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태양은 맑다. 햇빛이 전해주는 생명 에너지는 강렬하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햇빛에 기대어 생존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햇빛보단 인공 빛에 의지해 살고 있다. 실내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은 하루 종일 형광등 아래에서 살기 마련이다. 너무나 바삐 살기에 겨우 여름휴가 때나 햇빛을 제대로 쪼이고 있는 실정이다. 시쳇말로 ‘웰빙(well-being)’이 결코 아니다.
햇빛은 모든 에너지의 근원이다. 햇빛은 공기를 정화시켜 주고, 해로운 세균과 곰팡이, 박테리아의 번식을 억제한다. 인간의 건강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햇빛은 신경의 안정을 가져다 주고, 뇌에서 엔도르핀의 생산을 증가시키며, 햇빛이 잘 드는 집에 살게 되면 짜증, 우울, 피로, 불안 등이 해소된다.
햇빛 속에 있는 적외선은 피부의 혈관을 확장시켜 혈액의 공급을 원활하게 하고, 혈류를 증가시키며, 백혈구의 균을 죽이는 힘을 증가시켜 준다. 상처를 치료하는 힘도 있고 통증도 진정시켜 준다. 자외선은 잘 알려지고 있듯이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에 대한 살균력을 가지고 있다. 이 이외에도 피부를 윤택하고 하고, 호르몬을 증가시키며, 콜레스트롤 수치를 낮추는 역할도 한다. 또한 햇빛을 쬐면 자외선이 우리 체내에서 비타민D를 합성하게 된다.
햇빛은 이렇게 중요하다.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천명하고 있다(제35조). 그래서 햇빛과 관련된 분쟁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으며, 대표적인 다툼이 바로 일조권(日照權)에 대한 것이다. 이번 달은 이웃이 건물을 신축하면서 우리가 사는 건물의 일조권을 방해한 경우에 일어나는 법적 문제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보기로 한다.
일조권에 대한 다툼은 한 마디로 말해서 일조 방해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이다. 어떤 것이 일조 방해행위에 해당되느냐 여부는 별도로 실정법에서 자세히 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일조권에 대한 개념 정의(하나의 건물은 어느 정도의 일조량을 법으로 보장 받을 수 있는가)와 구체적인 사례들이 법원의 판례를 통하여 집적되어 왔다. 지금은 많은 쟁점들이 자세히 정리되어 있다.
대법원 판례는 “동지를 기준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사이의 6시간 중 일조시간이 연속하여 2시간 이상 확보되는 경우 또는 동지를 기준으로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사이의 8시간 중 일조시간이 통틀어 4시간 이상 확보되는 경우”(대법원 2004. 9.13.선고, 2003다64602 판결 참조)에는 수인 한도(참아 내야 하는 수용 한도)를 넘지 않는 것으로, 위 두 가지 중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은 경우에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는 일조방해’로서 수인 한도를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위 수인 한도 안에 있는 경우에는 설사 건물 신축행위로 일조방해가 있다 하더라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정당한 행위로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일조방해의 여부를 측정하는 기준은 건물 전체의 창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주된 창인 ‘거실 창문’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또한 건축법 등 공법상의 일조방해에 대한 규정 등과 일조권과의 관계에 대하여 대법원은 “건물의 신축으로 인하여 그 이웃 토지상의 거주자가 직사광선이 차단되는 불이익을 받은 경우에 그 신축행위가 정당한 권리행사로서의 범위를 벗어나 사법상 위법한 가해행위로 평가되기 위해서는 그 일조방해의 정도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인용하는 수인한도를 넘어야 하고, 건축법 등 관계 법령에 일조방해에 관한 직접적인 단속법규가 있다면 그 법규에 적합한지 여부가 사법상 위법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중요한 판단자료가 될 것이지만, 이러한 공법적 규제에 의하여 확보하고자 하는 일조는 원래 사법상 보호되는 일조권을 공법적인 면에서도 가능한 한 보장하려는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조권 보호를 위한 최소한도의 기준으로 봄이 상당하고, 구체적인 경우에 있어서는 어떠한 건물 신축이 건축 당시의 공법적 규제에 형식적으로 적합하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인 일조방해의 정도가 현저하게 커 사회통념상 수인한도를 넘은 경우에는 위법행위로 평가될 수 있으며, 일조방해행위가 사회통념상 수인한도를 넘었는지 여부는 피해의 정도, 피해이익의 성질 및 그에 대한 사회적 평가, 가해 건물의 용도, 지역성, 토지이용의 선후관계, 가해 방지 및 피해 회피의 가능성, 공법적 규제의 위반 여부, 교섭 경과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건축 후에 신설된 일조권에 관한 새로운 공법적 규제 역시 이러한 위법성의 평가에 있어서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02. 12. 10. 선고 2000다72213 판결 참조)”고 하고 있다.
조합이 건물을 건축하는 경우 시공사인 건설회사에 대하여 일조방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는 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있으나, 건설회사가 사실상 공동사업 주체라면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단독으로 이웃 건물의 햇빛을 장시간 가리지는 않지만 시간 차이로 두 건물이 일조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가해 건물들이 공동으로 일조권 침해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건물 소유자가 아닌 임차인도 특별한 경우 일조권 침해에 대하여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다세대 주택 임차인들이 주택 맞은 편 신축건물주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일조권은 일조권이 침해된 상태에 있다는 것을 알고서도 주택을 임차한 경우가 아닌 이상 소유자자 아닌 임차인에게도 인정된다”(2004나37999)고 판결한 적이 있다.
일조권은 그 자체 재산적 가치를 가진 권리이다. 집값에 일조권이니 조망권이니 하는 것들도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조권을 둘러싼 다툼을 꼭 법원에서 가릴 것이 아니라(실제 아파트의 경우 손해배상으로 받게 되는 금액이란 극히 소액일 경우가 많다. 그런데 소송 등을 거칠 경우 그러한 배상액은 소송 기회비용으로 하여 더욱 줄어 들 것이다), 건축주는 건축 전에 미리 이웃 건물에 대한 일조권 손해 부분을 감안하고, 미리 합의를 이루어 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