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계의 터미네이터라 불리는 미르코 크로캅은 현재 가장 주목받는 격투가 중의 하나입니다. 파워, 민첩성, 테크닉 어느 하나도 부족함 없는 미르코 크로캅은 올해 프라이드 헤비급 토너멘트의 우승 후보 선수입니다. 프라이드와 케이원의 링을 넘나들며 활약중인 미르코 크로캅은 아직 두 무대 어디에서도 챔피언에는 오르지 못했습니다. 올해는 크로캅이 프라이드 혹은 케이원의 챔피언 벨트를 획득할 수 있을까요?
크로아티아 소년에서 케이원 파이터로
1974년 9월 10일 크로아티아에서 태어난 미르코는 어린 시절 영화배우인 장 클로드 반담에 매료되어 격투기를 시작합니다. 태권도, 카라테, 복싱, 합기도, 킥복싱 등을 두루 섭렵한 크로캅은 좀 더 강하게 되기 위해 수련에 수련을 거듭합니다. 하지만 크로아티아의 내전은 시작되고, 세르비아와의 국경에 접해 있던 크로캅의 마을은 쑥대밭이 되어버립니다. 크로캅은 지원병으로 전쟁에 참전하였고 자신의 절친한 친구가 전쟁에서 죽는 모습을 목격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그는 내면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되는데 링 위에서의 그의 강한 정신력과 냉철함은 이런 어릴 적의 경험이 기반이 되었습니다.
그 후 크로아티아의 특수 경찰 무술 교관으로 임명된 크로캅은 격투가로써 조금씩 명성을 얻게 됩니다. 초창기는 복서로써 활약했으나 96년 케이원의 링에 데뷔, 제롬 르 반나를 스트레이트로 다운시키며 판정승을 합니다. K-1 초대 챔피온이자 전설적인 킥복서인 브랑코 시가틱의 제자로 케이원에 등장한 크로캅은 당시 이름이 미르코 타이거였습니다. 훗날 크로아티아의 경찰(캅)이란 뜻의 크로캅으로 개명한 후, 1999년 당시 케이원의 거물이었던 마이크 베르나르도를 레프트 하이킥과 펀치로 케이오 시킵니다. 그 기세를 그대로 살려서 무사시, 샘 그레코를 차례차례 꺾고 그랑프리 결승까지 진출하게 됩니다.
결승전 상대는 아직도 크로캅의 천적이라 불리는 어네스트 후스트였는데, 아쉽게도 후스트에게 패배하고 맙니다. 하지만 당시까지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던 그가 준우승까지 하는 선전을 보인 덕분에, 크로캅은 케이원에서 가장 유력한 차세대 선수로써 평가받게 됩니다.
인생은 새옹지마
미르코 크로캅은 최근 프라이드의 링에서 활약중입니다. 그는 왜 케이원 챔피언이라는 목표를 이루지 않고 프라이드의 링으로 옮겨 갔을까요?
우리 속담에 인생살이는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습니다. 미르코 크로캅의 격투 인생이 바로 새옹지마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데요. 케이원에서 프라이드로 옮겨가는 그의 선택은 2001년에 벌어졌던 한 시합이 원인이 되었습니다.
2001년 케이원 호주 멜버른 지역예선 토너멘트. 이 시합의 우승자 한명이 토쿄 돔 결승전으로 가는 티켓을 거머쥐게 됩니다. 당시 유력한 우승 후보는 어네스트 후스트와 미르코 크로캅 이 두 선수였습니다. 특히 크로캅은 후스트에게만 3연패하는 수모를 겪은 탓에 무슨 일이 있어도 천적을 꺾어야 했습니다.
이 두 선수가 결승에서 붙으려면 2번의 시합을 거쳐 토너멘트 결승까지 진출해야 했습니다. 당시 카드는 누가 봐도 결승에서 후스트 VS 크로캅이 만날 것이라고 예상되었습니다. 하지만 1차전에서 크로캅은 마이클 맥도날드 선수에게 케이오 패하고 맙니다. 방심한 틈을 노린 맥도날드의 훅에 크로캅은 시합이 시작하자 마자 케이오 패를 당하고 맙니다. (右. 맥도날드와의 경기 장면)
예상치 못했던 결과에 크로캅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충격도 충격이지만 당장 그 해 12월에 열리는 케이원 그랑프리 결승전에 출전할 자격을 잃었기에 크로캅은 진퇴양난에 빠지게 됩니다. 절망에 빠진 크로캅에게 케이원 측에서는 한 시합을 제안합니다. 당시 격투계에 불고 있던 케이원 VS 종합격투기의 케이원 대표 선수로 나가라는 제안이었죠.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크로캅은 승낙을 하게 되었고 상대 선수는 후지타 카즈유키였습니다.
누구도 크로캅의 승리를 예상하지 않던 그 때, 크로캅은 태클을 들어오는 후지타의 안면에 무릎 찍기를 성공시키고 TKO승을 거두게 됩니다. 그 뒤로 크로캅은 프로레슬러 나가타 유지를 주무기인 레프트 하이킥으로 케이오 시키고 종합 룰에서 승승장구를 하게 됩니다.
만약 크로캅이 2001년 멜버른 대회에서 맥도날드에게 케이오 패 당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크로캅은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절망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또 다른 세계에 도전해 성공한 미르코 크로캅의 모습을 보며 인생살이 새옹지마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이런 사실은 우리들의 인생에도 적용할 수 있는 값진 교훈이 아닐까 싶습니다.
