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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월화드라마 맨발의 청춘 제7회
방송일 1988년 2월 23일 월요일.
씬 1 재판정
제6부의 마지막 장면.
방청객들 우르르 빠져 나가고 있는데, 나가던 요석, 문가에 서 있는 혜준과 마주 보고 있는데서 부터,
기정재는 패배감으로 그대로 서 있고, 승준은 승리감으로 여유부리며 바라보는 상엽을 강하게 바라보고 있다.
서형도, 서류 등을 챙겨 가방에 넣고 돌아서며
서형도 (기성재에게 나직히) 보석을 청구할 생각입니다. 이 경우엔 굳이 불허의견을 제시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씨익 웃고)....! 하고 여유 있게 나간다.
상엽, 서형도의 뒤를 따라 방개, 사도 등을 거느리고 여유있게 나온다. 나가면서 그대로 서 있는 요석의 등을 탁 친다.
어쩔 수 없이 상엽의 손에 이끌려 밖으로 나가는 요석.혜준의 앞을 스쳐 지나면서 안타깝게 교차되는 두 사람의 시선.
요석 ...! 혜준 ...!
스칠 때 쯤, 그들을 돌아보는 승준의 강한 눈길...
승준 ...!!
F.O
씬 2 서울지검 옥상
(여러 날 후)
찬바람 휘몰아치는 썰렁한 옥상...며칠 전에 내린 눈이 군데군데 그대로 쌓여 있고 넓은 옥상이 텅 비어 있는데...
저 한 구석에 조그맣게 서 있는 기성재.다가가면, 초점 없는 시선을 허공에 던져놓고 있다.
그 얼굴에 확 덮치듯이 인서트 되는 영상- 텅 빈 재판정. 법대 쪽으로 카메라 확 밀고 들어가면.
재판장(E) (강한에코)피고 장명석!.... 무죄!
패배감으로 참담하게 굳어져 있는 기성재.다시 한 번 덮쳐오는 영상- 역시 텅빈 재판정의 법대가 확 다가오며.
재판장(E) (강한 에코) 피고 조새식!....무죄!
난간을 짚은 손이 가늘게 떨린다.
씬 3 교도소 복도
좁고 어두운 복도....출감을 위해 교도관들과 함께 걸어오는 장명석.
씬 4 교도소 보안과 사무실
서형도 여유있게 발 꼬고 앉아 한 손으로 접어 든 영문 잡지를 보고 있다.
재식은 자기 소지품 담긴 상자를 옆에 내려놓고 옷을 갈아 입고 있다.여기로 들어오는 장명석.
교도관이 소지품 상자를 들고 뒤를 따라온다.수의를 벗고 있던 재식, 얼른 허리 깊이 숙여 절을 한다.
재식 회장님....!!
장명석, 끄덕여 보이고 서변호사를 바라본다.
장명석 그래도 제법 돈 값은 하는구먼
서형도 (쓱 한 번 본 후 다시 잡지 보면서)... 당연하죠. 두 배를 주시는데. (하고 잡지 페이지 넘기며) 아니면, 목을 비틀어 놓으실거 아닙니까? 장명석 (수의 벗으며 나직히) 흐흐흐....(재식에게) 어서 나가자. 1분이라도 더 있고 싶지 않다.
씬 5 다시 서울지검 옥상
여전히 그 자세로 서 있는 기성재.눈 아래 내려다 보이는 세상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한가롭기만 하다.그때 등뒤로 다가오는 발소리.
유검사 (E)부장님...
기성재 ...
유검사 (옆으로 다가와서 선다)...
기성재 우리가 졌어...
유검사 아직 승부가 끝난 건 아닙니다. 항소 절차가 있잖습니까?
기성재 소용없어...이미 끝난 승부야.
유검사 ...
기성재 (쓸쓸히) 난...내 자신한테 졌어.
씬 6 서울 외국 도로
달려오는 장명석 일행의 차량 행렬...
씬 7 한적한 사거리
방개의 수하인 털복이, 서너 명의 건달들을 배치하고 무전기로 연락하면서 장명석 일행의 차량을 기다리고 있다.
저 멀리 장명석 일행 차량이 보인다.털복이, 후다닥 도로 가운데로 달려나가서 교통경찰처럼 오가는 차량들을 수신호로 가로 막는다.
그와 동시에 교차로를 논스톱으로 통과하는 장명석의 차량.그 차량 행렬에 잽싸게 절을 하는 털복이와 수하들.
영문 모르고 기다리던 차량의 운전자들이 빵빵거리며 항의한다.
운전자 뭐야, 당신들!
털복이 (눈 부라리며) 가면 되잖어! (무전기에다가) 야,야, 경찰 오기전에 빨랑 튀어!
대기해 놓은 차에 총알같이 올라타고 달아나 버린다.
씬 8 서울지검 복도 (밤)
약간 술에 취한 듯 걸음이 살짝 흐트러진 기성재가 주머니에 손을 찌른 채 꺼진 복도를 혼자 걸어오고 있다.
마치 그의 처참한 심정인양 발소리만 어두운 복도에 무겁게 울려 퍼지고 있다.
씬 9 기성재의 방 (밤)
자기 의자에 파묻히듯 눈 감고 앉아 있는 기성재.
O.L
그 자세 그대로 앉아 있던 기성재,... 천천히 눈을 뜨고 종이와 펜을 끌어 당긴다.그리고 뭔가 적어 나가기 시작한다.
O.L
코트를 집어들며 밖으로 나간다.책상 위에 봉투 하나가 놓여 있다.문 텅 닫히고 난 뒤에 비로서 다가가 보면... "사직서"
승준 (E) 아버지!!
씬 10 기성재의 집, 서재(밤)
승준 (울먹일 듯 울분으로 입술 떨리고)...!
기성재 (의자 돌려서 등 보인 채 무겁게 앉아있다)
승준 이건 비겁한 도핍니다! 이게 책임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버지가 그러셨죠. 조직폭력과의 싸움에서 검찰이 항상 이기는 건 아니라구! 예에! 실수로 뒷통수 한번 맞은 겁니다! 그저 돌부리에 한 번 걸려 넘어진 거 뿐이라구요!
기성재 이번 수사에 전혀 사적인 분노가 개입되지 않았다고...그렇게 떳떳하게 말 할 자신 없다.그래서 그렇게 조급했던 거고, 또 좀 더 준비하지 못했던 거야. 내가 용서 할 수 없는 건 바로 그거다.
씬 11 기성재의 집 거실(밤)
불 꺼져서 어득한데.벽에 기대 서서 고개 떨구고 있는 혜준.
승준 (E)(서재에서 들려오는) 이건 또 한 번 지는 겁니다! (울분으로 절규하듯 울먹) 제가 정말 참을 수 없는게 뭔 줄 아세요? 그따위 깡패놈들한테 아버지가 등을 보이셨다는 사실입니다!
