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이 넓은 시골 농가에 바람이 불자, 벚꽃잎이 눈처럼 팔랑팔랑 흩날렸어요.
무엇이든지 잘 잊어버리는 암탉 깜빡이는 눈을 끔뻑이며 벚꽃잎을 바라보았습니다. 흩날리던 벚꽃잎이 암탉 깜빡이의 부리에 떨어지자, 깜빡이는 목을 움찔거리며 꽃잎을 털어냈어요. 그러고는 병아리와 함께 마당을 돌아다녔어요.
“얘들아! 모이를 먹을 때는 꼬꼬댁, 다리를 쭉 펴고 꼬꼬댁, 고개만 숙여 쪼아 먹는 거란다. 꼬꼬댁!”
암탉 깜빡이는 어깨를 활짝 펴고 다리를 곧게 뻗으며 말했어요.
“네! 삐약!”
노란 병아리들이 합창하듯 대답했어요.
“자, 이 엄마를 따라 하려무나. 꼬꼬댁!”
암탉 깜빡이는 병아리들 앞에서 시범을 보였어요.
“네! 삐약!”
병아리들은 어미를 따라 모이를 쪼아 먹었어요.
암탉 깜빡이는 목이 말라왔어요. 깜빡이는 주인이 받아 놓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하늘 한번 쳐다보고, 물 한 모금 마시고, 하늘 한번 쳐다보았어요.
병아리들도 어미 깜빡이를 따라 한 모금씩 물을 마셨어요.
암탉 깜빡이는 병아리와 함께하는 것이 행복했어요.
암탉 깜빡이는 병아리 다섯 마리와 함께 농장을 돌아다녔어요.
따뜻한 봄 햇살 아래 졸고 있던 누렁이는 암탉 깜빡이와 병아리들 소리에 깨어나 눈을 끔뻑였어요.
“아이 잘 잤다.”
누렁이는 앞뒤로 몸을 길게 펴며 기지개를 켰어요.
“어머, 누렁이 씨! 꼬꼬댁! 이렇게 좋은 날 잠만 자시나요?”
깜빡이는 모이를 주워 먹다 말고 그렇게 말했어요.
“깜빡이 아주머니, 나는 밤새 잠을 안 자고 도둑을 지켰답니다. 멍멍!”
의젓한 누렁이가 꼬리를 살랑이며 암탉 깜빡이에게 말했어요.
“어머나, 미안해요. 누렁이 씨! 우리를 위해 밤새 수고 많았겠네요. 꼬꼬댁!”
깜빡이가 눈을 끔뻑이며 그렇게 말했어요.
“뭘요. 내가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인데요. 멍멍!”
누렁이는 깜빡이 말에 그렇게 답하고 미소를 지었어요.
“얘들아! 꼬꼬댁!”
깜빡이는 병아리들을 불렀어요.
“네, 삐약!”
병아리들은 어미의 부름에 같은 목소리로 답했어요.
“누렁이 아저씨께 감사하다고 인사드려야지. 꼬꼬댁!”
깜빡이는 고개를 움찔거리며 말했어요.
“감사합니다. 삐약!”
노란 병아리들이 합창하듯 말했어요.
“깜빡이 아주머니! 병아리들이 아주 귀여워요. 멍멍!”
기분이 좋아진 누렁이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흐뭇한 미소로 병아리들을 보았어요.
“고마워요. 누렁이 씨! 얘들아, 이제 우리는 화단으로 가자. 꼬꼬댁!”
“네, 삐약!”
암탉 깜빡이는 병아리를 데리고 화단으로 갔어요.
누렁이는 다시 엎드려 눈을 감았어요. 따뜻한 봄 햇살에 졸음이 몰려왔어요. 누렁이는 꿈을 꾸듯 봄 햇살을 즐겼어요.
병아리를 데리고 화단으로 간 깜빡이는 날카로운 발톱으로 땅을 헤집었어요. 깜빡이는 무엇인가를 찾았어요.
“꼬꼬! 꼬꼬! 여기 있을 텐데.”
깜빡이는 그렇게 말하며 화단 여기저기를 헤집었어요.
그때 깜빡이의 발톱에 오동통한 지렁이가 걸려 나왔어요.
“어머, 여기 있었네. 꼬꼬댁!”
“와, 지렁이다. 삐약!”
노란 병아리들이 지렁이를 쪼아 먹으려고 오종종 어미 곁으로 모였어요.
깜빡이는 병아리들에게 지렁이를 던져주고 다시 흙을 헤집어 보았어요. 깜빡이 발톱에 지렁이 한 마리가 더 걸려 나왔어요. 암탉 깜빡이는 병아리들에게 다시 지렁이를 던져주었습니다.
“맛있게 먹겠습니다. 삐약!”
병아리들은 지렁이를 쪼아 먹었어요.
