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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단원 형성 평가 |
(2) 지역 문학과 한민족 문학 황진이 | ||
학년 ( ) 반 ( ) 번 이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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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1~5]
놈이의 출신은 종이 아니다.
그의 아버지는 황 진사 댁에 드난살던 하인으로 말구종 노릇을 했는데 놈이가 일곱 살 나던 해에 괴질로 앓다 죽었고 안채 부엌에서 반빗아치 노릇을 하고 있던 그의 어머니는 어린 아들을 주인댁에 내던지고 정분이 난 어느 장돌뱅이와 함께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이렇게 되어 놈이는 의지가지 없는 천애 고아로 황 진사 댁 하인 방에서 눈치밥을 먹으며 잔뼈를 키웠다.
가뜩이나 미운 나이에 짐작할 만한 일이다. 천성이 어질고 선량한 아이라고 하더라도 그런 돌밭에서 자라면 악지가 세지고 심지가 비뚤어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인데 하물며 놈이 같은 불악귀랴. 어쨌든 그는 각박한 인정 속에서 어른들의 미움도 많이 받았거니와 ⓐ류달리 말썽도 많이 일으키며 자랐다. 지금도 황 진사 댁 하인 방의 늙은이들은 놈이가 듣지 못하는 곳에서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옛말처럼 해 가며 웃군 한다.
놈이가 열 소리를 들으나 마나 하던 때에 있은 일이다. 그때 황 진사 댁 하인 방의 좌상인 강 아무개라는 사람이 놈이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던지 볼치 몇 대를 쥐어박았다. 그런데 그것이 벌통에 손을 집어넣는 일로 될 줄이야.
그날부터 강 아무개는 그야말로 가지가지의 곤욕과 별의별 봉변을 다 치르어야 했다. 오동지 섣달 추운 날 밖에 나가려고 대문턱을 넘어서는데 난데없이 문간 ⓑ지붕 우에서 얼음물이 쏟아져 내리기도 하고, 한밤중 오줌이 마려워서 하인 방 지게문을 열면 문 앞에 달아 매 놓은 홍두깨가 갑자기 이마빡을 때리기도 하고, 잠을 자려고 이불을 펴면 이불 갈피 속에서 뱀이 기어 나오지 않나 두꺼비가 뛰어나오지 않나.
뻔히 놈이란 놈의 작간인 줄 짐작하지만 게꽁지만 한 놈이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시침을 뚝 따는 데야 혐의만 가지고 죄를 따질 수는 없고, 문틈에 손을 끼운 강 서방은 종시 놈이한테 잘못을 빌고 화해를 하고 나서야 그 곤욕에서 벗어났다.
황 진사 댁의 고명딸인 진이가 대여섯 살쯤 되었을 때였다. 진이의 유모는 애기씨를 데리고 후원 별당에서 살았는데 워낙 병약한 여자여서 애기씨 하나를 돌보면서도 힘에 부쳐 쩔쩔맬 때가 많았다. 같이 노는 동무도 없지, 보살펴 주는 어른의 눈길도 설피지, 진사 댁 애기씨는 제멋대로 후원 숲 속을 쏘다니며 혼자 놀다가 마침 어른들 눈을 피해 담장을 넘어 들어온 놈이와 부딪쳤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둘이 서로 만나자 단번에 ⓒ딱친구가 되어 버린 것이었다. 그렇듯 살차고 사나운 놈이가 진이한테는 아주 곰살궂고 살가웠다. 심사가 가물철 수수잎 꼬이듯 해 가지고 누구한테나 찜부럭을 부리던 그가 진이한테는 여공불급이었다. 업어 달라면 업어 주고 안아 달라면 안아 주고 태워 달라면 태워 주고, 지어는 귀뚜라미만 한 애기씨가 소꿉질을 한답시며 ‘잔치상’을 차려 놓고 새각시 흉내를 내면 응당 콩나물 안방 차지를 제 차지로 알고 신랑이 되어 맞절을 했다.
놈이는 저절로 진이 유모의 조력군이 되었다. 진이한테는 놈이 이외의 더 가까운 동무가 없었다. 놀다가 넘어져 상처를 입어도 유모보다 놈이를 찾으며 울었다면 알 만한 일이다.
