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작가 진우석의 우리산 기행-<11>경남 통영 사량도 지리산
<전남 여수에서 경남 거제까지 펼쳐진 한려해상국립공원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섬이 저마다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 그 중 남해와 통영 사이에 자리 잡은 사량도는 산 하나로 일약 스타로
떠오른 섬이다. 사량도 지리산은 높이가 398m에 불과하지만 설악산 용아장성을 축소해 놓은 듯한
옹골찬 암릉을 품고 있다. 그래서 아기자기한 능선을 걷다 보면 물뱀의 등을 타고 한려해상을
유람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본래의 산 이름은 지리산이 보인다고 해서 지리망산이었는데
‘망’자가 떨어져 지금은 그냥 지리산으로 부르고 있다.>
사량도는 한려해상국립공원 ‘거제 해금강권’에 속하고 행정구역상으로는 통영시 사량면에
해당하지만, 사천시에서 더 가깝다. 사량도는 크게 윗섬과 아랫섬이 마주 보고 있으며
그 사이로 동강(桐江)이 흐르고 있다. 동강은 두 섬 사이의 해협으로 오동나무처럼 푸르고
강처럼 생겼다 해서 그렇게 불린다.
윗섬에는 지리산과 옥녀봉(261m) 등이 불끈 솟아있고, 아랫섬에는 칠현산이 일곱 봉우리를
펼치고 있다.
주변에는 대섬(죽도), 노아도, 누에섬, 나비섬(잠도), 수우도 등의 빼어난 섬들이 보석처럼
흩뿌려져 있다.
사량도란 이름은 섬 자체가 뱀 모양으로 생겼고 뱀이 많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산행 코스는 돈지에서 출발해 지리산, 불모산 달바위, 옥녀봉을 거쳐 진촌으로 내려오는
종주 코스가 가장 인기 있다. 달바위∼옥녀봉 구간은 워낙 가팔라 위험구간도 있지만,
안전시설이 잘 설치되었기에 도전해볼 만하다. 산행 들머리는 아담한 포구를 끼고 있는
돈지 마을이다.
돈지분교 왼쪽으로 난 등산로를 따르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산길 초입부터 가파른 비탈을
20분쯤 오르면 갑자기 시야가 시원하게 뚫리면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쪽빛 바다 위에 뜬 수우도가 한눈에 들어오고 멀리 삼천포가 아른거린다.
주능선에 올라붙은 것이다. 뒤를 돌아보면 돈지항이 물 위에 연꽃처럼 아름답다.
그 옆으로 작은 왕관처럼 보이는 섬은 이순신 장군이 대나무 화살을 얻었다는 대섬(죽도)이다.
평탄한 능선 양쪽으로 펼쳐진 바다와 섬을 구경하며 1시간쯤 가면 지리산 정상에 오르게 된다.
슬픈 전설 서린 옥녀봉 사량도의 지리산과 옥녀봉은 1979년 삼천포산악회가 개척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개척의 주역인 김봉호씨에 의하면 섬에는 석란ㆍ풍란 등이 지천으로
널려 있고, 멧돼지들이 득실거렸다고 한다. 멧돼지들은 바다 건너 고성 땅에서 건너온 것인데,
언젠가 해초를 쓰고 건너오는 멧돼지를 마을 어부들이 잡은 적도 있다고 한다. 현재 윗섬에는
멧돼지가 없지만 아랫섬 대곡산 부근에 30여 마리가 살고 있다. 정상에서 30분쯤 내려오면
사거리 이정표를 만난다. 우측은 사량도 윗섬에서 유일한 절인 성자암과 옥동마을로 가는 길이고
좌측은 내지항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여기서 옥녀봉까지는 아직 2.54km가 남아 있다. 호젓한 숲길을
지나면 가파른 칼날 능선이 이어진다. 이 길은 위험하므로 안전한 우회로를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
불모산 정상인 달바위(400m)는 거대한 암봉으로 사량도를 대표하는 가장 높은 봉우리다.
이곳에서 가마봉(303m), 연지봉(향봉), 옥녀봉을 넘는 구간이 사량도에서 가장 빼어난 능선이다.
