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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한이 엄마
뤼 훼이쩐 이성식
타이완 출신인 나는 1993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 했다. 처음에는 단칸 월세방에서 어렵게 생활을 시작했지만, 힘든 생활 속에서도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하여 작은 돈이라도 생기면 저금을 했고, 반찬거리는 모두 시골에서 틈틈이 농사를 지어서 활용한 덕분에 지금은 번듯한 중국어 한원을 운영하게 되었다.
내가 한국에 와서 가장 처음으로 당면한 문제는 언어 문제였다.
한국어가 서툴렀던 나는 병원에 갈 때나, 전화를 받을 때나, 장을 볼때 등 모든 생활을 남편과 함께해야만 했다. 혼자 있을 때 주위 사람들이 말을 걸어오기라도 하면, 나는 대충 “네”라고 하며 대답을 얼버무렸다. 한국어의 “네”라는 대답은 두루뭉술하게 모든 상황에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식사 했어요?”
“네”
“또 봐요”
“네”
그런데 이 “네”라는 대답을 남용하는 바람에 사건이 터졌다. 하루는 학원생들이 올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무도 오지 않는 것이었다.
남편이 학생 집으로 전화를 해서 “아이가 학원에 안 왔습니다.”했더니, 그 아이의 엄마는 “오늘 중국어 선생님이 학원 쉰다고 했다는데요?”라고 했단다.
남편과 나는 결국 유언비어의 발생지를 알기위해 그 아이의 집을 찾아갔다.
그리고는 그 아이의 엄마가 있는 앞에서 아이에게 “어째서 오늘 학원에 안 왔니?”라고 물으니 그 아이가 말하기를,
“제가 오늘 하굣길에 중국어 선생님을 만났거든요! 그래서 ‘라오스 하오’ 하며 인사를 하고, ‘선생님 , 아이스크림 사주세요.’하니까, 선생님께서‘네.’라고 하셨어요. 친구들이랑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선생님, 오늘 날씨도 더운데 수업 하루만 쉬면 안될까요?’하니까, 선생님께서 또 ‘네’하셨어요. 정말 기뻐서 집으로 달려와 중국어 학원 친구들에게 오늘은 학원 쉬는 날이라고 전화로 통보했죠.”라고 자신만만하게 큰소리를 쳤다.
잠시 후 옆에 있던 아이의 엄마가 예의 바른 목소리로, “선생님 오늘은 이만 가 보시지요.”라는 인사말과 함께 “김oo, 네 이놈. 따라 들어와!” 하며 아이의 귀를 잡고 방으로 들어갔다.
다음날 학원에 온 그 학생은 “어제 선생님 때문에 엄마한테 엄청 혼났어요.”했다. 결국 아이스크림을 하나 더 사주고 아이의 불만을 재웠지만, 그 후로 나에게는 “네”라는 말을 함부로 쓰지 않는 습관이 생겼다.
아들 대한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하루는, 반 친구들이 ‘짜장면.’ ‘중국 놈’이라는 별명으로 놀린다며, 대한이가 학교에 가기 싫다는 것이었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왕따’를 당한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기에 노심초사하며 살아 왔는데, 막상 내 일이 되니까 매우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대한이가 3학년이 되고 나서 대한이의 왕따 문제는 완전히 사라졌다. 3학년이 된 대한이네 반 담임 선생님께서 우리 아이가 다문화가정의 아이 임을 아시고, 반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단다.
“우리 반 대한이의 어머니는 중국인이시고, 가족들은 집에서 중국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대한이는 중국어를 아주 잘한단다. 요즘은 영어만큼이나 중국어도 중요한 시대니까 대한이는 정말 좋겠지?앞으로 대한이가 너희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쳐 줄 수도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 친구니? 친하게 지내렴.”
그래서 대한이가 반에서 중국어 선생님 노릇을 하게 되었고, 왕따 문제는 깨끗이 사라졌다.
지금도 당시의 전주 송천초등학교 노영희 선생님을 떠올리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대한이 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에게 희망이 되는 말을 해 주셨기 때문이다.
2009년 전라북도 다문화가정체험수기공모전에서 최우수상수상.
2010년 중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등재.
2011년 ‘중학생이 읽어야할 수필집’ (교학사)에 등재.
2012년 ‘작은 지구촌’ (다림출판사)에 등재.
010-6358 -6699 edaehan@naver.com
지은이 이 성 식 약력
완주 비봉초 졸업. 완주중학교졸업. 우석고등학교졸업.
전북대중어중문학과졸업. 일본랑택스일어전문학교졸업.
일본어능력시험1급. 중국어통역자격증. 사회복지사2급자격증.
한자지도사자격증. 비봉동리이장. 완주다문화가정멘토. 완주풍물패총무. 달이실풍장패회장. 류습장군개선합굿축제위원장. 만경강생태지킴이협회총무. 전북테니스협회국제부이사. 비봉귀농자협회회장. 지구촌외국어학원장15년. 수필 “나는대한이엄마” 중학교1학년국어교과서. 중학생이읽어야할수필집.
작은지구촌.에 등재.
관련뉴스 : 2012년 1월 5일 전북도민일보. 6일 연합뉴스. 경향신문. 9일 서울신문.
새전북신문. 농민신문17일. 8일 CBS 우리가 사는 세상. 9일 KBS 인생2막. 전북은
지금. MBC TV전국뉴스. 교통방송. 11일 MBC 손우기가 묻는다.
MBC설날특집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 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