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장,
민희는 날이 훤하게 밝아서야 눈을 뜬다.
놀라면서 시계를 본다.
아침 일곱 시가 넘은 시간이다.
민희는 벌떡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다.
그러나 몸이 천근만근이고 온 몸이 아프다.
허나 게으름을 부릴 수는 없다.
가방에서 진통제를 한 병 꺼내어 마신다.
그리고는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이미 어머니와 아버지는 일어나시어 거실에 계신다.
“제가 너무 늦잠을 잤습니다.”
“넌 그렇게 게을러서 어찌 살아가겠니?”
“어허, 참!
민희가 삼일동안 잠시도 쉬지 않고 그 많은 일을 다 했는데 몸이 성하기나
하겠어?
더 자지 않고 왜 벌써 나왔니?“
아버지는 어머니와는 다르게 민희를 걱정하신다.
“많이 잤습니다.
잠시 기다리시면 아침을 차리겠습니다.“
민희는 급하게 주방으로 들어간다.
어머닌 조금도 주방에 아무것도 손을 대지 않으신 채로 그대로
두셨다.
급하게 아침을 준비한다.
아침 준비라고 해도 어제 음식이 남은 것을 손질을 다시 하고 밥을 하기만 하면
된다.
그리 오래지 않아 식탁이 준비가 된다.
“진지 드세요.”
두 분은 식탁에 앉는다.
“음식이 얼마나 남았니?
오늘 저녁에 사람들을 불러서 대접할 것이라도 있는 것이냐?“
박윤숙의 말이다.
“무슨 또 사람을 부른다는 거요?
모두 왔다갔는데 다시 부를 사람이 어디 있어?“
아버지의 꾸중이다.
“엄마!
저 오늘 올라가 봐야 합니다.“
”혼자 있으면서 뭐 하러 급하게 올라가려고 그래?
누가 오라는 사람도 없고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데 며칠 있다가
가렴!“
“아닙니다.
무엇이라도 하려면 부지런히 알아볼 것이 있습니다.“
”그런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지 말고 이곳으로 내려와!“
어머니의 단호한 말이다.
“당신은 왜 민희는 잡지 못해서 안달이야?
민희를 왜 부려먹지 못해서 그렇게 안달이 난 게야?“
”누가 부려먹기만 하려고 그럽니까?
혼자 고생하지 말고 내려오라는 것이지요.“
”그래도 그 애 나름대로 살아가는 것을 왜 자꾸만 이 촌구석으로
불러내려?
어서 아침을 먹고 올라가 보거라!“
“네!
아침을 먹고 집안을 모두 청소를 하고 나서 점심까지 챙겨드리고
가겠습니다.“
”참으로 네 고집도 어지간하다.
지금 올라가면 조금 있으면 김장도 해야 하는데 언제 내려 올
것이냐?“
”김장은 꼭 저애가 해야만 해?
이번 김장부터는 내려오지 않은 애들은 해 주지 마라!“
“엄마!
저 많은 배추를 저 혼자서 감당을 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저도 일손을 잡으면 이곳에서 붙어 있으면서 김장을 다 할 수는
없고요.“
”너 아니면 저 김장을 누가 다 하니?“
”글쎄, 자꾸만 민희를 부려먹을 생각하지 마!
이제부터는 자신들의 김장을 와서 해 가지고 가라고 해!“
“참, 당신은 왜 자꾸만 그래요?
그 애들이 솜씨가 있으면 민희를 믿겠어요?
그리고 솔직한 말로 민희가 그런 것이라도 해 주는 것이 제 형제들 보기에도 당당하고
떳떳한 일이지 그것마저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형제들을 대할 수가 있겠어요?“
“엄마!
제가 형제들 덕을 보며 살아가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은 부모님 생활비를 드리지 못하는 죄스러움이 있지만 형제들에게는 빚을 진 것이
없으니 갚아야 할 것도 없습니다.
시간이 되면 내려와서 하겠지만 일을 잡았으면 내려오지 못합니다.“
”너 그러는 거 아니다.
너로 인해서 형제들이 얼마나 불편한 줄이나 아니?