그러나 그들 둘의 사이가 늘 순탄하고 다정한 것은 아니었다. 놈이의 심술과 애기씨의 암상이 한번 부딪치면 볼 만한 ⓓ승벽내기가 벌어지군 했다.
진이의 아명은 참녀다. 놈이는 곧잘 애기씨라고 공대해서 상전 대접을 하다가도 “얘 참년아!” 하고 아명의 ‘녀’ 자를 ‘년’으로 바꾸어 불러서 약을 올려 주군 했다. 그 심술에 대한 애기씨의 암상도 다섯 살이나 뒤진 나이에 그리 간단치가 않았다.
“나는 량반이구 너는 상놈인데 상놈이 량반 댁 애기씨한테 년이라구 욕하문 되니?”
“[A] 량반? 오, 개 팔아 두 량 반 소 팔아 세 량 반 하는 그 량반 말이냐?…… 죽었다네 죽었다네 송도 량반 죽었다네 어이 어이 앵고 앵고…… 어때, 용용 약이 올라 죽겠지?”
“하인이 상전을 욕하문 다리의 심줄을 끊어서 귀양 보낸댔어.”
“아이구 무서워라. 이리 치고 저리 치고 량반님은 사람 치고, 이리 치고 저리 치고 사람 잡아먹어 치고…….”
그러나 이런 아귀다툼도 인차 애기씨가 놈이의 목에 새끼줄로 고삐를 매고 그의 등에 기어 올라가 말놀이를 하는 데 방해로 되지는 않았다.
황 진사가 작고하던 해, 그러니까 놈이가 열두 살이 되고 진이가 일곱 살이 되는 신사년이었다. 송도는 고려 시절의 여풍이 아주 심해서 4월 8일 ⓔ불탄절에 등불놀이가 굉장한데 그날 밤 놈이가 누구도 모르게 애기씨를 업고 거리에 등불 구경을 나갔다.
구경이나 하고 곱게 돌아왔으면 누구도 그런 줄을 몰랐을 것이요 별다른 일이 생기지도 않았으련만, 무슨 귀신이 접했던지 거리바닥에서 놈이의 심술이 발동되어 등에 업은 애기씨를 참년이라고 불렀고 진이는 진이대로 암상이 발동되어 등에 업힌 주제에 량반이니 상놈이니 하며 상전 행세를 하려 들었다. 등불 구경을 나온 부중 남녀가 오글오글하는 거리바닥에 코딱지만 한 계집애가 따라지게 반말로 상전 행세를 하니 놈이의 심사가 가로꿰질밖에. 그는 갑자기 등에 업은 진이를 인총이 거미알 끼듯 한 거리바닥에 내려놓고 어둠 속에 숨어 버렸다.
진이는 경풍을 일으킬 정도로 놀랐다. 발을 동동 구르며 울어 댔지만 놈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거리 바닥을 헤매며 악패듯 울고 있는 그를 어느 마음씨 어진 아낙네가 자기 집으로 데려갔고, 일이 될 때라 마침 황 진사 댁 하인 방에 나드는 사람이 그 집에 놀러 왔다가 진이를 알아보고 댁에 데려다 주었다.
한편 놈이는 제 손가락으로 제 눈을 찌르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이젠 혼이 날 만큼 났겠지 하고 히물히물 웃으며 숨어 있던 곳에서 나와 보니 애기씨가 없어진 것이 아닌가. 자가사리 끓듯 하는 인총 속을 갈팡질팡하며 안타깝게 찾아 헤맸으나 종적이 없었다. 등불 구경을 나왔던 사람들이 다 사라지고 거리에 인적이 끊겼을 때 놈이는 행여나 애기씨가 제 발로 집에 먼저 돌아간 것이 아닐까 하는 한 가닥 기대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유형: 북한 문학의 단서 파악하기>
1. 밑줄 친 ⓐ~ⓔ 중 이 작품이 북한 문학임을 드러내는 단서가 아닌 것은?
