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덩달아 부산해졌다. ‘사이버여론 단속’에 바짝 고삐를 죄는 모양새다. 얼마 전에는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트위터‘를 이용한 선거운동이 공직선거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나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헌데 발걸음이 갈 수록 갈짓자다. 지난 2월12일 내놓은 ‘선거관련 트위터 이용가능 범위‘ 문서를 보면 그렇다. 이 문서는 지방선거와 관련해 트위터로 ‘할 수 있는 사례’와 ‘할 수 없는 사례’를 친절히 구분해 소개하고 있다. 요컨대 ▲선거 관련 의견이나 정당, 후보자 추천에 관한 단순한 의사 개진이나 돌려보기(RT) 등은 허용하되 ▲비방이나 허위사실 유포, 선거운동 기간 전 선거운동 정보 돌려보기(RT), 선거 당일 투표 독려 내용 게시는 문제삼겠다는 얘기다.
입후보자나 가족에 대한 비방이나 허위사실 유포는 굳이 트위터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선거법으로 문제삼으면 될 일이다. ‘사전선거운동’을 단속하겠다는 의지도 뭐랄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뒤끝은 여전히 남는다. 선관위 ‘방침’이 트위터같은 새로운 SNS의 여론형성 기능과 자유로운 의사표시 도구로서의 기능을 외면한 채, ‘규제’에만 치중하고 있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애당초 ‘트위터’란 서비스에 대한 선관위의 규정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선관위는 2월12일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에서 “트위터는 이메일의 성격을 가진다”고 규정했다. “트위터는 홈페이지와 이메일의 융합적 성격을 가지지만, 홈페이지에 작성된 글이 팔로어에게 전해지는 것을 전제로 서비스되므로 트위터에 글을 게시하는 행위 자체가 전자우편 발송과 실질적으로 동일”하다는 주장이다.
트위터를 e메일로 규정한다면 선거법 적용 범위가 엄격해진다. 선거법 60조 3항은 “전자우편(컴퓨터 이용자끼리 네트워크를 통하여 문자·음성·화상 또는 동영상 등의 정보를 주고받는 통신시스템을 말한다. 이하 같다)을 이용하여 문자·음성·화상 또는 동영상 기타의 정보를 전송하는 행위”에 따른 선거운동 방법을 규제하고 있다. 따라서 예비후보자 등록 전에 선거에 영향을 미칠 내용이나 선거운동 내용을 올리면 선거법 93조와 254조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게 된다. 선거법 93조는 선거일 180일 전까지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하는 조항이며, 254조는 이를 처벌하는 규정이다.
문제는 여기서 생긴다. 선관위 말대로 ‘트위터=e메일’일까. 이에 대해선 ‘단속과 규제를 위한 무리한 법 적용’이라는 지적이 많다.
법무연수원 교수와 서울고등검찰청 부장검사 등을 지낸 최영호(@lawyer_KOREA) 동아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는 2월15일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선관위의 이런 조치를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최영호 변호사는 우선 “(공직선거)법 60조의3이 전자우편 이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하는데 전자우편이란 컴퓨터 이용자끼리 네트워크를 통하여 정보를 주고받는 통신시스템이라니 얼핏 트위터가 전자우편이 아닌가 라는 판단도 일단 가능“하다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전자우편이란 말 그대로 우편으로서 특정한 전자우편 주소를 향한 메시지의 발송과 수신을 지칭하는 것이니, 트위터에서 불특정 다수인을 향한 트윗이나 알티(RT)가 전자우편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고 지적했다.
트위터 이용자끼리 귓속말로 얘기를 주고받는 다이렉트 메시지(DM)에 대해서도 “전자우편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건 아마 열람을 할 수 없지 않을까”라고 반문하며 “트위터는 우리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최영호 변호사는 “미국에서 오래전 금주법을 만들어 엄벌하였지만, 음주가 금지되었나”라고 반문하며 “마피아가 금주법 때문에 만들어진 것처럼 […]인간의 본성과 기본적 욕구는 일정한 출구를 만들어 주지 않은 채 단속과 규제만으로는 억압할 수 없다“고 선관위의 규제일변도 정책에 일침을 가했다.
