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잠을 깼다.
대전 지역 우리 수도회 협력자 모임을 위해서
처음으로 가는 길이다.
첫 만남이기에 일찍 서두르는 것이 났다고 여겼다.
어제 그곳 회장님 말씀이 "처음으로 오시는데 식구가 적어서 죄송하다고..."
"아닙니다, 작은 것이 아름답지요." 라고 대답은 했지만 ...
동서울을 떠나 대전 청사 앞에 도착한 시간은 9시 15분.
승합차로 회장님과 운전 봉사를 해주시는 자매님을 만났다.
서두르다 꼭 챙기는 아침을 놓쳤기에
커피 한 잔과 끼니 때울 만한 것을 찾는다고 말씀드리고
집이 엉망인데 라는 봉사자님의 집으로 가서
죽 한 그릇과 커피 한 잔으로 첫 만남을 가졌다.
월평성당, 10시 30분.
미사 시간 큰 성당에 9홉 분이 기다리셨다.
하느님과의 만남에는 숫자가 아니라
나 자신과 하느님과의 아름다운 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말씀드리며 미사를 시작했다.
첫 만남이기에 우선 제 소개를 했습니다.
전 서 안젤롭니다.
안젤로는 천사를 뜻하지요.
왜 제가 안젤로냐면,
전 안동 목성동에서 유아 세례를 받았고
당시 주임 신부님은 파리 외방 전교회 소속이었으며
엄마 품에 안겨 세례를 받으러 온 제 모습에
까만 눈썹, 잘 생긴 얼굴 등등...
신부님 첫 인상이
'아, 이놈은 천사구나' 그래서 세례명은 "안젤로" ㅋㅋㅋㅋ
라고 저는 추측합니다.
모두들 웃음바다를 만들었지요.
예수님의 일과를 보면
오전에는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오후엔 시몬 베드로의 집으로와 가서 장모의 열병을 치유하시고
저녁까지 많은 사람들을 가르치시고 치유하셨지요.
그 다음 날 새벽, 모두가 잠들어 있을 때
예수님, 기도하러 혼자 따로 한적한 곳으로 가셨지요.
기도의 내용은 우리 알지 못합니다.
어느날 허기에 찬 오천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제자들과 함께 배불리 먹이시고
제자들은 배에 태워 호수 건너편으로,
군중들은 집으로 돌려 보내신 뒤
예수님 피곤한 몸으로 산 길을 오르십니다, 혼자.
기도하러 오르셨지요.
내용은 모릅니다. 무슨 기도를 하셨는지 우린 알 수 없어요.
우리의 아침저녁 기도, 형식을 채우는 기도이기보단
하느님과 내가 따로 만나는 시간, 내용이나 형식보단
하느님께 봉헌된, 가려 뽑은 시간을 드리는 것.
예수님의 아침저녁 기도처럼...
그리고 한 마디, 예수님처럼
압바,아빠.... 그것만으로 충만한 기도....
겟세마니 동산에서도 예수님은 압바라고 기도의 첫 순간을 채우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에게 기도를 가르쳐 주시면서도,
압바, 하늘에 계신... (우리 말의 형식에서는 하늘에 계신이 먼저 나오지만)
우리 또한 일상에서 우리들의 엄마, 아빠를 만날 때
첫 마디는 '엄마, 아빠'입니다.
그 한 마디에 우리의 모든 사랑과 기쁨과 만남과 용서가 다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도는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해서,
많은 말을 쉴 새 없이, 그래서 하느님이 지치도록...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그건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들의 모습이라고...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하십니다.
따로 시간을 내고
따로 한적한 곳, 공간을 내고
이미 우리게 무엇이 필요한 지 아시는 하느님께
아빠! 그 한 마디면 충분하다고 하십니다.
다음 달에도 만나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몇몇 분과 점심을 먹고
다시 청사 앞에서 동서울로
그리고 미아리 수도원으로 돌아왔습니다.
하느님을 중심으로
또 새로운 만남, 인연을 만든
하느님께서 마련해 주신 기쁜 하루였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첫댓글 '라고 저는 추측합니다' 가 가히 극적 표현이시군요.ㅎㅎㅎ 신부님 글은 언제나 시처럼 읽혀요~ 감사합니다.
그 극적 표현에 제 자신 취해 삽니다. 이런 착각도 꽤 쓸만하더라구요.
글에서 어린아이 같은 기쁨이 느껴집니다. ^^
신나게 요즘 우리말 하고 사는데 기쁨인들 가만히 있겠습니까!
천사가 오셔서 대전 날씨가 좋았나봅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