① ⓐ② ⓑ③ ⓒ
④ ⓓ⑤ ⓔ
<유형: 인물의 말하기 방식 파악하기>
2. [ ] 표시된 [A]와 <보기>의 말하기 방식을 비교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말뚝이 (가운데쯤에 나와서) 쉬이. (음악과 춤 멈춘다.) 양반 나오신다아! 양반이라니까 노론(老論), 소론(少論), 호조(戶曹), 병조(兵曹), 옥당(玉堂)을 다 지내고 삼정승(三政丞), 육판서(六判書)를 다 지낸 퇴로 재상(退老宰相)으로 계신 양반인 줄 아지 마시오. 개잘량이라는 ‘양‘자에 개다리 소반이라는 ‘반‘자 쓰는 양반이 나오신단 말이오.
① 해학과 익살, 풍자적 성격이 두드러진다.
② 대상을 조롱하기 위한 목적의 말하기이다.
③ 봉건적 신분 제도에 대한 반감이 담겨 있다.
④ 듣는 이로 하여금 흥취를 자아내는 말하기이다.
⑤ 발음의 유사성을 활용한 언어유희가 나타나 있다.
<유형: 북한의 속담 파악하기>
3. <보기>의 ( ) 안에 공통으로 들어갈 말이 무엇인지 쓰고, 그 예에 해당하는 것을 지문에서 찾아 써 보자.
<보기>
- ( )은(는) 근로 인민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투쟁 속에서 얻은 경험과 교훈이다.
- ( )은(는) 간결하고도 형상적인 언어 형식으로 표현한 말이다.
- ( )은(는) 성구적인 단어 결합과는 달리 완결된 형식으로 독자적인 내용을 완전하게 담고 있는 것이다.
- ( )은(는) 문체론적 수법을 효과적으로 이용하여 함축성과 세련미를 갖춘 표현이다.
- “조선말 대사전”
(1) ( ) 안에 들어갈 말:
(2) 지문에 나타난 예 (하나 이상 찾아 쓸 것)
<유형: 남북한 언어의 특징 비교하기>
4. <보기>는 이 작품을 각색한 한국 영화 ‘황진이’의 시나리오이다. 변화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진이 (흥분하여) 놈이야. 저기, 저 커다란 등 보여? 그쪽으로 가자. 빨리!
놈이 (심통이 나 방향을 바꾸며) 기집애야, 내가 니 말이냐? (들썩거리며) 히이잉~히이잉~
진이를 업고 들썩거리는 놈이. 괜히 심술 맞다.
진이 (소리치는) 나는 양반이고, 너는 종놈인데, 양반댁 애기씨한테 기집애라니!
놈이 양반? 개 팔아 두 량 반, 소 팔아 세 량 반 하는 그 양반? 어이구 송도 양반 다 죽었네.
진이 하인이 상전을 욕하면 다리 심줄을 끊어서 귀양 보낸댔어.
- 김은정 각색, ‘황진이’
① <보기>에는 두음 법칙을 적용하지 않아 ‘양반’이라고 표기하였다.
② <보기>에는 놈이가 진이를 놀리는 대사를 간결하게 줄여놓았다.
③ <보기>에는 놈이가 심술을 내는 이유를 더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④ <보기>에는 인물의 대사를 서울 말투에 가깝게 바꾸어 표현하였다.
⑤ <보기>에는 한국의 정서에 맞게 ‘참년’을 ‘기집애’로 고쳐 표현하였다.
<유형: 인물의 성격 파악하기>
5. 다음은 인물의 성격을 파악한 내용이다.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놈이’의 장난에도 굴하지 않고 암상을 부리는 점으로 볼 때 ‘진이’는 남녀평등 의식을 가진 인물이다.
② ‘놈이’가 자신을 버리고 숨어버리자 깜짝 놀라 울어대는 점으로 볼 때 ‘진이’는 나약하고 의존적인 인물이다.
③ 자신을 혼낸 강 아무개가 사과할 때까지 골탕을 먹인 점으로 볼 때 ‘놈이’는 고집이 세고 악착스러운 인물이다.
④ ‘진이’한테는 곰살궂고 살갑게 군 점으로 볼 때 ‘놈이’는 ‘진이’와 결혼하여 신분 상승을 하고픈 야망이 있는 인물이다.
