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구름
----------------------------------------------------신 삼 숙
저 멀리 바다가 펼쳐져 있다. 내 눈에 그리 보인다. 안개인지 구름인지 구분이 안 돼 고개를 갸웃거리는 찰나 다시 긴 산으로 바뀌었다. 구름의 장난이다.
구름은 공기 중의 수분이 엉기어서 미세한 물방울이 얼음 결정의 덩어리가 되어 공기 중에 떠서 있는 것이다. 과학에 무식한 나는 구름의 물리적 존재에는 둔하지만, 그들을 보며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흥미가 있다. 어릴 적에는 그들을 따라서 혼자 상상 놀이를 하곤 했다. 솜구름이 뭉실뭉실 떠 있으면 하늘로 올라가 놀았다. 잠시나마 동화 속의 마법사가 되어 구름장 사이를 누비며 으쓱거렸다.
요즈음도 창가에 앉아 구름 구경을 한다. 별안간 구름 사이로 큰 강이 생기며 내 마음도 물결 따라 흘러간다. 어디까지 흘러가려나 하늘에 눈을 붙이고 돌부처처럼 앉아 본다. 오래도록 유람하고 싶은 내 마음을 구름은 모르는지 다시 푸르고 깊은 호수를 만든다. 야속하다.
구름은 바람에 따라 이동하기에 수시로 다양한 그림을 보여준다. 구름의 색깔이 어두워진다. 매지구름이 모여든다. 그렇다면 반가운 일이다. 한줄기 소나기라도 내리면 이 더위가 좀 식을 터인데.
서산대사는 해탈 시 인생에서 ‘삶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은 한 조각 구름이 사라짐일세’ 했다. 한 조각의 구름은 있는 듯 보이지만 실은 허상이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이 모였다 흩어졌다 한다. 한 줄기 바람일 뿐이다. 잠시 다니러 온 이 세상, 덧없음을 깨달아야 하는데 늘 헛된 꿈에 시달린다. 머리를 비우고자 하늘에 눈을 대고 멍을 때려도 잠시일 따름이다. 어찌 된 탓일까, 여전히 뜬구름을 붙잡고 있다.
2018년 《월간문학》수필 등단
한국문인협회, 강서문인협회, 가산문학회, 대표에세이 회원
저서;《모자 죽음보다 깊은 생》
공저; 《모든 이의 아침》, 《달콤한 첫사랑》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