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이다. 반 고흐는 그림에서 털모자를 쓰고 얼굴을 붕대로 감싼 채 담배 연기를 뿜고 있다.
그가 붕대를 감은 이유는 고갱과의 우정이 깨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마도 친구와의 갈등을 귀를 자르는 식의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었나보다. 그림을 잘 보면 빨간색의 바탕과 고흐 자신의 색깔은 서로 마주보는 느낌이다.
배경과 자신만의 색깔이 섞일 수 없는 그런 풍경으로 그는 세상을 등지고 싶은 심정을 드러낸걸까.
또한 피곤한 듯 쳐진 그의 눈과 어두운 표정은 그의 심리 상태를 잘 알려 준다. 그는 무엇인가를 허망하게 보는 듯한 눈을
가졌다. 그것이 이 그림을 더 슬퍼보이게 한다. 자신의 감정을 그림 속에 잘 표현한 작품이다.
두 번째 작품의 이름은 '라 크로의 추수' 이다. 평화로워만 보이는 마을 풍경이 나의 마음을 잔잔히 만든다.
듬성듬성 있는 집들은 그 만큼 사람이 별로 살지 않는 조용하고 한가한 곳이라는 것을 나타낸다. 높이 쌓아놓은 짚단들,
무리지어 있는 초록빛 식물들, 그리고 그 중앙에 서서 일을 하는 아낙네 한 명, 산과 하늘의 푸른빛 조화, 그리고, 배경을
장악하는 누런 빛깔의 벼들...생각해 보면 어느 시골에나 다 있을 법한 풍경이지만, 전혀 평범함은 보이지 않는다.
이 때의 고흐는 조금이나마 편안하고 잔잔한 감정이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그림은 알다시피 '별이 빛나는 밤' 이라는 정말 유명한 그림이다. 우선 하늘부터 살펴보면 제목에 걸맞게
노란 별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왠일인지 마을은 전혀 밝아보이지 않는다. 왼쪽을 보면 기다란 기둥
이 있는데 내 예상에는 이것이 고흐의 자아같은 것 같다. 고흐는 어두운 자신의 현실 속에서 일어서고 싶은
욕망을 그린 것이 아닐까. 하늘이 단색이 아닌 여러가지 색으로 표현된 것으로 보아 고흐가 이 당시 복잡한
마음을 가지고 살았을 것이라는 추측도 든다.
다음은 고흐가 살았던 방이다. 작품 제목은 '나의 방'. 푸른 벽지는 고흐에 대한 차가운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침대와 책상, 의자, 바닥이 모두 붉은 색으로 통일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고흐의 고집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조금 알쏭달쏭한 그림이다. 바깥세상과 단절된 느낌만은 확실하다. 창문도 굳게 닫혀있고 안에서 바깥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고흐의 독특한 예술적 생각이 많이 들어간 작품같다.
이 작품은 '사이프러스 나무가 보이는 밀밭' 이다. 고흐는 특히 밀밭이라는 소재를 참 좋아했던 것 같다.
인터넷에서 여러 작품을 만났는데 그 중 밀밭 그림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그림에서는 주황색과 누런 색이
사이프러스 나무와 그 밖의 나무들의 초록빛과 잘 어우러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바람에 날리는 느낌이 강하다.
특히 중앙에 있는 나무는 마치 바람에 부대껴 쓰러질듯 겨우겨우 위태롭게 서 있다. 이 그림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부분은 하늘에 있는 뭉게 구름과 그 뒤에 있는 산이다. 둘의 색깔이 너무 잘 섞이고 예쁜 것 같다. 특히 흘러가는
구름은 어떻게 붓의 터치를 조절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너무도 부드러운 느낌이다.
이 그림의 제목은 '감자 먹는 사람들' 이다. 인물들의 표정이 다 살아 있는 듯하다. 어떤 사람은
낮의 고된 노동에 지쳐 있는 듯하기도 하고 왼쪽의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그 중앙을 보면 어떤 사람이 요리된 감자를 옆 사람에게 권하고 있다. 이 그림에는 양식도
감자밖에 없을텐데 서로 모여 앉아 이야기하고 나눠먹는 따뜻한 모습이 보인다. 그래서 다소 거칠어 보이고
투박해보이는 농민들의 모습이 등불하나와 감자로 좀 부드럽게 표현되는 것 같다. 고흐도 아마 이 그림을
그리며 자신을 위로해 주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마지막 작품 '해바라기' 이다. 반 고흐가 살아생전 가장 사랑했던 꽃이 바로 해바라기였다.
꽃병의 색깔, 배경의 색깔, 해바라기의 색깔이 모두 같은 색 계열인 것이 신기하다. 그런데도
전혀 같은 색깔이 아닌 것만 같은 느낌이다. 해바라기를 꽃병에 꽃아놓을 만큼 좋아한 이유가 무엇일까.
해바라기가 해만 바라보는 것처럼, 자신도 오직 화가의 인생 하나만을 바라보고 살아왔다는 이야기를
담은 것일까.
반 고흐의 그림에는 그의 삶이 담겨 있다. 그는 자신이 느낀 그대로를 표현하고 살아온 것 같다.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를 그림에 표현할 수 있었던 그의 용기와 당당함에 박수를 보낸다.
열정적인 그의 삶이 멋있고 부럽다. 나도 한 가지 일에 미친듯이 몰두할 수 있는 열정을 가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