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번 주는 3일 뿐이었네요. 들살이를 다녀온 후 아이들이 확실히 더 알콩달콩합니다. 글을 쓸때도 모두 함께 끝내고 싶어서 어디까지 썼는지 서로 확인을 하면서 속도를 마추기도 합니다. 강당이 조용하다싶어 내다보면 수다방 복층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자기들끼리 뭔가를 이야기하고 깔깔 웃고.. 재미가 쏟아지는것 같습니다.
아침 뉴스타임에 나오는 이야기가 비슷비슷해지고 또 뉴스를 말해보겠다고 손을 드는 아이들이 적어지면 진샘이 관찰 숙제를 냈었지요. 그런것들이 계기가 되었는지, 아이들의 뉴스타임 이야기가 한층 흥미롭고 생생해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우영이가 외식 중에 이가 빠진 이야기를 실감나게 해주었습니다.
"저녁에 고기를 먹자고 하시던 엄마가 티브에 짬뽕이 나오자 맛있겠다고 중국집으로 가자고 하셨어요. 탕수육을 먹는데 내 이빨이 너무 많이 흔들렸어요. 어쩌지? 하다가 혀로 톡 쳤더니, 하얀이가 상위로 툭 떨어졌어요. 히히히..."
2. 교실칠판에 상시적으로 적혀있는 것들이 있는데, 그날의 날짜와 요일과 날씨, 숫자세기를 해서 누적하는 용돈 금액, 청소담당구역, 그리고 그달에 든 아이의 생일 날짜입니다.
이번주에는 하나더 늘었는데, 상추판매 금액입니다. 상추를 팔아서 모은 돈은 다음 농사준비를 위해 사용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절기에 맞추어 직접 장에 가서 씨앗을 사고 텃밭에 심어 가꾸고 수확해서 먹어보고, 판매한 돈은 다음 농사 씨앗을 사기 위해 모아둡니다. 비록 옥상에 만든 작은 텃밭이지만, 그 순환하는 전체 과정을 직접 몸으로 경험합니다.
이러한 경험은.. 보통 많이들 하는, '하루 해보기 농사체험'같은 단기적 이벤트성 농사체험의 한계를 넘어 그 자체로 진정한 삶이 되는.. 그런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집에서 상추주문을 받아 텃밭에서 주문받은 상추를 따는 아이들 얼굴이 한층 신나고 진지해 보이는 이유도 바로 그런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3. 이번주에는 북유럽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림과 글로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딘, 토르, 로키.. 저는 영화를 통해 먼저 알게된 주인공들입니다. 진샘이 해주는 이야기를 통해 각 신들의 모습과 특징과 능력들에 대해서 알게되고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해봅니다. 그리고 다시 글로 그림 이야기를 풀어봅니다.
아이들의 공책은 '이스라엘 창조신화'에 이어 또 한권의 그림책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림그리는 것에도 글로 정리하는 것에도 스스럼이 별로 없습니다. 때로는 이런 소리도 들리기는 합니다. "아! 내 그림이 우리반에서 제일 못 그린 거 같아", "아니야. 내 그림을 보면 그런 소리 안할걸..." 그래도 그것이 말그대로의 의미는 아니라는걸 아이들의 얼굴표정이나 태도를 보면 금방 알게 됩니다. 그런 말에 전혀 속상함이나 낙담같은 뉘앙스가 묻어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누구도 아무렇게나 해치우지 않고 할수 있는 한 최선으로 정성을 들이는 아이들의 모습과 매일 만납니다.
4.이번주부터 진샘은 아이들 글쓰기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들살이 가기 전, 아이들에게 관찰숙제를 내면서 글쓰기 수업에 시동을 걸었고, 이번주부터 본격적으로 아이들이 자신이 관찰하거나 생각한 것을 스스로 글로 표현하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생생하고 솔직한 글쓰기를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가 직접 경험해서 친근한 소재로 시작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주에는.. 2등가라면 서러울만큼, 우리아이들이 친근하게 즐기고 잘하는 '비석치기'를 소재로 설명글을 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본인들이 잘 알고 있는 놀이라서 그런지 놀이 방법에 대한 아이들의 설명이 무척 섬세하고 구체적입니다.
그래도 열일곱 단계나 되는 비석치기 과정을 모두 글로 설명하는 일이 만만치 않습니다. 아침 등교후 생기는 잠시의 자유시간에 공책을 꺼내 미처 못다한 글을 쓰고 있는 아이들이 참 대견하고 한편으로는 신기하기도 합니다. 앞으로 진샘의 글쓰기 수업이 어떻게 진행될지, 아이들은 또 어떻게 화답하며 재미나고 생생한 글들을 쓰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
5. 이번주 가장 큰 이슈는 '오늘 점심에는 진샘이 뭘 만들어 주실까? 정말 맛있게 만들어 주실까?'였던 것 같습니다.
외부급식이 잠시 중단된 덕에 우리는 그날 그날의 의미에 어울리는 점심메뉴를 스스로 정하고 즐길 수 있었습니다. 상추를 첫 수확하던 날 삼겹살구이를 먹을 수 있었고, 어린이날을 맞아 떡볶이 잔치도 열수 있었지요. 어제 한솥 끓여, 남아있던 카레는 오늘 갑자기 점심을 함께 먹게된 고등반 선배들을 즐겁게 했습니다. 진샘이 만드신 음식에 가득 들어있는 정성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어떤 상황이나 조건이든, 그 시간을 우리가 원하는 방법과 내용으로 채우고 즐길 수 있는.. 그런 자유로움이 주는 행복을 느낄 수 있었던 3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주 베스트 컷은, 요리를 하는 진샘 사진으로 골랐습니다. (끝)
첫댓글 선생님~~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알콩달콩 깔깔깔깔 웃는 모습이 그려지네요~~^^
진지하게 집중해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모습이 넘 아름답습니다. 아이들이 배움의 기쁨을 알게 되었나봐요~~!! 얼마나 감사한지요~~
아이들이 진샘께서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드시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으로 몸으로 익히게 될 것 같아요. 참빛에서 쑥 자란 어느 날 두 분을 위해 요리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진샘, 고동샘께 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