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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6월 22일, 화요일, Cartagena 버스
(오늘의 경비 US $38: 아침 2,000, 점심 4,500, 저녁 4,500, 맥주 1,300, 식수 500, 버스 85,500, 기타 3,300, 환율 US $1 = 2,700 peso)
오늘은 한국의 초가을 같이 상쾌한 날씨다. 아침에 Barichara를 떠나서 San Gil에 도착해서 인스턴트커피를 사서 준비해온 뜨거운 물로 커피를 만들어서 사과 하나와 감자튀김 한 봉지로 아침 식사를 때웠다. 여행 떠날 때 가지고 온 전기포트는 오래전에 고장이 나서 버렸고 지금은 캠핑용 플라스틱 물병에 얼마 전에 산 전기 코일로 물을 끓인다. 캠핑용 플라스틱 물병이 하나 더 있으면 라면도 만들어 먹고 감자, 계란, 소시지도 삶아 먹을 수 있겠다. 어쩌면 플라스틱 병 하나만 가지고도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른다. 플라스틱 병 하나로 모든 것을 다 하면 커피 물을 끓일 때 음식 냄새가 나는지 한번 실험해 봐야겠다.
San Gil에서 Bucaramanga로 가는 길은 산길이었다. 고도가 약 2,000m인데 지금 이곳은 겨울인데도 길가에는 아름다운 꽃이 만발해 있었다. 빨간색, 자주색, 노란색, 흰색 꽃들이 아름답게 피었다. 어느 집에나 정원에는 꽃이 많다. 이곳 사람들은 꽃을 매우 좋아하는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겨울인데도 어떻게 꽃이 그렇게 많이 피어있는지 모르겠다. 적도에 가까워서 그런 것인가?
Bucaramanga에 오전 10시경 도착했는데 오늘의 목표지인 Mompos에 가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Bucaramanga에서 약 8시간 걸리는 곳이라는데 버스로 El Banco에 가서 지프차나 배로 갈아타고 가야한다고 한다. El Banco 버스 시간을 알아보니 밤 12시 출발이다. 너무 복잡해서 Mompos에 가는 것은 포기하고 12시간 걸리는 Cartagena 행 버스표를 샀다. 오후 2시에 떠나서 12시간 달려서 새벽 2시에 도착이다. 새벽 2시에 내려서 숙소 찾는 것이 문제이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버스 터미널에서 아침까지 기다릴 수도 있으니 우선 떠나고 나중에 걱정해도 된다.
Bucaramanga에서 Cartagena까지 가는 버스 여행은 힘든 여행이었다. 버스 안의 나쁜 공기 때문이었다. 소위 에어컨 버스라 창문이 안 열리는데 에어컨이 고장 났는지 찬바람이 전혀 안 나오고 환기조차 제대로 안 된다. 거기다가 버스는 만원이다. 더구나 버스가 산에서 바다 근처로 내려오면서 공기는 아주 답답해졌다. 그래도 불평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외투까지 입고 자는 사람도 있으니 알 수 없는 일이다. 나중에 정 못 견디겠어서 불평을 했더니 그제야 천장에 있는 환기 구멍을 열어준다. 금방 신선한 바깥 공기가 들어온다. 진작 불평을 할 것을 그랬다.
Cartagena에 도착하니 오전 3시다. 해가 뜰 때까지 버스 터미널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버스 터미널에는 의자나 바닥에서 자는 사람도 있고 자지 않고 서성거리는 사람들도 보인다. 위험하지 않을까 좀 걱정을 했는데 별로 위험해 보이지 않았다. 버스 터미널이 교외 외진 곳에 있어서 터미널 주위는 깜깜했고 택시도 안 보였다. 오전 3시인데도 무더웠다. 바람 한 점 없이 공기가 정체상태에 있는 것 같았다.
Cartagena는 Caribbean Sea 해안에 위치한 항구 도시이다. 드디어 남미의 최북단에 도착한 것이다. 이제 정말 남미 여행이 끝나간다는 기분이 든다.
