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미도〉, 〈공공의 적2〉, 〈H〉, 〈한반도〉 등 굵직한 영화 시나리오를 썼던 김희재 작가가 『소실점』 이후 4년 만에 『하우스』로 돌아왔다. 제목에서부터 ‘하우스’를 걸고 나온 것만큼, 소설 속에 묘사된 집의 모습은 색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자동 제어 시스템으로 모든 것이 인물들에게 딱 맞는 생활을 제공하고, 외관마저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휘어잡을 만큼 아름답다. 이렇게 완벽한 집이 ‘내 집’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도 들게 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완벽한 집에 어울릴 만큼 능력 있고 우아한 부부의 모습에서, 집...
더보기 〈실미도〉, 〈공공의 적2〉, 〈H〉, 〈한반도〉 등 굵직한 영화 시나리오를 썼던 김희재 작가가 『소실점』 이후 4년 만에 『하우스』로 돌아왔다. 제목에서부터 ‘하우스’를 걸고 나온 것만큼, 소설 속에 묘사된 집의 모습은 색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자동 제어 시스템으로 모든 것이 인물들에게 딱 맞는 생활을 제공하고, 외관마저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휘어잡을 만큼 아름답다. 이렇게 완벽한 집이 ‘내 집’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도 들게 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완벽한 집에 어울릴 만큼 능력 있고 우아한 부부의 모습에서, 집이 가져다주는 안정감과 행복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약간의 질투를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책 몇 장이 더 넘어가기도 전에 이 완벽한 집의 틈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이를 냉정하게 대하는 남편과 무척 속상해 하는 아내,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아이가 부부 사이에서의 아이가 아니라 아내와 아내 전 애인 사이의 아이라는 것. 이미 이것만으로도 ‘완벽하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에 호기심이 생기는데, 더 큰 비밀이 들이닥친다.
아내의 전 애인이자 아이의 친아빠인 그 남자가 이 집에 아무렇지 않게 들어와, 아내와 관계를 맺는다.
불과 몇 페이지 읽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휘몰아치는 이야기에 정신이 얼떨떨하다. 대체 이들은 왜 이런 관계를 갖게 된 것인지,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하지만 다소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인물 관계로 인해 진입장벽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작품을 읽다보면, 어떨 때는 인물들에게 번갈아가며 감정 이입을 하게 되기도 하고, 어떨 때는 관조적인 입장에서 인물들을 바라보게 되기도 한다. 어떨 때는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해서 오히려 더 벌어졌던, 그리고 벌어질 사건에 집중하게 되기도 한다. 어떤 마음으로 책을 읽어 가는지 달라질지언정, 사건에 호기심을 갖고, 이 미스터리를 파헤치고 싶은 감정은 작품을 읽는 내내 유지된다. 그것이 『하우스』가 가진 최고의 무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야기를 따라가게 만들면서도 동시에 끊임없이 의심하게 만들고, 그러면서 다시 이야기에 몰입시킨다.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몰입도는 더 커지면서 끝까지 다 읽어내고 말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다.
이야기의 클라이막스, 모든 미스터리가 풀리고 그와 부합하게 각 인물들의 욕망과 메시지가 터져 나오는 그 순간, 다양한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과연 나는 ‘서원’과 같은 행동을 했던 적이 없던가? 그럼에도 ‘서원’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걸까? ‘정진’의 사랑을 꿈꿔 봐도 되는 것인가? 혹은 나도 ‘정진’의 사랑을 누군가에게 줄 수 있지 않을까? ‘승우’의 선택은 ‘옳았던’ 것일까? 서원에게서의 ‘승우’와 같은 존재를 만나게 된다면 난 어떻게 할까? 등 수많은 고민거리를 물고 답을 해가다 보면, 『하우스』가 세상에 나온 이유도 어렴풋 느끼고 상상하게 된다. 『하우스』에서 만날 수 있는 ‘인간’과 ‘욕망’에 대한 담론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