혜준, 그대로 움직임 없다.
씬 12 다시 기성재의 서재(밤)
승준 아버진 그저 절 낳아주신 분의 의미가 아니라,법학도로서의 제 궁극적인 목표점이었다구요!(울분으로 눈물 그렁해지며) 그런 분이 이러실 수가 있습니까? 이건 제 자존심 문젭니다!
기성재 (그대로 묵묵히)...
씬 13 장명석의 집 외경(밤)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다.다가가면, 왁자한 웃음소리와 건달들의 떠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씬 14 장명석의 방(밤)
장명석, 스탠드 하나만 켜 놓은 채 까운을 입고 소파에 깊숙히 앉아 꼬냑잔 들고 있다.뭔가 곰곰히 생각에 잠긴 듯.
밖에서는 건달들의 웃음소리 등이 들려오고 있다.문 열리며 방개가 들어온다.
방개 회장님 잠깐 안 나오시겠습니까? 아이들이 한잔 올리고 싶다고 하는데요. 아, 녀석들 참...회장님 지금 많이 피곤하시다구 했는데두 말입니다.
그때 재식이 들어서며 방개의 어깨를 툭 친다.방개 예?하며 보다가--알아 차리고 "아, 예..."하며 살며시 밖으로 나간다.
재식, 문을 살며시 닫고 다가와 선다.
장명석 어떻게 됐나?
재식 이제 더 이상 빨대는 걱정하시지 않아도 될 거 같습니다. 쪽지를 넣었습니다.
장명석 그래?
씬 15 빨대 보호장소 (밤)
불도 안 켠 어두운 방에 혼자 앉아 있는 빨대.깊은 고뇌와 두려움으로 초점 잃은 표정이다.
재식 (E)그 놈도 이 바닥 20년입니다. 회장님이 진노하시는데...이제 갈길이 뭐라는 것 쯤은 알겠죠.
<장면 전환>
허공에 매달린 빨대의 그림자.
씬 16 장명석의 별장 정원(다음 날 낮)
장명석, 의자를 갖다놓고 모포로 무릎 감싼 채 앉아 있고,상엽은 그 앞에서 골프채를 휘두르고 있다.
쫄개가 공을 티 위에 올려 놓으면 멀리 보이는 강을 향해 그대로 공을 날려 버린다.재식과 방개, 털복이, 사도 등이 뒤에 서 있다.
상엽 (힘차게 날리고) 아버지, 그거 들으셨어요? 기성재, 그 인간이 사표를 냈답니다.
장명석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상엽 (다시 휘두르고) 그럼 개업을 할텐데, 아버지 재판은 아예 그쪽에 맡겨보면 어떨까요?
그 소리에 방개와 털복이, 흐흐...하고 웃는데.
장명석 (거기엔 대꾸없이) 동생은 만나 봤냐?
상엽 예?
장명석 요석이 말이다! (나무라듯 쏘아보며) 일주일에 한번은 찾아가서 만나라구 했지? 왜 말을 안들어!!
상엽 (쓰게 찝하고 입맛 다신다)..
씬 17 가로수 길
양편으로 가로수들이 열립한 길.길을 사이에 두고 양 편에 갈라 서서 걸어오는 요석과 혜준.그렇게 말없이 오다가.
<장면 전환 되면>
요석의 한걸음 쯤 뒤에서 나란히 걸어오는 혜준.가끔씩 차들이 지나가고.언제까지나 그렇게 걸어갈 듯 두 사람은 묵묵히 오고.
씬 18 버스 정류장
한적한 교외에 간이지붕과 벤취 하나쯤 놓인 곳이다.혜준은 벤취 끝에 앉아 있고, 요석은 벤취 반대편 끝쯤에 서 있다.
혜준 (발 끝 보며) 어젯밤에 피코가 죽었어요. 우릴 처음 만나게 해준 그 강아지요.
요석 (천천히 고개 돌려 보면)
혜준 내가 데려오지 않았으면 안 죽었을 지도 몰라 공연히 데려 왔나봐요.
요석 ...
혜준 ...
약간의 침묵 흐른 후.
요석 (약간 쓸쓸한 미소로 먼 데 보며) 사람도 그래요. 가끔은 모르고 지냈으면 더 좋았을 뻔 했는데...그런 사람도 있는 법이죠.
혜준 (비로서 가만히 고개 들어서 보는데)
요석 (그대로 먼 곳을 보고)...
혜준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요석 ...
혜준 ... (요석을 보고)...만나자고 한 게...그래선가요?
요석 (이윽고 천천히 끄덕인다)...
-깊은 O.L-
여전히 그대로 있는 두 사람.저 쯤에서 버스가 다가온다.서서히 정류장에 진입하여 두 사람의 모습을 가리우고 선다.
얼마 후, 버스가 떠난다.혼자 남아 있는 요석...멀어져 가는 버스의 뒷모습을 보다가...천천히 돌아선다.
- F.O-
씬 19 경찰대학 전경
씬 20 경찰대학 강의실 몽타쥬
절도 있는 태도로 단정히 앉아 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들.요석과 지훈, 경수, 동준의 모습도 보인다.
학과출장을 위해 절도 있게 이동도 하고.컴퓨터 실습장에서 컴퓨터도 다루고...
씬 21 체육관 탈의실
검도 복장으로 갈아 입기 위해 탈의실로 들어서는 요석.자기 락카 쪽으로 가다가...문득 멈칫하고 선다.
열린 락카 문으로 가려진 저 안 쪽에서 들려오는 대화
동준 뭐? 정말야?
학생1 검찰에서 수사 검사가 사표까지 냈다드라.
동준 와아, 장명석이가 세긴 세구나!
지훈 (다 갈아 입고 락카문 닫으며) 그래봤자 깡팬데, 세긴 뭘 세? 솔직히 창피할 만도 하지! 그런 놈들한테 졌다면 나도 사표를...
경수 (그때 요석을 발견하고 얼른 헛기침하며 옆구리 찌른다)...흠!
지훈, 쓱 돌아본 후 여유 있게 락카 잠그고 요석 쪽으로 온다. 락카문을 여는 요석의 뒤를 스쳐 지나가면서.
지훈 축하한다. 아버지가 출감 하셨다며 (하고 나가버린다.)
요석 (굳어지는)...
동준과 학생1도 요석에게 미안한 표정으로 얼른 빠져 나간다.
경수 (다가와서 어깨 살짝 잡아주며 나직) 미안하다.신경쓰지 마라. 여기 애들 원래 그런 일엔 민감하잖냐? 달리 경찰대학이냐?
