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고기와 털을 제공하는 양을 대신할 동물은!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무대에 양치기 개 머피가 다시 올라와 모짜르트의〈피아노 소나타 11번〉을 연주했다.
“대단해. 테니스공을 떨어뜨려서 피아노 건반을 맞추는 것도 힘들 텐데 연주를 한다니 믿어지지 않아.”
“나도 집에 가면 테니스공으로 피아노 치는 연습을 할 거야.”
“나도 집에 누나가 쓰는 오르간이 있으니까 공으로 연주해봐야지.”
많은 어린이들이 머피의 테니스공 연주에 흠뻑 빠졌다.
연주를 마치고 머피가 내려가자 쟌이 올라왔다.
“멋진 연주를 한 머피에게 힘찬 박수를 부탁합니다.”
많은 어린이들이 머피에게 박수를 보냈다. 머피는 다시 무대에 올라와 인사를 하고 내려갔다.
“여러분! 말을 대신할 동물에 투표했어요?”
쟌이 어린이들을 보고 물었다.
“네!”
모두 큰소리로 대답했다.
“말은 힘도 세고 빠른 동물인데 오늘 오디션에 참가한 동물은 힘이 세거나 빠른 동물은 없는 것 같습니다.”
“펜더가 가장 힘이 세요!”
“맞아요.”
나무 타기나 힘을 따진다면 달팽이나 고슴도치보다 팬더가 월등히 강할 것이다. 하지만 느림을 이야기 한다면 달팽이가 가장 느릴 것이고 바늘 같은 털을 이야기 한다면 고슴도치가 제일 날카롭고 바늘 같은 털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여러분! 말을 대신할 동물을 발표하겠습니다.”
“와!”
쟌은 손에 들고 있던 봉투를 천천히 열었다.
“펜더가 될 거야.”
“아니야. 달팽이가 될 것 같아.”
어린이들은 서로 자신이 투표한 동물이 될 것으로 믿고 있었다.
“여러분! 말을 대신할 동물은 바로 달팽이입니다.”
“와! 달팽이가 되다니 믿어지지 않아?”
“펜더를 투표했는데!”
어린이들은 펜더가 되지 않고 달팽이가 새로운 12지신 상으로 결정된 것에 대해서 놀라워했다.
“여러분! 달팽이와 펜더 표 차이도 2표밖에 나지 않았습니다.”
“아깝다.”
팬더가 아깝게 떨어진 것에 대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친구들이 있었다.
“여러분! 잠시 후에 양을 대신할 12지신 상에 대한 오디션이 시작됩니다. 모두 화장실에 다녀오기 바랍니다.”
쟌은 말을 마치고 무대를 내려갔다.
마린과 코코로가 무대에 올라오더니 연주를 시작했다. 많은 어린이들이 화장실에 다녀왔다. 매점에서 과자를 사온 친구들도 있고 음료수를 사온 친구들도 있었다.
바흐의〈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D단조〉를 첼로와 비올라에 맞게 편곡한 곡이었다. 연주를 마치고 마린과 코코로가 무대에서 내려갔다.
“달콤한 솜사탕이 천 원! 한 시간 뒤에는 달콤한 솜사탕이 삼천 원!”
말랑코의 솜사탕 파는 목소리가 가끔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무대를 가득 채웠다.
양을 대신할 새로운 12지신 상 후보들이 무대에 올라왔다.
“너구리다!”
너구리는 노란 조끼를 입고 파란 모자를 쓰고 나왔다. 빨간 장화를 신은 너구리는 너무 귀여웠다.
무대에 올라온 너구리는 무대 중앙에서 한바탕 춤을 추고 자리로 이동했다.
“와! 펭귄이다.”
북극에서 펭귄이 오디션에 참가했다. 노란 장화를 신고 핑크색 조끼를 입어서인지 깜찍한 모습이었다. 조명을 받고 걸어가는 펭귄은 사람같이 보였다.
“염소다!”
마지막으로 염소가 검정 구두를 신고 무대에 올라왔다.
동물들이 모두 의자에 앉아 심사위원들이 올라왔다. 마지막으로 케르베로스 심사위원장이 올라왔다.