⑤ ‘진이’가 양반이라는 점 때문에 미워하고 조롱하는 점으로 볼 때 ‘놈이’는 자신의 신분에 대한 열등감을 가진 인물이다.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6~10]
놈이가 집에 들어서자 ⓐ어금지금한 사이를 두고 뒤따라 진이가 업혀 들어왔다. 그 당장 집안에 란리가 터졌다. 사랑채 기둥에 꽂힌 동홰가 염열지옥의 불길처럼 이글거리는 속에 화가 천둥같이 난 황 진사가 사랑 대청에 좌기하고 앉았는데 량수거지를 한 굴대 같은 하인들이 빙 둘러선 대돌 밑에서 열두 살잡이의 놈이가 종아리를 걷었다.
이때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놈이의 종아리에 첫 매가 떨어지자 애기씨가 와 하고 울음을 터뜨리며 대돌 밑으로 뛰어 내려와 놈이를 막아 나섰다. 황 진사는 기가 막혀 입맛을 다시고는 일단 그것으로 이 일을 덮어 버렸다. 그러나 그 사건이 불티가 되어 놈이가 후원에 들어가는 것과 애기씨가 함께 노는 것이 금지되었다.
수릿날을 며칠 앞둔 어느 날이었다. 진이의 유모가 아침 일찍 일어나서 별당 툇마루에 나가 보니 난데없이 참나무잎에 싼 ⓑ첫물 앵두가 놓여 있었다. 유모는 누구의 소행인지 영 가늠이 가지 않아 머리를 기웃거리는데 진이는 ㉠앵두를 보자마자 놈이가 가져다 놓은 것이라고 대뜸 알아맞히었다. 바로 그날 밤 놈이는 황 진사 댁에서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그렇게 사라졌던 놈이는 그때로부터 십 년이 지난 작년 이맘때 다시 황 진사 댁에 나타났다. 그동안 그에 대한 뜬소문이 더러 들려왔었다. 서울 륙주비전에서 ⓒ여릿군 노릇을 하는 걸 봤다기도 하고 청계천 다리 밑 깍정이패의 도두목 노릇을 하는 걸 봤다기도 하고, 지어는 혜음령인지 여우 고개인지 하는 곳에서 화적패에 섞여 있는 걸 봤다는 말도 돌았지만 그가 강산이 변한다는 그 십 년 동안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딱히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십 년 만에 다시 나타난 놈이, 스물두 살치고는 거쿨진 몸집에다가 사납게 치째진 갈고리눈에는 살기에 가까운 위엄과 소름 끼치는 찬웃음이 서려 있어서 ⓓ고추상투를 매단 늙은이들도 그가 총각이라고 마구 하대를 하지 못했다.
놈이는 십 년 만에 황 진사 댁 문턱을 넘어서면서도 마치 아침에 심부름을 나갔다가 저녁에 돌아오는 하인처럼 전혀 구김살이 없었다. 태연하게 하인 방 아랫목에 자기가 지고 온 괴나리봇짐을 내던졌다. 그것으로 그는 다시 황 진사 댁 사람이 되어 버렸을 뿐 아니라 오래지 않아서는 그 댁 차지가 되어 바깥일과 안일을 도맡아 주관하기 시작했다.
황 진사 댁 행랑방과 하인 방에서 모두 그를 어려워하는 것은 말 말고 하인이라면 덮어놓고 불호령으로 자갈을 물리려 드는 젊은 서방님도 그를 은근히 두려워했으며 지어 아랫사람들을 다스리는 데 자못 요령이 있다는 마님까지도 어딘가 놈이를 꺼려 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실은 놈이의 귀환이 황 진사 댁으로서는 움 안에서 떡을 받은 것과 같은 횡재였다. 황 진사가 살아 있을 때도 안방마님이 집 안팎살림을 주관해 왔다. 황 진사가 죽고 젊은 서방님이 성장했으나 젊은 서방님이란 분이 실생활에서는 뒤집어진 거부기나 같은 존재라 여전히 살림살이의 고달픈 멍에가 마님의 몫으로 남아 있었다. 해마다 마님의 총기가 전만 못해지고 오달지던 손아귀의 힘도 많이 풀어져서 그 댁 살림의 내외관사가 점점 엉망으로 되어 가는 것이 남의 눈에도 알렸었다.
