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많은 분들이 저의 글을 읽고 성원해 주셔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교수협의회의 목적이 구성원들의 상생과 행복임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우리의 진심을 알리면 학교측에서 우리들의 충정을 이해하고 “좋습니다. 수원대의 발전을 위해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봅시다”라고 나올 줄로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너무 순진했나 봅니다.
교수협의회가 출범된 그 다음 날부터 감시가 시작되고 곧 이어서 미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저의 연구실에 출입하는 사람들을 체크하고 제가 드나드는 것을 일일이 감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했지요. 아무리 교내이기는 하지만 이것은 일종의 불법 사찰이 아닌가 생각이 되더군요 . 그렇다면 저로서도 대비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
어느 날 연구실이 있는 5층 복도 끝에서 책을 읽는 척하고 앉아 있는 교직원을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카메라 찰칵 소리에 직원은 당황하더라고요. 그리고는 슬쩍 자리를 비키더라고요. 아마도 학교측에 저의 행동을 보고했을 것입니다. 그 다음날은 5층에서 강의하다가 학생들 10여명을 데리고 나와서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제 사진 증거는 학생들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학교 측에서는 대화를 하지는 않고, 자꾸 공동대표 세 사람을 설득하고 회유하고 협박하기를 계속하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많은 사람들에게 교수협의회 설립의 필요성을 공감하게 하기 위하여 3월 27일부터 글을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저의 글이 학교 측에서는 못마땅했나 봅니다. 원래 그렇지 않습니까? 양약은 입에 쓰다는 말이 있지요.
4월 1일에 부총장님이 전화하셔서 교무처장과 저, 이렇게 3인이 라비돌에서 만나 점심을 먹으며 대화를 했습니다. 저는 사실 큰 기대를 안 했습니다. 그분들은 재량권이 없고 단지 총장님 말씀의 전달자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 자리에서 부총장님은 제가 글쓰기를 중단하면 감시를 중단하도록 윗분에게 건의하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분명한 것은 부총장님과 교무처장은 감시가 계속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4월 2일 하루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저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나라의 어린이 스타일이라서 새벽에 글을 씁니다. 그런데 2일 아침에 출근하니 여전히 감시가 있고, 오후에도 감시가 이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부총장님 말을 믿은 내가 바보이지 하면서 4월 3일 새벽 다시 글을 썼습니다.
그런데 3일 출근하고 보니 감시가 없어졌더라고요. 그래서 이상하다, 왜 갑자기 감시가 사라졌나 하고 알아보니 전날 기자가 취재를 나왔다는 것입니다. 그 기자는 U’s Line 이라고 저는 처음 들어보는 신문의 기자인데, 디시인사이드 수원대 갤러리에서 “우리 학교 교수협의회 교수님들이 교내에서 미행 감시를 당하고 있다”는 글을 보고서 취재를 시작했답니다. 그러므로 시간상으로 분명한 것은 학교에서 불법 사찰을 중단한 것은 제가 하루 글을 쉬어서가 아니고, 기자가 취재를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날자를 계산해보니 저는 꼬박 2주(14일) 동안 사찰을 당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왕 시작한 것, 14회까지는 가보자고 결심을 했지요. 그런데 독자들의 반응(?)이 좋아서 16회까지 왔습니다. 사실 매일 글쓰기는 쉽지가 않아요. 소재도 이제 떨어졌고요. 그래서 16회에서 중단하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새벽에, 우연히 이원영 교수에게서 며칠 전에 온 메일을 읽어 보니 학교 측에서 괜한 일을 가지고 시비를 걸어 형사 고발을 할 것 같다는 것입니다. 아니, 이것은 매우 중대한 사태입니다.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수원대 남쪽 끝 학교 땅에서 몇해 전부터 교수님 몇 분이서 주말농장 텃밭을 가꾸고 있습니다. 그런데 학교 측에서는 이원영 교수가 교수협의회를 주도하고 있다고 생각하고서 이원영 교수를 손떼게 하려는 전략을 심사숙고하는 것 같습니다.
만일 학교에서 이원영 교수를 고발하게 되면 문제가 커지고 복잡해집니다. 교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교외로 끌고 나가 법원이 개입하고 전선이 확대되는 셈입니다. 공동대표 세 사람은 도원결의하면서 생사를 같이 하자고 (혈서는 X) 굳게 다짐했는데, 그렇다면 우리도 이원영교수를 구할 전략을 찾아야겠지요. 이렇게 되면 ‘눈에는 눈’이라고, 우리도 학교를 괴롭히는 전략을 선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괜히 이원영 교수를 괴롭히지 마십시오. 만일 이원영 교수를 고발하면 우리도 학교를 불법 사찰로 고발하는 것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증거는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도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간곡히 말씀드립니다. 우리는 위기에 처한 수원대를 살리고 구성원들의 상생을 위해 교수협의회를 시작하였습니다. 대결보다는 대화가 현명한 선택입니다.
주: 앞으로 이 연재글을 매일 쓰지는 않고 주제가 있을 때에만 쓰겠습니다. 지금까지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