암탉 깜빡이는 병아리들이 지렁이를 다 쪼아 먹을 때까지 흐뭇한 마음으로 지켜보았습니다.
“얘들아, 꼬꼬댁! 이제 엄마를 따르려무나. 꼬꼬댁!”
“네. 삐약!”
암탉 깜빡이가 움직이자, 병아리들이 어미 뒤를 따랐습니다.
“하나둘! 하나둘!”
병아리들이 발을 맞추어 걸었습니다.
깜빡이는 농장 한 바퀴를 돌아 다시 누렁이 집으로 갔습니다.
“어머, 누렁이 씨! 이렇게 좋은 날 꼬꼬댁, 잠만 자시나요?”
깜빡이는 누렁이가 한 말을 잊고 다시 물었어요.
“나는 밤새 도둑을 지키고, 주인님과 함께 아침 산책을 다녀왔답니다. 멍멍!”
게슴츠레 눈을 뜬 누렁이는 하품을 길게 하며 그렇게 말했어요.
“어머머, 친절한 누렁이 씨! 그랬다고 했죠? 내 기억이 깜빡깜빡해서 또 까먹었네요. 꼬꼬댁!”
깜빡이는 미안한 듯 고개를 움찔거렸어요.
“괜찮아요. 깜빡이 아주머니!”
넉넉한 마음의 누렁이는 반복되는 깜빡이의 물음에 언제나 친절하게 답했어요. 누렁이는 미소를 지으며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었어요.
암탉 깜빡이는 병아리를 데리고 마당에 떨어진 모이를 쪼아 먹었어요.
그때 날쌔게 생긴 검은 들고양이가 담장 위에 사뿐히 올라 마당의 풍경을 살폈어요.
“냐옹!”
들고양이는 앙칼진 울음으로 암탉과 병아리에게 겁을 주었어요.
“꼬꼬댁 꼬꼬! 어머나, 놀래라.”
깜빡이는 담장 위에 선 검은 들고양이 울음에 깜짝 놀랐어요.
“깜빡, 깜빡, 깜빡이 아주머니!”
들고양이는 깜빡이 아주머니를 놀리듯 불렀어요.
들고양이의 모습은 사뭇 위협적이었습니다.
“들고양이 씨! 나를 왜 그렇게 부르죠? 꼬꼬댁!”
암탉 깜빡이는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깜빡, 깜빡, 깜빡이 아주머니! 아주머니 뒤에 병아리가 몇 마리나 있나요? 냐옹!”
들고양이는 깜빡이 기분일랑 상관없이 음흉하게 물었어요.
“그, 그런 걸 왜 묻나요? 꼬꼬댁!”
깜빡이는 들고양이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깜빡, 깜빡, 깜빡이 아주머니! 내가 한 마리 잡아먹어도 깜빡이 아주머니는 금방 까먹으니까 슬프지도 않겠지요? 냐옹!”
검은 들고양이가 그렇게 말하고 피식 웃었어요.
“꼬꼬댁 꼬꼬! 안 돼요! 그건 안 돼요! 들고양이 씨! 그러면 못써요!”
암탉 깜빡이가 소리쳤어요.
들고양이 말에 깜짝 놀란 깜빡이는 날개까지 푸드덕거렸어요. 깜빡이는 날개 밑으로 병아리들을 모았어요.
“엄마, 무서워요. 삐약!”
“들고양이 나빠요. 삐약!”
겁에 질린 병아리들은 깜빡이의 날개깃 밑으로 숨었어요.
암탉의 날카로운 소리에 놀란 소와 돼지도 일제히 들고양이를 쳐다보았어요.
“못된 들고양이야! 저리 비키지 못해! 음메!”
“그래, 저리 비켜! 꿀꿀!”
외양간에 소와 우리에 갇혀있는 돼지가 한마디씩 말했어요.
“훗! 비키긴요. 어차피 깜빡이 아주머니는 새끼 잃은 슬픔도 금방 까먹을 텐데요!”
담장에 선 들고양이는 어림없다는 듯 마당으로 뛰어내렸어요. 날렵한 들고양이는 몸을 날려 병아리 한 마리를 덮치려고 했어요.
깜빡이는 병아리를 뒤로 숨기며 달려드는 들고양이 공격을 온몸으로 막았어요. 깜빡이 몸에서 피가 났어요.
그때, 잠에서 깬 충직한 누렁이가 번개처럼 달려와 들고양이의 두 번째 공격을 막아주었어요.
“안 돼! 멍멍!”
누렁이는 깜빡이와 병아리를 감싸 안았어요.
“누렁이 넌 저리 비켜! 냐옹!”
들고양이는 손톱을 세워 누렁이의 몸을 찍었어요.
“못된 들고양이야! 저리 가! 멍멍!”
