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3종경기에 출전하고 싶었는데 수영하다 빠져 죽을 것 같아 눈팅만 했는데 경주에서 철인2종경기가 열린다는 것을 1주일 전에 접했다. 마라톤 5km, 자전거 40km, 마라톤 10km. 수영대신 마라톤길이가 추가되었다.
생애 최초로 도전하고 싶었다. 부여 받은 배번은 163번. 163 집고 0.
50대 참가자는 남자 24명, 여자 1명이었다. 첫 종목 마라톤은 경주대명콘도 앞에서 출발해서 보문호 산책로를 돌아 자동차 도로로 나오는 5km 한바퀴이다. 엘리트들이, 그다음 젊은 나이그룹이 먼저 출발하고, 45세 이상 장년그룹은 맨 마지막에 출발했다. "이거 불공평한거 아이가? 장유유서. 나이줄 먹은 사람이 먼저 출발해야 이치에 맞는거 아이가?". 출발 신호가 떨어지기 무섭게 모두들 엄청 빨리 달린다. 같이 뛰다가 오버페이스 하는 것 같아 속도를 줄였다. 여자 한명이 나를 추월한다. 잉~. 여자보다 뒤질 수야 없지. 속도를 조금 높였다. 그러나 나와 여자철인의 간격은 점점 벌어졌다. “아줌마 같이 가요! 10리도 못가 발병나요”. 멀리 여자철인이 바꿈터에서 자전거로 갈아타고 나온다. 난 경기가 끝날 때까지 이 아줌마 따라잡지 못했다. 이 아줌마 발병 안났다.
자전거 복장으로 허둥지둥 바꿔 입고 바꿈터에서 나와 출발했다 (빨간색 상의). 보문호 1 바퀴 10km, 4 바퀴를 돌아야한다. 내 주변에 3명 정도는 있었는데 매정하게 나를 남기고 가벼렸다. 열심히 페달링을 했다. 절반 정도 돌았을까? 한 무리가 나를 추월해갔다. 절반을 돌때 선두그룹은 벌써 한 바퀴 반을 돈 것이다. 두 바퀴를 돌고나니 허리가 쪼게 질 정도로 아팠다. 내가 추월하는 자전거는 거의 없고 나를 추월한 자전거는 점점 늘어났다. 내 자전거는 왜 이리 속도가 나질 않는가? 파워젤로 칼로리를 주입했다. 마지막 4 바퀴째를 돌기 시작할 때 배가 아파왔다. 그리고 무척 배가 찼다. 궁디도 엄청 아팠다. 집에 있는 편한 소파생각이 뜬 구름같이 떠 올랐다. 내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내 앞에도 내 뒤에도. 체력이 고갈됨을 느꼈다. 5km를 남겨두고 식당 앞을 지나는데 콩치굽는 비린냄새 때문에 토할 것 같았다. 빨리 벗어나고 싶었지만 그 지점부터 경사가 시작되는 곳이라 속도를 낼 수 없었다. 4바퀴를 돌고 바꿈터로 들어가는데 장내 아나운서 소리가 들린다. “이번 경기의 1등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난 10km를 더 뛰어야하는데 .....
마지막 마라톤 10km, 내 주종목인 달리기다. 그러나 자전거를 타는 동안 허벅지 근육이 뭉쳐있어 뛰는 모드로 바꾸는데 무척 어려웠다. 2km 정도 달리고 나서야 뛰는 것이 편해졌다. 그런데 그때, 나의 고질병인 오른쪽 무릅관절 통증이 시작되었다. 치유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재발한 것인가? 내가 원하는 속도를 낼 수 없어 속도를 낮춰 뛰었다. 걷는 사람과 쉬는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파이팅을 왜치고 달렸다. 1 바퀴를 돌고나니 이번에는 왼쪽 무릅관절에서 통증이 왔다. 통증을 가라 앉히기 이해 두번을 쉬면서 맛사지를 했다. 정말 힘들었다. 포기하고 싶었다. 중얼거렸다. “정말 힘들구나, 포기하고 싶구나” 중얼거리면서 박자를 넣으니 노래처럼 되었다. “정~말 히~임~들구나, 포~기하고 시~ㅍ~구~우나” 흥을 거리니 한결 나아졌다. 이 박자가 힘이 되어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다. 내 앞에 뛰고 있던 김해철인소속 40대! 따라 잡았다.