프라이드와 케이원 링에서 활약
미르코 크로캅은 2003년에 헤비급 탑 3라고 불리던 히스 히링을 미들킥으로 케이오 시키고 그 후 이고르 보브찬친을 하이킥으로 케이오 시키며 명실상부 프라이드 최강의 선수로 군림하게 됩니다. 크로캅은 현 헤비급 챔피언인 에메리아넨코 효도르와의 시합을 열렬히 원했지만 효도르의 주먹 부상으로 시합이 무산되었고 결국 전 헤비급 챔피언인 안토니오 호도리고 노게이라와의 시합을 갖게 됩니다. 노게이라와의 시합은 1라운드 크로캅이 타격으로 노게이라를 압도하며 시합을 이끌어가지만, 2라운드 들어서 노게이라의 관절기에 패하고 맙니다. 하지만 이 시합으로 인해 크로캅이 한 물 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1라운드 내내 노게이라를 궁지로 몰아넣었던 크로캅은 비록 패배하기는 했지만 역시 강하다는 인상을 확실하게 남겼습니다. 그리고 효도르와 노게이라에 필적하는 헤비급 베스트 3라는 자리매김을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프라이드 무대에서 활약하는 한편 틈틈이 케이원에도 참가한 미르코는 놀라운 성적을 남겼습니다. 2001년 케이원 그랑프리 챔피언인 마크 헌트를 하이킥으로 다운 시킨 뒤 판정승을 거두고, 레미 본야스키, 밥 샵을 KO로 꺾는 쾌거를 이룩합니다. 훗날 본야스키는 케이원 그랑프리 챔피언이 되는데, 이런 거물 선수들을 이긴 미르코 크로캅은 케이원 링에 다시 돌아와도 챔피언이 되기에 충분한 선수라는 걸 입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르코 크로캅의 진화
보통 타격 전문인 케이원 선수들이 프라이드 같은 종합 룰로 오면 승리 할 확률이 적다고 합니다. 그만큼 종합 룰에서의 타격은 케이원에서의 타격과는 다른 것이고, 종합룰의 무대는 그라운드 대응이라는 면에서 타격계 선수가 고전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인 것입니다. 하지만 미르코 크로캅의 시합을 보면 타격계 선수로써 종합룰 대응에 성공한 사례라고 생각됩니다.
크로캅은 관절기 면에서 아직 미숙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크로캅은 그런 자신의 문제를 다른 면에서 보강해 나가고 있습니다. 종합룰에서 쓸 수 있는 킥을 연마하고, 덧붙여 태클 방어와 그라운드에서의 디펜스를 철저하게 훈련한 것입니다. 미르코 크로캅은 엄청나게 빠른 사이드 스텝으로 상대를 피해가며 킥과 펀치를 날리고, 만약 태클에 걸려 그라운드에 끌려가도 철저하게 디펜스를 합니다.
최근에 미르코 크로캅과 대전해서 케이오 패 했던 론 워터맨은 시합 후 인터뷰에서 「그라운드로 미르코를 끌고 가는데 성공했지만 위에서 어떻게 공격을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미르코는 완벽하게 디펜스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크로캅이 종합룰을 시작했을 때 보여준 불안정한 모습도 시합을 거듭해 나가며 점점 진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사커 킥까지 연마해 론 워터맨과 야마모토 요시히사를 가볍게 이겼습니다.
크로캅은 이미지 면에서도 많은 변화를 보여주었습니다. 케이원 시절부터 무뚝뚝하고 차가운 인상을 보여주었던 크로캅은 프라이드로 넘어와서도 같은 이미지를 고수했었습니다. 거기에 프라이드 선수들을 차례차례 꺾어나갔기에 프라이드 팬들에게는 크로캅이 그다지 달가운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미르코 크로캅의 종합 룰 시합은 첫 경기인 후지타와의 시합부터 경기장을 찾아가서 보았습니다. 경기장에서 느꼈지만 크로캅의 승리를 기뻐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하지만 시합에 시합을 거듭해 나가며 크로캅은 팬들로부터 인정을 받게 되고, 크로캅 자신도 기존의 차갑기만 하던 이미지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일례로 시합 후 일본어로 무대 인사를 하기도 하고 상대 선수를 배려해주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프라이드 팬들도 미르코 크로캅을 완전한 프라이드 선수로 인정해주는 분위기입니다.
거기에 덧붙여 크로아티아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크로캅은 정치가로서도 열심히 활동 중입니다. 얼마 전 일본의 고이즈미 수상과 대담한 크로캅은 일본의 테러 문제 등에 적극 협조할 것을 약속할 정도로 정치적인 수완을 보여주었습니다. 크로캅은 격투가, 정치가뿐만 아니고 영화배우로도 활약 중인데, 얼마전 촬영을 마친 Ultimate7에서 스파이 역을 열연했다고 합니다.
4월 25일 프라이드 헤비급 토너멘트 1차전에서 미르코 크로캅은 동키콩 케빈 란델만과 붙게 됩니다. 압도적으로 미르코 크로캅의 승리가 예상되지만 과거 맥도날드와의 시합과 같이 방심하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팬들 모두가 기대하는 에메리아넨코 효도르와의 시합이 성사되기를 바라는 바 입니다.
첫댓글 멋있는 남자중의남자
흠 뭐 지금의 필로프비치에게 제일 필요한 건 국회의원 업무와 격투가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하는 심정인데 어느 한 가지도 소홀할 순 없죠 어찌됐던 잘 되길 바랄 수 밖에 없네요
님이 과거 맥도날드와 같이 방심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이 씨가 될정도군요.. 흑인 근육질에 의외로 운이 안따라 주는 갑네요
크로캅... 프라이드 가장 빅 흥행카드!!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