네가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살아간다면 누가 너에게 이런 일을 하기를
바라겠니?
형제들에게 넌 늘 부끄러운 사람이 아니냐?“
”거참, 민희가 부끄러울 것이 뭐가 있어?
형제들을 귀찮게 하기나 해?
도움을 바라고 살기나 하냐고?
누가 단 한 번이라도 어떻게 사냐고 신경을 써 주기라도 했어?“
우영감은 아내를 향해서 언성을 높인다.
민희는 자리를 피해 버린다.
더 이상 어머니하고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
늘 형제들보다 더 자신을 무시하고 경멸하는 어머니다.
그런 어머니를 상대로 마음을 다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아침을 먹고 주방을 치우고 나서 온 집안을 치운다.
모든 형제들이 왔다간 흔적 그대로 집안은 어수선하다.
방방이 아무렇게나 널려 있는 이부자리하며 모든 것이 어수선하다.
부지런히 집을 치우고 나서 점심을 먹고 출발을 할 생각이다.
마당은 이미 아버지가 깨끗하게 모두 치우신 뒤였다.
집안 청소가 거의 끝나갈 무렵 민희의 휴대폰이 울린다.
민희는 휴대폰의 번호를 본다.
김형우의 번호다.
“우민희입니다.”
“김형웁니다.”
“네!
어쩐 일이세요?“
”오늘 올라오신다고 했죠?“
”네!“
”출발을 하셨습니까?“
”아니요!
아직 출발을 하지 못했습니다.
부모님 점심을 드리고 나서 세시쯤 출발을 할 예정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제가 올라가는 길에 안성에 들리면 안 될까요?”
“어디 계시는데요?”
“저도 조금 멀리 나와 있습니다.
마침 올라가는 시간이 얼추 맞을 것 같으니 그 시간쯤 제가 안성 버스터미널 근처에서
기다리면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공연히 저 때문에 돌아오시는 것은 아니신가요?“
”조금 돌면 어떻습니까?
민희씨하고 서울을 함께 올라가는 것이 즐거운 일이지요.“
”네!
저는 버스터미널에 세시 반쯤에 도착을 할 것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그 시간을 맞추겠습니다.“
”네!
시간에 맞추어서 나가겠습니다.“
민희는 터미널 근처에 차를 주차시키고 기다리기 좋은 장소를
말해준다.
민희는 전화를 끊고 나서 기분이 매우 좋아진다.
그와 함께 그의 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는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민희는 즐거운 마음이 되어 부지런히 일손을 놀린다.
한편 김형우는 시간을 본다.
이제 거의 서예공부도 끝나는 시간이다.
잠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출발을 하면 그 시간에 충분히
맞추어서 도착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공연히 그녀를 보지 못한 며칠 동안 마음이 울적해진다.
오늘 올라온다는 말을 기억하고 전화를 했던 것이다.
안성까지 내려간다는 생각도 없이 전화를 한 것인데 마침 출발을 하지 않았다는 말에
거짓말을 해 가면서 안성까지 내려가기로 한다.
그러나 마음이 즐겁고 기분이 매우 상쾌해진다.
마치 소년의 마음처럼 작은 흥분이 일어나기도 한다.
점심은 간단하게 자장면으로 먹고 나서 부지런히 집으로 향한다.
운동복으로 입고 나온 차림으로 갈 수는 없는 일이다.
역시 도우미 아주머니만 집안일을 하고 있다.
잠시 옷장을 열고 무엇을 입을 것인가를 생각하다 간편한 복장으로 선택을
한다.
그리고 금고를 열어 현금을 지갑 속에 채운다.
두어 시간이면 충분히 도착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집을
나선다.
지금까지 그 누구를 기다려 본 적이 없다.
우민희라는 여인을 기다리는 동안 자신의 마음이 소년의 마음처럼 흥분이 되고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이 요란스럽다.
참으로 단아하고 고운 여인이라는 생각을 한다.
조용한 성품에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매력적인 여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딘지 보호해주고 보살펴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가는 여인이다.
