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물로 뭉친 참깨
어느 산골마을에 작은 들이 있었어요. 들이라고는 하지만 반달모양의 계단논과 나뭇가지 모양의 작은 밭이 고작이었지요. 해마다 가을이 되면 이 작은 들에 열매축제가 열렸어요. 여름내 농부들의 정성스런 손길로 잘 자란 각종 채소와 열매들이 곱게 단장을 하고 열매대회에 참가하였어요.
만국기가 춤을 추는 맑은 하늘 아래 팡파레가 울려 퍼지자, 열매들은 저마다 기분이 들뜨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이가 숭숭 빠진 옥수수 할아버지가 대회의 시작을 알렸어요.
“지금부터 열매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모두들 자기의 멋과 모양을 맘껏 자랑하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제일 먼저 논두렁 밭두렁에 덩그렁덩그렁 버티고 앉아 있던 호박청년이 어깨를 으쓱하며 나왔어요.
“열매 중에 가장 큰 호박입니다. 맛 또한 일품이지요. 호박범벅, 호박떡, 호박엿. 사람들은 호박을 아주 좋아 한답니다. 맛으로 보나 크기로 보나 이 호박이 제일이지요.” 그러자 그 옆에서 해님의 사랑을 많이 받아 볼이 빠알개진 사과 아가씨가 수줍게 인사 했어요.
“새콤달콤한 사과입니다. 과일 중에 제가 가장 예쁘지 않을까요?” 사과 아가씨의 인사가 끝나자, 노오란 드레스 속옷을 껴입은 배추아줌마가 수다스럽게 인사 하였어요.
“사람들은 1년 내내 김치가 없으면 밥을 못 먹어요. 그러니 두말할 것 없어요. 이 배추가 제일이라니까요.” 그 옆엔 농부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았던 벼이삭 아저씨, 동짓날만 기다린다는 팥알 할머니, 내년이면 학교에 간다고 자랑하는 검정콩 학생, 가시대문을 활짝 열고 나온 밤톨 형제, 모두가 자기가 제일이라며 서로서로 자랑을 했어요. 그런데 들판 저쪽엔 아직 열매대회에 참가하지 않은 참깨가족이 있었어요.
“엄마 나도 열매대회 나가고 싶어요.” “아가야, 안 돼.” “해마다 나갔는데 작고 보잘 것 없다고 창피만 당하고 왔단다.” “그래도 이번만 나가고 싶어요, 엄마!” “아가야, 엄마는 작년에도 고소한 맛으로 1등할 자신이 있었단다. 그래서 대회장에 가서 자랑을 하려고 하는데, 배추아줌마가 휘익- 지나가 버리는 바람에 엄만 배추아줌마의 치마 속으로 그만 쏙 들어가 버리고 말았단다.”
“배추아줌마 옆에 가지 않을게요, 엄마!” 이야기를 듣던 참깨 아빠가 입을 열었어요.
“내가 나갔을 때는 옆에 홍시감 여사가 있었지. 노란 배 영감님이 홍시감 여사의 볼을 건들지 않았겠니? 그러자 홍시가 터져 이 아빠는 그만 홍시감으로 범벅이 되어 자랑도 못 하고 겨우 집으로 돌아왔단다.” 이번에는 참깨 할아버지가 안타까운 듯 이야기를 하셨어요.
“몇 년 전 내가 나갔을 때는 점잖게 앉아 있었는데 아, 호박청년이 기우뚱 기우뚱 오더니 내 위에 덜컥 앉아버리지 앉겠니? 얼마나 답답했는지 지금도 그 때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속이 상한단다.”
“어휴, 영감 말도 말아요. 내가 나갔을 땐 난쟁이 해바라기 식구쯤으로 생각 하고 거들떠보지도 않는 거예요. 그 생각을 하면 지금도 서글퍼지는구려, 영감!” 할머니 눈에선 어느새 눈물이 흘렀어요. 가족들의 이야기를 듣던 아기 참깨도 너무 속이 상해서 엉엉 울고 또 울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요. 눈물로 흠뻑 젖은 참깨의 몸에 다른 참깨가족들이 달라붙기 시작했어요. 참깨가족들은 점점 몸집이 커지는 것이 너무도 신기해서 서로를 쳐다보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답니다. 모여든 참깨가족들의 몸은 어느새 호박만큼이나 커졌어요. 이젠 자신 있게 대회에 나갈 수 있게 되었어요.
“아,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빨리 열매대회에 나갈 준비를 해야지!” 참깨 할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참깨가족은 서둘러 대회장으로 갔습니다. 제일 늦게 참가한 참깨가족을 보자 모두들 깜짝 놀랐어요.
“어머나, 이게 누구야?” “참으로 대단한 참깨가족이야.” 열매들은 모두들 참깨가족이 부러운 듯 쳐다보았습니다. 드디어 참깨가족 차례가 왔지요. 참깨 할아버지가 자신 있게 말씀 하셨습니다.
“여러분! 참깨는 비록 작아서 보잘 것 없지만, 이렇게 뭉치면 서로 큰 힘이 되지요. 또 노릇하게 볶으면 얼마나 고소한지는 다 아시죠? 어디 그 뿐입니까? 젖을 뗀 아이들에게 참기름, 깨소금을 넣어 밥을 비벼 먹이면 튼튼하게 자라 힘센 농삿군도 되고, 훌륭한 선생님도 되고, 천하장사도 되지요.” 모두 감탄하자 할아버지가 더 큰 목소리로 자랑했어요.
“그 뿐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일하다 병이 나면 참깨죽을 먹고 새 힘을 얻는 답니다.” 그 때 배추 아줌마가 이야기를 거들었어요.
“그래요, 배추김치에도 깨소금이 들어가야 제 맛이 난다구요.” 각종 열매와 곡식의 자랑이 다 끝나자, 옥수수 할아버지가 일어서 땅을 탁탁 치시더니
“올해 열매대회의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으뜸열매상은 눈물로 똘똘 뭉친 참깨 가족에게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참깨가족을 축하하며 큰 박수를 보내주었지요. 참깨가족은 너무 기뻐 감사의 눈물을 흘렸답니다.
|
뚜아에무아 팬카페 : http://cafe.daum.net/Endkdpahdk
첫댓글 고운 글 잘보고 갑니데이