하고 다시 툭툭 쳐준 후 나간다.혼자 남은 요석..., 락카문을 움켜 쥔 손이 부르르 떨린다.
씬 22 검도장
높은 창에서 스며드는 늦은 오후 햇살이 사각으로 길게 들어와 명암 강한 화면인데,
두 조로 나뉜 학생들이 마주 서서 각기 구령에 맞춰 죽도를 휘두르며 타격 자세를 연습하고 있다.
<장면 전환>
대련을 하고 있다.나머지 학생들은 벽 쪽에 거부좌로 앉아 있다.대련 중인 학생 하나가 팔목에 강한 타격을 맞고 죽도를 떨어뜨린다.
이긴 학생이 호면을 벗는데...바로 지훈이다.그때 사범이 요석을 지명 했는지, 앉아 있던 요석이 흠칫하며 올려다 본다.
그리고 천천히 일어나서 호면을 쓰고 지훈의 앞에 마주 선다.호면의 보호 창살 너머로 불꽃을 튀기는 두 사람의 눈길!
이윽고 예를 표한 후 개시선에서 죽도를 가볍게 맞춘 후 시합을 시작한다.서로 팽팽하게 주고 받는 죽도의 부딪침!
그렇게 치열한 부딪침이 계속 되다가... 어느 순간 이야-아!!! 하는 함성이 에코되어 삽입되면서, 허공을 날아가는 죽도!!
허공에서 힘차게 부딪치며 요석의 죽도가 부러진다.그 부러진 날이 지훈의 호면을 정면으로 갈기면서!!
억! 하며 얼굴 감싸쥐고 쓰러지는 지훈.사범 등이 놀라서 달려가 호면을 벗겨보면,안면에 피가 낭자하다.
부러진 죽도날이 호면 창살 사이로 들어와 얼굴에 상처를 입힌 것이다.호면을 벗으며 당황하는 요석...
씬 23 경찰대학 복도(늦은 오후)
무겁게 혼자 벽에 기대 서 있는 요석.그때 의무실에서 치료를 끝낸 지훈이 동준 등 학생 두어 명외 부축을 받으며 나온다.
이마쪽에 커다란 거즈를 붙이고 있다.천천히 마주 보는 요석
지훈 난 중학교 때부터 햇수로 7년이나 검도를 해왔어. 하지만 죽도가 부러진 건 이번이 처음야.그게 왜 부러진 줄 아니?
요석 ...
지훈 (깊이 쏘아보며)...니 죽도엔 살기가 들어 있어! 그래서야!
요석 ...!
지훈 알겠어? (하고 차갑게 본 후 가버린다)
씬 24 경찰대학 구내 벤취(황혼녁)
혼자 앉아 있는 요석.요석, 그대로 있다가...천천히 자기 손바닥 펴서 내려다 본다.그 위에 들려오는
지훈 (E) (에코) 니 죽도엔 살기가 들어 있어! 그래서야!
요석, 그 손바닥 내려다 보는데, 그 얼굴에 스치고 지나가는 영상.
1. 방갈로에서 요석에게 장갑을 던져주는 장명석
2. 요석의 발 앞에 떨어진 장갑.
3. 그걸 끼고 나가서 호위 건달들을 박살내는 요석.
4. 다시 장갑을 돌려주던 요석
그렇게 앉아 있는데 등뒤로 다가오는 경수.
경수 야, 장요석!
요석 (천천히 돌아보면)...
경수 지도교관님한테 빨리 가봐
요석 ...?
경수 (슬쩍 주위 둘러 본 후 작게) 형이 면회 온 거 같더라.
요석 (그 소리에 굳는다)...!
씬 25 경찰대학 앞 호프집(밤)
경찰대학 앞이라서 교복 입은 학생들이 드나든다.
씬 26 동 호프집(밤)
맥주를 잔에 따르는 손에서 부터
상엽 (E) 자아, 마셔.
상엽 어쨌든 형제 간에 첫 술자린데..., 이런 학교앞에 말고 좀 좋은 데로 갈 거 그랬나? (술잔 들며)...왜 안 마셔?
경찰대학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모습이 여기저기 보이고 있다.
상엽은 그런 자리에서 완전히 튀어 보이는 북실북실한 털코트를 휘감고 로마 황제처럼 비스듬히 앉아 있다.
요석 ...음주 상태로 귀교하고 싶지 않습니다.
상엽 (피식) 흐흥, 그래?..설마 못 마셔서 그러는 건 아니겠지? 만약 그렇다면 꼬추 반납해야 돼. 사내라면 양주를 컵으로 마실 실력은 돼야지. (맥주 두어 모금 마시고, 찡그리며 컵 탕 내려놓고) 난 맥주는 지려서 못 마시겠어! (지나가는 웨이터 등 턱 치며) 야, 여기 양주 대짜로 하나 가져와라!
웨이터 예? (기분 나쁜 기색으로 흘기며)...아, 예!
상엽 (슬쩍 얼굴 들이밀며 은근히) 근데 너 가만 보니 기집 깨나 꾀게 생긴 낯짝인데, (씨익 웃고)...자보긴 했냐?
요석, 말 같잖아서 대꾸없이 담배로 손을 뻗는다.상엽이 먼저 담뱃갑을 집으며
상엽 자식..., 부끄러워하긴...!
하며 자기 입에 먼저 하나 물고, 한대를 내밀어 준다.뒤에 서 있던 사도가 얼른 상엽에게 불을 붙여 준다.
이어서 요석에게도 불을 갖다 댄다.그러나 요석은 그 손을 피해 자기가 성냥불을 당겨 불을 붙인다.
상엽 (그런 모습 물끄러미 보다가)...그래, 좋아, 별로 맘에 안 든다는 건 알겠어. 나도 솔직히 아직은 니가 정말 내 동생인가 싶고..., 그 뺀질한 얼굴이 그렇게 썩 맘에 들지도 않아. (담배 연기 후욱 뱉으며) 하지만 일 주일에 한번은 무조건 만나라는 노인네 명령이다. 그래서 온 거야...그리구 내가 뭘 해줘야 되겠냐? 그것도 물어 보라시드라.
요석 한가지 있습니다.
상엽 어, 그래? 뭔데?
요석 전 여기 스탑니다. 절 모르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상엽 (의미 눈치 못 채고) 허어, 그래? 짜아식, 제법인데? 아암, 그래야지! 적어도 이 장상엽이의 동생인데 말이야! 근데 뭘로 스타냐?
요석 (깊이 보며)...형님의 동생이기 때문입니다.그리고...아버지의 아들이기 때문이고.
상엽 (여기서 알아채고, 굳어서 쏘아본다)...!
요석 절 당분간 그냥 내버려 두십쇼. 부탁은 그거 뿐입니다.
하고 가려는데, 상엽이 요석의 손목을 거칠게 탁! 움켜쥔다.
