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 20일, 일요일, Barichara, Hospedaje El Ranchito (오늘의 경비 US $17: 숙박료 10,000, 점심 3,200, 저녁 2,300, 맥주 2,500, 버스 26,500, 환율 US $1 = 2,700 peso) 아침 8시에 Villa de Leyva를 떠나서 Tunja와 San Gil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오후 4시경 Barichara라는 조그만 마을에 도착했다. 버스가 만원이라 제일 뒷자리에 앉아갔는데 내 옆자리에는 아버지와 함께 여행하는 3, 4, 5세의 연년생 남자애들 셋이 앉았는데 어찌나 장난이 심한지 내가 좀 힘들었다. 그러나 애들을 데리고 가는 아버지의 힘든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아버지는 20세초밖에 안 되어 보이는데 벌써 애가 셋이라니 보통 힘든 것이 아니겠다. 그래도 애들의 옷과 가방이 깨끗하다. 버스가 갑자기 서더니 운전기사와 차장이 나가서 타이어를 간다. 타이어를 가는데 한 시간은 걸렸는데 타이어가 크니까 시간도 많이 걸리는 모양이다.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꼭 한국의 봄비 같다. Barichara는 Villa de Leyva에 비해서 훨씬 덜 “touristy” 하다. Touristy라는 말은 Lonely Planet에 자주 나오는 말인데 어쩌면 배낭 여행자들이 지어낸 말인지도 모른다. "관광적"이라고 직역이 되는데 배낭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관광 볼거리에 비해서 관광객의 주머니를 노리는 관광시설이 (예: 기념품 상점, 여행사, 호객꾼) 지나치게 많고 너무 소란한 곳을 "touristy"라고 한다. 단체 관광객들이 아주 많이 몰리는 곳은 대부분 "touristy" 한 곳으로 생각하면 된다. 배낭 여행자들은 이런 곳들을 별로 안 좋아한다. Barichara가 덜 touristy한 이유는 Bogota 같은 큰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럴 것 같다. 기념품 상점이 몇 군데 있는 것으로 봐서는 관광객들이 제법 오는 곳인 모양이다. 그러나 호텔이나 음식점들은 별로 안 보인다. 내가 묵는 곳은 민박집인데 침대가 3, 4개 있는 방이 4, 5개 있는데 모두 텅 비어서 나 혼자 침대가 3개 있는 방에 들어있다. 방 앞에는 타일로 된 스페인 식 안마당이 있는데 담 밑으로는 이름 모를 꽃이 만발한 꽃 넝쿨이 있다. 방과 안마당 사이에는 널찍한 추녀가 있어서 시원한 그늘이 진다. 지금 그 그늘에 있는 푹신한 의자에 앉아서 빗물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소니 MD Player에 휴대용 스피커를 연결해서 MP3 음악을 틀어놓고 있으니 빗물 소리와 함께 제법 낭만적인 분위기다. 이곳은 외진 위치 때문인지 외국 배낭 여행자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이 민박집에는 80여세 된 할머니와 10살 된 손자가 지키고 있는데 할머니는 무엇인가 짜고 있었다. 부엌이 보여서 써도 되느냐고 물어보니 써도 된단다. 내가 좋아하는 갈비야채 탕을 만들어 먹으려고 했으나 재료를 살 곳이 없었다. 수퍼마켓 간판이 붙은 곳이 있어서 들어가 보니 마른 식품밖에 없었다. 할머니에게 마을에 고기와 야채를 살 곳을 있느냐고 물어보니 없단다. 아마 장이 서는 날에만 살 수 있는 모양이거나 아니면 근처 큰 마을로 나가야 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오늘 저녁을 사먹고 내일 고기와 야채 살 곳을 더 찾아봐야겠다. 저녁식사를 하러 나갔는데 음식점 연 곳이 없다. 두 군데 들어가 보니 점심식사만 한단다. 할 수 없이 한국 만두와 비슷한 empanada 세 개와 사과 한 개를 사서 숙소에 돌아와서 저녁으로 먹었다. 점심은 cup cake 세 개로 때웠으니 오늘은 먹은 게 시원치 않은 날이다. 이 도시에는 여행자에게 필요한 시설이 너무 없어서 어쩌면 내일 떠나야 할지도 모르겠다. 원래 계획은 이곳에서 하루 더 묵으면서 내일 이곳에서 10km 떨어진 Guane라는 마을 구경을 하는 것이었다. 갈 때에는 걸어가고 돌아올 때는 차를 탈 생각이었는데 가게 될지 모르겠다. 여행지도 숙소 마당에 만발한 이름 모를 꽃 오래된 건물들이 잘 보존된 아름다운 마을 Barachara Barichara는 근처에 있는 Guane 마을과 함께 콜롬비아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곳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