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영어를 준비하는 모든 이에게!
“이 문제 몇 초만에 푼다!“ - 수능영어를 준비하는 모든 이를 기만하는 말이다.
인터넷에서 “수능영어풀이”라고 수없이 많은 블로그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 중 가장 눈에 띠는 것은 단연 빠른 풀이와 관련된 문구입니다. 수험생 입장에서 쉽고 빠르게 정답을 찾을 수 있다는 말 보다 더 매력적인 문구는 없습니다. 그 방법을 보면, 대부분 다음과 같은 말을 합니다. 1. 첫 번째 문장을 잘 읽으면 답이 나온다. 2. 세 번째 문장의 내용을 보면 답이 나온다. 3. 반복되는 단어가 들어간 선택지는 답 또는 답이 될 수 없다!
우선, 첫 번째 사항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합시다. 영문단락은 일반적으로 연역적 구조를 취합니다. 쉽게 말해, 글에서 다루려는 주제를 글의 도입부에서 제시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세부 내용이 본문에 전개된다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첫 번째 문장을 잘 읽어야 한다”는 말 자체는 틀린 말이 아닙니다. 아래의 예를 통해서 자세히 살펴봅시다.
단락예시
Another way to fight insomnia is to exercise every day. Muscular relaxation is an important part of sleep. Daily exercise leaves your muscles pleasantly relaxed and ready for sleep. |
사진 1. 출처 ⌜리딩 이노베이터⌟
위 단락의 내용은 “불면증을 이겨내는 또 다른 방법 중 하는 매일 운동을 하는 것이다.”입니다. 첫 번째 문장에서 글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와 요지가 모두 담겨진 경우입니다. 두 번째 문장부터 끝까지 첫 번째 문장에 대한 뒷받침 근거가 이어집니다. 이럴 경우, 대의를 파악하는 문제 즉, 주제, 제목, 요지와 같은 경우 첫 번째 문장을 통해서 답을 쉽게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즉, “10초 풀이”가 가능하게 됩니다. 한 단락을 기본으로 하는 수능영어, 공무원 영어, 텝스와 같은 시험에선 이 “10초 풀이”가 가능한 지문도 있기에 아주 매력적으로 보이는 동시에 논리적 설명도 가능합니다. 영어공부 자체에 흥미가 없는 사람이라면 영어에 대한 노출이 적다고 볼 수 있죠. 그럼 위와 같은 설명은 마치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와 같은 환상 그 이상으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수능영어가 되었건 공무원 독해가 되었건 다양한 지문을 다루다 보면, 위와 같이 글의 도입부에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을 알게 되고, 무엇보다 시험장에서 위와 같은 방법은 실전용이 아니라 “보여주기용”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이를 정말 시험장에서 발견했다면 이미 늦은 것이죠. 영문단락 전개는 위에서 언급한 두괄식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두괄식, 미괄식, 양괄식, 중괄식 나아가 무괄식도 있습니다. 즉, “첫 문장만 보고 주제, 제목, 요지를 다 해결할 수 있다. 몇 초면 해결 된다”는 말은 극히 소수의 지문에 해당하는 기만적 말입니다. 아래의 지문을 통해서 살펴보도록 하죠.
단락예시 | | My wife and I were running an icecream shop. Staying open so late at night wasn’t such a big deal because we made good money. After a while it didn’t work. Closing at 1:00 am and then coming back to open the store again at 11:00 am was physically painful. Those extra few dollars earned at midnight just weren’t worth it when we looked at what it did to us. So we closed our doors at 9:00 pm. By forcing ourselves to close on time, our customers showed up before our closing. We spent more time with our kids and got good rest. We were also better prepared to go to work the next day. |
위 지문의 첫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의 아내와 나는 아이스크림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첫 번째 문장만으로 글의 주제나 요지를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10초 풀이와 같은 방법은 전혀 소용이 없다. 본문 내용은 “가게를 늦게 까지 운영하면서 수입을 조금 더 늘리려고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육체적으로 힘들 뿐 아니라 경제적 이익도 적으면서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가게를 일찍 닫게 되었지만, 경제적 손실도 적으면서 충분한 휴식시간 및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내용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 지문은 앞에서 언급한 첫 문장의 중요성을 빗나가는 걸까요?