2004년 6월 23일, 수요일, Cartagena, Casa Viena
(오늘의 경비 US $12: 숙박료 9,000, 점심 4,500, 음료수 1,500, 커피 1,500, 식료품 10,000, 버스 1,200, 기타 7,000, 환율 US $1 = 2,700 peso)
Cartagena는 매우 "touristy" 한 곳이다. 첫 인상은 브라질의 Salvador와 비슷하다. Salvador 같이 흑인이 많고 거리 풍경이 비슷하다. 숙소 옆에 있는 공원을 지나다 보면 90%가 흑인이거나 mulato 들이다 (흑백 혼혈). 이곳은 습기가 많고 무더워서 한국의 삼복더위 날씨 같다. 저녁때만은 바람이 좀 불어서 약간 선선해진다. 무더울 것이라고 생각했던 Amazon 밀림지역에서는 더운 줄 몰랐는데 바닷가인 이곳에 오니까 못 견디게 덥다. 그 반대여야 할 것 같은데 예상 밖이다.
버스 터미널에서 새벽 3시부터 아침 6시까지 3시간을 기다려서 첫 시내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서 숙소 근처에서 내렸다. 무거운 짐을 지고 숙소를 찾아가는데 더워서 땀범벅이 되어서 숙소에 도착했다. 이른 아침 시간인데도 보통 더운 것이 아니었고 길 표지판이 Lonely Planet에 나와 있는 지도와 잘 맞지 않아서 좀 헤맸다.
아침 7시에 숙소에 도착했는데 손님들은 모두 자고 있었다. 독방을 원했는데 독방은 없고 우선 기숙사식 방에 들었다가 아침에 나갈 사람이 있을지 모르니 오후에 다시 보자고 한다. 나에게 배당된 방에는 네 사람이 자고 있었다. 조용히 들어가 짐을 내리고 샤워부터 했다. 그리고 숙소 근처에 나가서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하고 돌아와서 점심때까지 잤다.
자고 나니 몸을 개운한데 밖이 너무 더워서 나갈 마음이 안 났다. 그래도 점심식사는 해야지. 제일 가까운 음식점에 가서 Comida Corriente를 (한국의 한 정식) 먹고 다시 들어왔다. 한 방에 있던 영국 여행객 두 명은 2인용 독방이 나와서 그리로 옮겼다. 나도 창가 침대로 옮기니 꼭 독방으로 옮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방에 있는 일본 친구는 자기 이름이 Yoshi라고 인사를 한다. 지난 5년 동안 남미에서 살았는데 그중 1년을 콜롬비아에서 살았단다. 그 동안 사업을 했었는데 잘 안 되어서 곧 일본으로 돌아갈 예정이란다.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하고 영어도 곧잘 했다.
저녁 때 좀 시원해져서 거리 구경을 나갔다. 공원을 지나는데 한 친구가 따라붙으며 돈을 바꾸란다. 미화를 4,000대 1로 바꿔주겠단다. 현재 은행 환율이 2,700대 1인데 4,000대 1이라니, 사기꾼 같아서 따돌리고 조금 더 걸어가니 또 한 친구가 (전부 흑인) 따라붙더니 3,000대 1로 해주겠단다. 금방 4,000대 1 제의를 받았다고 했더니 자기도 그렇게 해주겠단다. 콜롬비아에는 위조지폐가 많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기에 다행이지 아니면 이 친구들에게 틀림없이 걸려들었겠다. Lonely Planet에 Cartagena의 길거리 환전상들이 주는 돈은 전부 위조지폐니 절대로 상대하지 말라고 나와 있다. 그래도 이들이 길거리에 있는 것을 보면 모르고 당하는 외국 여행객들이 있는 모양이다. 브라질 Salvador에는 경찰들이 외국 여행객들을 보호했는데 이곳은 그런 배려가 없나보다.
영국에서 온 두 친구는 파나마의 Colon이란 도시에서 개인 소유의 sail boat를 타고 6일 걸려서 이곳에 왔는데 중간에 Andres라는 섬에서 2일 동안 쉬었단다. 별로 비싸지 않은 모양이다. 파나마와 콜롬비아가 접경해 있지만 국경 지역이 밀림지대이고 아직도 도로가 없는지 육로로 오는 방법은 없고 이 영국 친구들처럼 배로 와야 한단다. 한때 정식으로 다니는 배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는 모양이고 내가 아는 외국 여행객들은 모두 이 영국 친구들처럼 개인 소유의 sail boat로 왔단다. 바다를 무서워하는 나지만 언젠가 카리브 해 지역을 여행할 때는 이들처럼 개인 소유의 배로 해야 할 것이다. 그 방법 외에는 그 많은 섬들을 어떻게 다닐 것인가. 항공편이나 대형 유람선으로 하는 방법이 있지만 경비도 많이 들고 별로 마음에 내키지 않는 방법들이다.