가끔 만나 서로 식사라도 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서서히 운전을 해 나간다.
함께 있는 시간들이 참으로 좋다.
그녀에 대해서 아는 것도 없으면서도 기다려지고 보고 싶어진다.
지금까지 자신의 마음을 이렇게 잡아끄는 사람이 없었다.
내려가는 길이 너무 즐겁다.
데이트를 앞두고 나가는 소년의 마음이다.
평일이고 오후가 되어서 그런지 차는 그다지 막히지 않는다.
그 시간 민희 또한 출발할 준비를 한다.
세시에 터미널까지 나가는 버스가 도착한다.
그 버스를 타고 나가야 하는 것이다.
“고집부리지 말고 김장을 하러 와야 한다.”
박윤숙은 행여 민희가 오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봐서 전화를 드릴게요.”
“전화는 무슨?
김장을 하고 이곳에서 겨울만이라도 나고 가던지.........“
“어여 가거라!
네 어미 말에 신경을 쓸 것 없다.
너도 네 나름대로 살아야 할 것이니 친정 일에 신경을 쓰지
말아라.“
우영감은 민희는 앞장 세우고 집을 나선다.
버스 타는 곳까지 배웅을 해 줄 생각이다.
“아버지!
들어가세요.“
“들어간다고 할 일이 있냐?
너 가는 것을 봐야지.
참으로 고생만 잔뜩 하고 간다.“
”고생은요 무슨 고생을 해요?
김장 할 때 내려 올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그럴 거 없다.
너 아니면 김치를 못 먹고 살까봐 그러냐?
너도 살아가려면 바빠야 할 것이 아니냐?“
”네!“
“저기 버스가 온다.”
민희는 버스가 멈추자 차에 오를 준비를 한다.
“민희야!
네 가방에 애비가 돈을 조금 넣었다.
먹고 싶은 것을 먹고 건강 챙기거라!“
“아버지!
저도 돈이 있는데 왜 그러셨어요?“
“누가 없어서 주냐?
기운 잃지 말고 늘 당당하게 살아야 한다.“
”네!“
민희는 차에 올라 아버지를 본다.
이젠 많이 늙으신 모습이다.
아흔이 다 되어 가시는 부모님이시다.
우노인은 민희를 보며 손을 들어 어서 가라는 손짓을 한다.
민희 역시 마주 손을 들어 들어가시라는 손짓을 해 드린다.
차가 출발하고 나서 민희는 아버지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뒤로
바라본다.
아버지 역시 끝까지 버스를 바라보고 계신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버스는 정확한 시간에 터미널에 들어선다.
민희는 이제 아버지 생각을 떨쳐내고 김형우를 생각하며 차에서
내린다.
자신이 일러준 대로 이미 김형우의 승용차는 도착해 있었다.
민희는 환한 얼굴이 되어 김형우의 승용차가 있는 곳으로 급한 걸음을
옮긴다.
김형우 역시 민희가 오는 것을 보고 차에서 내린다.
“참으로 오랜 만입니다.”
“여기까지 오시느라 고생을 하셨지요?”
“고생은 무슨 고생을 할 것이 있습니까?
이렇게 민희씨를 만나 함께 올라간다는 생각에 즐거웠지요.“
김형우는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한다.
우민희 역시 스스럼없이 그의 손을 마주 잡으며 반가워한다.
“자, 타십시오.”
김형우는 민희가 타고 나자 차의 문을 닫고 돌아서 운전석으로
간다.
“그럼 출발을 하겠습니다.”
마치 장난기가 발동한 소년의 모습이 되어 함박웃음을 짓는다.
우민희 또한 그런 김형우를 보면서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는다.
차는 서서히 서울을 향해서 출발을 한다.
글: 일향 이봉우
첫댓글 감사합니다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굿
좋은글 감사합니다.
이순에 바랑을 메고 우리강산 여행 하면서
읽고 있네요.
다음회가 기다려지네요..!
참 으로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두분다 더 아름답게 제미있게 앞날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두분께 아름다운 미래가 이루어지시길
인연이 되어 잘 됐으면 ......
ㄳ
감사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