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천년을 써도 걱정없는 대나무 베개
은지 할머니가 오늘은 대나무 베개를 하나 들고 들어오더니
“사장님, 이 대나무 베개도 사는 거죠?”
“대나무?”
“네.”
“글쎄!”
“이것도 베개잖아요?”
“그러게.”
“이건 더 비싸게 돈을 주셔야 되는 거 아닌 가요?”
“왜?”
“사장님, 대나무 베개 처음이잖아요?”
“그건 그래.”
은지 할머니는 이천 원을 받아서 갔다. 김사장은 대나무 베개는 처음이다. 대나무도 다른 베개처럼 말을 할지 궁금했다.
소파에 누워 대나무 베개를 머리에 베니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안녕하세요.”
“네~에.”
“저는 평창동에서 살던 대나무 베개입니다. 주인은 정치를 하는 분이구요. 이름은 밝히기가 좀 어렵습니다.”
“정치가요?”
“네. 그렇습니다. 시원하죠? 대나무는 여름에 베고 자면 정말 시원합니다.”
“그러게요. 시원합니다.”
“그런데, 평창동서 여기까지는?”
“두 달 전에 평창동에서 주인 언니가 등촌동으로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필요 없다며 저를 이렇게 버린 겁니다.”
“필요할 때는 언제고?”
“그러게 말입니다. 머리가 아프고 무겁다면서 동생에게 빼앗아 가듯이 하더니 버리네요. 동생에게 다시 갖다 주면 좋을 텐데.”
“사람들이 원래 그래요. 백화점에 가서도 막 사고, 집에 와서는 필요 없다며 버리고.”
“그러게요. 저는 평창동 집에서 사랑받고 잘 지냈는데 등촌동 언니 집에 와서는 푸대접 받고 살았습니다.”
김사장은 대나무 베개가 참 시원했다. 여름에는 꼭 필요한 베개라고 생각했다. 깨끗이 씻어서 여름에 사용할 생각이다.
“걱정 마세요. 제가 잘 사용할게요.”
“정말요?”
“네.”
대나무 베개는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고물상 주인아저씨가 직접 사용한다니 더 좋았다.
“천년을 써도 걱정 없는 대나무 베개입니다.”
“그렇게 오래요?”
“네.”
“제가 천년을 살지 못하니 문제죠.”
“자식들에게 물려주세요.”
“그래야겠어요.”
“그리고 대나무는 물에 자주 씻지 마세요. 대나무 향을 맡기 위해서는 그냥 촉촉한 걸레로 한 번씩 닦아주시면 됩니다.”
“네. 대나무 향이 나는군요. 정말 머리도 시원하고 참 좋은데요.”
“네, 베개 중에서도 삼베 못지않게 좋은 베개입니다.”
“아무튼 잘 쓰겠습니다.”
“제가 감사드립니다.”
김사장은 오랜만에 멋진 베개를 얻은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