그런데 놈이가 돌아오자 이상하게도 집안일이 바로 잡히기 시작했다. 놈이는 가살이 없다. 상전댁의 일이라도 일단 손을 대면 성실하고 직심스러웠다. 량반 댁의 하인이나 종이란 열의 아홉이 혀바닥으로 파리를 날리려 드는 게으름뱅이거나 아니면 ㉡삼 년 묵은 물박달 방망이처럼 매끄러운 작자들이지만 놈이가 멍에를 메고 수레를 끌자 누구도 꾀를 부리지 못했다.
벼 백이나 좋이 하는 황 진사 댁에서 제일 큰 대사는 추수철에 ⓔ도조를 받아들이는 일이었다. 주인이 안방마님이라고 깔봐서 그런지 년년이 밀린 도조에 묵은 빚에 말썽거리와 근심이 끊칠 새 없었는데 놈이가 그 일을 가로맡고 나서서 뒤짐을 지고 슬슬 돌아다니더니 그 시끄럽던 말썽거리가 바람에 구름 밀리듯 사라져 버렸다.
그는 확실히 휘손이 있고 거느릴 힘이 좋았다. 돌아와서 며칠 사이에 댁이 있는 안정방의 골목골목을 손아귀에 거머쥐었고 달포가 못 되어 부중 안의 행세깨나 한다는 집의 하인 방, 머슴방의 주먹패들이 모두 그의 손과 발로 되어 버리고 말았다.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놈들한테서는 ‘삼촌님’이요, 나이가 어슷비슷한 놈들한테서는 ‘형님’이요, 나이가 썩 웃도는 어른들한테서는 ‘조카님’으로, 하여간 ‘님’자는 떨어지지 않고 공대를 받는데 얼마 안 있더니 이 골목 저 골목 술집들에서는 ‘도련님’으로 떠받들어 저마다 외상술을 주지 못해 몸살들이고 청교방의 색주가들에서는 ‘서방님’으로 떠받들어 논다니들이 저마다 제 방으로 데려가지 못해 끌탕이라는 소문이 떠돌았다.
성불성 간에, 놈이의 지난 경력을 잘 아는 사람들한테 제일 궁금한 것은 십 년 만에 다시 만난 별당채의 아씨 진이와 놈이가 서로 어떻게 대하는가 하는 것인데, 그 댁 하인 방 사람들의 말을 빌면 아씨는 아씨대로 그를 대하는 것이 상전답게 천연스럽고 놈이는 놈이대로 아씨를 대하는 태도가 하인답게 공손스러워서 별다른 이야깃거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황 진사 댁의 차지인 놈이는 바로 이런 사람이었다.
<유형: 단어의 의미 파악하기>
6. 밑줄 친 ⓐ~ⓔ의 뜻풀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어금지금: 오고 가는 행동이 시간적으로 큰 차이가 없는
② ⓑ첫물: 그 해의 맨 처음에 나는 과일, 푸성귀, 해산물 따위
③ ⓒ여릿군: 상점 앞에서 손님을 끌어들여 물건을 사게 하고 주인에게 삯을 받는 사람
④ ⓓ고추상투: 고추처럼 조그마한 늙은이의 상투
⑤ ⓔ도조: 남에게 빌려 준 논밭
<유형: 한국 문학의 범위 파악하기>
7. 이 작품이 한국 문학에 속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토의하였다. 적절하지 않은 의견은?
① 정규: 이 작품은 북한의 소설가가 북한어로 쓴 소설이므로 북한 문학이야.
② 성준: 북한은 분단 이전에는 우리와 한 국가였으므로 북한문학도 한민족 문학의 일원이야.
③ 기진: 한국 문학의 의미는 한국어로 된 문학인데, 여기서 ‘한국어’는 대한민국의 국어만을 뜻해.
④ 영주: 대한민국 사람들은 황진이를 우리의 조상으로 여기기 때문에 이 소설은 한국 문학이라고 볼 수 있어.
⑤ 장미: 북한은 물론 중국의 연변, 러시아의 연해주 등으로 이주한 사람들이 한국어로 창작한 문학도 한민족 문학이야.