낙타의 등 같은 세 개의 봉우리를 연속적으로 타고 넘으며 펼쳐지는 한려해상의 풍광은 사량도가
아니면 보기 힘든 절경이다. 가마봉에서 급경사 철다리를 내려와 암릉을 기어오르면 너른 암반이
펼쳐진 연지봉이다. 아랫섬 칠현봉이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하고, 동강 해협에는 꽃잎처럼 배가 떠있다.
사람들은 대개 이곳에 주저앉아 “참말로 호수 같네!”하며 동강을 하염없이 쳐다본다. 연지봉에서
내려오는 길은 로프로 엮은 나무사다리 길이다. 흔들리지 않으므로 조심조심 내려오면 마지막
봉우리인 옥녀봉에 이른다. 이 봉우리는 욕정에 눈먼 아버지가 딸을 범하려 하자 딸이 옥녀봉에
올라 몸을 던졌다는 슬픈 전설이 서린 곳이다. 이 전설은 사실 여부보다는 외딴 작은 섬에서
가정 및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강력한 터부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담한 대항해수욕장을
바라보며 옥녀봉을 내려오면 해송 숲을 지나 커다란 팽나무가 서 있는 진촌마을에 닿는다.
돈지 마을에서 시작해 지리산, 옥녀봉을 종주하고 진촌 마을로 내려오는 길은 약 8㎞, 5시간쯤 걸린다.
등산로가 잘 정돈되었지만, 곳곳에 위험 구간이 있으므로 초보자와 노약자는 꼭 우회로를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 <이 기사는 대구시체육회가 후원합니다.>
▨주변 명소
△상족암군립공원 고성군 덕명리 상족암 일대 갯바위에는 수많은 공룡 발자국 화석이 밀집해있다.
이곳은 공룡 집단 서식을 증명하는 세게 유일의 족흔 화석지다.
갯바위에 도장 찍듯 선명한 발자국을 둘러보면 시간이 무화되는 신비감에 젖는다.
상족해안은 상족암, 해식동굴, 입석(촛대바위) 등 주변 풍경이 변산 채석강과 제주 용머리해안을
닮아 풍광이 수려하다.
이곳에서 2족 또는 4족 공룡 발자국을 찾아보며, 그 공룡의 크기가 얼마만 했을지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대방진 굴항 대방진 굴항은 삼천포대교에서 약 3km 동쪽으로 위치한 조그마한 포구다.
고려말부터 수군병영지로 활용되어 오다가 1820년경 조선 순조 때 지금 형태의 둑을 쌓아 굴항을
축조하여 대방진을 설치했다.
전함 2척과 상비군 300명이 상주했었는데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배를 숨겼다고 한다.
포구 입구가 호리병 같으나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넓어지고, 난대림 활엽수들이 그득하여
여름철에도 시원하다.
▨교통
사량도행 여객선은 사천시 삼천포항, 통영시 가오치 터미널, 고성 일운면 입암리 맥전포에서 출항한다.
면소재지가 위치한 사량도 금평항에서 산행기점인 돈지까지는 마을버스가 배 시간에 맞춰 운행한다.
삼천포항→사량도는 일신호(055-832-5033) 이용,
통영시 도산면 오륜리 가오치 도선장→사량도는 사량호(055-642-6016) 이용,
고성(일운면 입암 맥전포)→사량도는 다리호(055-673-0529)를 이용한다.
여객선 대절 문의는 삼천포유람선협회(055-835-0172~3)로 하면 된다.
▨숙식
사량도 숙박은 진촌마을 사량여관(055-642-6056), 대항의 대항비치여관(055-643-6020) 등이 있다.
사천 남일대리조트(055-832-9800)는 시설이 깔끔하고 남일대해수욕장이 바로 앞이라 좋다.
식당은 진촌의 사량횟집(055-642-6033), 돈지의 우리횟집(055-644-9331)에서 싱싱한 회를 먹을 수 있다.
또 사천 노산공원 아래에는 ‘앗싸다횟집’(055-832-1236) 등 여러 횟집이 있고,
창선대교 아래의 제일전복횟집(055-832-2040)은 바닷장어인 하모회를 맛볼 수 있다.
달바위에서 옥녀봉으로 가는 수려한 암릉길. 왼쪽으로 아담한 대항포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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