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문화의 핵심입니다. 문학이 지닌 진정한 가치를 작가와 독자가 제대로 찾아내고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요새는 문학의 알맹이가 부실합니다. 그리고 문학이 전달하는 메시지에도 제대로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정치·경제적으로 선진국들은 문학을 향유하는데도 선진국입니다.”
한국 문학사에서 분단문학의 큰 봉우리로 우뚝 솟아 있는 소설가 이호철 씨는 일흔넷의 적지 않은 나이에도 맑은 음성으로 ‘문학의 위기’,‘삶의 위기’를 걱정했다.
- 소설 독회가 어느덧 일 년을 넘었습니다.
▲ 처음에는 그냥 한번 해본다고 시작한 것이 여기까지 왔습니다. 예전에 독일 등 유럽을 여행할 때 그곳에서 소설 독회를 하는 것을 보고 부러워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독자들을 직접 만나는 것이 정말 즐겁습니다. 그리고 작가가 자기 소설을 육성으로 남기는 것은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는 중요한 사료적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이 행사를 마련한 분단문학포럼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이북에 고향을 둔 실향민으로서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 제 문학의 평생에 걸친 주제가 분단입니다. 남북관계가 진정으로 한 고비를 넘기려면 ‘매미가 허물을 벗는 것’과 같은 차원의 혁신적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알맹이가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남북관계의 냉혹한 현실이 있기는 하지만, 좀 더 알맹이 있는 성과가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 등 대북 정책을 놓고 한국 내에서는 보수와 진보 간에 많은 대립과 갈등이 있습니다. 흔히 남남갈등이라고도 하는데요, 이를 어떻게 보시는지
▲ 현재 해방 이후의 정치권과 현재의 정치권을 비교하는 내용의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대선 전에 출간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문제는 우리나라가 현재 처한 상황을 맑은 눈으로 바라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너무 속이 들여다보이는 잇속만을 가지고 현실에 대응해서는 안 됩니다. 피차간에 여유를 갖고 감싸주는 아량과 도량이 필요합니다.
-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국민들이 어떻게 대선에 임하는 것이 옳을 까요?
▲ 우선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정치가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대선 후보들을 잘 살펴보고 투표장에 나가서 투표해야 합니다.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그 다음의 문제입니다. 생업에 바쁘더라도 성의를 갖고 우리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 지난 88년부터 고양시에 사셨으니 벌써 20년이 다 되어가는데요, 고양시민으로서 한 말씀 하신다면?
▲ 고양시가 진정한 문화의 도시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훌륭한 공연장은 짓는 것처럼 문학을 활성화시키는데도 힘을 쏟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관청도 옛날 권위주의 시절에 비하면 많이 달라졌습니다. 공무원들도 친절해졌고요. 이런 환경 속에서 문화 예술이 활짝 꽃피운다면 고양시는 정말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도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