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동기생들 'Bravo!'
김종웅 (思우회)
오랜만에 한가한 시간이 주어져서
작년에 이어 금년 여름도 평균 90'(섭씨 33도)의 더운 날씨와 가뭄으로 초목들이
타들어가고 있는데 때마침 비가 내려 푸근한 마음으로 뒷문을 열고 앉아 밖을 쳐
다보며 시간을 죽이고 있다.
30여미터쯤 되는 호두나무에 호두알이 알알이 달리고, 봄에 심은 코스모스가 제법
많은 여러가지 꽃을 피우고 있다. 한국 있을 때 코스모스 들길을 무척 좋아했고 특
히 흰 코스모스를 좋아했었는데 해마다 집사람이 코스모스씨를 가득 모아 봄철이
면 뿌리곤 한다.
담장이 보다 높은 키로 야생해바라기가 군락을 이루고 곱게 피었던 hollyhock은 시
들고 20여년전 심은 30cm 정도의 burning bush 6그루가 큰 덩치로 자랐는데 작년
의 극심한 가뭄으로 두 그루의 일부가 말라버렸는데 죽지 않아 여간 다행이 아니
다.
미국 온지가 엊그제 같은데 32년 세월이 흘렀다. L.A.에서 살다가 미조리주 캔사스
시티 지역으로 온지도 27년. 조그마한 영업을 시작한지도 22년이 지났다.
공부에 한이 맺혀 최종학위 취득하려고 가족들을 데리고 와서 서울서 영어교사 10
여년 한 놈이 대학원 강의시간 미국인이 쓴 판서를 잘 읽을 수 없었고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던 전직 영어교사의 처량한 자신을 보고 얼마나 아픔의
시간을 보냈는지 지금 생각하면 아찔했던 한 때였다. 우리 동기들 중에 수명이 박
사학위를 받았고 나도 미국에서 일조했다는 것(경영학 박사)으로 자위하고 있다.
김세영 교수님이 하숙하시던 구내식당의 방 한칸을 얻어 자취하던 때 화폐교환이
되어 열흘간 간장만으로 밥 지어 먹던 때. 서대신동에서 시간제 가정교사하면서
귀가 도중 충무동 골목시장에서 싸구려 쇼빵 사던 일.
서면 시장에서 김과 단무지 사던 일, 전차타고 피곤하여 졸다가 온천장 종점까지
가서 통금에 쫓기어 헐떡거리며 자취방으로 뛰어 오던 일, 동래 내성동에서 송재
섭학형과 자취하던 일들은 교대 생활 중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들이다.
창원 훈련소에서 같은 내무반에서 함께 훈련 받은 강무삼, 전정부, 박동웅학형들
과의 소중한 만남도 내 인생에서 지울 수 없는 추억이 되었고 영천부관학교에서
얼굴을 대하던 안번목, 공흠일학형들과도 잊을 수 없는 내 마음의 추억들이다.
연세대학교대학원에 1년 늦게 들어 온 김정태학형과 신촌 이대옆 하숙집에서 함
께 하숙할 때 하숙집 주인 여동생이 유독 잘 생긴 정태에게 관심을 가지고 잘해 주
려고 애쓰던 일에 얼마나 시샘을 했던 나였던가! 상업영어책 만들겠다고 그렇게
열심히 뛰던 정태가 이 분야의 권위자가
된 것을 보고 얼마나 기뻐했던지! 지난 아름다웠던 추억들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가고 있다.
수년 전 잠깐 귀국했을 때 마침 4반 반우회 (사우회)가 있어 함께 동행하여 지리산
자락에서 염소탕 먹고 배구도 하고 밤에 가라오케 신나게 하던 일들도 생생이 떠
오르고 있다.
이제 만 71세가 지난지도 몇 달이 지나고, 유년주일학교에서부터 평생 다니는 교
회 생활에서 원로장로로 밀려 난지도 오래 되었고, 명문대 출신의 큰 며느리(한국
계), 바이얼린 전공한 착한 백인 둘째 며느리를 얻고, 그저께 밤 preschool에 다니
는 4살짜리 손자가 pre-kindergarten과 kindergarten에 있는 있는 200여명의 어린애
들과 (동양인1명, 흑인3명) 합창하는 모습을 보고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어린애들의 합창을 지켜보면서 문득 교대 재학 시 우리 학년 전체 합창경연대회를
했던 때가 생각이 났다. 우리 4반은 지정곡 ‘아름다운 종소리가, 새벽 종 소리가
에’이어 ‘라쿠카라차’할 때 원 용범 학형에게 지휘를 맡기고 내가 피아노 반주를
했어야 했다고 그때 얼마나 후회했는지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교대 2회 동기생들, 4반 학우들, 모임을 함께했던 회원들, 서울서 함께 만나 즐거
운 시간들을 가졌던 동기생들, 특별히 같은 반의 A. K. P. 세 사람들은 내 마음속에
결코 지워지지 않을 사랑스러운 사람들이다. 이 모든 분들의 건강과 가내 행운을
위해 살아있는 동안 쉬지 않고 기도할 것이다.
이 글을 마무리하고 있는데 Beethoven의 Sonata No. 14 in C Sharp Minor Op. 27
No. 2의 ‘Moonlight' 곡이 나의 마음을 더욱 애잔하게 만들고 있다.
* cosmos : 코스모스의 뜻이 우주 즉 온 세상 - 해서 온 세상이 죄 없는 깨끗한 곳이 되었으면 하고
* hollyhock : 접시꽃
* burning bush : 가을철 불타는 듯한 붉은 색깔로 변하는 관목수
* pre-k(kindergarten) : preschool(4세), pre-kindergarten(5세, 보통 pre-k라고 함), kindergarten(6세) 이상 세 그룹이 1학년 이전의
system이며, 대부분의 주들이 kindergarten이 한국의 1학년에 해당.
미국의 초등학교는 kindergarten에서 5학년까지고,
6학년(6th grade)부터 중학생이 됨
* Moonlight : 월광곡 - 베토벤의 피아노소나타 제14번, C#단조(작품번호 27의 2). [본문] 3악장으로 이루어졌으며 1801년에 작곡되어 애인 줄리에타 귀치아르디에게 헌정된 곡으로, 스위스 루체른 호반의 달빛이 물결에 흔들리는 조각배와 같다고 비유한 데서 생긴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