“펭귄은 어떤 삶을 살고 있나요?”
켄타우로스가 물었다.
“지느러미처럼 생긴 날개가 있지만 날지는 못하고 사람처럼 곧게 설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 펭귄은 무리를 지어 생활합니다. 특히 새끼가 성장하면 새끼들만의 집단을 만드는 특성이 있습니다. 추위나 적으로부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어미 펭귄은 새끼들 앞에 와서 울음소리로 자신의 새끼를 찾아내고 먹이를 줍니다.”
“북극에 얼음이 모두 녹아내리면 펭귄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봉황이 물었다.
“북극에 얼음이 녹아내린다면 펭귄보다 지구상에 사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피해가 일어날 것입니다. 펭귄도 눈이나 얼음이 없으면 살아가기 힘들겠지만 북극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이 먼저 위기에 대비해야 합니다.”
“새끼를 잃거나 없는 어미 펭귄이 다른 어미의 새끼를 빼앗기도 하는 데 펭귄 사회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습니까?”
스핑크스가 물었다.
“알을 부화하고 새끼를 얻는다는 것이 북극에서는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모든 어미 펭귄은 새끼를 얻고 싶지만 동물들이 알을 훔쳐가고 새끼들도 잡아먹히기도 합니다. 자식 잃은 슬픔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 겁니다. 비록 빼앗은 새끼라 할지라도 새 어미가 잘 키워서 지금까지 남극과 북극에는 많은 펭귄이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펭귄도 인터뷰를 잘 마쳤다.
“너구리는 왜 12지신 상이 되고 싶은가요?”
봉황이 물었다.
“너구리는 위장술이 뛰어납니다. 그래서 어린이들이 읽는 동화에도 많이 나오는 주인공입니다. 어린이들이 너구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새로운 12지신 상이 되고 싶습니다.”
“단지 어린이들이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는 새로운 12지신 상으로 뽑히기 어려울 텐데요?”
스핑크스가 물었다.
“애교 만점 동물은 바로 너구리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수만 가지 멋진 표정을 지을 수 있는 동물이 너구리여서 어린이들이 반려 동물로 키우려고 합니다.”
너구리가 일어나서 애교를 부리며 멋진 표정을 지었다.
“너무 귀엽다!”
“맞아!〈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영화 정말 재밌었어.”
너구리는 수십 가지의 표정을 보여주고 자리에 앉았다.
“염소는 왜 12지신 상이 되고 싶은가요?”
켄타우로스가 물었다.
“양이 친구인데 이번에 한 번 나가라고 해서 나왔습니다.”
“그럼 새로운 12지신 상에 뽑히는 것에 대해서는 관심 없는가요?”
스핑크스가 물었다.
“양처럼 순한 염소를 어린이들이 뽑아주면 하겠습니다.”
“어린이들에게 뽑아달라고 부탁한다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요?”
봉황이 물었다.
“염소는 착한 동물입니다. 양과 같이 고기도 주고 털도 사람들에게 주는 동물입니다. 가끔 농촌에서 키우는 염소들이 밭에 들어가 농작물을 뜯어먹기도 하지만 그래도 착한 동물이기 때문에 꼭 뽑아주기 바랍니다.”
말을 대신할 12지신 상의 오디션도 이렇게 끝이 났다. 무대에 마린과 코코로가 올라와 연주를 시작했다.
심사위원들도 회의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세 동물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
봉황이 말하자
“맞아요. 톡 튀어나오는 동물은 없는 것 같습니다.”
스핑크스가 말을 계속했다.
“그래도 북극에서 온 펭귄이 제일 앞서는 것 같습니다. 어린이들은 너구리 애교에 푹 빠져있는 것 같은데 좀 더 생각해보면 펭귄이 더 인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켄타우로스가 심사위원을 보면서 말했다.
“펭귄과 너구리 중에서 될 것 같군요. 어린이들이 어떤 동물을 선택하는 지 두고 봅시다.”
케르베로스의 말을 끝으로 말을 대신할 새로운 12지신 상 오디션이 끝났다.
- 열 번째 이야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