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을 만지러 베틀봉을 오르다.
▲베틀바위
◐ 프롤로그 ◑
새벽참에 몸을 비틀면서 쭈욱 기지개를 켭니다.
뻐근하던 오감이 깨면서 힘이 폴폴 생겨납니다.
위정자들의 말장난 쇼로 한반도가 뒤숭숭하니
아들 군대 보낸 부모 맘은 콩알만 하게 급쫄 상태.
이럴 때 프랑스 사람들은 이렇게 외친다네요.
세라비(C’est la vie, 그게 인생이야)! 세라비!
범산도 노래하듯 짐짓 외칩니다. 세라비! 세라비!
그 긍정을 몰아 쭐레쭐레 팔공기맥으로 향합니다.
흐름이 거스름을 막고 느긋함이 조급함을 달래는 곳!
그 곳에서 풋풋한 새싹을 찾는 ‘아버지’가 되렵니다.
소설 「빛의 제국」 말미, 현미의 독백이 생각납니다.
걱정하지 마, 뭐든 다 잘 될 거야.
◐ 산행 개요 ◑
▶때 : 2017년 8월 20일.
▶누구랑 : 대전한겨레산악회 여러분과 함께.
▶곳 : 옷재-꼭두방재-베틀봉-곰내재-두마리( 약 15km).
▲옷재. 서서히 山情이 끓어오릅니다.
▲뻘건 글씨에 대해 농담처럼 말해주고 싶습니다. 우리는 기분좋게 '지금 산입' 중이라고.
▲그 무섭던 무더위도 오늘은 주춤상태.
▲바람은 살랑살랑, 기분은 흥얼흥얼.
▲산능선이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나도 시원해보고 싶다고.
▲시원한 공간에 전시중인, 지난 구간의 산자락을 감상합니다.
▲팔공기맥의 몸통들이 샅바를 두르고 친구처럼 다가왔습니다.
▲604.3봉.
저기 올라 머릿속 먼지를 털어냅니다(시계반대방향 순으로 눈 속의 티끌도 털어냅니다).
▲(조망1). 이쁜 피라미드, 자초산.
▲(조망2).
▲(조망3). 베틀봉 쪽이 구름 뒤에 숨어있습니다.
▲산꾼들을 산자락이 후광처럼 감싸고 있습니다.
▲한여름에 눈꽃이 아름답게 피었습니다.
▲산 같은 산꾼은 산이 알아봅니다.
▲누구는 쓰러져서 누군가의 개선문이 되었습니다. 그게 자연의 순리.
▲든든한 장군님이 나타났습니다.
▲568봉.
▲산자락의 푸르름이 더위를 이겼습니다.
▲이쯤이 유현이 아닐까.
▲소나무 한 그루, 세월과 오지게 맞짱을 뜨고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포항시 경계를 걷고 있는 중입니다.
▲노란 빨래가 산빨랫줄에 가지런히 널려 있습니다.
▲마음속 가로등을 활짝 밝히고, 저 나무따라 둥글게 돌아갑니다.
▲이쯤되면 인생은 살아볼 만한 것이지요.
▲우리 인생의 푸르른 청색시대는 지금입니다.
▲잔잔한 정이 물처럼 고여들고 있습니다.
▲마루금을 걷다보면, 이런 잔잔한 산길이 부록으로 따라옵니다.
▲꼭두방재 직전 봉우리.
▲마음의 죽비를 내리쳐, 잠시 여유를 챙기고 갑니다.
▲자초산이 계속 찰거머리처럼 시야에서 떨어지지 않네요.
▲구름 뒤에 모습을 감춘 산은 연점산. 그 뒤에는 천지갑산도 있겠지요.
▲구름모자를 쓰고 있는 봉우리는 베틀봉 직전 봉.
▲꼭두방재로 내려가는 중.
▲때로는 돌아가는 지혜도 필요한 법.
▲꼭두방재로 내려서고,
▲날머리 돌아보기.
▲길을 걷다보면, 걸어왔던 수많은 오류의 길이 떠오릅니다.
▲고갯마루가 한낮에 졸고 있습니다..
▲산자락으로 잠입하는 길목을 배롱나무가 배웅하고 있습니다.
▲발바닥으로 산을 오르면서, 마음은 산에 안깁니다.
▲땀방울이 흐르면서, 머릿속은 순식간에 제로베이스가 됩니다.
▲땀이 온몸을 적시게 되면서, 웃음기가 종이배처럼 온몸을 떠다니고 있습니다.
▲이런 멋진 길을 만나면 속수무책으로 끌리게 됩니다. 고운 여인에게 끌리는 사내들처럼.
▲저 공간으로 들어가, 산의 일부가 되고 싶습니다.
▲헬기장은 쉼표 같은 공간.
▲이쯤되면 자초산은 찰거머리가 맞습니다.
▲아늑한 길은 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산길 가득히 햇살이 범람하고 있습니다.
▲산자락이 한여름의 넉넉함으로 술렁거리고 있습니다.
▲걸음마다에 혼신을 바치다보면, 어느새 우리는 산입니다.
▲저 시선들이 머무는 곳은?
▲ 시선들이 이 표시판에 박혀 있었습니다.
▲이 높은 곳의 무덤을 바라보면서, 마음의 주름을 다립니다.
▲햇빛은 엷어지고, 대신 안개가 온산을 뒤덮었습니다.
▲회장님, 시선을 카메라 쪽으로 조금만 돌려주세요 .
▲이런 분위기에 취하면 이런 말이 절로 나옵니다. 세상이 화안해요.
▲벌초의 시기가 다가왔음을 확인합니다.
▲뿌연 안개가 나무들 사이 빈틈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베틀바위 주변.
▲베틀바위는 오늘 산행의 발화점이었습니다.
