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와 조식 뷔페에 대한 로망
15년 전쯤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가 ‘브런치’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당시에는 ‘브런치’라는 단어 자체를 몰랐다. 그 후 브런치 전문 레스토랑이 점점 늘어났고, 가끔 브런치를 먹고는 했다. 아마도 외국 영화, 특히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기억의 편린과 모방이 이런 음식을 생각나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베이컨이나 계란프라이, 샐러드에 빵과 커피를 곁들인 식사에 대해 묘한 동경이 있다. 서구문화에 대한 막연하고 값싼 동경일는지 모른다. 어찌됐든 된장국에 밥을 먹을 때보다는 좀 우아한 기분도 든다. 우리의 소울 푸드는 아니지만 맛도 좋다.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라서 그런지, 음식에 대한 나의 기호에 도시적인 요소가 있다.
해외여행의 기쁨 중 하나는 아침에 먹는 호텔 조식이다. 여행 중 전날 저녁에 아무리 포식을 해도 아직 한 번도 호텔 조식을 거른 적이 없다. 미련하게 많이는 안 먹지만 그래도 든든할 정도로 조식을 즐기는 편이다. 음식을 잘하는 지인이 카페를 운영하는데 얼마 전부터 브런치 개념의 식사를 판매한다. 브런치 뷔페 가격이 5000원이다. 입지가 안 좋은 곳에서 카페를 운영하다보니 뭔가 돌파구를 찾으려고 파격적인 가격을 도입한 것이다. 마침 사무실에서 가까워 젊은 사원과 함께 들렀다. 5000원이라는 가격 때문에 좀 부실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음식 구성을 보니 있을 것을 대체로 다 갖췄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맛도 좋았다.
토마토, 모차렐라 치즈 등을 사용한 이탈리아풍 샐러드인 카프레제 샐러드부터 먹었다. 소스도 상큼하니 나쁘지 않았다. 소스는 모두 직접 만든다고 한다. 샐러드에 푸실리도 들어갔다. 소스는 오리엔탈을 선택했다. 구운 소시지도 질이 양호했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싸구려를 사용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주인장의 지인이 소시지 제조를 해, 저렴하게 공급받는다고 한다. 베이컨도 있었다. 베이컨은 우리나라 사람이 대체로 좋아하는 음식이다. 기본적으로 삼겹살로 만든 육가공 식품이니 안 좋아할 수 없을 것이다. 빵도 호밀빵과 베이글을 구비했다. 크림치즈, 바질페스토, 블루베리, 라즈베리 등에 발라 먹을 수 있다.
연휴 때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를 다운을 받아서 보았다. 이자카야에서 식사로 명란 파스타도 팔고 생햄도 직접 만드는 곳을 보았다. 고독한 미식가는 드라마지만 실제 음식점을 다루는 내용이다. 작은 이자카야에서 그런 음식을 구현하는 것 자체가 경이롭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이다. 국내의 유명한 흑돼지 전문가가 흑돼지로 생햄을 생산하는데 가격이 한우보다 비싸다. 이렇게 되면 흑돼지 생햄의 질을 떠나서 어지간한 중산층도 사먹을 수 없다.
첫댓글 가깝다면 점심 먹으러 가보고 싶은 곳이네요.
글쓴이가 '고독한 미식가'를 봤다니 반갑구요 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