상엽 (분노의 호흡) 내가 화 나면...아무리 동생놈이라도 그냥은 안 둬. (가만히 올려보며)...내가 온 게 챙피하냐?
요석 (보다가...감정 누르고 나직히) 여긴 경찰대학입니다. 그리고 전 여길 졸업하고 싶을 뿐입니다.
하고는 손목을 움켜쥐고 있는 상엽의 손을 더 한 완력으로 가만히 떼어 놓는다.
요석 ...가겠습니다.
그렇게 상엽의 손을 떼어놓고 나가 버린다.
상엽, 분노 속으로 누르고 술잔 집어드는데,옆 자리에 있던 경찰대학생들이 그런 상엽을 슬그머니 보고 있다.
상엽 (잔 코아 놓으며 버럭) 뭘 봐, 이 새끼들아!
씬 27 동 호프집 앞(밤)
나온 요석..., 울 듯한 심정으로 허공 올려다 본다.그러다가...천천히 돌아서서 어둠 속으로 걸어간다.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가는 그 뒷모습 위에 선행되는,장명석의 격렬한 기침 소리..!
씬 28 장명석의 침실(밤)
우당탕 달려 들어오며 불을 켜는 재식...자다가 급하게 뛰어 나온 듯 잠옷 차림이다.
재식 회장님!!
장명석, 금시 숨이 넘어 갈 듯 이마에 식은 땀 가득 맺힌 채 격한 기침을 해댄다.
역시 자다 뛰쳐나온 듯 웃통 벗은 채 팬티 바람인 방개와 털복이가 뛰어 들어 온다.
재식 의사 불러!
방개 (털복의 뒷통수 때리며) 뭐해? 빨랑 가, 자식아!!
털복이 예! 알겠습니다!
총알같이 튀어 나간다.
재식 사장님 어디 계셔?
방개 별장에 주무신다고 했습니다.
재식 얼렁 오시라구 그래!
씬 29 장명석의 집 앞 길(밤)
앰블런스 요란하게 달려온다.
씬 30 장명석의 거실(밤)
재식은 까운을 걸치고 있고, 방개와 털복이는 대충 옷을 걸치고 있다.
사도와 몇몇 수하들도 초조한 기색으로 둘러 서 있다.주치의가 나온다.
재식 어떠십니까?
주치의 당장 입원하시죠.
재식 입원은 안 합니다. 대신 박사님께서 여기 계시면 되잖습니까?
주치의 안전 때문입니까? 그럼 한층을 다 비워드릴 수도 있습니다.
재식 어쨌든 입원은 안 합니다. 필요한 의료장비가 있으면 말씀하시죠. 저희 아이들 시켜서 당장 실어 오겠습니다.
방개 저어, 상태는...?
주치의 워낙 강골이셔서 버티고는 계십니다만, (고개 저으며) 속으로는 아주 엉망입니다. 이번에 춥고 습한 데서 수감생활을 하신 게 치명상입니다.
씬 31 장명석의 침실(밤)
죽은 듯 눈 감고 있는 장명석.재식이 그 옆에 묵묵히 앉아 있다.
장명석 (눈 감은채) 상엽이 놈은 어디 있어?
재식 연락 했습니다. 별장에서 오고 있는 중입니다.
장명석 ...요즘 들어서...가끔 이런 생각이 들어.
재식 ...
장명석 내가 갑자기 잘 못 되기라도 하면-- 우리 단은 어떻게 되는가, 남들이야 뭐라고 하든, 어쨌든 아버님 대에서부터 40년을 지켜 온 조직야.
재식 ...후계가 있지 않습니까?
장명석 상엽이? (고개 저으며) 아냐, 그 놈은 안돼. 업소만 80개고, 술집에 납품하는 부자재 공장만 일곱야. 구역 지켜가면서 그걸 다 끌어 갈 놈은 못 돼.
재식 ...
장명석 늘 그게 걱정이었는데, 다행히...아주 다행히 둘쨋놈이 괜찮아. 씨가 보여.
재식 ...예에.
장명석 네가 보기엔 어떠냐?
재식 하지만.
장명석 경찰대학? 그까짖 게 뭐가 문제야? 제 놈이 누구 씬데.
재식 ...예에.
장명석 그 학교는 외박이 언제라더냐? 알아보구, 니가 가서 한 번 데리구 와.
재식 알겠습니다.
씬 32 장명석 거실 (밤)
사도를 이끌고 쾅 문을 박차며 들어서는 상엽.
상엽 어떻게 된 거야?아버지가 어떻다구?
방개 쉬이! 이제 막 잠이 드셨습니다.
씬 33 장명석 침실 (밤)
식은 땀 흘리며 잠이 든 장명석.불 꺼진 방에서 그런 모습 내려다 보며 울분의 한숨 내쉬는상엽.
수건으로 가만히 그 식은 땀 닦아주며 잠 든 모습 보다가.
상엽 (혼잣말) 이제...아버지가 뭐라시든, 더 이상은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도 가질 거 다 가졌는데, 왜 당합니까? 그 인간들이 치면 우리도 칠 겁니다! 당한 만큼 해 줄 꺼라구요!
그때 사도가 크리스탈 물병과 컵을 들고 들어온다.사도, 그걸 장명석의 머리맡에 내려 놓는데.
상엽 야, 사도.
사도 예.
상엽 오늘부터 너 알아 볼 게 있어.
씬 34 창천 시내
저만치에 미용실 하나 보인다.
씬 35 창천 미용실 마사지실
누워 있는 수아.미용사가 껌을 씹으며 얼굴 마사지를 해주고 있다.
미용사 우리 손님이라서가 아니라, 아가씨 참 볼수록 이쁘긴 하다. 이런 촌구석에 있을 인물은 아냐.
수아 아줌마가 볼 때, 저 이번에 어떻게 좀...될 거 같아요?
미용사 대회가 내일이지?
수아 네에.
미용사 그래, 솔직히 깨끗하게 하기만 한다면야 아가씨 만한 인물이 또 어딨어? 나 같아두 1등 뽑겠다! 하지만 그게 또 어디 그래?
수아 ...네?
미용사 이런 시골 미인 대회라는게 다 그렇구 그런 거 아냐? 뽑을 사람, 벌써 뒤로 다 결정돼 있다구 하드라구. 모르긴 몰라두 벌써 등수까지 다 나와 있을 껄?
수아, 벌떡 일어난다.
미용사 어그, 왜 그래?
수아 (입술 떨리며) 정말 그래요? 정말 벌써 등수까지 다 나와 있다구 그래요? 정말요?
미용사 (답답하다는 듯) 몰랐어? 허어, 정말 순진빵하구만!
씬 36 창천 극장 골방
필름통과 포스타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방이다.수아, 의자 위에 모아 세운 무릎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다.