▲이러다가 세월이 10년은 후진하겠습니다.
▲베틀처럼 생겼나요?
▲맑고 높은 산울림이 공명처럼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매혹적인 산 같은, 당신을 닮고 싶습니다..
▲이슬처럼 해맑은, 당신을 닮고 싶습니다.
▲내려놓아서 넉넉한, 당신을 닮고 싶습니다.
▲지나온 길 돌아보니, 산을 삼킨 안개바다만 보일뿐.
▲베틀바위에서 베틀봉을 올려다 봅니다.
▲당겨보니, 멋진 산꾼이 이쪽을 굽어보고 있습니다.
▲베틀바위와 베틀봉 사이.
▲산만 한 세상이 없습니다.
▲산꾼만 한 사람이 없습니다.
▲주연은 산이고 사람은 조연일 뿐.
▲베틀봉 언저리 풍경.
▲(베틀봉 조망 1). 보현산, 면봉산 쪽 풍경을 오늘은 안개가 독식하고 있습니다.
▲(베틀봉 조망 2). 곰내재 방향 줌-인.
▲(베틀봉 조망 3).
별을 만지는 마을 두마리가 몽유도원도의 한 부분으로 다가옵니다.
▲구멍바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 구멍바위.
▲구멍바위 언저리 풍광.
▲곰내재로 내려가는 산길에, 뒤늦은 햇살이 게릴라처럼 스며들었습니다.
▲햇살이 여름산에 들어와서, 해맑은 그림이 되었습니다.
▲곰바위산 갈림지점.
▲산행이 끝날 때 즈음이 다가오면, 언제나 아쉬움이 뒤자락을 당깁니다.
▲아쉬움에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고.
▲작은 보현산을 바라보는 것으로, 보현산 조망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냅니다.
▲이 아름다운 산길이 눈에 화인으로 박힙니다.
▲이 매력적인 산길을 서풋서풋 가볍게 걸어갑니다.
▲이런 산길을 걷다보면 가슴에 먹먹한 미소가 번지기 십상입니다.
▲곰내재.
▲곰내재에 한여름의 오후가 내려앉고 있습니다.
▲우측 월매리 쪽에서 바라본 곰내재.
▲월매리로 이어지는 길.
▲좌측 두마리 쪽에서 바라본 곰내재.
▲두마리로 내려가는 길.
▲두마리로 내려가다가 곁눈질을 했습니다.
▲하늘 아래 첫 동네, 별을 만지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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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필로그 ◑
두마리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떠들썩했던 '두마리 치킨'의 두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 토끼 잡는다’의 두 마리도 아닙니다.
하늘 아래 첫 동네, 별을 만지는 마을 이야기입니다.
베틀봉에 올라서면 衆人環視裡란 말이 실감납니다.
정확하게는 衆山環視裡란 표현이 어울리겠네요.
산울에 에워싸인 채 알몸을 드러낸 분지 마을이
몽유도원도처럼 비현실적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현실의 척박함을 날려 보내고 싶은 간절함에서
우리는 이상향(Utopia)이라는 명제를 상정하곤 합니다.
Utopia는 그리스어, ou(없다)+ topos(장소)의 조합.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곳(no where)이란 뜻.
이 단어를 현실로 바꾸는 마술(?) 한번 부려볼까요?
Delet키로 한 칸 당기고, Space키로 한 칸 밀면
‘no where’가 ‘now here’로 감쪽같이 변신합니다.
애초 二山洞이던 것이 斗摩洞으로 바뀌었다는데,
‘북두칠성(斗) 만지는(摩) 마을’의 뜻으로 새깁니다.
유토피아는 ‘now here’, 바로 두마동인 것을.
현실에 충실함이 유토피아행 지름길임을 깨닫습니다.
반짝이는 왕별 하나 가슴에 안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첫댓글 해박한 지식과 감칠만 나는 글에 숨 넘어 갑니다.
덕분에 궁금하던 것이 실타래처럼 풀리는 것이 부지기수입니다.
이토록 멋진 분과 산행할 수 있어 기분이 절로 좋아집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자유인! 이는 방하착 님과 함께 산행한 후의 느낌입니다.
산에다 자신을 풀어놓고 하루동안 방목하는 카우보이라 할까요.
하여튼 느낌 좋은 분과 함께 하는 산행이어서 그 힘겨움이 반으로 줄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참 좋아요.
열정이 있으시고 즐기시며 호기심 자극하는 글도 얹어 주시니 참 좋으시네요.
산행하고 난 후, "참 좋았어!" 라고 느낌표를 찍을 수 있었습니다.
막걸리 한 잔에 세상이 넓어지고, 산행방담 몇 마디에 세상이 따뜻해졌습니다.
이 업된 기분을 기맥 끝날 때까지 쭈욱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범산님의 산행기는 한권의 그림책을 보는것 같아요
앞에서 느긋하게 이끌어 주는 덕분에 편안하게
완주를 할 수 있었습니다. 고마워요!!!
하늘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낮았지만, 산은 멀쩡해서 산행하기는 최적이던 하루였습니다.
그 좋은 산행조건에, 갑장 선배이신 봄비 형님의 털털한 입담이 더해지니, 더 이상 좋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오늘 산행은 근래 보기드문 으뜸산행이었던 것 같습니다. 같이 할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늘 감사하는 맘으로 님의 글을 읽습니다. 이번산행에서도 가는 길이 바빠 보지 못한 산들을 잘 소개해줘 많은 것을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같이 산행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 이 사실을 오늘 산행의 방점으로 찍고 싶습니다.
마주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스쳐 지나가면서 분위기를 공유하고, 막걸리 한 잔에 마음을 섞는 것,
이 모든 과정들이 산행의 종합선물세트라 생각합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