<유형: 소재의 상징적 의미 파악하기>
8. <보기>에 밑줄 친 것들 중에서 ㉠과 상징적 의미가 비슷한 것은?
<보기>
디고 새닙 나니 綠녹陰음이 렸, 羅나幃위 寂젹寞막하고 繡슈幕막이 뷔여 잇다. 芙부蓉용을 거더 노코 孔공雀작을 둘러 두니, 득 시 한 날은 엇디 기돗던고. 鴛원鴦앙錦금 버혀 노코 五오色線션 플텨내여 금자 견화이셔 님의 옷 지어내니, 手슈品품은니와 制졔度도도 시고. 珊산瑚호樹슈 지게 우 白玉옥函함의 다마 두고, 님의게 보내오려 님 겨신 라보니, 山산인가 구롬인가 머흐도 머흘시고. 千쳔里리 萬만里리 길흘 뉘라셔 자갈고. 니거든 여러 두고 날인가 반기실가.
- 정철, ‘사미인곡’
① ② 芙부蓉용③ 手슈品품
④ 옷⑤ 구롬
<유형: 속담의 의미 파악하기>
9. 밑줄 친 ㉡의 의미를 서술해 보자.
<유형: 작품의 창작 동기 파악하기>
10. 이 작품이 <보기>와 같은 특성을 지닌 이유를 적절하게 추측하지 못한 것은?
<보기>
남한의 독자들은 소설의 제목을 보고 황진이와 서경덕의 그 유명한 이야기를 그렸겠지 하고 예상할 수 있다. 필자 역시 그러한 추측을 해 보았기에 작품을 읽어 가면서 언제 이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오는가 하고 기다렸기에 그것이 나오기 전에 펼쳐지는 다른 이야기들은 부선(副線)으로만 간주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짐작은 보기 좋게 배신(?)당한다. 이 이야기가 나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불과 몇 쪽에 국한될 뿐이고 전체 작품에서는 여러 에피소드들 중의 하나로 끝날 뿐이다. 이 작품은 우리가 황진이 하면 흔히 알고 있는 그러한 이야기가 중심이 아니다. 작가는 조선 시대의 사대부들의 입을 통해 전승되었을 법한 그러한 이야기를 결코 중심에 세우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가 모르고 있는 ‘놈이’라는 한 화적과 기생 황진이라는, 당대 제도의 모순으로 인하여 주변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중심인 것이다. 바로 여기에 홍석중의 작가 의식이 존재하는 것이다. 황진이와 놈이와의 사랑은 비록 비극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매우 아름답다.
①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강조하기 위해서
② 전근대적인 세계의 열등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③ 양반 사대부들의 허위의식을 질타하기 위해서
④ 신분 제도에 대한 비판 의식을 표출하기 위해서
⑤ 역사에 현대성을 결합하여 현대인들의 성찰을 돕기 위해서
정답과 해설 |
(2) 지역 문학과 한민족 문학 황진이 |
• • 소단원 형성 평가 • •
황진이 |
1 ⑤ 2 ④ 3 (1) 속담, (2) 심사가 가물철 수숫잎 꼬이듯 하다, 제 손가락으로 제 눈을 찌르는 꼴 2개 중 1개 이상 4 ① 5 ③ 6 ⑤ 7 ③ 8 ④ 9 해설 참조 10 ② |
[해설]
1 ⓔ‘불탄절’은 ‘부처님 오신 날’을 일컫는 말로, 북한어도 아니며 북한에만 있는 풍습도 아니다.
(오답 해설)
① ‘류달리’는 ‘유달리’의 북한어이다. 북한에는 두음 법칙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어두에 ‘ㄹ’이 올 수 있다.
② ‘우’는 ‘위’의 북한어이다.
③ ‘딱친구’는 속을 터놓고 지내는 친한 친구라는 뜻의 북한어이다.
④ ‘승벽내기’는 서로 겨루어지지 않으려고 기를 쓰는 일을 가리키는 북한어이다.