글의 종류는 크게 문학과 비문학이 있습니다. 문학과 비문학을 나누는 것 자체에서도 볼 수 있듯이 두 분야는 글을 쓰는 방법도 읽는 방법도 틀립니다. 위 지문은 문학에 속하는 1인칭 시점의 에세이에 해당합니다. 이런 글은 글의 도입부에서 주인공을 파악하고, 주변인물 사이에 발생하는 “사건” 중심으로 글을 읽습니다. 이런 경우 주제, 제목, 요지와 같은 대의파악 문제는 모두 글의 도입부가 아닌 초중반 이후 전개되는 “사건”을 중심으로 설정하는 것입니다. 즉, “첫 번째 문장만 보면 장땡이다”라는 마침 불변이 법칙이 깨지는 것이죠. 글의 성격에 따라 에 따라 읽는 방법도 달라집니다. 이는 단지 문학에 해당하는 글만 해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2016년 수능영어기출에서 발췌한 비문학의 예를 들어보죠.
Twin sirens hide in the sea of history, tempting those seeking to understand and appreciate the past onto the reefs of misunderstanding and misinterpretation. These twin dangers are temporocentrism and ethnocentrism. Temporocentrism is the belief that your times are the best of all possible times. All other times are thus inferior. Ethnocentrism is the belief that your culture is the best of all possible cultures. All other cultures are thus inferior.... |
첫 번째 문장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두 유혹자가 바다의 역사에 숨어, 오해와 오역이라는 암초에 향하는 과거를 이해하고 평가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을 유혹한다.” 이 문장은 그리스 문학에 나오는 사이렌(아름다운 노랫소리로 근처를 지나는 뱃사람을 유혹하여 파선시켰다는 바다의 요정)을 비유로 궁극적으론 temporocentrism와 ethnocentrism라는 잘 못된 신념을 비판하는 글입니다. 첫 번째 문장을 통해서 전혀 글 전체의 내용을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아주 단순한 이야기지만, 글의 도입부는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될 수 있다. 주제문을 글의 도입부에서 제시하고, 이후 뒷받침 진술이 이어지는 두괄식 전형의 연역식 구조를 취할 수 있는 반면, 본문과 같이 비유를 통해서 글의 물꼬를 트일 수 있죠. 이런 경우, 글의 도입부에서 언급하는 비유를 통해 글 전체의 분위라는 방향성을 잡고, 이후 언급되는 중심소재를 파악하는 순으로 글을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첫 번째 문장만 읽고 답을 구할 수 있다”는 말은 앞서 언급한 글 전개의 다양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수험생에게 잘 못된 글 읽기 능력만을 심겨줄 뿐입니다.
글의 도입부의 중요성은 언급할 필요가 없습니다. 글 전체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곳이 바로 도입부이기에 집중에서 읽어야 함은 언급 그 자체가 사족입니다.
Twin sirens hide in the sea of history, tempting those seeking to understand and appreciate the past onto the reefs of misunderstanding and misinterpretation. These twin dangers are temporocentrism and ethnocentrism. Temporocentrism is the belief that your times are the best of all possible times. All other times are thus inferior. Ethnocentrism is the belief that your culture is the best of all possible cultures. All other cultures are thus inferior.... |
밑줄 친 첫 문장에서 파악할 가장 중요한 내용은 앞으로 언급될 소재와의 연계성에서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Twin sirens”을 잡아내는 일입니다 개별문장을 해석하는 능력에서 글 전개의 특징 등을 정확하게 읽어 내는 체계적 학습을 길러야 합니다. 단지 첫 문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말은 수험생에게 곧 깨어질 순간의 환상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다음 시간에는 두 번째 사항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http://cafe.daum.net/Pyen-Docs 박지성의 영어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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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말 공감가는 말씀입니다
텝스 독해를 공부하면서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