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사이로 바람 모이며 만들어져… 태풍 위력 2배까지 키운대요
빌딩풍(building wind)
성탄절 날 초고층 빌딩에서 파티가 열립니다. 도심 상공에 떠 있는 헬리콥터에서 인공 눈을 만드는 기계로 눈을 만들어 뿌려주자 성탄절 분위기는 고조되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갑자기 헬리콥터가 강한 기류에 휘말려 파티가 열리던 빌딩으로 곤두박질칩니다. 빌딩은 곧 거대한 불길에 휩싸이게 되지요. 영화 '타워'(2012)의 한 장면입니다.
영화에서처럼 고층 빌딩 주변에는 평소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강한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이 바람을 '빌딩풍'(building wind)이라고 부릅니다. 바람이 두 빌딩 사이 좁은 공간으로 모이면서 풍속이 빨라지는 현상을 '벤투리 효과'(Venturi Effect)라고 하는데요. 면적이 좁은 강의 유속이 면적이 넓은 강의 유속보다 빠른 것을 생각하면 됩니다. 빌딩풍은 대부분 벤투리 효과로 인해 만들어집니다.
빌딩풍은 수평으로 불기도 하지만, 빌딩의 모양이나 주변 빌딩과의 연관성에 따라 바람의 방향이 바뀌기도 하며 큰 피해를 줄 수도 있습니다. 바람이 빌딩에 부딪히며 좌우로 나뉘고, 이렇게 나뉜 바람이 빌딩 뒤 압력이 낮은 지역으로 강하게 빨려 들어가며 빌딩 아래쪽으로 불기도 하고요. 아래쪽으로 강하게 부는 바람이 지면과 부딪혀 작은 소용돌이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혹은 지면과 부딪힌 바람이 다시 위로 강하게 불기도 하지요.
매년 우리나라에 접근하기 전 많은 사람이 해운대 지역의 빌딩풍을 우려했는데요. 이것은 해운대에 고층 빌딩이 많고, 빌딩풍이 태풍의 위력을 더욱 강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부산대 연구팀에 따르면, 태풍 마이삭이 우리나라를 통과했던 2020년 9월 101층 높이 부산 엘시티 건물 주변에서는 초속 40m의 바람이 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빌딩 주변의 특정 지점에서는 빌딩풍으로 인해 초속 60m 강풍이 불었다고 해요. 초속 55m 이상 태풍을 초강력 태풍이라고 하는데요. 이 정도의 바람이 불면 건물이 붕괴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연구팀은 "빌딩풍이 태풍 위력을 최소 1.5배에서 2배까지 강하게 만든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엘시티 건물과 시그니엘 부산 호텔의 일부 외벽 타일·시설 구조물 등이 뜯겨 나가고, 유리창 수백장이 파손되기도 했습니다. 태풍 힌남노가 우리나라에 접근한 지난 6일 새벽에는 엘시티 건물 인근에서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62.4m를 기록하기도 했다네요.
최근에는 급속한 도시화로 고층 빌딩 건축이 늘어나면서 빌딩풍으로 인한 피해도 증가하고 있답니다. 2017년에만 전 세계에서 빌딩풍으로 인한 800건의 재난과 약 46조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지요. 이처럼 빌딩풍으로 인한 피해가 늘자 미국·영국·일본 등은 빌딩을 지을 때 엄격한 빌딩풍 환경영향 평가를 하도록 법을 만들었답니다. 우리나라도 안전을 위해 이런 법이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