만보 (안타까워) 수아야.
수아 (계속 울고)
만보 그까짖 거, 안 하면 어떠니? 너 이쁜 거 창천 사람치고 모르는 사람이 어딨니? 그런데서 1등 안 한다구 누가 몰라주구 그러니?
하고 수아 어깨를 만져 주는데.
수아 (울며) 이 바보야, 암것두 모르면 가만 있으란 말야! 내가 그럼 그거 말구 무슨 재주루 서울엘 가니? 작년에두 거기서 1등한 여자는 벌써 영화두 찍구 그런대잖어!
만보 서울엔...꼭 가야 되니?요석이...때문에?
수아 (고개 홱 들고 노려보며) 그 자식하군 아무 상관없어! 그 자식 얘긴 꺼내지두 말어! (하다가 다시 울먹이며) 어쨌든 난 여기가 싫어. 이렇게 살구 싶진 않단 말야.
그러다가...문득 울음 그치고 뭔가 결심한 듯.
수아 ...절대 포기 안해!이대루 주저 앉지 않을 꺼야!
씬 37 강수 사무실
메주, 느긋하게 발 꼬고 앉아서 똘마니 셋을 차려 자세로 세워둔 채 옥박지르고 있고.개코는 근육 과시하며 아령을 하고 있다.
메주 느그덜이 고따우로 하니까 딴 동네 것들이 엉기고 그러는 거여! 언 놈이 감히 우리 업소에다가 물수건을 반값에 댄다고 허냐?
하고 비닐 봉지에 든 1인용 물수건을 들어 보이며.
메주 이게 창천 업소에 돌아 다니도록 냅둬야? 칵!
하고 그 물수건을 그대로 얼굴에 던져 버린다.
개코 똑바로 서, 똑바로! (불을 차례로 탁탁 치며)잘 들어라잉! 우덜이 위로 강수 형님을 모시고 창천을 접수헐 때 어치기 했는지 아냐? 패기와 배짱과 곤조로 그냥 밀어 붙였어!
메주 그때 창천 주먹계의 원로께서 우덜헌티 허신 말씀이 있다고! 젊은 사람덜이 눈빛이 살아 있다고 허더고만!
하고 눈썹에 힘을 한번 탁 줘 본다.
개코 그려! 언젠가는 큰일을 할 젊은이들이라고 칭찬을 허시드라는 야그여! 창천 주먹계의 미래가 밝다고 하면서! 근데 느그덜은 시방 뭐냐고? 눈빛? 동태눈이라고 혀라잉!
하면서 다시 한번 머리를 한대씩 쥐어박고, 마지막 녀석은 개코 자신의 박박 민 머리로 탁 들이박아 버린다.그때 살그머니 열리는 문.
메주 뭣이여!
그러나 문만 조금 열린 채 사람은 보이질 않는다.
메주 (벌떡 일어나서 문 쾅 열며) 뭐냐니까!
헌데, 문 앞에는 바로 수아가 입술 깨물고 서 있다.
메주 얼레?
개코 니가 여길 으쩐 일이냐?
<시간 경과>
강수, 문 열고 들어서면서.
강수 누가 왔다고?
메주 아, 예, (가리키며) 저그..
구석에 앉아 있다가 가만히 일어나는 수아.
개코 조용히 드릴 말씀이 있다고 허는디요.
강수 (수아 위 아래로 훑으며) 그려? 느그덜은 나가 있어라잉.
메주, 개코 예? 아, 예에.
두사람 눈치 보며 나간다.
강수 (자기 자리에 앉으며)커피는 마셨능가?아니면, 가져오라고 허고.
수아 아뇨..괜찮습니다.
강수 편하게 앉어. 뭔 얘긴지는 모르겄지만...암튼 들어는 보자고.
수아 (머뭇)...
강수 허허...고향에 큰 오라버니거니, 허고 생각을 허라고. (손톱 후후 불며) 몰라서 그렇제, 나가 알게 모르게 도와준 사람이 이 바닥에 한, 둘이 아니여. 자랑 같지만, 여그서는 내 말이 좀 먹히는 편이기도 하고.
하고 탐욕의 눈으로 쓰윽 올려다 본다.
강수 긍께 편하게 얘기하드라고. 수아 (이윽고 결심한 듯 도전적 눈으로 강수보며)....저 어디까지 도와 주실 수 있어요?
강수 ....잉?... 그게 뭔 소리여?
수아 여기 미인대회에 원서 냈어요.
강수 호오, 그리여?
수아 (강하게 보며)....저, 1등 하고 싶어요!
씬 38 대학교 전경
씬 39 학보사
다들 바쁘게 일들을 하고 있다.구석 자리에서 서류를 잔뜩 쌓아놓고 분류작업을 하고 있는 인서.
여기로 책과 디자인 화판 등을 잔뜩 들고 바삐 들어오는 혜준.
혜준 (들어오며)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편집장 너 계속 그럴 꺼야? 그러다가 잘린 애들이 우리 학보사에 한, 둘이 아니란 거만 기억해!
헤준 네에! 기억하겠습니다...아!
편집장 통신에 우리 신분 반응 뭐 떠오른 거 없나 찾아봐!
혜준 네에!
하고 얼른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기 타다가 두드려 접속을 한다.그런 혜준을 쓰윽 쳐다보는 인서.
접속이 되자 마자 메일이 도착해 있음을 알리는 화면이 뜬다.
혜준, 음...? 하는 표정이었다가 얼른 편지 읽기 화면으로 들어간다.
컴퓨터 화면이 보여지면서
인서(E) (에코) (메일 내용) 서랍을 열 어 봐
혜준, 서랍을 열어본다...그 안에 들어 있는 영화표 두장.다음 편지 번호를 누르면 다시 뜨는 화면
인서(E) (에코) (메일 내용) 이번 주말에 컬트 영화제가 있어.니가 보고 싶어 했던 영화들, 새벽 4시까지 내리 그냥 연속 상영야.갈 꺼면 오른 손만 들고, 안 갈 꺼면 머리위로 두 발 다 들어.
혜준, 그 화면 보다가...피식 웃는다.조금 초조로운 눈빛으로 살피는 인서.혜준, 그러다가... 슬그머니 오른 손 들어 올린다.
인서, 비로소 씨익 웃으며 가방 집어들고 활기 찬 걸음으로 나가며
인서 (편집장에게) 취재처에 갔다 오겠슴다!! 힘차게 뛰어 나간다.
씬 40 기성재의 집
산행을 하러교 하는지 등산용 가방을 챙기고 있는 기성재.
승준 정말 혼자 가실 거예요?연수원 며칠 빠지더라도 제가 같이 가 드릴 수 있는데...