Cartagena는 옛날에 해적을 막기 위해서 세운 거대한 요새가 있다. 수십 년을 걸려서 세운 요새인데 그 요새를 짓기 전에는 수없이 해적의 공격을 받았단다. 스페인은 중남미에서 거두어들인 금은보화를 몇 군데의 항구를 통해서 본국에 보냈는데 Cartagena가 그 중에 하나였다. 그러니 해적들의 표적이 되어서 힘들게 거두어들인 금은보화를 해적들에게 털리곤 했으니 얼마나 아까웠을까? 당시의 해적들은 대부분 영국이나 네덜란드의 비공식 해군들이었다. Cartagena는 요새가 세워진 후로는 해적의 공격을 안 받았지만 금은보화를 나르는 스페인 배들은 바다에서 계속 공격을 당했단다.
Cartagena는 인디언들로부터 탈취한 금은보화를 스페인으로 보내는 항구여서 해적의 공격을 빈번히 받았다 해적의 공격을 막기 위해서 성을 만들었다, 멀리 외성이 보인다
항구 입구를 지키는 외성은 정말 튼튼해 보인다
성벽이 바닷가 까지 나간다, 수평선에 해적선이 보였다면 싸움이 벌어지는 것이었다
2004년 6월 24일, 목요일, Cartagena, Casa Viena
(오늘의 경비 US $13: 숙박료 9,000, 아침 1,800, 점심 7,000, 맥주 5,000, 식료품 6,000, 인터넷 3,500, 선물 14,000, 환율 US $1 = 2,700 peso)
어제 낮에는 나 혼자 있던 방이 오늘밤에는 꽉 차버려서 6명이 되었다. 에어컨을 밤 11시부터 아침 8시까지만 튼다. 에어컨은 방에만 있는 것 같고 숙소 안 다른 곳에는 없는 것 같다. 어쨌든 에어컨 덕택에 잠은 덥지 않게 잘 잔다. 이 숙소에는 TV 방, 책 교환 서비스 (book exchange), 인터넷, 주방, 관광 정보 서비스 등 배낭 여행자가 필요한 것이 다 있다. 어제 밤엔 TV 방에서 콜롬비아 대표 팀과 아르헨티나 최강 프로팀인 Boca Junior 간의 축구 경기가 있었는데 Boca Junior의 압도적이 경기로 진행되었지만 0대 0 무승부로 끝났다.
숙소 주인은 오스트리아에서 온 Hans라는 사람인데 현재 오스트리아에 가족 방문 중이란다. 숙소의 이름은 Casa Viena 인데 “비엔나의 집”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번 여행 중 외국인이 주인이라는 숙소 중에서 외국인 주인이 안 보이는 경우가 반은 된다. 내 생각에는 외국인 주인이던 숙소가 현지인에게 팔린 후에도 외국인이 주인인양 하는 것 같다. 그래야 외국 여행객들이 더 많이 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속이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진짜 주인이 외국인인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종업원들 태도에서도 알 수 있고 숙소시설 정비 상태에서도 알 수 있다.
아침에 old town 구경을 나갔다. 시가지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 같다. 성벽이 잘 보존되어서 old town 전체를 거의 둘러싸고 있었다. Cartagena (카르타헤나로 발음한다) 거리를 Lonely Planet에 나온 지도에 표시를 해가면서 돌면서 사진을 찍었다. 볼거리나 사진 찍을 곳은 많아서 좋은데 잡상인들이 문제였다.
콜롬비아의 다른 도시에서는 안 그랬는데 이곳은 잡상인들이 너무나 많다. 못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고 흑인이 많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남미에서는 흑인과 못사는 사람은 거의 동일하다. 잡상인들이 계속 덤벼든다. 주로 하포네스를 (Japanese) 외치면서 덤벼든다. 어떤 친구는 하포네스, 치노 (Chino - 중국인), 코레아노를 (Coreano - 한국인) 동시에 외치면서 덤벼든다. 남미에서 동양인은 주로 치노라고 부른다. 그러나 관광객을 상대하는 사람들은 우선 하포네스라 부르고 다음에는 코레아노라 부른다. 일본 관광객 다음으로는 한국 관광객이 많이 온다는 증거다.
이렇게 덤벼들 때는 가까이 다가오기 전에 손짓으로 필요 없다는 표시를 하고 피해가는 것이 상책이다. 조금이라도 흥미를 보이는 모습을 보이거나 일단 가까이 오면 빠져나가기 힘이 든다. 멀리서 피해가면 따라오다가 금방 포기해 버린다. 그만큼 악착같지는 않다는 얘기다.