2 ‘말뚝이’의 말은 자신과 함께 나온 양반을 조롱하는 말하기로, 관객의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A]의 말하기는 청자를 직접 놀리는 것이기 때문에 듣는 이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
3 <보기>에 제시된 것은 북한에서 정의하는 ‘속담’의 개념이고, 지문에 제시된 속담에는 ‘심사가 가물철 수숫잎 꼬이듯 하다’, ‘제 손가락으로 제 눈을 찌르는 꼴’ 두 가지가 있다.
4 <보기>는 한국에서 각색한 시나리오이기 때문에 북한어를 한국어로 바꾸어 표현하였다. 북한에서는 두음법칙을 적용하지 않아 ‘량반’이라고 부르는 것을 한국에서는 두음법칙을 적용하여 ‘양반’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따라서 ①은 잘못 파악한 내용이다.
5 ‘놈이’는 강 아무개가 자신의 볼을 몇 대 친 것에 화가 나서 그에게 갖은 봉변을 치르게 했다. 이를 통해 볼 때 ‘놈이’는 고집이 세고 악착같은 성격을 지닌 인물임을 알 수 있다.
(오답 해설)
① ‘진이’는 ‘놈이’의 장난에도 쉽게 울어버리지 않고 암상을 부린다. 이는 ‘진이’가 자존심이 센 인물임을 보여준다.
② ‘진이’는 ‘놈이’를 친근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그가 자신을 버리고 숨어버리자 깜짝 놀라 울어버린다. 이는 ‘진이’가 나이 어린 여자 아이이고 또 그만큼 ‘놈이’를 믿었기 때문이지, 나약하고 의존적인 인물이기 때문이 아니다.
④ ‘놈이’는 ‘진이’를 좋아하고 친근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잘해주는 것이다. 신분 상승을 위해서 일부러 ‘진이’에게 접근했을 것이라는 단서는 없다. 오히려 ‘양반’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신분 상승을 꿈꾼다는 것은 부적절하다.
⑤ ‘놈이’는 ‘진이’를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양반’이라는 신분에 대하여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뿐이다.
6 ‘도조(賭租)’는 남의 논밭을 빌려서 부치고 난 후 논밭을 빌린 대가로 해마다 내는 벼를 뜻한다.
7 ‘한국어’는 두 가지를 지칭하는데, 첫째는 대한민국의 국어이고 둘째는 한민족이 사용하는 고유의 민족어이다. 때문에 북한어도 넓게 보면 ‘한국어’에 속한다. 띠라서 ③의 설명은 적절하지 않다.
8 ‘앵두’는 ‘진이’에 대한 ‘놈이’의 애정을 상징하는 소재이다. 이와 비슷한 의미를 지니는 소재를 <보기>에서 찾으면 ‘옷’이라고 할 수 있다. <보기>의 화자는 임에게 보내기 위해 ‘옷’을 짓지만 ‘산’, ‘구름’과 같은 장애물 때문에 전달하지 못하고 있는 처지이다.
(오답 해설)
① ‘꽃’은 계절적 배경을 드러내기 위한 소재이다.
② ‘부용’은 화자가 처한 공간을 드러내는 소재이다.
③ ‘수품’은 옷을 짓는 화자의 솜씨를 말한다.
⑤ ‘구름’은 임에게 가까이 가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을 의미한다.
9 (예시 답안) 삼 년이나 사용되어 반들반들하게 된 물박달나무 방망이 같다는 뜻으로, 말을 잘 안 듣고 요리조리 피하기만 하는 약삭빠른 사람들을 의미한다.
10 이 소설에서 작가는 사대부와 기생의 사랑이 아닌 종과 기생의 사랑을 다룬다. 이는 전근대적인 세계에 존재했던 계급 및 신분 제도의 허위성과 모순을 비판하고, 인간의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조명하기 위해서이다. 이렇게 역사의 다른 측면에 주목하여 작품을 창작하는 것은 역사에 현대성을 결합하여 현대인들을 성찰하게 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전근대적인 세계는 신분 제도와 양반 사대부들의 허위의식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비판적으로 그려지기는 하지만, 이 사회가 근대 사회보다 열등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작가가 이러한 작품을 창작한 것은 아니다. 작가는 시대의 우열을 가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두 인물의 사랑을 더욱 순수하고 낭만적인 것으로 강조하기 위해 전근대사회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썼다. 따라서 ②는 적절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