결승점이 눈에 보였다.
마지막 finish line을 통과하는데 성취감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2시간 44분 4초! 완주했다. 내 생애에 이룬 여러 개중 도전 중 최고중의 하나였다. 밀려오는 피로도 이 성취감을 압도하진 못했다. 내년에도, 후 내년에도, 그리고 죽기 전까지는 도전하리라. 그래서 뛰면서 죽을 수 있다면 난 얼마나 행복할까?
첫댓글 윈드서핑님 추카추카...
해냈다는 그 성취감때문에 그 모든 어려운 힘든과정을 견디나봅니다. 몹쓸놈의 성취감 많이 드립니다.
정말 큰 성과를 이루셨습니다. 자전거는 지난번에 하셨던 39만원짜리 그걸로 타신건가요 아님 그 자전거 정도면 중급 실력자가 윈드서핑님 기록을 낼 수 있을까요 그런데 특이하게도 마라톤 완주기록증에 까정 'G20' 이 등장하네요.
잔치는 몇일전 추천 사이트에서 Scott hybrid bike 샀습니다. 110만원 지름신이 왕림하셔서. G20은 경주근교 Golf장 20개 만들지는 의미같은데요?
굉장하십니당
내년 경기에는 분명 장년층
자신과의싸움에서 이기신거..맞죠
너무 멋진 성취감이셧겟어요 그래서 그렇게 몸도 맘도 건강하신거구낭하시길...
늘
저도 완주한 후에...
메인스타디움에 들어섰을때 관중들이 모두 일어나 환호해주며 박수쳐주고,
전광판에는 기록이 또렷히 올라오고
finish라인에서 기다리시던 감독님께서 물세례를 주신
황홀한 기억에 완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마라톤은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그 긴 외로움의 시간을 그 누구도 모를 것 입니다.
하지만 내 자신을 이기고 마침내 승자가 되는 경기
마라톤......
노래사냥님 실력이면 철인3종경기 출전 가능합니다. 내년 5월 초에 서울에서 3종경기 있는데 도전해 보시죠.
윈드서핑님 도전 중에 얼마나 힘이 드셨으면 이렇게 생생한 후기를 쓰실까요? 이런 건 직접 체험하지 않으면 쓸 수 없지요. 기왕 시작하신 거니 올해 뿐 아니라 건강관리 잘 하셔서 매년 도전하심 좋겠습니다. 그래서 내년엔 발병 안난 아줌마도 추월하시고 장유유서 무시한 젊은 아그들도 추월하시고 말이지요. 그나저나 모든 것이 실력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님을 윈드서핑님의 경우를 봐서도 알게 되네요. 163집고 0 요 거이 크나 큰 행운을 안겨 주었다 얘기하면 저 야단 맞겠지요? ㅎㅎ
집는 것 할때 163 집고 빵이면 가장 낮은 것인데, 안집히는 것 대부분이잖아요. 163 집히는 것 자체가 행운 아이겠습니꺼.
굉장하십니다 !! 기록을 보니 완주만이 목표는 아니셨을거 같네요..
철인 을 추월한 서핑님을 추월해간 아줌씨는 도대체 어떤 인간인지요?
저를 추월한 아줌마. 요괴인간? 그보다 더 무서운 갱상도 경주아줌마.
윈드서핑님 당신은 으로 모십니다. 대단하십니다.
윈드서핑님 이렇게 대단하신 분인줄 몰랐습니다. 제가 만일 도전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