진보신당도 이런 목소리에 가세했다. 진보신당은 선관위가 ‘트위터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2월12일 공식 논평을 내고 선관위의 ‘무개념’ 행태를 꼬집었다.
논편에서 진보신당은 “문자와 메일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전송할 수 있지만 트위터는 자신을 팔로잉한 사람들에게만 보인다”라고 지적하며 “본인들이 원해서 그 정치인의 글을 보고 리트윗(RT)하는 것인데 이것도 선거법 위반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반문했다.
또한 “이는 선거운동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일로써, 한마디로 시대착오적 행태”라며 “중앙선관위가 트위터 사용자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 하지 않고서야 가장 기본적인 의사표현의 기회를 규제하는 행위는 있을 수 없다”라고 선관위의 무리한 여론막기 시도를 비판했다.
선관위의 ‘오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선관위의 트위터 몰이해는 트위터를 ‘국내’와 ‘국외’ 서비스로 애써 구분하는 대목에서 두드러진다.
▷ 국내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트위터에 사전선거운동이나 비방·허위사실유포의 내용이 게시될 경우 서비스제공자에게 삭제요청을 하여 위법 게시글의 전파를 신속히 막을 것입니다(§82의4③).
▷ 국외 트위터의 경우 삭제요청을 할 수 없지만, 국내 트위터와 같이 게시글을 최초로 작성한 사람이 자신의 계정에서 게시글을 삭제할 경우 돌려보기한 글도 모두 삭제됩니다. 따라서 사이버자동검색시스템과 사이버선거부정감시단원이 모니터한 위법적인 글을 게시자에게 자진 삭제토록 안내할 예정이고, 최후적 수단으로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해당정보의 취급의 거부·정지·제한을 요청하여 해당 트위터 계정을 차단함으로써 국내로의 확산을 막을 계획입니다(§82의4③).
- 선관위 ‘E-선거정보‘, ‘선거와 관련하여 트위터에 대해 알려드립니다’ 일부
‘국내 트위터’와 ‘국외 트위터’가 따로 서비스되고 있는지도 금시초문이려니와, 해외 통신사업자(ISP) 망으로 올라온 트위터 글에 대해 어떻게 계정을 차단할 지도 궁금한 일이다. 애당초 도메인 주소도, 서버도 해외에 자리잡고 있는 트위터에 억지로 법 잣대를 들이대려는 것 자체가 지나쳤다. 아런 무리한 규제가 지금처럼 불균형한 풍경을 낳았다. 기껏해야 국내 트위터 이용자들은 ISP에 요청해 해당 IP의 접속을 차단하겠다는 정도인데, 전용 프로그램(클라이언트)를 이용한 트위터 접속은 또 어떻게 막을 지도 관심거리다.
국민의 의사표현 방식은 다양한 SNS를 타고 날고 있는데, 정부의 규제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법에 어긋나는 대목은 법으로 처벌하면 될 일이다. 무리하게 법 울타리를 넓혀 소통을 막고 재갈을 물리려다보면 모양새만 우스꽝스러워질 뿐이다.
지구촌 소통 그물망인 트위터를 e메일로 규정하고 규제하려는 선관위의 시도는 태평양을 식수관리법으로 다스리려는 발상에 다름아니다. 선관위는 늦기 전에 최영호 변호사가 인용한 다음 대목에 귀 기울일 때다.
“모든 국민은 사상을 표현하기 위하여 새로운 양식이나 토론장을 이용할 권리가 있다. 정치적 의견의 교환은 국민의 기본권이므로 정부는 그것을 전도하는데 사용되는 수단을 강제해서는 안된다”
-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문 일부
<덧> 본문에 링크한 선관위 홈페이지는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만 정상 접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