기성재 우리 땐 고시 된 걸루 끝났지만, 너희는 다르잖니. 검사 임용도 성적이 좋아야 되는 얘기야. 성적 관리해.
승준 톱은 못 되더라도 위에서 스무 번째 안에는 꼭 끼니까 염려 마세요. 교수님들 가운데 아버지 팬들이 많아서 지도교수 평점도 제일 좋은 편이구.
기성재 그렇담 다행이구...
승준 어디루 가실 껀데요?
기정재 그 거, 누가 한 말이냐.. 아무 것도 안 할 자유를 모르는 사람은 진짜 자유를 모른 거라구...정한 데 없이 돌아다녀 볼 참이다.
승준 (빙긋이) 말씀은 그렇게 하셔도 아버진 체질상 계획없이 다니실 수 있는 분이 아녜요.
기성재 (가방 메고 일어서며 피식 웃고) 옛다, 일정표다 (메모지 내주며) 무슨 일 있으면 거기루 전화해. 웬만하면 찾지 말구.
승준 (깨알 같이 적힌 일정표 보며) 어휴..., 산에 올라가구 내려오고... 분 단위로 나뉘어져 있네요 (피식) 아버진 어쩔 수 없으세요.
기성재 (현관으로 가며) 실은... 나도 그게 싫다.이번에 산에 머물면서 그 걸 한번 깨트려보고 싶어.... 다녀오마.
승준 혹시 검찰에서 급한 연락이라도 오면요?
기성재 급한 연락이 있을 게 뭐 있어? 짐 정리도 끝났는데.
승준 그래두요.
기성재 걱정마. 혹시 나 찾을 만한 데는 일정표 미리 다 보내놨다.
승준 (고개 젓고 웃으며) 역시 아버지 다우세요.
기성재 (한숨처럼) 그래..., 그런 내가 이번 사건은 어째 그 모양으로 해놨는지 모르겠어.. 나오지 마라. 거창하게 배웅하는 거, 딱 질색야.
하고 문 열고 나간다.승준, 미처 잘 다녀오시라는 말도 채 못하고... 그대로 서서 무겁게 시선 떨군다.
아버지의 자책어린 고뇌의 심사가 피부로 닿아오는 것이다.그런 아버지의 뒷모습이 가슴 아프다...
씬 41 장명석의 거실
골프 클럽 하나를 쥐고 땀 훔치며 들어오는 상엽.
상엽 (물 따라서 마시며) 아버진 어떠셔?
사도 열은 많이 내리셨습니다.
상엽 (다시 한번 분한지) 후우....! 나쁜 자식들! 그런 노인네를 끌어다가 가둬?
클럽을 소파에 내던진다.
사도 그리고...(메모지 하나 내주며) 여기서 전화가 왔습니다.
상엽 뭐야? (별 생각없이 받아 보다가...굳는다)...!얘가 먼저 전화를 했단 말야?
사도 (머뭇)...
상엽 너야?
사도 그날 수영장엔 저도 있었습니다...그날 시합은 사장님이 분명히 이긴 겁니다.
상엽 (멱살 확 움켜쥐고)... 앞으론 쓸데 없는 짓 하지마! 니가 뭘 안다고, 자식아! 제법 화이바가 돌아가는 거 같아서 똘마니 놈을 키워줬더니,이게 정신없이 까불어!
하고 홱 소파에 내던진다.사도, 소파에 던져졌다가 후다닥 다시 일어난다.
사도 죄송합니다.
상엽 너, 한번만 더 주제 넘은 짓 하면.. 그땐 죽을 줄 알어!
씬 42 KBS 공개홀
적당한 공개 프로그램 녹화 준비 중이다.
아직 유니폼을 갈아 입지 않은 합창단 앞에서 악보 들고 연습을 최종 점검하고 있는 예주...청바지 차림이다.
예주 아, 거기 늘어지게 하지 말구 반 박자 팍 땡겨서 경쾌하게 해주구!
등....등..., 적당한 애드립.공개홀로 모피 코트 휘감고 들어서는 상엽.꽃다발을 들고 있다.
역시 사도와 두어 명의 건달을 대동하고 있다.힐끗 그런 모습 흘겨보는 예주.
(시간경과)
꽃다발 안고 느긋하게 앉아서 지루한 지 주머니칼로 손톱 다듬고 있는 상엽....입에 담배 하나 물고 있다.그때 들려오는
예주(E) 야, 깡패.
상엽 (힐끗 보고)....? (하다가 이내) 어휴, 이게 그냥...?!
예주 (옆에 털썩 앉으며) 넌 아무 때나 꽃다발이니?촌스럽게!
상엽 (그 소리에 즉시 꽃다발 휙 던져 버리며) 싫으면 말고! 쯧!
예주 그리고 금연이라고 쓰인 글씨도 안 보니?
상엽의 입에 물린 담배 확 뽑아 뒤의 건달한테 던져주며
예주 아무데나 버리지 말구, 주머니에 넣어요!
건달1, 날아 온 담배를 얼결에 받았다가 “앗! 뜨, 뜨--!!”하고 놀라다가 겨우 집어들고 성질 나서 째려본다.“어흐,씨이--!”하는 표정이다.
예주 그리구, 저런 비계들은 언제까지 데리구 다닐 꺼니? 방송국 문앞에서 잡지 않디?
상엽 아니, 이게 정말--! (가슴에 출입증 보여주며)출입증 달구 왔어! 봐! 그리구, 야, 이 기집애야, 니가 뭐가 그렇게 잘 났어? 좋은 기분으로 온 사람, 이렇게 초장부터 박살내두 되는 거야?
하고 벌떡 일어난다.
상엽 됐어! 집어 치우자, 응?
홱 돌아서서 나가 버린다.예주, 잠시 그대로 있다가...뭔가 결심한 듯 얼른 따라 나간다.
씬 43 공개홀 앞
상엽, 부하들을 이끌고 저만치 가고 있는데
예주 잠깐만!
상엽 (멈추고...천천히 고개만 돌리면)...
예주 (천천히 다가가서)...내가 커피 한 잔 사기루 했으니까, 혼자만 오겠다면...따라 와.
하고 현관 앞을 지나 건너편 계단 쪽으로 간다.상엽, 자존심 때문에 이빨 물고 그대로 서 있는데
예주 (돌아보며) 나두...좋은 기분으로 얘기하는 거야.
씬 44 3층 연습실
자판기 커피 들고 들어서는 예주와 상엽.상엽, 두리번거리면서 제일 안 쪽으로 들어선다.
예주는 입구 쪽에 앉고 상엽은 제일 안 쪽에 앉게 된다.
예주 그래..., 미안해. 솔직히 나두 오늘만은 안 그래 볼려구 그랬어. 어쨌든 내기는 내기구, 객관적으로 니가 이긴 건 사실이니까.