날씨가 더웠지만 바다 바람이 있어서 서울 한 여름보다는 조금 난 것 같았다. 길거리는 참 아름다웠다. 여러 가지 색으로 칠한 집들은 베란다가 다 있다. 중심가를 빠져서 주변 길로 가니 단장된 집들이 줄어든다. 그러나 건물 자체는 중심가 못지않게 아름답다. 단장만 잘하면 중심가 못지않게 아름답겠다. 남미 집들은 돌이나 두꺼운 흙벽돌로 지었기 때문에 오래 보존된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나라 집들은 목조라 오래 가지 못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중국 음식점이 보여서 들어가 보니 차오메인이 (chowmein, 남미에서 제일 흔한 중국 음식이다) 13,000 peso로 너무 비싸다. 비싼 정도가 아니라 바가지 가격이다. 싼 곳으로 가서 먹었는데 5,000 peso에다 생수를 시켰더니 2,000 peso가 더 붙어서 7,000 peso가 나왔다. 물 한 병에 2,000 peso라니 역시 바가지다. 항상 가격을 먼저 체크하고 시킨다는 원칙을 어겨서 당했다. 오전 11시경 쉬면서 맥주 한잔 시켰는데 5,000 peso에 팁까지 5,800 peso를 냈다. 역시 바가지 가격이다. Cartagena old town을 구경할 때는 먹을 것과 마실 것을 미리 준비해서 가지고 다니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른 여행객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점심 먹은 곳에서 돈 받는 여자가 나보고 중국 사람이냐고 물어서 한국 사람이라고 했더니 자기 아버지가 중국 사람이란다. 전혀 중국 사람같이 보이지 않아서 물어보았더니 어머니는 콜롬비아 여자란다. 이 여자 어머니는 틀림없이 mestizo (백인과 인디언 혼혈) 아니면 mulato일 텐데 (백인과 흑인 혼혈) 거기에다 중국인 피까지 섞였다.
오후에 숙소로 돌아오니 TV 방에는 여행객 7, 8명이 축구경기를 보면서 환성을 지른다. 아마 유럽 축구 경기인 모양이다. 찬물 샤워를 한 다음에 낮잠을 푹 잤다. 저녁때는 old town 산보를 나갔다. 어디 앉아서 사람구경이나 하려고 앉을 곳을 찾으니 없었다. 중앙광장으로 가니 북을 치고 춤을 추는 그룹이 있어서 한참 서서 구경을 했다. 밴드는 어른들이고 춤은 애들이 춘다. 신나게 돌아가는데 아프리카 춤인 모양이다.
저녁때는 선선해서 좋다. 오늘도 수퍼마켓에서 고기를 조금 사다가 저녁을 만들어 먹었다. 이곳은 Bogota와는 달리 사먹는 음식이 비싸기만 하고 맛이 없다. 오후에는 은행에 가서 돈을 찾았다. 다행이 나의 미국은행 Citibank가 눈에 띠어서 가서 찾았다. 숙소 근처에 있는 Parque del Centenario 공원에는 롤러스케이트 장이 있고 롤러스케이트를 하는 애들이 많았다. 구경하는 부모들도 많았다.
오늘 우리 방에는 대만에서 교사로 일한다는 여자가 들어왔는데 혼자 여행한단다. 이층에는 싱가포르에서 온 부부가 들었고 우리 방의 일본 여행객 Yoshi까지 동양인이 5명이나 되었다. 한 숙소에 동양인 배낭 여행객이 이렇게 많은 것은 아마 처음인 것 같다. 대만에서 온 미스 양은 여름 방학 때는 항상 이렇게 여행을 한단다. 여행에 아주 익숙한 것 같았다.
Cartagena의 상징 건물인 시계탑
성벽 밖에서 보이는 시계탑
내성 안에 있는 중앙광장, 옛날에 노예시장이 열린 곳이란다
관광객을 끌기 위해서 아름답게 단장해 놓은 주택가, 집안은 어떤지 볼 수 없다
Cartagena는 매우 touristy한 도시다, 그러나 한번 가 볼만한 도시다
집 색깔을 다양하게 해 놓았다
파스텔 색깔인가?
저 튼튼해 보이는 대문 안에는 무엇이 있을지 궁금하다
아담한 Iglesia de San Pedro Claver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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