째발 10.3점, 2번째발 10.5점, 3번째발 9.8점. 10M 공기권총에서나 나올만한 높은 점수가 나오고 있었다. 4번째 발에 3위에 올랐다. 결승 경기가 중반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순위가 3단계나 오른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 선수의 얼굴에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4위로 결승에 진출한 슬로바키아 코프 선수도 1위에 올랐다. 1위에 오른 선수와도 0.6점 차이. 1점으로 순위가 바뀌는 경기에서 0.6점은 한 발만으로도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점수였고, 누구도 최종 순위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5번째 발.. 10.4점..진종오선수가 1위로 올라섰다. 관중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6위에서 3위, 그리고 현재 1위...1위로 결선에 진출한 중국의 탄종리앙과 북한의 김정수도 초반의 하락을 멈추고 치고 올라오고 있었다. 진종오 선수만 상위권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상위권으로 올라온 다른 선수들은 다시 최초의 결선 진출 순위로 하락했다. 그야말로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었다.
7번째 발.. 아테네 올림픽에서 6.9점을 쏜 바로 그 발 순서였다. 이번 한 발에 악몽이 되살아날 수도 있고 비상할 수도 있다... 결과는 9.7점. 진종오 선수도 여느 때와 달리 7번째 발 사격 후 본인 사대의 표적모니터로 점수를 바로 확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본인도 의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남은 발은 3발, 이 세 발로 모든 것이 결정된다. 9.9점, 9.8점, 그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마지막 10발, 8.2점. “아! 이런...” 재역전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다행히도 다른 나라 선수도 같은 상황이었다. 0.2점이라는 육안으로도 분별이 안 되는 간발의 차로 진종오 금메달 확정! 실력, 행운, 모든 것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수많은 결승경기를 치룬 진종오 선수도 얼떨떨한 표정이 카메라에 잡혔다. 당시 중계방송을 하면서 캐스터와 흥분하여 순간 나도 모르게 격렬한 목소리로, 조금은 오버해서 방송을 한 기억도 난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64B33375326EE1017)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진종오 선수(오른쪽)와 은메달을 딴 북한 김정수 선수>
그러나 여기서 또 하나의 화제가 있었다. 진종오의 금메달 확정과 동시에 0.2점 차로 은메달을 획득한 선수는 북한의 김정수였다. 베이징 올림픽 3년 전부터 각종 국제대회에서 진종오선수와 김정수선수는 차 순위 메달획득을 하며, 진종오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하면 김정수 선수가 은메달, 2위에 오르면 3위에 오르며 지내온 사이였다.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공기권총 경기에 진종오 은메달-김정수 동메달 획득, 50M권총에서도 진종오 금메달-김정수 은메달... 충분히 이슈가 될 만한데도 세상에 이야기가 나오지는 못했다. 당시 사격 중계방송에서만 해설로 표현을 했다. 이것도 잠시, 큰 뉴스거리가 발생했다. 베이징올림픽 경기가 끝난 직후 북한 김정수선수는 은, 동메달을 전부 박탈당했다. 이유는 ‘약물 복용’ 즉, 도핑에 적발된 것이다. 검출된 약물은 프로프라놀롤(propranolol)이라는 고혈압, 부정맥, 심혈관계 질환을 치료하는데 사용하는 약물로서, 사격 결승 경기에 임하면서 극도의 긴장과 심장박동을 억제하기 위해 사용한 것이다. 약물 복용도 뉴스였지만, 북한 스포츠에서 약물을 복용한 사실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북한에서의 사격은 70년~80년대에는 그야말로 메달을 휩쓸었는데, 90년대로 들어서면서 명함도 못 내미는 상황이 되었다. 그 이유는 사격이 ‘장비의 싸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즉, 총 하나만 가지고 겨루는 시대는 지났다는 이야기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72EE63B5326EFAC0A)
<런던올림픽
2연패를 꿈꾸며 진종오 선수가 훈련에 임하고 있다.>
이제 런던올림픽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33세의 진종오 선수. 여러 섭외들을 뒤로 하고 묵묵히 훈련에만 전념하면서, 올림픽 3연속 메달 획득의 꿈을 꾸며 내일을 향해 쏜다. “탕, 탕, 탕!”
Writer. Lee, Jong-H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