누렁이는 듬직한 앞발로 들고양이를 막았어요.
누렁이와 들고양이는 한바탕 몸싸움을 벌였어요. 들고양이는 날카로운 손톱으로 누렁이의 얼굴을 긁어냈어요. 누렁이도 지지 않고 온 힘을 다해 들고양이를 쳐냈어요. 들고양이는 누렁이의 힘에 눌려 땅바닥에 튕겨 나갔어요. 누렁이에 밀린 들고양이는 담장 위로 도망쳤어요.
“니아옹! 니아옹!”
여기저기 상처 난 들고양이는 사납게 소리쳤어요.
“분하다. 냐옹!”
들고양이는 팔뚝에 난 상처를 핥았어요.
“멍멍! 내가 있는 한 우리 농장은 안 돼!”
누렁이도 그렇게 말하며 뜯긴 살점을 핥았어요.
“느림보 잠꾸러기로만 알았는데, 제법인데?”
들고양이는 누렁이가 못마땅했어요.
“난 느림보 잠꾸러기가 아니라구! 멍멍!”
누렁이는 어깨를 활짝 펴며 늠름하게 말했어요.
“하지만 조심해야 할 거야. 이 들고양이 님이 언제든지 틈만 나면 병아리들을 먹어치울 테니까 말이야. 니아옹!”
검은 들고양이는 그렇게 사납게 말하고 담장 밖으로 가버렸어요.
“어림없는 소리! 우리 농장은 내가 지킬 테니 덤벼 보시지. 멍멍!”
늠름한 누렁이는 그렇게 큰 소리로 말했어요.
“어머, 역시 누렁이 씨야. 음매에!”
외양간에 있는 암소의 말이었어요.
“그러게 말이에요. 꿀꿀!”
우리 안에 있는 돼지의 말이었어요.
도망가는 들고양이를 보고 마음이 놓인 깜빡이는 다친 누렁이에게 다가갔어요.
“누렁이 씨! 우리 아기들을 구해줘서 고마워요. 꼬꼬댁!”
암탉 깜빡이는 진심으로 고마워서 머리를 조아렸어요.
“고맙긴요. 내가 할 일인데요. 멍멍!”
누렁이는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그렇게 말했어요.
“누렁이 씨 덕분에 우리 농장 동물들이 꼬꼬댁! 마음 편하게 지낸답니다. 꼬꼬댁! 고마워요. 누렁이 씨!”
암탉 깜빡이는 누렁이가 듬직했어요.
“누렁이 아저씨, 고맙습니다. 삐약!”
병아리들도 합창하듯 누렁이에게 인사했어요.
암탉 깜빡이와 병아리는 다시 농장을 돌아다녔어요.
깜빡이와 병아리들은 마당의 모이와 벌레를 주워 먹었어요. 깜빡이는 병아리들이 튼튼하게 자라기를 바랐어요.
“얘들아! 벌레를 잡을 때는 꼬꼬댁, 다리를 쭉 펴고 꼬꼬댁, 고개만 숙여 잡는 거란다. 꼬꼬댁!”
“네! 삐약.”
“자, 이 엄마를 따라 하려무나. 꼬꼬댁!”
암탉 깜빡이는 병아리들 앞에서 시범을 보였어요.
병아리들은 깜빡이를 그대로 따라 했어요.
모이를 주워 먹던 암탉 깜빡이와 병아리는 농장을 한 바퀴 돌아 누렁이 집 앞으로 다시 왔어요.
봄 햇살에 나른해진 누렁이는 그새 졸고 있었어요.
“어머, 누렁이 씨! 이렇게 좋은 날 꼬꼬댁! 잠만 자시나요?”
암탉 깜빡이는 모이를 주워 먹다 말고 말했어요.
“깜빡이 아주머니, 나는 밤새 잠을 안 자고 도둑을 지켰답니다. 또 아침에 주인님과 산책을 했고, 조금 전에 들고양이 공격도 막았답니다.”
친절한 누렁이는 그렇게 말하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봄 햇살을 즐겼어요.
“아, 내가 또 까먹었네요. 꼬꼬댁! 충직한 누렁이 씨! 조금 전에 고마웠어요. 꼬꼬댁!”
암탉 깜빡이는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지었어요.
듬직한 누렁이도 미소를 지었습니다.
암탉 깜빡이와 병아리들은 마당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행복한 하루를 보냈답니다.
방은 <약력>
2018년 《월간문학》 〈하루살이의 내일과 메뚜기의 내년〉으로 동화 등단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소설가협회 회원, 한국아동문학인협회 회원.
한국문인상, 경기도문학상, 경기예총예술인상, 시민의날 모범시민 국회의원상.
장편 소설 《고백》 《젊은 날 이야기》 그림 동화 《번개》 《하루살이의 내일과 메뚜기의 내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