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지막 주 연습일지... 라기엔 이미 기억이 휘발되어서
1. 아무래도 공연주 연습일지는 감정이 격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1. 그래도 기록강박이 있어 쓸 수밖에 없습니다.
📆 2023.6.8.~8.19.
늘 계획대로 못 했지만 계획보다 더한 발견이 있던 10주
📆 8/8
전 날 새벽까지 조명달고 아침9시에 모여 점심먹고 낮잠자고 낮잠자고 하늘공원까지 산책도 했어요
민경언니가 (이날 말고도 셀 수도 없이 많지만) 음료 사주시고 현태오빠가 점심으로 스시 사주심🤧
예원이가 스터디로 마이즈너 선생님의 자의식 없애는 훈련을 소개해줬답니다
그리고 민경언니랑 현태오빠 스터디는 끝내 하지 못했네요......;0;
📆 8/9
준비없이 맞이해 모두에게 무례했던 시연회였던 것 같습니다.
관객들도 배우들도 극장 안에 그냥 던져놓은 것 같아 모두에게 죄송했습니다.
사실 조커인 저도 그냥 던져져 있어서 힘들었나봐요.
끝나고는 관객 참여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를 했습니다.
이 날은 지쳐서 정리하지 못했지만 제가 논쟁이 아닌 사려깊음을 원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하루였습니다.
줄곧 주창했던 모순적인 연출관 ,, 토론연극을 위한 토론연극을 만들진 않겠다 ,,,,
📆 8/10
두근두근 공연 전날 ,,,,
반성되는 점이란 셀 수 없이 많겠지만,, 이 날까지도 아니 실은 다음 날까지도 즉흥을 위한 훈련보다는 인물로서 연기하는 훈련에 주력했던 것 ,,, 당시에는 그게 불안을 잠재우는 방법인 줄 알았거든요
📆 8/11
2차보다는 1차드라마에 힘을 준 첫날 공연이었습니다.
때문에 2차에서도 관객들이 시간을 되돌려 이야기에 새로운 역동을 부른 게 아니라
그 시간에 용기내어 들어갔으나 주인공의 좌절을 반복해서 되풀이하는 .. 그런 이야기가 되어버렸네요.
갇힌 공연이었는데요,, 끝나고 공연평가에서야 관객들의 소감을 통해 문을 열 실마리를 많이 얻게 되었습니다.
공연평가에 오지 못한 다른 관객분들도 돌아가는 길에 문제에 대한 소감을 나누셨길 죄송스런 맘으로 바랄 뿐입니다...
📆 8/12
첫 날 공연평가에서의 조언들을 바탕으로 대본을 소폭 수정했습니다. 사실 조커만 문제였어요 조커만 ;;;
둘째날 공연을 하고 첫날을 돌아보니 관객을 좀 소모적으로 여겼던 같아 인간적인 환대를 해주려고 애썼습니다.
발문... 아다르고 어다르다는 걸 많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일방적인 선택과 결정이 싫어 시작한 관객참여형 공연에서 조커는 매 순간 선택해야 한다는 것도 .....
📆 8/13
전 날 공연평가를 바탕으로 마지막까지 불나비사랑 부르기 위해 대본을 소폭 수정했습니다.
배우분들, 오퍼분들 부담이셨을텐데 오히려 열심히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다같이 으쌰으쌰한 덕에 마지막 공연은 정말 충만했습니다. 당연하듯 완전한 해방을 얻진 못했지만 동료들을 잔뜩 얻은 것 같아요. 그래서 눈물이 났나봅니다💦
여름공연을 준비하는 기간에 따로 대본 두 편을 더 쓰고 있었는데요,
처녀작인 점순부터 제 이야기의 모든 주인공은 탈출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게 제가 사는 인생인가봅니다. 저는 도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도피하기 위해 살고 있나봐요.
여름공연을 시작할 때도 나름의 꿈과 목적이 있었겠는데요,
복수극의 주인공들이 흔히 그러하듯, 싸움과 전쟁이라는 것이 무릇 그러하듯, 치열히 하다보면 어느새 목적성은 잃고 치열함 자체에 매몰되어 있곤 합니다.
이번 여름도 그랬던 것 같아요.
치열하게 준비하다 돌아보니 '무엇을 위해'가 아닌 '무엇으로부터'만 가득하더라고요. 그래서 공연은 처음 그린 길과는 전혀 쌩뚱맞은 곳에 도착했습니다.
작용이 아닌 반작용이 이끄는 제 삶에서 저는 아무리 치열히 살아도 원하는 결말을 얻진 못하겠습니다.
그래서 결국 제 인생에 남는 건 과정뿐인 것입니다. 만남이랑, 사람이랑, 사랑이랑...
그래서 직선적으로 살지말고 둥글게 살라나 봅니다.
같이 극작수업을 듣는 분이 저보고 우주를 좋아하면 일찍 죽는다더라고요.
저는 그래서 연극을 한다고 했습니다.
죽음으로부터, 절망으로부터, 불안으로부터, 외로움으로부터...
여름공연은 저에게 완전한 도피처가 되어주었습니다. 따뜻한 여름은 인생에 처음이었어요.
저는 물리학이 사랑스러워서 좋아요.
같은 공간에서 다른 시간을, 다른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살던 사람들이
하나의 경험으로 모이는 연극이 제겐 중력으로 다가옵니다.
비록 '해방을 위해'는 가볍고 '억압으로부터'만 과중이었지만. 크든 작든 사랑으로 소극장에 모였잖아요.
그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애매한 말들이지요. 모호하고.
제가 그런 사람입니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가 사는 세상도 그런 세상 아닐까요?
요즘은 다시 양자물리학을 공부하고 있는데,
원자로 이루어진 우리 모두가 양자세계의 법칙을 따른다면 어떤 것도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게 됩니다.
관측하기 전까지는요.
연극을 통해 현존할 수 있는 건 연극을 통해 내가 어디에 있는 지 관측할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저는 사춘기 이후 인간과 삶에 대한 이해를 끝마친 줄로만 알았는데
연극을 하며 겨우 나 하나 이해해가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해와 사랑이 연쇄작용인지라 연극을 하며 저를 더 사랑해가고 있습니다.
애매한 세상을 사는 모호한 이 사람의 연극 속에서 모두들 자신을 발견했길,
그 과중 속에 있는 스스로를 어여삐 여기길 감히 바라봅니다.
올 여름 저를 사려깊게 관측해주신 분들 덕에 저는 더 사랑스러운 사람이 된 것만 같습니다.
비록 공연이 끝나고 필연적인 번아웃 증세에 잠시 속세와의 이별을 다짐했지만,
존재는 가벼워도 연대는 무거움을 벅차게 느낀 여름이었습니다.
아쉬운 반성들은 다음 공연을 기약하며 혼자서 반추하도록 하고
지금은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또 만나요!
첫댓글 공연팀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갑자기 오랜만에 들어왔는데 연출님 마지막 말 읽고 눙물 광광입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