상엽 순전히 빛 갚는 기분으로 커피 마시자구 한 거니?
예주 그것두 나로썬 큰 발전야, 첨엔 솔직히 너, 소름 끼쳤어.
상엽 흐흥...그래?
예주 하지만 아직두 막상 널 만나면 화가 나, 안 그럴려구 그래두 화가 나는데 어떡해?
상엽 (쓰윽 보며) 너 나 좋아하지?
예주 허어! 웃기지 마.
상엽 아니면 왜 화가 나? 니가 그랬지, 그런 감정 조차도 없다구. 근데 거짓말이잖아...솔직히 말해. 좋아하지?
혜주 (보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며)...미친 놈!! 착각두 왠만큼 해! 불쌍해서 커피 한 잔 마셔주니까! 어서 꺼져!!
하고 홱 돌아서서 나가 버린다.혼자 커핏잔 쥐고 묵묵히 있던 상엽...갑자기 웃음 터트린다.아주 통쾌하고 기분 좋은 웃음이다.
씬 45 사진 스튜디오
대형 카메라의 뮤파인더에서부터, 수영복 차림의 미인 진,선,미가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작가(E)자아, 양 쪽 분 조금만 더 밀착해 주시구!
창천이 아닌, 제법 대도시의 대형 스튜디오인 듯 싶다.제대로된 조명과 스크린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중이다.
왕관과 트로피, 미인대회 띠를 두른 수아가 1등인지, 가운의 호사한 의자에 앉아 있고, 2등과 3등을 한 미인들이 옆에 서 있다.
행복하고 환한 미소롤 짓는 수아의 여러 가지 포즈...카메라 뒤에서 그런 수아를 만족스런 미소로 지켜보고 있는 강수.
씬 46 입원실
심하게 얻어 맞은 50대 남자가 입원해 있다.양복 입은 메주와 개코와 문병을 와 있다.
메주 (정중하게 고개 꺾으며) 젊은 놈이 욱하는 승질에 쪼까 실수를 좀 혔는디, 용서해 주시쇼.
개코 솔직히 수아 갸가 지 여동생이니요, 대회장님이 쪼까 차별 헌다는 야그를 듣고 그냥 지도 모르게 젊은 혈기루다 욱해 버렸당게요.
메주 우리 형님이 시킨 일도 아니고, 순전히 지들이 헌 일인디, 굳이 경찰에 꼰질러 불겄다믄 헐 수 없는 것이고.
개코 (박박 머리 뒤로 쓰윽 문지르모) 어차피 빨간줄 간 인생, 한 번더 간다고 별 거 있간디요.
메주 허지만 그래서 좋을 것이 뭐가 있겄습니까? 제일루다 이쁜 애뽑기루 한 거면 제대루 뽑았고...뭐 그람 됐제.
개코 (작게) 뭐 허냐? 사게 내놓지 않고.
메주 (봉투 하나 내밀며) 형님이 보고를 받으시고,지들을 엄청 나무라셨습니다. 그라고 너무나 죄송허게 됐다고...그저 위로금 조로 쪼까 성의를 보이셨는디...
개코 치료비는 따로 지들이 계산 헐 텡께 아무 걱정 마시고, 한 며칠 요양헌다는 셈치고 편히 누워 게시쇼, 잉? (들아보며) 야들은 뭐허능 거여?좋은 주사 좀 팍팍 놔드리지 않고! 쯧!
씬 47 다시 사진 스튜디오
화려한 미소로 단독 드레스 사진을 찍고 있는 수아.여유 있는 미소로 보고 있는 강수.화려한 사진에서...스틸이 되면서.
씬 48 시골길 원경
멀리에서부터 달려오는 장명석 일행의 자동차 3대.썰렁한 개활지 옆을 흙먼지 일으키며 달려간다.
씬 49 장명석의 차 안
아직 몸이 시원찮은지, 모포로 목까지 휘감은 장명석이 뒷자리에 앉아 있다.
앞자리를 완전히 눕히고 거기로 발을 뻗어 눕 듯이 앉아 있는 모습이다.그 옆에 경찰대학 교복 차림이 아니라 사복을 입고 있는 요석.
장명석 (장도수의 사진 보여주며) 네 할아버님이시다. 앉은 자리에서 5미터를 날아가서 이단옆차기로 세 놈을 한 번에 보내시던 분야. 시라소니도 네 할아버님 앞에선 님 짜를 붙였어.
요석 (그 사진을 가만히 건네다 본다)...
장명석 제대로 인사 올리도록 해.
씬 50 시골 국민학교
아주 소규모의 국민학교다.여기로 들어서는 장명석 일행의 차.뒷편의 자그마한 관사 쪽으로 다가가서 선다.
씬 51 동 관사 앞
목도리를 휘감고, 그 위에 모피 코트를 덮은 장명석이 요석과 상엽을 대동하고 관사 앞으로 다가온다.
이미 재식이와 망개가 장명석의 도착을 안에다 알린 듯 싶다.앞치마에다 물기를 훔치며 천천히 나오는 천산댁.
천산댁 연락도 없이 여긴 갑자기 어쩐 일이신가...
눈빛이며 딘지 무당기가 좀 있어 보이는 여인이다.
장명석 오랜만에 뵙습니다. 자주 찾아 뵙지 못 해서 죄송합니다. (돌아보며) 뭐하냐? 인사 올리지 않고!
상엽 (요석 툭 치고 작게) 할머님이다. 할머니치고는 너무 젊지만 일단 갸우뚱한 채로 인사를 한다.
천산댁 (관찰하듯 보며) 이번에 새로 찾았다는 둘째로구만? 음...얼굴에서 총기가 있구나.
하며 가만히 끄덕인다.
장명석 아버님은....?
천산댁 글쎄...어디에 계시나...? 암튼 일단 들어오시게. 몸이 많이 불편해 보이는데.
장명석 예에. (요석에게) 한 번 둘러 보거라. 네 할아버님이 세우신 학교야.
씬 52 국민학교 복도
수업이 끝난 뒤인지 텅 빈 채 조용하다.요석, 천천히 둘러보며 복도로 들어선다.
헌데, 어디에선가 못질하는 소리가 들려온다.어느 빈 교실에서 들려오는 소리다.가만히 들여다 보면.
거기, 백발의 강도수가 들 뜬 나무 바닥에 못질을 하고 있다. 그러다가 인기척을 느끼고 쓰윽 돌아본다.
장도수 (형형한 눈빛으로 쏘아보고)...!
요석 (눈빛에 압도되듯 멈칫하고)...!
장도수 네가 요석이냐?
요석 예?....예에, 그렇습니다. (가만히 보다가)...할아버님이시죠?
하고 허리 깊이 숙여 인사를 한다.
장도수 애비를 별로 닮지 않았구나.그건 다행이로구먼.
끄응, 일어서서 장도리하고 못 상자를 들고 다가온다.복도로 나와서 너덜거리는 교실문에 못을 치기 시작한다.
장도수 이 집안이 뭐하는 집안인지 알고 있느냐?
요석 ...예에.
장도수 내 대에서 끝냈어야 될 일인데...대물림 돼서는 안 될 일이 대물림 되고 있어.
요석 (그 말에 새로운 느낌으로 보고)!
장도수 (한스럽게) 그게 다...내 죄업이다...내 죄업이야.
자신의 가슴에 못질을 하듯 그렇게 장도리질을 하고 있는데, 요석 문득 눈을 돌리면...저 긴 복도 끝으로 들어서는 소녀 하나.
촌스런 아이들 두어 명와 함께 새로 페인트 칠 한 교탁을 끙끙대며 들고 다가온다.
그러다가 낯 선 사람이 있음을 알고 멈칫해서그 자리에 선다.
장도수 (비로소 돌아보며) 부끄러운 말이다만...내 나이 일흔이 다 돼서 얻은 자식이다.네게는 고모가 된다.
요석 (보다가...가만히 고개 숙인다)
리디아 (얼굴 붉히며 시선 떨구고)
장도수 그럼 일단 들어가 있도록 해라. 우리도 곧 따라 갈 테니.
요석 예에.
하고 돌아서다가...리디아를 다시 한번 살짝 돌아 본다.
씬 53 국민학교 운동장
빠르게 흙먼지 일으키며 달려 들어오는 자동차 한 대.
씬 54 관사 앞
여기로 빠르게 다가오는 사도와 털복이.서 있던 재식과 방개, 갸웃한 시선으로 돌아본다.
방개 니들이 여기 어쩐 일야?
하는데, 안에서 상엽이 얼른 나오며.
상엽 아냐, 내가 불렀어!
하고 얼른 그들을 구석으로 데리고 간다.
씬 55 국민학교 창고 부근
사도 (뭔가 쪽지 건네며) 내일 밤 2십니다.
상엽 (받아보며) 확실한 거지?
사도 예에, 확실히 그 시간에 야간 산행을 한답니다.
상엽 쟤네들야?
하고 돌아보면, 저만치에 날건달로 보이는 녀석 들이 서 있다.
털복이 예.
상엽 분명히 아무 조직에도 안 들어 있겠지?
털복이 걱정마십쇼. 완전 신인입니다.
상엽 하나라도 어긋나면 니들이 나한테 죽어.
사도 헌데, 상대가 기성잰데...정말 괜찮겠습니까?
상엽 하란대로 해, 자식아! 뒤만 깨끗하면 되는 거야! 우리도 건드리면 물줄 안다는 걸 보여줘야 돼! 알겠어?
털복이 예, 알겠습니다.
상엽 얼른 가!
인사하고 후다닥 간다.상엽, 초조로운 기색으로 담배 뽑아물며 돌아서서 간다.
그런 후에 카메라, 창고 뒤로 돌아가면...거기 벽에 기대서서 담배 피우고 있는 요석.
씬 56 기성재의 거실 (밤)
혜준의 가방 속에서 울려대는 핸드폰.인서와 영화보기 위해 외출준비를 다 한 혜준이 2층에서 달려 내려온다.
승준 (부엌에서 캔맥주 따며 나온다) 이 밤중까지 웬 핸드폰이냐?
혜준 인서지, 뭐! 같이 심야 극장 가기루 했거든!
핸드폰 받으며
혜준 네에!...(하다가) (흠칫) 아....!
승준 (뭔가하여 보고)...?
혜준 (얼른 승준 의식하며) 응, 그래..., 금방 나갈게(하고 끊이며 어색하게) 인서...
승준 인서 전화를 뭐 그렇게 받어?
씬 57 기성재의 집 앞 (밤)
혜준, 후다닥 나오면
요석 (헤준의 손목 탁 쥐고) 아버지 오늘 밤에 어디로 가신다고 했어요? 2시에 야간 산행하는 장소가 어디예요?
혜준 유....유명산..., 근데 그건 왜요? 요석 오빠 차 있죠? 키 좀 빌려와요, 빨리!
씬 58 승준의 차 안 (밤)
요석 초조로운 모습으로 핸들 쥐고 있다.헤준도 초조하게 옆자리에 앉아 있다.전면에서 차 한 대가 골목을 올라오고 있다.
씬 59 인서의 차 안 (밤)
컨트리송을 크게 틀고 흥얼대며 오는 인서.전면에서 오는 차를 위해 길가로 붙여 잠시 세운다.
헌데, 스쳐지나가는 차 안에서 혜준의 모습을 발견한다.
인서 .....!!!
요석의 옆에 앉아 그대로 스쳐가는 혜준의 슬로우 화면. 굳어지는 인서...천천히 돌아다 본다.혜준을 태운 차는 멀어져 가고...
씬 60 산길 (밤)
야간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간혹 오가는데.. 여기로 혜준의 손을 잡고 달려오는 요석.급히 두리번거리며 달려 올라온다.
그러다가 흠칫 하고 멈춰선다.저만치에 어둑한 바위 구석에 두 놈이 기대 서 있다.
요석 (작게) 저 놈들예요. 여기 있어요.
요석, 그 쪽으로 다가간다.요석이 다가오자, 뭐야? 하고 경계하는 두 녀석.다가 간 요석, 그대로 한방씩 후려 갈기기 시작한다.
몸둥이도 손에 쥐지만 미처 휘둘러 볼 틈도 없이 요석의 매운주먹 아래 나가 떨어져 버린다.
그때 저 위에서 걸어 내려오는 기성재의 모습이 달빛 아래 얼핏 보인다.
요석, 그 모습 발견하고 멈칫하는 사이에 사내가 휘두른 나뭇가지가 이마를 스친다.
요석, 마지막 일격을 날려 그자 마저 그대로 뻗게 해 버린다.
그런 후에, 아래 쪽에 놀란 얼굴로 그대로 서 있는 혜준에게로 빠르게 달려가서 그녀를 홱 끌어안고 바위 뒤로 몸을 숨긴다.
아무런 눈치도 못 챈 기성재는 그대로 그 앞을 스펴 지나간다.요석의 가슴에 안겨 있는 혜준...
기성재가 지나간 후..비로소 가만히 고개 들어 올려다 보면...., 요석의 이마에서 피 한줄기가 흐르고 있다.
가쁜 호흡으로 바라보는 요석..놀랍고 떨리는 시선으로 올려다 보는 혜준...처음으로 그렇게 가깝게 끌어안고 마주 보고 있는 두 사람.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이 화면을 가득 채우며... 스톱.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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